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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 길 위에서 배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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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가족 에세이 top100 3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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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12쪽 | 640g | 140*200*30mm
ISBN13 9788952771308
ISBN10 895277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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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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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사람을 거칠고 험하게 부리는 동안 자칫 덜 채워 던져진 말들을 전부라 여기며 피곤하게 살아가지만 분명 세상에 드러나 있는 많은 말이 사뭇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기에 그중 내게 유리한 말들로 혼자 위로를 삼아야 한다. 그마저도 모자라면 나만의 의미를 따로 두고 위로 위에 위로를 얹는 말들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이런 생각의 장소는 해돋이를 볼 때마다 ‘이제부터라도 인생을 더 열심히 살겠다’며 불끈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는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여도 괜찮고 일상의 반복과 속도가 모여 분주하게 북적이는 뉴욕의 패스트푸드점 맨 뒷자리여도 상관없을 것이다. 여행지에서 가져온 한 귀퉁이의 말들이지만 이는 행복과 불행, 모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이 모든 것에 속해 있거나 언저리에서 살고 있으므로. 다만 한마디 말이라도 입 밖의 소리가 된 것은 순간의 내 마음이었고 한순간의 당신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프롤로그/p.14

모든 사람은 단 한 순간도 사랑하지 않은 적 없다. 하지만 사랑하지 않고도 하루는 가고 사랑 한 번 못 해보고도 한평생은 지날 테지만 사랑하는 마음 없이 살았다면 그건 삶이 아니다. 사랑받는 일보다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더 큰 사랑이므로. 너는 나를 보며 잠시 웃었지만 아직도 그것은 내게 일생인 것처럼. 사랑은 사랑을 사랑으로서 생명처럼 여기며 마음부터 진귀하게 가꿔야 할 일, 사는 동안 늘 말보다 행동으로 해야 할 일인 것이다.---사랑/p.51

어른인 우리는 자주 자신의 상황에 솔직하지 못하며 번번이 비겁하여 자신만을 감싸고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자고 많은 것을 놓친다. 좋은 걸 좋다 않고 싫은 걸 싫다 못한다. 용기가 없어 거절을 어려워하고 정작 들어줘야 할 부탁은 외면하기 일쑤다. 나도 그런 어른이 되어버렸다. 좋은 것을 보고 좋다고 말하지 않았고 당신이 한 번도 싫었던 적이 없었으나 그 이상 마음을 열지 못했고 사랑하는 마음 앞에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 쓰지 못했으며 행복에 욕심을 부려 지금에서 벗어날 궁리로 가득했다.---어린이/p.93

누군가와 같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를 떠올렸을지 모른다. 어디 그곳에서뿐이던가. 너는 바람 부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를 따라다녔다.
“가기 싫다. 여기 당신이랑 그냥 있을까 봐.”
그날의 네 목소리는 바람 속에서도 들렸다.
“나를 사랑하니?”
“그게 중요해? 지금 당신이랑 있는데?”
공기 속의 뼈처럼 형태 없는 마음이 덜그럭댔다. 네 전부를 원했던 나는 늘 같은 걸 묻고 너는 그때마다 내 말을 피하다 결국 나를 버렸다. 평생 휘몰아칠 듯 불던 바람이 방향을 틀고 너도 떠났다. 가을이었다. ---바람/p.150

그 바위에 새겨진 사랑의 문자나 이름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자신을 믿지 못하거나 마음의 깊이가 낮은 사람일수록 깊은 흔적을 남긴다. 그것이 맹세일까? 변하지 않을 풍경 속에 변화의 가능성이 농후한 단어들이 어지럽게 박혀 있다. 주체할 수 없이 아무렇게 자라난 젊은 힘처럼 보인다. 그렇게라도 하고 말겠다는 의지만 박혀 있다. 그 맹세들은, 그 이름들은 아직도 살아 있을까? 여전히 유효할까? 한때 젊은 날의 나의 언어들이 그대로 박혀 있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려 잠시 먼 곳을 본다.---맹세/p.212

산다는 것은 나도 모르게 쌓은 빚을 하나하나 도로 갚아나가는 것.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세상으로부터 많은 것을 받아 사는 일이므로. 더구나 사람이 가진 것 중 가장 협소한 것인 마음은 또 거기 사랑은 이상하게도 마음먹기에 따라 아무리 줘도 전부를 퍼내도 바닥나지 않는다. 받지 못해 슬픈 결핍의 사람들아! 그대의 슬픔은 그대의 사랑을 아직 다 꺼내놓지 못함에 있는 건지도 모른다. 먼저 내놓고 또 내놓는 것. 먼저 그대의 마음을 열고 그대가 먼저 사랑하며 기다려라. 먼저 줄 수 있는 행복이야말로 그 얼마나 풍요롭고 홀가분한가! 그대는 여전히 줄 것이 많은 사람. 그러므로 행복한 사람. 나눔은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늘어나는 것이다. 주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대의 받고 사는 삶, 빛나며 따뜻하라. ---나눔/p.313

‘끝’ 속에 감쪽같이 숨어 있는 ‘새로운’이라는 것을 잘 살펴보라. 당신은 끝을 마주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 앞에서 잠시 멈추는 것이어야 한다.
나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나아갈 것이다. 끝이라고 말했으니 더욱 나아갈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되돌아 다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마음을 내디뎌야 하는 것이다. 당신이 끝이라고 말했을 때 모든 것은 과거가 되고 그리하여 내게 남았던 것은 오로지 미래였던 것처럼. ---끝/p.400

다시 배낭을 꾸렸다. 생각이 다시 그 길로 가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먼저 일어섰기 때문에. 그것을 알고도 모른 체할 수 없기 때문에. 얼마나 다행인가?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하고 주저앉았던 일이 이렇게 시작 앞에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 배낭을 메고 나서는 순간부터의 일을 누구도 알 수는 없지만 기다린다고 다가오지 않으므로 찾아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곳이 어딘지 모르지만 일단은 움직여야 지금을 벗어날 수 있으므로. 다시 시작이다. 이미 움직였으므로.---시작/p.40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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