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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기 좋은 방

혼자 있기 좋은 방

: 오직 나를 위해, 그림 속에서 잠시 쉼

리뷰 총점9.5 리뷰 56건 | 판매지수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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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666g | 148*205*30mm
ISBN13 9791162203736
ISBN10 116220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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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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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 밀폐되고 차단된 장소다. 위협적인 존재를 피해 일상을 수호하고 바깥 세계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최적의 피난처다. 한 사람의 사적인 일면을 보호하는 동시에 세상의 규제나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곳이며, 이용자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공간이자 수많은 사건과 시간의 집합소다. 우리는 그 안에서 숨고, 보호하고, 지키고, 벗어나고, 확보하며 생을 구축해간다. 화가는 방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공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모두가 각자의 방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기를 바랐을 것이다. --- p.28

뒤러는 그림에 영혼을 불어넣었다. 그 결과 우리를 사로잡는 것은 화가의 솜씨가 아니라 그림의 힘이 되었다. 그림에는 언어가 담지 못하는 지점이 있다. 흐릿해서 분명하지 않지만 깊은 곳에서 울리는 진실의 소리를 듣게 하고, 미묘해서 헤아리기 어렵지만 가슴 어릿할 정도로 먹먹하게 한다. 때론 경계의 저편으로 들어가 낯선 세계를 여행하게 한다. 그림이 안내하는 그곳에서 우리는 모호한 듯하지만 구체적이고, 타당한 논리가 없지만 설득당하기에 충분한 힘과 마주한다. 500여 년 전, 한 젊은 화가가 화폭에 담은 정신이 미술관에 남아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것처럼. --- p.65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이다. 할 일이 있다면 쉬는 것뿐. 이럴 때면 철저히 독립된 나만의 장소로 숨어버린다. 그곳에서 고요한 시간을 누리는 것이 진정한 안식이기에.
휴식은 집중하는 것이다. 다름 아닌 나에게.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과의 단절이 필수적이다. 나에게 있어 휴식이란 휴대전화를 어딘가에 던져두고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고, 마음껏 잠을 자고, 조용히 산책하는 것이다. 소리가 없는 곳, 침묵이 가능한 곳, 그래서 나만 존재하는 곳에서 태평한 외톨이가 되는 것이다. 파스칼도 말하지 않았던가.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된다’라고. 사람은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오롯이 혼자일 때 한없이 충만해진다. --- p.119

삶의 기쁨은 온갖 명랑하고 잡다한 일에 있다. 집 앞 골목을 깨끗이 쓸고 뿌듯해하는 것. 섬유유연제의 잔향을 맡으며 빨래를 털어 너는 것. 갑자기 찾아온 친구와 함께 라면을 끓여 먹는 것, 난로 앞에 앉아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를 듣는 것, 우울한 밤에 따뜻한 코코아 한잔을 마시는 것. 이런 하찮고 사소한 것들이야말로 삶의 빛나는 순간들일 것이다. 결국 인생에 남는 것은 작은 부분들이다. 이런 소소함을 놓치면 삶은 건조하게 메말라간다. 삶에서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일은 설령 그것이 순식간에 사라질 허상 같은 것이라 할지라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화가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삶의 매 순간을 작은 기쁨들로 채워나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인지도 모른다. --- p.198

그림은 삶의 궁극적인 발현이다. 삶을 배제한 그림은 존재할 수 없다. 그림과 삶이 따로일 수 없고, 따로여서도 안 된다. 그림은 삶의 확장이자 축소이며 삶의 무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한 점의 그림을 볼 때 우리는 하나의 삶과 마주한다. 그림에는 인간이 지나온 시간의 자취, 희로애락, 일상의 무게감, 영혼의 메시지, 기억의 숨결이 다 녹아 있다. 그 숱한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감동과 여운을 전해줌과 동시에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을 성찰하게 한다.
그림을 본다는 것은 생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도이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유랑하는 시간이다. 마음을 깊이 점검하는 작업이고, 분별의 지혜를 길어 올리는 행위다. 그리고 마침내 삶의 희망을 단단히 아로새기는 일이다. 이것이 우리가 계속해서 그림을 봐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결국 삶에 관한 이야기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방’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삶의 기록이다.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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