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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128*188*20mm
ISBN13 9791160516449
ISBN10 1160516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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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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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모든 것이 지워진 세상에서 혼자 눈감게 될 모양이라고 정민은 매일 밤 생각했다. 골똘히 생각하며 한숨 쉬다가도 아니야, 그래도 혹시 몰라, 하며 아랫입술을 윗니로 누른 채 머리를 굴렸다. 살아남자. 가능하면 오래. 나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
--- p.10

그날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들은 지구의 대기권 바깥에서 오지 않았다. 세상을 끝낼 절체절명의 위기는, 지난겨울 깊은 바닷속에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 p.11

등탑 창으로 햇살이 비스듬히 쏟아져 내렸다. 조금 전 정민이 서 있던 자리에 빛이 내리쬐는 것을 지켜보던 주주는 그 자리의 온도를 재었다. 그리고 계산했다. 울던 사람이 지나간 자리를 조금쯤 데우는 햇빛에 대해서. 소리 없이 우는 사람의 몸짓에 대해서.
--- p.67

정민은 조용히 짐작했다. 바다 위에서 피아노를 쳤다는 로봇 또한 바다에서 소중한 이를 잃었음을. (…) 멀미 같은 건 느끼지 못할 로봇인데도 뜻밖의 이별 앞에서 오류라도 발생한 것처럼 바로 설 수 없는 때가 있음을.
--- p.70

그리고 지금 정민은 유민을 따라서, 지금은 여기 없는 언니를 따라서 등대를 지키고 있다. 정민을 쉽게 떠날 수 없는 처지로 만든 건 괴생명체뿐만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족쇄는 애도의 이름을 갖고 있는 한편, 책임자의 이름을 지니고 있기도 했다.
--- p.92

“사숙도 등대를 지켜 내고, 여기서 주주랑 같이 되도록 오래 살 거예요.”
어떤 가능성은 느닷없이 살아가는 방식을 바꿔 버린다. 그것이 마음에 들든 탐탁하지 않든 고민하느라 낭비할 시간이 더는 없다.
--- p.107

오늘 사숙도 등대가 바닷길을 밝힐 도구는 무신호지만, 하늘길을 밝히는 건 빛이 될 것이다. 항해하는 이들을 위해 빛을 내던 등대는 이제 비행하는 이들을 위해 불빛을 낼 모든 준비를 끝냈다.
--- p.112

뜻밖에도 나는 언니만큼 바다를 좋아하는 모양이지. 정민은 저도 모르게 실실 웃었다. 그러니 (…)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하는 거겠지. 더 많은 계절 동안 바다를 보기 위해서. 슬퍼하고 서러워하는 일을 끝내고 마침내 다음으로 넘어가려는 결심을 발판 삼아서.
--- p.113

어느 순간 정민은 미간을 찌푸리며 아니야, 하고 중얼거렸다. 파로스가 아니다. 이제는 꺼지고 없는 등대의 불빛은, 정민이 현재 제일 사랑하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사랑할 등대의 불빛이었다.
--- p.125

이제 사랑이든 희망이든 바다 너머에만 있는 게 아니잖아. 여기 찾아왔잖아. 근영의 투정에 정민은 실없게 웃었다. 웃음이 나온다. 지금 여기에 살아서 나는 웃고 있다. 혼자 아닌 셋이서.
--- p.128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벌써 90일째, 정민은 사숙도 등대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바다에서 올라온 괴생명체의 습격과 함께 사라져 버린 언니를 기다리며. 밀려드는 고독감에 바다 건너를 그리워할 무렵, 정민은 해안에서 로봇을 하나 발견하고 작동시킨다. 음성 언어 출력 기능을 상실한 로봇은 모래사장에 글씨를 써 자신의 이름을 알려 준다. ‘주주’. 정민의 곁을 지키며 음악을 들려주는 주주는 점차 정민에게 소중한 존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주주가 수첩에 적은 문장을 보고 정민은 공황에 빠지고 마는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SF를 사랑하는, 소녀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 가슴 뛰는 독자들에게 선물 같은 시리즈 ‘내일의 숲’. 내일을 바라보는 청소년 SF 독자들을 위한 글들이 시리즈 이름처럼 풍성한 숲을 이루길 고대한다.
- 구한나리 (소설가)
‘내일의 숲’ 시리즈는 과학기술의 시대를 살아가는 주체로서의 여성에 주목한다. 사근사근한 로봇 안내원 여성,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친절하고 상냥한 기계 목소리의 비인간화된 여성을 넘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주체로서 인간 여성이 과학기술의 시대와 어떤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어떻게 타자화의 벽을 넘어서야 할지 보여 주는 용기 있는 시리즈다.
- 정보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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