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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산티아고

엄마는 산티아고

: 소녀 같은 엄마와 다 큰 아들의 산티아고 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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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6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38g | 135*195*18mm
ISBN13 9788992533652
ISBN10 899253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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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원대한
느리게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때때로 여행을 다니곤 한다. 스물둘에 월간지 〈PAPER〉 식구가 되어 어느덧 스물일곱, 그 사이 에세이집 〈그날 오후의 커피〉를 썼고, 몇 번의 전시회를 열었다. 비올라를 메고 국군교향악단에 들어갔다가, 제대 후 엄마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에 재학 중이며, 월간 〈PAPER〉와 월간 〈해피투데이〉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글 쓰고 그림을 그린다.
블로그_daehangun.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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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미동도 없다. 낌새가 심상치 않아 다시 쳐다보니 울고 있다. 길이라도 잃은 아이처럼 소리 내어 엉엉.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고 조용해진 성당에 엄마의 울음소리만 남았건만 그치지 않는다. (중략) 그저 멀찌감치 떨어져 엄마가 다 울어버리길 기다렸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이 길이 힘들어서일까. 오래도록 꿈꾸던 길을 걷는다는 게 믿기지 않도록 좋아서일까. 걸으며 마주치는 수많은 삶과 엄마의 삶이 교차하면서 생기는 복잡한 감정일까. 혹시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걸까.
어쨌든 그녀가 다 울 때까지 방해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지켜본 엄마의 모습 중에서 가장 생경했지만 동시에 가장 진솔한 모습이었으니까. 엄마도 이렇게 울 수 있는 사람이니까.
--- p.94 ‘엄마의 눈물’

살면서 또 언제 이렇게 수많은 와인잔과 맥주잔을 부딪을까. 힘든 길을 여기까지 걸어낸 것은 날마다 축제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작은 것을 기념하고 소소한 순간들을 나누며 우리만의 축제를 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집에 돌아가서도 그러고 싶다. 날씨가 좋아서, 누군가가 보고 싶어서, 즐거운 음악을 발견해서, 요리를 했는데 혼자 먹기 아까워서, 혹은 아무 이유 없이도. 그렇게 사소한 축제를 열어보고 싶다. 함께 축제의 나날이고 싶다.
--- p.130 ‘매일매일 축제의 나날들’

엄마의 패턴은 똑같았다. 조금 그리다가 못 그리겠다고 투정부린 후, 독려의 칭찬 몇 마디 정도를 들은 후 조금 더 그려서 완성하고는 ‘멀리서 보니까 예쁘네!’ 식의 마무리. 그렇게 관심이 필요한 엄마의 그림이 한 장씩 늘어나고 있다. 그림들은 엄마가 맘대로 붙인 이름표를 달고서 ‘엄마의 카미노 꽃 도감’이 되어간다. (중략) 일 길을 다 걷고 나면 바르셀로나의 작은 화방에 들러야지. 물감도 사고 수채화 종이도 사고, 엄마와 어울리는 작은 붓도 하나 골라봐야겠다.
--- p.186 ‘엄마가 그림을 그린다’

카미노를 걷는 동안 수도 없이 봤던 낙서 중 하나일 뿐이다. 표지판의 뒷면이나 터널, 굴다리 등 글을 쓸 수 있는 평평한 물체만 나타났다 하면 등장하는 숱한 응원의 메시지와 사랑 고백들. 엄마는 심지어 낙서를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쳤는데 뒤따라 걷던 나는 자리에 멈춰 한참 동안 발을 떼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엄마의 한 발짝 뒤에서 걷는 건 이럴 때 요긴하다. (중략) 나도 이 길이 끝나기 전에, 엄마에게 이 말 하나만은 꼭 하고 싶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엄마와 함께여서 좋았다고. 엄마와 발맞춰 걸어서 더 좋았다고 말이다.
--- p.279 ‘이 말 한마디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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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산티아고〉는, 엄마와 아직 공유하지 못한 밝은 것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함께 걸으라고 종용한다. 무거운 몸 안에서 탄식하며 머무르는 대신, 초목에 새가 앉아 있고, 이파리들이 미풍에 날리며, 태양의 잔영 아래 구름이 하늘을 덮는 세상으로 나아가라고. 어떤 땐 이렇게 대범하게 긴 순례에 나서서, 다다이스트처럼 불현듯 나타나는 사건들을 맞는 게 제일 먼저라고.
이충걸(〈GQ KOREA〉 편집장)
원대한의 산티아고에서는 부드럽고 둥근 바람이 분다. 꽃들의 향기와 새들의 소리와 힘겹지만 따뜻한 마음들이 웅성거린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기적이 있고 축복이 있다. 그것을 찾고 만지고 끌어안는 것은 순례자의 몫이다. 무엇이 닥쳐올지 알 수 없으나, 예를 갖추어 따르는 그 길이 산티아고다. 아들이, 엄마가, 사람이, 산티아고다.
황경신(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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