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4년 09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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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431g | 140*200*17mm |
ISBN13 | 9788954625890 |
ISBN10 | 8954625894 |
발행일 | 2014년 09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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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431g | 140*200*17mm |
ISBN13 | 9788954625890 |
ISBN10 | 8954625894 |
1부 손녀딸, 하루키의 부엌으로 걸어들어가다 그래도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은 날엔 하루키식으로 : 식탁에 선 채 먹는 연어와 찬밥 11 별나도 비뚤어져도 허무해도 괜찮아, 1997년의 하루키 파티 : 창녀의 파스타 17 “나는 타인이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지 않아” 오만과 청승 :겉멋 든 사람들을 위한 칵테일 27 2부 독립적인 여자, 스스로 책임지는 삶 우리에겐 가끔 떼를 쓸 친구들이 필요해 :한여름의 비프스튜, 그리고 글라스에서 얼음이 무너지는 달그락 소리 37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아홉손가락 그녀를 위한 레시피 좋아하는 사람에게 요리로 고백하는 법 45 불어난 체중은 공허함과 불안의 무게 :갓 튀긴 도넛과 커피 47 『양을 쫓는 모험』의 양 사나이를 위한 레시피 요리도, 인생도 어차피 독학할 수밖에 없으니까 56 “사랑이 없으면 세계는 창밖을 스쳐지나가는 바람과 같은 거예요” :햄과 오이와 치즈가 들어간 손녀딸의 샌드위치 59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손녀딸을 위한 레시피 너에겐 세상에서 제일 섹시한 로스트치킨이 어울려 65 슬픔마저 발랄하게 풀려고 노력하는 살아 있는 여자가 만들어주는 요리 : 맑고 심심한 반찬을 곁들인 따뜻한 집밥 69 『상실의 시대』의 하쓰미를 위한 레시피 우아한 왕관을 썼어도 속은 이미 부서져 있을 너에게 78 일단 휴식! 스스로를 느슨하게 풀어버리는 방법 : 육즙 가득한 패티에 양파와 소스를 넉넉히 넣은 진짜 하와이식 햄버거 81 『댄스 댄스 댄스』의 유키를 위한 레시피 네가 행복해지기를, 더 강해지기를, 결국 살아남기를 92 고통과 방해꾼이 가득한 문지방을 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른이 되고 싶은 여자아이의 간식, 몽블랑 95 『1Q84』의 아오마메와 덴고를 위한 레시피 두 사람 앞에 어떤 전쟁터가 펼쳐지더라도 한입 머금을 때만큼은 모든 것을 잊게 하는 각성제 105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인다는 건 :가족적인 음식, 바지락 된장국과 크로켓 109 「패밀리 어페어」의 두 남자를 위한 레시피 가족과 밥 먹는 것이 어색한 모든 이들에게(나를 포함해서) 115 내가 쓴 그 수많은 편지들은, 나의 마음들은 어디로 갔을까 : 아주 보통의 햄버그스테이크 119 무라카미 하루키를 위한 레시피 나는 당신을 읽으며 너무도 행복했고 누구보다 불행했습니다 124 3부 길 위의 만찬, 하루키의 여행법 길 위의 만찬, 하루키의 여행법 131 “좋은 취향이란 이런 거야!” 하루키는 보스턴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말했다 143 글을 쓰기에 가장 좋은 곳은 어디일까 149 하루키의 재즈 다방 ‘피터캣’ 157 하루키가 작가가 된 순간, 진구마에 우체국 163 평범한 사람이 소설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 진구 구장의 2루타 173 “뜨거운 게 나쁜 건 아니잖아” 다카시마야 백화점 179 『상실의 시대』 주인공들의 끝없는 산책길, 요쓰야 185 고베에서 토끼정 크로켓을 만났어 191 4부 음식과 음악 없는 세상은 아무래도 재미가 없다 레스토랑 하루키 205 하루키 누들로드 210 두부 장수를 불러 사 먹는 두부에 관하여 221 영국 요리에 대해 한국 여자가 늘어놓는 조금 긴 변호 227 하루키도 한때 주부였다, 주부생활도 괜찮아 235 편식주의자를 예찬함 243 하루키와 위스키 토크 253 네가 소환되는 그 순간의 음악 261 당신의 BGM은 무엇인가요 269 에필로그 275 |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하면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책장에 있는 그의 책 중에 아무거나 골라 아무 페이지를 펼쳐도 "나는 할 수 없이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양주 올드 크로우 온더록스를 마셨다. 이미 해도 저물어가고 있어 위스키를 마셔도 좋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아스파라거스 통조림을 따서 먹었다. 나는 하얀 아스파라거스를 매우 좋아한다. 아스파라거스를 다 먹고, 훈제 굴을 식빵에 끼워 먹었다. 그리고 두 잔째 위스키를 마셨다.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권 p.143)" 같은 군침 도는 문장이 나오니 말 다 했지 뭐.
하루키 문학 속 음식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하루키 레시피>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제목이 <하루키 레시피>라서 하루키의 작품 속에 나오는 음식을 독자가 직접 만들 수 있도록 레시피를 제공하는 요리책으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저자 차유진은 1997년 대학교 4학년 때 PC통신 하루키 동호회 회원들로부터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나오는 '손녀딸'이라는 닉네임을 하사(?) 받은 이래로 오늘날까지 손녀딸이라는 이름으로 요리를 하고 요리에 대한 글을 쓰는 하루키 마니아. 이 책은 하루키의 작품과 작품 속에 나온 음식에 얽힌 저자의 추억과 감상을 하나하나 써내려간 위로의 에세이다.
저자와는 세대도, 경험도, 하루키 마니아로서의 이력도 다르지만, 같은 작가를 좋아하고 읽은 작품이 겹치다보니 공감가는 대목이 많았다. 이를테면 하루키의 단편집 <빵가게 재습격>에 수록된 <패밀리 어페어>에 나오는 크로켓에 대한 감상. 소설의 주인공인 오빠는 여동생이 약혼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비시수아즈며 스테이크, 감자튀김 같은 고급 요리를 하는 모습이 영 불편하다. 보다 못해 오빠는 모름지기 남자라면 그런 고급 요리보다는 얇게 썬 양배추를 듬뿍 곁들인 크로켓과 바지락 된장국 같은 음식을 더 좋아하는 법이라며 여동생의 화를 돋운다. 하나뿐인 여동생에게 사랑하는 남자가 생긴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을, 작가는 크로켓과 된장국이라는 소박하고도 맛깔나는 음식으로 담백하게 표현했다.
책에는 이밖에도 <노르웨이의 숲>,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양을 쫓는 모험> 등 하루키의 작품에 나오는 요리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이 다채롭게 실려 있다. 3부 '길 위의 만찬, 하루키의 여행법'에는 저자가 직접 하루키의 자취를 좇아 하루키가 경영한 재즈 다방 '피터캣'과 하루키가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원고를 보낸 진구마에 우체국, 하루키가 극찬한 크로켓을 파는 고베 토끼정 등에 가본 여행기가 실려 있으니 하루키 마니아라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하루키 이야기와 더불어, 십여 년 전 평범한 하루키 팬이었던 여대생이 음악 기자에서 요리사, 푸드 칼럼니스트, 작가로 변신하기까지 먹고 살고 사랑하며 성장해온 과정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소설을 읽다보면 가끔, 우적우적 밥을 먹는, 호로록 쫄깃한 면발을 삼키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그들이 먹는 것은 한 끼의 식사일 뿐이지만 요리와 문장이 감칠 맛나게 얽혀 있는 부분은 단순한 허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울림을 준다. 요리에 담긴 삶의 의미 뿐 아니라 그것을 먹고 있는 사람의 마음까지 궁금해진다. 무심코 지나친다면 그것은 단순한 비프스튜, 크로켓, 파스타에 불과하겠지만 한 그릇에 담긴 요리는 소설가의 또 다른 은유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먹는다’는 가장 본능적이고 일상적인 욕구를 통해 소설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하루키를 사랑하는 팬이자 요리사인 작가가 하루키 소설에 나온 음식들로 차려낸 소박한 밥상이라고 할 수있다. <상실의 시대>의 미도리가 차려낸 따뜻한 집밥을 시작으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아홉손가락 그녀가 한여름에 펄펄 끓인 비프스튜까지. 이름만 들어도 먹음직스러운 요리들이 하루키의 문장과 저자의 삶을 한데 아우르며 펼쳐진다.
이 책을 읽다보면 하루키의 소설책을 다시금 펼치며 그 속에 나온 음식들을 맛보고 싶어진다.그리고 어느 누군가를 위해 위로의 요리를 차려 주고 싶다. 하루키를 위해 연두부 샐러드를 차려주고 싶다는 저자처럼 나도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그 사람만을 위한 요리를 한껏 준비해보고 싶다.
비록 작가와 연령대가 살짝 달라서 깊은 공감대를 이루진 못하지만, 나름 뜨겁게 하루키의 문학작품을 좋아했던 1인으로서 이 책을 선택했고, 거의 1년만에야 다 읽어보게 되었다. 다사다난한 일상에 치여서 워커홀릭아닌 워커홀릭의 삶을 살아가다보니 점점 책과는 거리를 두게 된다. 왕성하게 책을 읽던 시절의 욕심에 책을 온라인,오프라인의 경로로 구해서 책장에 쌓아는 두는데, 막상 하는 일은 허구헌날 책등만 쳐다보는 지경이랄까........
하지만, 마침내 1년여의 시간이 흘러 이 책을 다 읽은 소감은 뭐랄까 추억놀이를 한 기분 정도. 나도 변하고, 하루키도 변했단 생각을 해본다. 처음 그의 작품을 접하고, 빠져들고, 종교처럼 멘토처럼 그의 문장을 열렬히 읽고, 흡수해서 내것으로 만들기도 해봤다. 하지만, 결국은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각각의 인생이 있기에 다른 견해를 갖게되고, 어느덧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하는 지금에 이르렀다.
그토록 맹목적으로 좋았고 따르던 그의 과거 작품들이 빛바래고, 낡아보이는 지금의 심정은 사실 서글프기까지 하다.
이 작품의 작가는 나름 다양한 직업군을 경험하고, 요리의 길을 걷는 듯 한데, 하루키를 누구못지 않게 뜨겁게 좋아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결국은 각자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모습이 보여서 담담하고, 쓸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