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프롤로그_ 5월의 꿈, 그 탐색을 시작하며
첫 번째 꿈 나눔_ 꿈은 우리 내면의 진실을 속삭입니다 두 번째 꿈 나눔_ 세상이 나를 짓밟을지라도 꿈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 세 번째 꿈 나눔_ 꿈은 왜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할까요 네 번째 꿈 나눔_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서서히 꿈에 나타납니다 다섯 번째 꿈 나눔_ 마음의 상처는 끄집어낼 때 도리어 가벼워집니다 여섯 번째 꿈 나눔_ 마음의 소리를 듣는 귀가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일곱 번째 꿈 나눔_ 인간은 강한 존재가 아니지만 함께할 때 견딜 수 있습니다 여덟 번째 꿈 나눔_ 자신의 아픔을 다뤄낸 사람이 타인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에필로그_ 5월의 꿈, 그 작업을 매듭지으며 |
고혜경의 다른 상품
|
여러분이 겪은 5·18은 뼈아픈 역사적 사건입니다.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함으로써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이미 그런 활동을 활발히 해오셨고요. 이런 작업은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기에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이 일과 더불어서 여러분 각자가 자신을 위해 해야 하는 일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사회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내 삶이 담보 잡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건은 한 세기가 지나야 진실이 밝혀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영구히 미제로 남아 진실이 묻혀버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역사가 말해줍니다. 정의가 실현되는 날까지 일상의 나날이나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해오신 작업은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그러나 진실이 밝혀지는 일과 나란히 여러분 자신의 삶도 건강하고 충만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 이 일은 궁극적으로는 각자 자신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세상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습니다. --- p.38~39 왜 악몽을 꾸는 걸까요? 심리학자들은 악몽이 시급한 메시지가 있다는 119 ‘삐뽀삐뽀 사이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마음속에 시급한 문제가 있는데 잠만 쿨쿨 자고 있으면 빨간 사이렌이 돌아갑니다. 일반적인 꿈보다는 악몽이 훨씬 잘 기억되잖아요. 그 메시지가 굉장히 중요하기에 무의식은 악몽의 형태로 우리에게 전달을 하고, 사람들은 이를 쉽게 잊지 못하면서 기억을 더 잘할 수 있습니다.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악몽이 ‘나쁜 꿈’이 아니고 더욱이 여러분을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119 사이렌은 모든 걸 다 제치고 여기에 주목해달라, 그리고 어서 빨리 치료를 하자는 뜻입니다. 30년 이상을 밤마다 사이렌 울리는 응급 상황이었다면 얼마나 기력을 소진하셨을까요? 상황은 응급인데 수술로 이어지지는 않는 상태가 지속된 겁니다. --- p.43 가위에서 벗어날 힘이 내 안에 있어요. 마비가 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건 내 안에 마비를 풀 힘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꿈 상황을 기억하는 것이고요. 고통이나 두려움에 압도당하면 그 사실을 잊게 되지요. 5·18 때 고문당한 분들 아니면 이와 유사한 극한상황에 처해서 그 뒤에 트라우마를 앓는 분들이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이것 같아요. 인간은 절대 무력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이 무력했다면 지금까지 살아 계시지 못할 거예요. --- p.119 우리가 누군가의 꿈을 가지고 작업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그 사람 입장이 되어보는 거지요.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손쉽게 자기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재단하며 지냅니다. 하지만 정말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고 그 느낌, 그 아픔을 겪어보는 데서 공감이 일어나요. (……) 자비심이 거창한 게 아니에요. ‘내 꿈이라면’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보면’, 바로 이게 자비심의 실현이에요. --- p.154~155 내면의 일이든 외적인 일이든 성숙한 사람에게는 남성적인 방식과 여성적인 방식이 모두 필요합니다. 사람들을 이끄는 단호한 결단이나 빠른 판단, 강한 추진력도 필요하고요. 다른 사람의 의견과 생각을 귀담아듣고 수용하면서 전체 상황을 예민하게 파악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친절하고 넓은 마음도 필요하지요. 전자만큼이나 후자도 중요해요. 남성적인 방식으로 슬픔이나 아픔 같은 감정을 다루다 보면 이걸 결 곱게 보듬어내지 못한 채 대범하게 넘어가야 한다고 무시하기도 해요. 이건 가부장 사회에 익숙하고 팽배한 방식이지요. --- p.160~161 모두가 분노나 공격성이란 감정을 불편해하지만, 분노하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분노했기 때문에 뭔가를 하려고 끊임없이 애쓰는 거예요. 분노란 없애려고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다 경험해보셨지요. 의로운 분노를 하고 이걸 제대로 쓸 자리를 찾는 것이 성숙한 사람이 할 일이에요. --- p.178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은, 우리 마음속에 박혀 있는 상처의 파편들을 끄집어내고 이 때문에 혼란스러운 마음을 청소하는 일입니다. 이 작업을 잘 해낼 때 비로소 창의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거예요. 상처를 덮자는 말, 많이 하지요. 그런데 덮는 전략은 지불할 대가가 없을 것 같으세요? 덮고 부인하는 데도 엄청난 에너지를 써야 해요. 이건 생산적으로 에너지를 쓰는 방식이 아닙니다. 용만 쓰지 달라지는 건 없어요. 그러니 어차피 힘들 바에야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쓰는 게 장기적으로 득이 되지 않겠어요? 한번 제대로 하면 그 뒤는 훨씬 순리대로 살 수 있어요. 쉬워서 이 일을 하자는 게 아닙니다. 쉬우면 누구든 다 할 수 있게요. 비록 이 작업이 힘들겠지만, 그렇더라도 우리 보람 있게 힘듭시다. --- p.188 자기 꿈을 들여다볼 때의 맹점이 많아요. 꿈은 무의식의 언어를 쓰는데 자기 꿈을 보다 보면 의식의 차원에서 꿈의 메시지를 읽는 경우가 종종 생기지요. 하지만 꿈을 함께 나누면 여럿이 서로 다른 눈으로 한 꿈을 보게 되니 다른 시각, 다른 경험, 다른 통찰과 만나게 되고, 이게 꿈꾼 사람에게 도움을 줍니다. --- p.224 |
|
꿈으로 나누는 대화, 그룹투사 꿈작업의 힘
오랜 상처는 잠조차도 괴롭게 만들었다. 이번 꿈작업의 1차적인 목표는 참여자들을 악몽을 비롯한 다양한 수면 장애 증상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악몽은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 나타나는 걸까?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무의식이 시급히 전해야 할 메시지가 있다는 ‘삐뽀삐뽀 119’ 사이렌이자 내면서에 참혹했던 현실을 다뤄내려는 신호이다. 그 메시지를 읽어낼 때, 꿈은 달라진다. 악몽도 바뀐다. 무의식이 사무치게 말하고 싶어하는 그 메시지들을, 이들 ‘5월의 꿈’ 그룹은 하나씩 꿈의 언어를 익혀가면서 암호를 해독하듯 풀어나간다. 그런데 이들이 막무가내로 끔찍한 꿈들만 꾸는 건 아니었다. 온갖 고난을 겪고 돌아와 여인을 만나는 ‘광주 오디세이’ 같은 꿈도 있고, 상상만 해도 흐뭇한 이상향이 선연하게 펼쳐지는 꿈도 있었다. 인간 내면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고 따스하면서도 냉철함이 엿보이는 꿈도 여럿이었다. 물론 황당무계하고 유치찬란하며 기상천외한 꿈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그런 꿈을 종종 꾸지 않는가?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누군가를 죽이기도 하고 무언가에게 쫓기기도 하고 높은 데서 훌쩍 뛰어내리기도 하고 말이다. 이번 작업에 등장하는 수많은 꿈들은 이야기 자체로도 흥미진진하다. 꿈작업가 고혜경은 이러한 꿈들을 두고 ‘오월의 꿈’ 그룹과 대화하면서 리더로서 그 꿈들에 투사를 해나간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꿈 분석은 낯설지만,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인간의 무의식 연구에 초석을 놓았던 프로이트와 융은 무의식에 접근하기 위해 꿈 분석을 가장 주요한 방법론으로 사용했다.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살아 있는 가장 경험 많고 통찰력 뛰어난 꿈 탐험가’로 불리는 제러미 테일러는, 1960년대에 미국에서 그룹투사 꿈작업의 모델을 만들었다. 그는 성직자를 비롯해 베트남 참전 군인, 난민, 성소수자, 사회운동가, 노숙자, 범죄자 등 다양한 집단과 꿈을 통해 만나면서 집단 의식을 연구해온 학자이다. 그룹투사 꿈작업은, 여럿이 함께 각자의 꿈을 나누면서 다른 사람의 꿈을 ‘내 꿈이라면’이라는 일인칭으로 접근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즉 이 작업은 타인의 꿈을 각자 투사하면서도 그것을 해석하고 평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그것을 일인칭의 고백적 진술로 풀어냄으로써 꿈에 접근한다. 이런 면에서 그룹투사 꿈작업은 타인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자기 기준으로 상대방을 재단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봄으로써 이해와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다. 또한 이 작업은 자기 꿈을 들여다볼 때의 맹점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꿈은 무의식의 언어를 사용하는데, 자기 꿈을 보다 보면 의식의 차원에서 꿈의 메시지를 읽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하지만 꿈을 함께 나누면 여럿이 서로 다른 눈으로 한 꿈을 바라보기 때문에 다른 시각, 다른 경험, 다른 통찰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 덕분에 그룹투사 꿈작업은 내면에 대한 객관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시각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5월의 꿈’ 그룹의 리더로서 고혜경은 자신의 스승인 제러미 테일러의 모델을 기반으로 삼으면서 10여 년간 한국에서 해왔던 다양한 꿈작업의 경험을 이번 작업에 한껏 녹여냈다. 또한 민담과 전설, 신화 등 인류의 보편적인 이야기에 대한 깊은 이해까지 접목되어서 인간의 꿈속에 들어 있는 원형성에 다가가는 투사를 엿볼 수 있다. 서양 심리학자들의 책을 통해 꿈의 이론과 사례는 수차례 소개되었으나 한국인의 꿈을 살펴본 경우는 많지 않다. 또한 실제로 자신의 꿈을 들여다볼 때는 독해의 벽에 부딪치는 이들이 많은데, 이 책에 등장하는 수십여 개의 꿈들과 그 투사 작업은 실제로 우리의 꿈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에 대한 훌륭한 선례가 될 것이다. 1980년에 멈춰버린 광주의 트라우마 들여다보기 한편 이번 작업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 트라우마를 꿈을 통해 접근해보는 시도이기도 하다. 우리는 한국전쟁 전후만 하더라도 제주 4·3 사건, 보도연맹 사건, 거창 양민학살 사건 등 집단 트라우마를 양산하는 사건들을 여럿 겪어왔다. 5·18 민주화항쟁 역시 한국 현대사에 놓여 있는 역사적 비극 가운데 하나일 터. 하지만 한국 사회는 우리의 역사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집단 트라우마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비로소 크나큰 사건을 겪은 당사자들에 대한 심리적 지원 문제가 사회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지만, 아직 그 기틀을 마련하진 못하고 있다. 베트남전 이후 참전 군인들의 증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트라우마’라는 말이 현실에서 자주 사용되긴 하지만 이를 넘어서는 작업은 미진한 것이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함으로써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와 함께 사건 당사자들이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사는 것 또한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사회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자신의 삶을 담보 잡혀 있어야 한다면, 머나먼 미래에 진실이 밝혀지거나 심지어 영구히 미제로 남아 진실이 묻혀버리는 사건의 경우에는 당사자들이 삶을 회복할 수 있는 여지가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트라우마는 갑작스레 삶에 닥쳐온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빠르고 센 충격이 가해질 때 일어난다. 그 상황, 그 순간에 가해지는 압도적인 충격이 처리되지 못한 채 몸에 가둬지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할 수 없기에 안전에 대한 감각도 사라진다. 그렇게 트라우마를 앓는 사람들은 그 사건에 매몰되어 현재를 살아간다. 하지만 트라우마란 그날 그 사건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각자의 신경계에 있다.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신경계 안에 갇힌 에너지를 풀어내고, 과거를 직면하되 그것을 현재와 분리해낼 때 비로소 바로 지금의 삶을 영위하는 자리를 만들어갈 수 있다. 물론 끔찍한 과거를 직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사회적 트라우마의 경우는 당사자가 사건과 관련한 사회적 분위기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더더욱 심한 장벽에 부딪치곤 하며,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데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과거의 고통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것을 끊어내기 위해 감행한 ‘5월의 꿈’ 그룹의 꿈 여행은, 이러한 측면에서 기나긴 여정을 거쳐 지금의 삶과 내면의 힘을 복원해내는 과정을 그려내는 한 편의 모험처럼 펼쳐진다. 마치 훌륭한 예술 작품이 고통의 찰나를 드러내 보여주지만 그것을 감싸안는 힘 또한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그렇게 억울한 마음, 가눌 수 없는 생각, 벗어날 수 없다는 자괴감에 시달리던 이들이 디딘 첫 발걸음의 기록이다. 작지만 소중한 한 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