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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하필이면 왜?
-「비 온다」 외 10편 <제2부> 미루나무 너도 들었지 -「깨진 거울 조각」 외 10편 <제3부> 문 열어라 똑 똑 똑 -「푸른 트럭을 끌고 다니는 아버지」 외 11편 <제4부> 전학 온 다음 날 -「아버지의 가방」 외 11편 <제5부> 외계인은 어떻게 말할까? -「이삿짐만 봐도」 외 10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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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이 판사님 앞에 섰습니다.’
이렇게 느닷없는 말로 동시 한 편이 시작된다. 그러고는 ‘-저 텔레비전 때문이에요, 우리 가족이 벙어리가 된 건.’이라는 원고측의 짧은 고소문. 그러자 누가 심문할 새도 없이 피고인 텔레비전의 호소가 주절주절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아이는 만화에 푹 빠져 있고/ 드라마에 취해 집안일도 못 하는 엄마/ 뉴스, 스포츠 보다 말할 시간도 없이/ 곯아떨어지는 아빠’를 다 제 잘못으로 돌리며 자신의 죄를 순순히 인정한 텔레비전은 스스로 변론에 들어간다. 사실 저도 쉬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꼬박꼬박 휴일에 일요일까지 챙기지만 전 밤늦도록 윙윙대며 떠들어야 합니다. 옛날이 좋았습니다 마당에 멍석 깔고 동네 사람들 다 같이 보던 시절 내가 조금만 웃겨도 손뼉 치며 깔깔대고 조금만 슬퍼도 금방 눈물짓던 그 땐 정겨운 소식도 참 많았는데, 갈수록 더 웃겨야 하고 더 무서워져야 하고 더 끔찍해져야 하고 더 새로워져야 하고…… 사람들 입맛에 맞춰 살아가는 제 자신이 저도 싫습니다.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절 왜 태어나게 했나요? --- p.58-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