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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행복한 시절 7
6부 동지에게 299 7부 리스페너드 스트리트 403 감사의 말 429 옮긴이의 말 431 |
저한야 야나기하라
관심작가 알림신청Hanya Yanagi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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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인생이 그에게 용서해달라고 빌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인생을 원망하지 않도록 온갖 아름답고 근사하고 바라던 물건들로 그를 질식시키고 있는 것 같았다.
--- p.203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엾은 사람들, 자기도 모르는,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다 감싸 안는 것 같은 슬픔이었다. 매일매일이 너무나 힘들 때에도, 상황이 너무나 비참할 때에도, 사방에서 사람들이 살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생각하면 느끼게 되는 경탄과 경외심이 뒤섞인 그런 슬픔이었다. 인생이란 너무 슬프구나. --- p.289 |
“감히, 생의 어둠을 마주한 소설”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은 한 남자의 삶 “쓰레기봉지 안에 달걀껍질과 비실해진 양상추, 상한 스파게티, 그리고 네가 있었지.” _본문 중에서 대학 동창인 네 친구 윌럼, 맬컴, 제이비, 주드는 각자의 꿈을 안고 뉴욕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윌럼은 배우, 맬컴은 건축가, 제이비는 화가이고, 주인공인 주드는 고통으로 가득 찬 비밀스러운 과거가 있는 변호사다. 주드는 잘생긴 외모와 비상한 머리에도 불구하고 대학 시절부터 비밀투성이에 자존감이 낮았지만 친구들은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며 사랑한다. 친구들은 주드가 왜 다리를 저는지, 팔과 등에 상처는 왜 끊이지 않으며, 어려서는 어떻게 살았고 가족은 있는지 등 그에 대해 모르는 게 많지만 주드가 불편해하기 때문에 묻지 않는다. 사실 주드는 태어나자마자 쓰기레봉지에 담겨 버려졌고, 수도원에서 자라는 동안 끔찍한 학대를 당했다. 아홉 살 때 한 수사와 함께 수도원을 도망쳐 나오지만, 그를 기다리는 바깥세상은 수도원보다 더욱 끔찍하기만 했다. 그러다 십대 후반 어느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대학에 들어간 뒤에는 “마치 인생이 그에게 용서해달라고 빌고 있는” 것처럼 끔찍했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삶이 펼쳐졌다.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믿을 수 없는 행복을 마주한 주드. 하지만 한 번도 자신의 것이라 여겨본 적 없는 행복이 커져갈수록 과거의 기억 또한 점점 또렷해지며 현재의 그를 비난하고 조롱한다. 과거의 불행과 현재의 행복 사이의 낙차가 클수록 그는 자신의 생이 견디기 어렵다. 생의 지옥은 어디까지이며 생의 행복은 어디까지일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부당함을 넘어서려 했던 남자, 살아내기 위해 스스로를 파괴해야 했던 한 남자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한 가닥 희망의 가능성마저 거부하며 생의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예측을 거부하며 세상을 도발하는 작가 한야 야나기하라 “네 남자의 이야기 속에 삶의 고통과 공포와 사랑 모두를 담아내고 싶었다.” _한야 야나기하라 비평가들이 “잔인한 걸작”이라고 찬사를 보내는 《리틀 라이프》는 마지막까지 예측을 거부하며 거듭 충격을 안겨주지만, 쉽게 예측할 수 없기로는 작가 한야 야나기하라 또한 마찬가지다. 맨부커상 최종후보까지 오른 작가로는 드물게 야나기하라는 전업작가가 아니며, 단순히 생계를 위해 부업을 유지하는 작가도 아니다. 야나기하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급 여행 잡지 《콘데나스트 트래블러》에서 일했고, 지금은 《T: 뉴욕타임스 스타일 매거진》의 부편집장으로 있다. 한 인간의 생의 어둠을 끝 간 데까지 파고든 작품으로 화제를 몰고 온 작가치고는 화려한 이력이다. 작가 약력에는 자신을 “뉴요커”로만 소개해,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작가라는 복잡한 정체성들을 모두 걷어낸다. “본업을 갖는 것은 창작할 시간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더 창의적인 예술가가 될 자유를 준다”라고 말하는 야나기하라는 자신의 두 번째 소설 《리틀 라이프》 역시 잡지사를 다니는 동안 주중에는 세 시간씩, 주말에는 여섯 시간씩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작품을 썼고, 그 결과 18개월 만에 대작을 완성했다. 천 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보더라도 놀라운 창작력이지만, 그 천 페이지가 무색하도록 엄청난 흡인력으로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 또한 대단한 성취가 아닐 수 없다. 스스로 “주로 밤에 집필을 하면서 이 어두운 세계에 파묻힐수록 다음 날 출근을 한다는 사실에 안도했다”고 말할 만큼 묵직한 울림을 주는 이 소설을 통해 야나기하라는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작가에게 흔히 기대할 법한 소재들과는 어떠한 접점도 없는 독창적인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냈다. “고통스럽거나, 혹은 기쁘거나” 눈을 뗄 수 없는 한 남자의 얼굴 《리틀 라이프》의 표지에 쓰인 인물 사진은 유명한 미국의 사진작가 ‘피터 후자’의 작품으로, 야나기하라는 처음부터 이 사진을 표지 이미지로 염두에 두었다고 전해진다. 피터 후자는 소외된 사람들의 고통과 고독,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특유의 섬세하고 애잔한 시선으로 담아낸 흑백 초상 사진들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사진 속의 가차 없고 무력한 어떤 것이 내 소설 속 인물인 주드와 윌럼을 떠올리게 했다”는 야나기하라의 말처럼 힘겹게 울음을 참는 듯한 남자의 얼굴은 소설 속 주인공의 인생과 맞닿아 있어, 이 사진을 염두에 둔 작가의 의도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사진의 제목 때문에(역설적이게도 작품의 제목은 [절정에 달한 남자(Orgasmic Man)]다) 출판사 측에서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 “이 남자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인지 기뻐하는 것인지”의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기자는 야나기하라의 말에 동의했고, 그 결과 한국을 비롯한 스페인, 네덜란드, 스웨덴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저 ‘우는 남자’의 얼굴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