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6년 10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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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16쪽 | 664g | 145*210*35mm |
ISBN13 | 9788934973232 |
ISBN10 | 8934973234 |
발행일 | 2016년 10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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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16쪽 | 664g | 145*210*35mm |
ISBN13 | 9788934973232 |
ISBN10 | 8934973234 |
해제_ 여자의 아름다움은 왜 존재하는가 들어가는 말 1장 아름다움의 신화 : 여성을 통제하는 아름다움이라는 이데올로기 아름다움에 짓눌린 여성 여성을 둘러싼 수많은 허구의 등장 철의 여인이라는 환각 2장 일 : 권력으로의 접근을 막기 위한 수많은 경제적 불의 권력구조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 직업에 필요한 아름다움이라는 자격 조건 PBQ의 배경 법이 아름다움의 반격을 떠받치다 PBQ의 사회적 결과 3장 문화 : 화려함 속에 숨겨진 우리 문화의 이중성 여성 영웅의 모순적 이미지 여성지 새 물결의 여성지 잡지의 위기와 포르노의 위력 검열 4장 종교 : 여성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새로운 종교의 탄생 아름다움의 의식 새로운 종교의 구조 새로운 종교의 사회적 영향 5장 섹스 : 남성은 지배하고 여성은 복종하는 정형화된 행동 패턴 피부보다 깊숙이 아름다움의 포르노와 사도마조히즘 그것은 어떤 작용을 하는가 성 전쟁: 이익과 글래머 실례 여성의 성을 억압하는 법 젊은이의 성: 완전히 변했는가 사랑에 나쁜 아름다움 남성 6장 굶주림 : 여성은 왜 죄책감을 느끼고 굶주려야 하는가 아주 쉽다 세 번째 물결: 얼어붙은 움직임 거식증과 포르노 세대 길에서 벗어나 7장 폭력 : 온갖 수술도구로 우리 몸을 학대해야 하는 현실 걸어 다니는 부상자 건강 제도화된 재분류 건강이 건강에 좋을까 돈벌이 윤리 안전장치 성기수술 무감각 고통 선택 성형수술의 미래 우생학 철의 여인이 탈주하다 8장 아름다움의 신화를 넘어서 :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말하는 것 비난 페미니즘의 세 번째 물결 세대 간 협력 분할 정복 감사의 말 미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
페미니즘의 고전이라는 소개를 보고 들인 책이다. 총 8장으로 구성되었는데 1장은 아름다움이 어떻게 여성을 옥죄는 이데올로기가 되었는지 설명하며 2장~7장은 일, 문화, 종교, 섹스, 굶주림, 폭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실제 아름다움이 이데올로기로서 여성에게 행사하는 영향을 보여준다. 마지막 8장은 아름다움이란 신화를 넘어서고 나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이다. 각 장의 내용을 개략 살펴보면서 책을 소개한다.
1장 아름다움의 신화
페미니즘의 두 번째 물결을 통해 여성이 가정이라는 여성의 신비에서 벗어나자, 아름다움이라는 신화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p.31)는 고발로 울프는 시작한다. 이 이데올로기가 페미니즘이 여성에게 한 좋은 것들을 은밀하게 무력화한다면서.
남성이 장악한 세상은 아름다움이란 특성이 객관적, 보편적으로 존재하며 아름다운 여성을 차지하기 위해 남성이 다툴 것이므로 성 선택의 측면에서 피할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요소라고 말한다. 그러나 울프는 단호하고 통렬하게 이런 주장을 반박한다. “아름다움”은 금본위제 같은 통화체계다. 모든 경제와 마찬가지로 이것도 정치에 의해 결정되며, 현대 서양에서는 그것이 남성의 지배를 온존시키는 마지막 남은 가장 좋은 신념 체계다. 문화적으로 강요된 신체 기준에 따라 여성의 가치를 매겨 수직으로 줄을 세운다는 점에서 이는 권력관계의 표현이며, 이러한 권력관계 속에서 여성은 그동안 남성이 전용해온 자원을 놓고 싸워야 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아름다움”은 보편적이거나 변함없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움”은 진화와 상관관계도 없다. 아름다움의 신화를 정당화하는 역사적/생물학적 근거는 없다. 오늘날 아름다움의 신화가 여성을 제약하는 것은 권력구조와 경제, 문화가 여성에게 반격을 가할 필요에 의한 것이지 결코 그보다 숭고한 목적에서 온 것이 아니다. 아름다움의 신화는 절대 여성에 관한 것이 아니다. 남성의 제도와 그에 따른 권력에 관한 것이다. (p.33~36 내용 중)
아름다움은 객관화하기 어려운 부분으로서 그 여부는 누군가의 승인 또는 동의에 기반한다. 결국 여성의 정체성을 아름다움이라는 모호함으로 정의하면 여성은 계속 외부의 승인/동의를 요하는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울프의 주장은 요즘 말로 뼈를 때린다. 그런데 이 주장은 모두 생물학, 인류학, 진화론의 연구 성과에 기초한다.
2장 일
여성운동을 통해 여성이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노동시장에 뛰어들고 권력에 접근할 권리를 요구하자 권력구조가 아름다움의 신화를 이용해 여성의 진출을 가로막기 시작한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적은 급여를 받으면서도 더 많은 성과를 내고 있었다. 따라서 이런 차별/방해는 여성이 일을 잘하지 못할 거라는 인식 때문이 아니라 지금처럼 두 배나 더 잘할 거라는 인식 때문(p.49)에 생긴 것이다.
울프는 자신이 명명한 PBQ(Professional Beauty Qualification, 직업에 필요한 아름다움이라는 자격 조건)는 여성의 고용과 승진 조건으로 폭넓게 제도화되고 있음을 밝힌다. 남성에게는 요구되지 않는 사항이다. 그럼으로써 여성스러우면 여성스러운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남성 권력자가 불이익을 주는 상황이 보편적으로 발생한다. PBQ는 여성의 낮은 급여를 정당화하고 여성을 물리적/심리적으로 빈곤하게 하며 쉽게 지치게 만드는 등 여성이 뒤처지도록 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3장 문화
여성은 세상에 본받을 만한 역할모델이 거의 없어, 이를 영화와 화려한 잡지에서 찾는다(P.103). 미술 영역에서 잘 알려진 여성 화가가 드문 것처럼 모든 영역에서 여성 진출이 배제되거나 제한된 관계로 여성 역할모델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여성은 아름다움으로만 평가되기 때문에 문화 권력은 남성의 손에 남게 된다.
여성 잡지는 주체로서의 여성에게 필요한 내용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여성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전달하는 도구이다. 광고주 ― 이들이 남성임은 뻔한 사실이다 ― 가 요구하는 바를 미화해서 전파함으로써 여성의 감각을 무디게 하고 이상한 길로 이끈다. 현대적 형태의 아름다움의 신화는 여성의 신비를 대신하기 위해, 여성 혁명으로 경제적 위기에 처한 잡지와 광고주들을 구하기 위해 생겨났다(p.115) 포르노그라피에 가까운 광고가 등장하고 그런 광고 속에 등장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일반화하는 일이 성행한다.
4장 종교
아름다움이라는 이름의 교회는 전통 종교가 행사하던 권위를 대신하고 있다. 전통 종교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는 남성조차 아름다움을 신조처럼 받아들이며 모든 남성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평가할 권위를 행사한다. 남성은 어떤 여성이든 그 아름다움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만 자신에게는 판단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신이 내린 권리로 여긴다. 그리고 그런 권리가 남성 문화에 그렇게 중요한 권리가 된 것은, 예전에 존재하던 남성의 특권 가운데 지금도 검토되지 않고 온전히 남은 유일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신이나 자연 또는 어떤 절대적 권위자가 모든 여성에게 행사하도록 모든 남성에게 주었다고 일반적으로 믿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p.147)
아름다움은 성스러워 여성은 이를 얻어야 한다는 믿음을 주입하며 종교의 기능을 대신하는 정도에 이르렀다. 여성의 일상 속에 속속들이 스며든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새로운 종교는 여성의 내면에 스스로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경찰을 집어넣어, 대개는 옛 종교들보다 여성을 단속하는 일을 잘해냈다(p.150).
이 장에서는 그리스도교의 여러 도그마가 아름다움이란 종교의 구조와 어떻게 상응하는지도 보여준다. 기존의 텍스트와 교리가 여성을 억압하는 도구로 작동했던 방식을 이해할 수 있고 새로운 종교가 그 방식들을 어떻게 차용해서 여성을 옥죄는지 실상을 볼 수 있다. 성 혁명을 통해 여성이 성적으로 자유로워지자 성욕을 금기시하던 논리가 식욕을 금기시하는 논리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등장한다.
화장품, 미용 성형 등이 어떻게 여성을 압박하고 자존감을 떨어트리는지에 대한 글쓴이의 주장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이들 산업 역시 종교처럼 여성들에게 죄의식을 불어넣고 죄 갚음을 하라고 종용하고 스며든다. 아름다움이라는 의식은 여성이 스스로를 두려워하게 만듦으로써 정치적으로 조용해지게 만드는 결과를 빚는다.
5장 섹스
페미니즘의 두 번째 물결이 밀려와 성 혁명이 일어나자 동시에 그에 대한 반격으로 아름다움의 신화가 여성을 강타했고, 그 결과 여성의 진정한 성에 대한 광범위한 억압이 일어났다(p.216). 현대에서는 포르노와 폭력적인 성 이미지가 폭증하고 강간 문화가 확산된다. 벌거벗은 남성은 안 되지만 벌거벗은 여성은 잡지와 영화 등에서 소비되는 행태가 공공연하게 벌어진다. 이로 인해 남성의 성적 자신감은 보호하고 여성은 무너트리도록 이미지가 작동한다. 여성은 신체에 대한 자부심이 떨어지고 자신을 낮게 바라보게 된다.
6장 굶주림
이 장의 첫 부분은 체중 감량 열품과 거식증으로 인해 음식을 멀리하는 이를 남성으로 변형해서 이런 현상의 문제점을 짚는 일종의 미러링을 행한다. 이 부분을 보면 주로 여성에게 요구되는 체중 감량의 차별성을 명확히 인식하게 된다. 거식증은 사망률이 가장 높은 정신병 중 하나이기도 하다.
수많은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일상화하고 있는데 급격하게 체중을 줄이기 위해 극도로 음식 섭취를 줄이는 방식을 택한다. 그런 급격한 몸무게 변동은 여성에게 새로운 형태의 낮은 자존감과 통제력 상실, 성적 수치심을 가져다준다(p.299). 다이어트를 할 때 섭취하는 칼로리 수준이 나치 수용소에 갇혀 굶주리던 사람들의 칼로리 섭취 수준보다 낮다는 데이터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음식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상징하는데 아름다움을 위해 여성이 남성과 같은 음식을 먹게 되지 못함으로써 남성과 같은 지위를 누리지 못하는 문제점도 야기한다. 남성들이 공유하는 바를 같이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 마른 여성을 아름답다고 추켜세우는 것은 남성들이 구축해놓은 세상에 발을 들이는 여성을 제한하려는 정치 의도가 숨겨져 있다. 여성이 권력의 자리에 가더라도 그 여성은 이미 부드럽게 가공되어 여성성이 제거된 상태이므로 남성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7장 폭력
이 장은 미용성형수술의 문제점을 다룬다.
1960년대 이후 서양 대부분의 나라에서 피임약 판매와 낙태가 합법화되면서 여성의 고통은 준다. 사라진 그 고통의 자리를 아름다움이 메운다. 미용성형수술 산업은 정상인 건강한 여성의 심리와 욕망, 충동을 병적인 것으로 정의하는 고대의 의학적 태도를 넘겨받았다(p.352). 그리하여 여성의 몸은 온갖 문제를 안고 있으며 돈을 들여 치료해야 한다고 사회적 압력을 가한다.
남성이 나이 들면서 생기는 주름 등에 대해서는 권위가 쌓였다고 하면서 같은 현상을 겪는 여성에게는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위협으로 필요하지 않은 성형수술을 하도록 부추긴다. 여성의 모든 게 추하다는 관점이 은밀하게 적용된다. 대부분 남성들인 성형외과 의사들은 여성들로부터 돈을 뽑아내 그들의 주머니를 채운다. 남성의 부는 늘고 안 그래도 상대적으로 빈약한 여성의 부는 준다.
8장 아름다움의 신화를 넘어서
아름다움의 신화가 무너지면 여성의 완전한 해방은 이루어질까? 아마도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등장해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다시 여성을 옭아맬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지금까지 여성을 억압한 이데올로기들의 등장처럼. 하지만 매번 그런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면서 여성은 전진해왔다. 울프가 아름다움이란 이데올로기의 민낯을 드러내고 변화를 촉진한 것처럼, 여성의 발목을 잡는 다른 이데올로기들이 나타난다고 해도 이를 깨트릴 역량이 축적되어있다면 그런 올가미는 다시 끊어버릴 수 있으리라.
한 세대 전에 저메인 그리어가 여성에게 “무엇을 하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래서 여성이 한 것이 지난 사반세기 동안 사회에 엄청남 변화를 가져온 혁명을 낳았다. 여성 개인으로서, 전체 여성으로서, 이 행성에 사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는 우리가 거울을 볼 때 무엇을 본 것인가에 달려있다. 여성이여, 무엇을 보겠는가? (p.458)
거의 매 쪽마다 줄을 쳐가며 읽게 되었다. 그야말로 놀라운 내용으로 가득 차있다. 생각이 깨인다. 이 책을 페미니즘의 고전이라고 하는 바에 대해 적극 공감하게 된다. 많은 분들이 읽고 현대 사회의 권력과 시스템이 만들어낸 여성의 아름다움이란 부조리한 관념을 깨는데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 책은 여성분들이 더 많이 리뷰를 남겨야 할 것 같다. 나 같은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훨씬 잘 이해하고 책의 의미를 짚어내실 수 있으리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 리뷰를 보면서 또 배우는 게 있으리라 여긴다. 게다가 이 리뷰는 너무도 부족하므로 꼭 책을 읽고 울프의 얘기를 들어보아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책이지만 몇 가지 약점이 있다. 특히 한국어화하면서 생긴 문제점들은 조속히 보완되어야 한다. (이 약점 때문에 편집/구성의 평점을 낮춘다)
1. 번역이 매끄럽지 않다. 자연스럽게 읽히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서 세부 이해에 어려움을 준다.
2. 책 앞에 붙은, 남성이 쓴 해제는 왜 달았는지 모르겠다. 남성이 써서 문제라는 게 아니라 내용 자체가 황당하기 때문이다. 이 해제는 삭제해야 한다. SNS에서 이 해제를 찢어버렸다는 글을 본 바도 있다.
민주주의가 가장 위기를 겪는 시기는 언제일까. 그것은 당연히 민주주의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독재자가 정권을 잡았을 때이다. 하지만 명백한 공격의 대상이 존재할 때는 그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동력이 결집된다. 오히려 민주주의를 표방한 위정자가 집권 했을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는다. 시민들은 이 정도면 민주화가 됐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민주화 운동의 명분을 지지하지 않으므로, 민주화는 완성되지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로 부유한다.
같은 논리로 페미니즘이 가장 약화되는 시기는 언제일까. 그것은 여성의 인권이라는 개념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남녀평등이 충분히 이뤄졌다는 생각이 대체적으로 퍼져있을 때가 아닐까. 페미니즘은 세 번의 큰 물결을 일으키며 여성인권의 변혁을 주도했다. 1920년대와 60년대를 거쳐 지금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세 번째 물결 페미니즘의 시대에까지 이르렀다. 거의 백년에 이르렀으니 이제 제법 여성의 인권은 모양새를 갖췄다고 생각하기에 적절한 시기이다. 과연 그럴까. 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운 정권에서 민주화 운동이 무력화되듯이, 남녀평등의 가치가 사회전면에 등장하면서 페미니즘 운동은 편견과 오해 속에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1991년 출판된 이 책을 지금 펴내는 이유는 아마도 세 번째 페미니즘 운동이 왜 시작되었는지에서 접근하면, 왜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여전히 약자인지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접근한다면 일부에서 일고 있는 의심과 오해에 대해 논리적 접근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저자가 주목하는 여성 해방의 유일한 해결책은 '아름다움'으로부터 여성이 해방되는 것이다. 왜 '아름다움'으로부터 여성 해방이 시작되는 것일까. 우리는 아름다움은 여성들의 본능이며, 이를 선호하는 남성의 기호는 진화론적이고 생물학적으로 설명 가능하다고 배워왔었다. 저자는 과거의 여성인권신장 운동의 결과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면서 바로 아름다움의 신화가 등장했다고 주장한다. 여성이 남성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얻자 남성 중심의 기득권 세력은 여성의 아름다움과 성적 판타지를 과장하여 여성을 옭아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이 그저 기준을 정한다고 정해지는 것인가 아니면 이데아처럼 불변의 가치인가가 중요해진다. 아름다움은 얼마나 자의적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굳이 몇십 년을 거슬러가지 않고 불과 15년 전만해도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계란형이었다. 그것은 그 시대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이면서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V형 얼굴이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이 퍼지기 시작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계란형 얼굴보다 V라인이 대세로 올라섰다. 마오리족은 살찐 음부를 찬미하고 파동족은 축 늘어진 유방을 찬미한다는 사실은, 아름다움의 개념이 얼마나 유동적이고 사회적인 개념인가를 설명해준다. 이 유동적인 개념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느냐의 문제에 대해, 그것이 바로 여성의 사회진출을 억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것이 다소 비약적으로 설명된 부분도 있겠지만, 여전히 우리가 여성의 능력보다는 외모에 높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30년 전에 쓰였지만 여전히 우리가 그 당시의 사고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그와 함께 여성의 지위 또한 그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그녀는 '아름다움'은 누군가를 향해서가 아니라 여성 스스로를 위해 추구되어야 할 가치라고 말한다. 그것은 단순한 여권 운동을 벗어나 스스로의 욕망을 발견하고 자신에 몸에 대한 자각을 위한 발전이다. 페미니즘은 기존의 가치나 견고한 사회질서에 대해, 소수나 약자에게 발언권을 허용하고 권리를 부여하는 구도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한 운동이다. 페미니즘이 단순히 차별을 옹호하는 것에서 벗어나 제3세계 여성이나 동성애로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 있다는 상상의 관념은 항상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었다. 페미니즘 운동을 단순히 여성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서 부리는 고집으로 생각하지 않고, 불합리한 기준이나 부당한 기득권에 대한 이의제기로 인정하고 발전적으로 수용할 때 우리사회는 더 건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