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0년 08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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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61쪽 | 626g | 150*210*30mm |
ISBN13 | 9788949187112 |
ISBN10 | 8949187116 |
발행일 | 2010년 08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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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61쪽 | 626g | 150*210*30mm |
ISBN13 | 9788949187112 |
ISBN10 | 8949187116 |
이 책이 쓰여지기까지 1. 옛날 옛적에 2.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가들 3. 나일 강변의 나라 4. 월 화 수 목 금 토 일 5. 신은 오직 하나뿐 6. 알파벳의 탄생 7. 영웅들의 무기 8. 거인과의 싸움 9. 스파르타와 아테네 10. 깨달은 사람의 나라 11. 거대한 민족의 위대한 스승 12.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모험가 13. 새로운 전사들의 싸움 14. 역사를 싫어한 황제 15. 서양의 지배자 16. 기쁜 소식 17. 로마 제국과 변경에서의 생활 18. 천둥 번개가 치던 시다 19. 별이 빛나는 밤 20. 알라 외의 신은 없고 마호메트는 신의 예언자다 21. 지혜로운 정복자 22. 기독교 세계의 지배권을 둘러싼 싸움 23. 기사다운 기사 24. 기사 시대의 황제 25. 도시와 시민 26. 새로운 시대 27. 새로운 세계 28. 새로운 신앙 29. 교회 사이의 투쟁 30. 참혹한 시대 31. 불행한 왕과 행복한 왕 32. 동유럽의 변화 33. 계몽의 시대 34. 프랑스 혁명 35. 마지막 정복자 36. 인간과 기계 37. 바다 너머의 세게 38. 유럽의 새로운 두 제국 39. 열강들의 세계 분할 40. 나 자신이 체험한 세계사의 한 부분 - 회고 에른스트 H. 곰브리치의 생애와 저작 옮긴이의 말 - 세계사, 과거와 현재의 부단한 대화 |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세계사
'곰브리치 세계사'라는 이름을 본 순간 무려 9개월간이나 초반부에서 맴돌다가 2주만에 읽어버린 '서양미술사'의 추억이 문득 떠올랐다. 미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지만 그저 교양삼아 시작했던 책이 처음부터 난관이었다. 사실 그다지 관심두지 않았던 분야의 낯선 용어들과 역사 이야기에 딱 붉은 벽돌만한 두께가 심란했다. 하지만 역시 명작의 힘인지 어느 순간 그의 글이 친절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서양 미술의 역사에 빠져들어 무거운줄도 모르고 들고 다니며 모두 읽어버렸다. 좋은 책이라면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꾹 참고 백페이지는 일단 읽어보라는 명언이 다시금 떠오르는 경험이었다.
그후 곰브리치라는 이름이 너무도 친근하고 좋은 친구처럼 느껴지게 될 무렵 다시금 곰브리치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역사라면 당연히 관심이 많은 분야지만 단 한번도 체계적으로 세계사를 읽어본 적이 없었고, 또 청소년을 위한 세계사라면 나중에 내 아이를 위해 들려주고 물려줄만한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특히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조건 수학공식을 위우거나 주기율표를 암기하는 것 말고 다른 걸 알려주고 싶었다. 이차방정식은 왜 생겼는지 삼각함수는 왜 필요한지는 물론 달달 외워야 하는 주기율표의 원소기호들이 어떤 사람들의 어떤 노력에 의해 발견되었는지 재미있게 얘기해주고 싶었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내 아이가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더군다나 그걸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상상을 늘 하곤 한다.
또한 내 자신이 '곰브리치 세계사'를 통해 '로마인 이야기'나 '헤로도토스', 카잔차키스의 '알렉산드로스 대왕'등을 통해 알게 되었던 고대 역사의 빈 구멍을 메우고 싶었다. 또한 로마의 멸망 이후 중세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또 르네상스는 어떻게 중세를 떨쳐냈는지, 산업혁명과 1차 대전의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히틀러는 왜 전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는지 궁금했다.
물론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세계사의 멋진 장면들은 물론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놀라운 이야기들까지 듬뿍 담겨있다.
성경에서 보았던 아브라함이 원래는 바빌론 근처의 중동 사람이었는데 가족과 함께 이스라엘로 이주했다는 얘기도 처음이었고, 또 구약에 나오는 대홍수가 원래 아브라함이 살았던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범람의 전설 중 하나였다는 것도 그랬다. 또한 마호메트의 이슬람교가 유대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시작되었다는 사실도 처음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등 그리스 현자들의 글이 정작 그리스에선 불태워지거나 모두 사라졌지만 엉뚱하게도 페르시아가 아랍어로 번역한 그들의 문헌을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놀랍다.
이렇듯 이 책은 5천년전 피라미드를 건설했던 이집트의 왕에서부터 히틀러까지 고대부터 근대까지 세계사 전반의 주요 사건들을 빠짐없이 하지만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용감했던 지크프리드의 전설을 노래하고 있는 '니벨룽겐의 노래'가 샤를마뉴 대제의 지시에 의해 수집되고 편찬되었다는 글을 읽으며, 내가 '니벨룽겐의 노래'나 '로마인 이야기','헤로도토스'를 보기 전에 먼저 이 책을 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서없이 손에 걸리는대로 보는게 아니라 학창시절에 적어도 세계사를 먼저 훓어볼 수 있었다면 역사 공부가 훨씬 체계적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알파벳은 누가 만들었을까 궁금해 할 내 아이에게 페니키아 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언제나 여행을 다닐 때면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역사를 공부하자'이다.
어디를 가면 중요한 건물이나 박물관과 미술관을 빠짐없이 돌아다니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는데 쥐꼬리만한 지식도 없이 그냥 그런 곳들을 둘러보는 것 역시 뭔가 의미 있을 수 있으나 뭔가 알고 본다면 그 즐거움이 조금 더 크게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생각에서이지.
아는 만큼 본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언제나 그런 결심은 집으로 돌아와 엉덩이를 붙이는 순간 봄눈 녹듯 스르르 사라지고 만다. 나의 눈길은 나의 상상력과 오감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책들로만 돌아가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에는 늘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있다는 죄책감은 남아 있었다.
그래서 <곰브리치 세계사>를 읽기로 결심했다.
곰브리치 할아버지의 책은 예술사로 이미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당시에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기에 역사 이야기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지.
...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한 편의 긴 옛날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다.
곰브리치 할아버지는 지루하고 딱딱할 수 있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다정한 어투로 자신 고유의 시선까지 담아서 내게 들려주었다. 뭐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책이었으니 조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지만 나 역시 청소년...사실은 좀 더 어린 시절로 돌아가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꼼짝하지 않는 작은 소녀가 되어 이야기를 경청했다. 물론 역사라는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단숨에 읽어내지는 않았다. 시간을 가지고 생각도 하고 그러면서 천천히 읽었다.
이야기가 언제나 유쾌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야기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할아버지랑 같이 화도 났다가 신났다가 하면서 즐겁게 시간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책이 끝났을 땐 어찌나 마음이 허탈하던지. 그래도 내가 새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내가 역사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으로 기분을 전환하니 조금은 괜찮아졌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는 사실을 안다. 난 이 책이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다들 모닥불 앞 소파에 몸을 묻고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기분을 느꼈으면 한다. 할아버지의 재미있는 길고 긴 이야기가 끝났을 때 세계사의 윤곽을 가슴 속에 품게 된다는 건 이 책을 읽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선물일 것이다.
그 선물, 탐나지 않으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