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선진국과 역사적?문화적 차이가 있는데 그게 일대일로 비교가 되겠어? 그거 아니더라고요. 역사적?문화적 차이가 아니라 국가의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였습니다. 이 책이 시종일관 주장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입니다.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그 나라 정부가 누구의 입장에서 그 정책과 제도를 만드느냐에 따라 그 나라가 포용적이냐, 착취적이냐, 그리고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로 갈라졌습니다. 우리가 역사적?문화적 차이 때문에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였습니다. 왜 안 하냐고요? 본문을 들여다보시면서 많이 ‘열 받으시기’ 바랍니다. -들어가는 말
미국도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 분야만큼은 우리와 비슷한, 아주 비슷한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청소, 경비, 안전관리 등의 일자리는 미국의 공공기관들도 외주 용역업체에 맡기고 있는데 용역업체가 직원들 임금을 맘대로 깎을 수 없게끔 하기 위해 프리베일링 웨이지(Prevailing Wage)란 임금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 민간 산업의 경우 임금을 후려쳐서 사장이 이문을 남기든 어쩌든 국가가 개입할 수 없지만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분야 일자리만큼은 그 혜택이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강제하겠다는 거예요. … 자, 어떤가요? 제도 자체는 앞에서 본 우리나라의 ‘공공기관 용역 근로자 보호지침’과 거의 똑같지 않나요? 다른 점은 한국은 권고사항으로 되어 있어 이 제도를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지만 미국의 적정임금제도는 지키지 않을 경우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패널티를 받게 된다는 점입니다. --- p.22
교육 문제는 입시제도를, 학교를 바꾼다고 해서 절대 해결되지 않습니다. 미국의 학부모가, 덴마크, 독일의 학부모들이 우리만큼 자식들에게 거는 기대나 욕심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니잖아요. 왜곡된 노동시장 임금 문제를 해결해야만 애들을 정글에서 탈출시킬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 p.77
하청업체가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뭔가 혁신적인 새 기술을 개발했으면 그게 하청업체의 수익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정상인거 아니에요? 그게 당연한 얘긴데 어떻게 된 게 우리의 원·하청 산업 구조는 하청기업이 기술 개발로 원가를 절감시키면 그건 원청인 대기업의 수익으로 바로 이어지고 혁신 기술을 개발한 하청업체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이해할 수 없는 구조로 왜곡돼 있습니다. … 참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은 4차 산업혁명이 어쩌니 하는 시대에 이런 원·하청 기업 간 종속적인 구조로 어떻게 저들과 경쟁이 되겠나… 중소기업들 스스로의 기술력, 혁신 역량은 없어지고 종속관계만 깊어지게 될 거란 우울한 예측이 머릿속을 가득 채웁니다. --- p.105
사내도급업체 하나 차린 뒤, 원청회사 줄 대서 인력 공급해주면 관리·교육비 명목으로 인력 한 사람당 얼마씩 챙길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 아니겠어요? 도급업체를 가장한 인력공급업체, 진짜 왕서방 아닌가요? … 도대체 누굴 위해 이런 왜곡된 일자리 구조를 방치하는 건가요? IMF 때야 그나마 이해한다고 해도 지금 이게 맞습니까? --- p.160
일본의 경제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는 특집 기사를 통해 삼성전자가 세계 최강 기업 중 하나로 올라설 수 있었던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 ‘세제를 축으로 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0년간 7천억 엔(약 8조원)의 세액공제를 받았고, 이는 샤프의 최첨단 LCD 패널 공장인 가메야마 제2공장을 네 개 짓고도 남는 것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일종의 정부 보조금 아니냐는 겁니다. 누군가를 위해 깎아준 세금은 반드시 누군가로부터 그만큼 더 거둬들여야 합니다. 두 눈 부릅뜨고 정치에 관심을 갖고,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고 투표소에 들어가야만 나를 위한 포용적인 법과 제도가 만들어집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수의 악어새들만을 위한 착취적인 법과 제도가 살이 돼서 돌아온다는 얘기입니다. … 왜곡된 세금 구조, 임금 구조를 바꾸는 것도 결국 정치를 통할 수밖에 없으니 국민들이 깨어 있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플라톤을 생각합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대가는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 --- p.184
최저임금은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모두 최약자 계층입니다. 을과 을의 싸움이죠. 이러다 보니 최저임금 합의라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노동자 중에 가장 약자 층과 사장님들 중에 가장 약자 층, 이 둘보고 너희 둘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니 사생결단이 될 수밖에 없는 거죠. --- p.204
지난겨울의 끝자락, 광장에는 오랜만에 분노한 수많은 시민들로 가득 찼습니다. 그동안 분노의 DNA를 거세당한 줄 알았는데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그 분노에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 분노를 강요할 순 없을 겁니다. 그게 하란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닐 테니까요. 많은 분들이 우리 사회의 소득, 임금의 불평등과 합리적이지 못함에 대해 분노했으면 합니다. 분노가 세상을 바꿀 테니까 말이죠.
--- p.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