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8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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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344g | 130*200*20mm |
ISBN13 | 9788954688109 |
ISBN10 | 8954688101 |
발행일 | 2022년 08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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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344g | 130*200*20mm |
ISBN13 | 9788954688109 |
ISBN10 | 8954688101 |
MD 한마디
[쓸 수밖에 없던 생존의 이야기] 젊은 공장 노동자에겐 오로지 생존만이 목표였다. 하청 직원의 서러움과 재해의 위협이 도사리는 곳으로부터. 하지만 저자는 이 현실을 알리기 위해 펜을 들었다. 용접을 하던 손이, 희망을 향한 불꽃을 새기는 손으로 변화한다. 이제 생생하고 뜨거운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다. - 에세이PD 이나영
프롤로그 | 회색 미래 _007 1부 갑자기 어른 _013 첫 직장과 첫사랑 _032 산재를 당하다 _050 산업 기능 요원 _067 시련과 마주할 시간 _084 2부 포터 아저씨 _107 용접을 배우다 _123 공장 굴뚝에도 사랑꽃은 피는가 _150 대통령도 바뀌고, 직장도 바뀌고 _170 수도사처럼 지낸 타지생활 _186 일기를 다시 쓴 계기 _203 3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_219 지방 청년들의 이야기 _233 다시 만난 사람들 _247 청색에서 백색으로 _261 쇳물과 먹물 _274 에필로그 | 고향을 떠나며 _285 |
1990년생이니 아직 30대. TV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어린시절의 불행과 가난, 궁핍을 이기고 실력있는 용접공으로, 한 발 더 나아가 어엿한 작가로 자신의 이야기를 생생하고 진솔하게 들려주는 한 젊은이의 인생역정.
책의 구성과 내용은 마치 '임시 계약직 노인장' 즉 '임계장 이야기'의 청년판을 보는 듯 하다. 변함이 없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형편없는 임금과 처우, 뼈와 살을 갈아 넣는 듯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된 노동뿐.
어려운 용어나 개념 없이 읽기 쉬운 문장으로 내용이 한 눈에 쏙쏙 들어 온다.
실제 용접을 업으로 살아 온 글쓴이의 살아 있는 경험으로 쓰여진 이야기로 글을 그림 그리듯이 써서 눈 앞에 그 하나하나가 보이는 듯하다. 대기업 하청업체 직원들의 상황을 뉴스나 티비에서 볼 수 있었지만 이렇듯 눈 앞에 보여주지는 못했는데 덕분에 일하는 환경, 급여, 고용 문제 따위 실체를 좀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 AI, IT세상이라 말하지만 어떤 기반 위에 놓여 있는 지, 지금 대한민국 부의 축적이 누군가의 희생을 깔고 있는 지 반드시! 기억하고 우리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하리라.
"단지 능력껏 대우 받는 사실 하나 만으로 하루하루가 신났다."는 글쓴이의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글쓴이의 바램처럼 누군가를 떨어뜨리는 삶이 아닌, 손잡고 나아가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사교육과 대학 서열화는 결국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의 소산물인 돈이 만들어낸 결과물. 평등과 이해는 돈이 되지 않는다. 돈이 안되니 가르치지 않는다. 학생들은 자연히 자신의 욕망 외 다른 가치를 모른 채 어른이 된다. 현대 대한민국 사회는 이런 악순환의 굴레 속에 서 만들어졌다."
천현우는 1990년 마산에서 태어났다. 가족은 서울로 이주했으나 사기를 맞아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좁은 마산 바닥을 돌아다니며 월세살이를 했다. 열아홉 살 무렵엔 어시장 근처의 신포동에서 살았는데, 술 취한 노인들이 소리를 지르고 노래방의 고성이 그대로 흘러나오는 어수선한 동네였다. 고양이들이 비린내 나는 바닥을 활보했다. 의거탑 앞에는 붉으죽죽한 홍등가가 자리했다.
서울에서 살다와 서울말을 쓴다는 것이 마산에서는 따돌림의 이유였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맞기도 많이 했다. 공부는커녕 사는 거 자체가 힘들었다. 아버지는 심각한 바람둥이라 두 번째 결혼마저 온전히 마치지 못했다. 천현우는 계모와 함께 여관에서 살았다. 그렇게 초등학교 2학년까지 마쳤는데 계모 심여사가 돌연 병에 걸려 아버지의 집으로 옮겨야 했다. 생부는 여전히 바람기를 주체하지 못해 집에 들어오는 날이 거의 없었다. 열 살짜리 아이는 어두운 밤을 늘 홀로 지새워야 했다. 어쩌다 집에 들어온 날엔 다른 여자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럴 때면 바닥에서 자야 했다.
영양실조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날 평생 처음 보는 생모가 자신이 기르겠다며 아이를 데려갔다. 그리고 학대가 시작됐다. 생모는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아들의 입에 효자손을 쑤셔 넣는 여자였다. 밥을 남기는 날엔 그 자리에서 밥그릇이 얼굴로 날아왔고 피시방을 가겠다고 하면 발로 배를 걷어찼다. 청소를 안 하는 날엔 피부가 검게 타 죽을 때까지 엉덩이와 종아리를 맞았다. 그 집엔 수상한 남녀가 함께 살았는데, 이모와 삼촌으로 부르던 그 둘은 어린 현우의 앞에서 성교하는 취미가 있었다.
견디지 못한 아이는 문득 생부가 자기 명의의 기초 생활 지원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죽지 않을 만큼 다친다면 아버지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었다. 아이는 스스로 몸을 던져 발목이 으스러진다. 병원을 찾아온 아버지에게 천현우는 심여사의 이름만 불렀다. 그렇게 모자는 2년 만에 재회한다.
짐승과 정신병자들의 손에서 벗어나 사랑으로 기르는 사람과 산다는 건 행복이었다. 그러나 여관방을 전전하던 심여사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었겠는가. 전기와 수도는 끊기기 일쑤였고 가난은 찐득하게 달라붙은 얼룩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이나 가려는데 심여사가 고졸만큼은 안 된다며 굳이 굳이 전문대 진학을 고집했다. 등록금도 없으면서 무슨 대학을. 150만 원을 빌리면 선이자 떼고 120만 원, 거기다 한 달에 십몇 퍼센트씩 이자가 붙는 사채가 심여사의 유일한 답이었다. 이자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 예감한 천현우는 5년간 키운 게임 캐릭터와 아이템을 팔아 150만 원을 마련한다. 그곳에서 전기기술을 배워 산업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 청년은 용접의 세계로 들어선다. <쇳밥일지>의 시작이었다.
근 몇 년 간 이보다 더 빠져들어 읽은 책이 있는가 생각해 봤으나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쇳밥일지>는 생생한 에세이를 넘어 소설 같은 서사를 전해준다. 1960년, 70년도 아닌 90년생이, 끔찍한 가정생활과 인권을 짓밟는 일자리를 뚫고 살아왔다니. 수도권에서 태어나 자연스레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고, 수도권 회사에 입사해 주담대 금리를 걱정하는 삶이 사실은 얼마나 특혜를 누려온 것이었는지. 찬물을 끼얹듯 쏟아진 이 이야기들은 나 같은 사람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각의 삶이었다. 요즘 젊은것들은 힘든 일을 싫어해 중소기업에는 안 간다는 얘기가 이 청년에게는 얼마나 찢어지는 상처가 될까.
사실 나는 이 책에 내 생각을 얹는 게, 이 책이 '재미있다'라고 하는 게, 당신들도 꼭 한 번 '읽어보라'라고 하는 게, 이 청년에게 실례가 될까 두렵다.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이 서커스 같은 인생을 스펙터클로 소비하는 잔인한 구경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모든 이야기 위로 재밌다 내뱉는 말속엔 얼마나 섬뜩한 잔인이 깃들어있을까? 글을 잇기가 조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