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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밥일지

쇳밥일지

: 청년공, 펜을 들다

리뷰 총점9.5 리뷰 36건 | 판매지수 27,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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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top100 2주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44g | 130*200*20mm
ISBN13 9788954688109
ISBN10 8954688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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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쓸 수밖에 없던 생존의 이야기] 젊은 공장 노동자에겐 오로지 생존만이 목표였다. 하청 직원의 서러움과 재해의 위협이 도사리는 곳으로부터. 하지만 저자는 이 현실을 알리기 위해 펜을 들었다. 용접을 하던 손이, 희망을 향한 불꽃을 새기는 손으로 변화한다. 이제 생생하고 뜨거운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다. - 에세이PD 이나영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프롤로그 | 회색 미래 _007

1부

갑자기 어른 _013
첫 직장과 첫사랑 _032
산재를 당하다 _050
산업 기능 요원 _067
시련과 마주할 시간 _084

2부

포터 아저씨 _107
용접을 배우다 _123
공장 굴뚝에도 사랑꽃은 피는가 _150
대통령도 바뀌고, 직장도 바뀌고 _170
수도사처럼 지낸 타지생활 _186
일기를 다시 쓴 계기 _203

3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_219
지방 청년들의 이야기 _233
다시 만난 사람들 _247
청색에서 백색으로 _261
쇳물과 먹물 _274

에필로그 | 고향을 떠나며 _285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부연 먹구름 토해내는 지붕을 멍하니 올려다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젠간 나도 여기서 일하면서, 이곳에서 쭉 살아가다가, 이 어딘가에서 숨을 멎겠지. 그 상념의 근원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며, 거창한 꿈조차 없는 고3이 앞으로 살아갈 곳은 장밋빛보단 회색빛이 더 많이 섞인 세상일 터. 굳이 의미를 더듬어 찾자면 그때의 기분은 냉소도 체념도 아닌, 확신에 가까운 감정이 아니었을까. 이후의 내 삶도 이때의 예감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 없이 흘러갔다. 청년공으로서 살아가기란 생각보다는 힘들되 꾸역꾸역 생존은 가능한 나날이었다. 그때의 시간들. 고와 낙이 있었고, 땀과 눈물이 있었으며, 희망과 좌절이 공존했고, 꿈이 짓이겨졌다가 다시금 피어났던 과거를 문자로 남겨보고자 한다.
--- 「프롤로그 | 회색 미래」중에서

교복을 벗는 순간만 고대했다. 구닥다리 청춘 예찬 늘어놓는 꼰대들이 싫었다. 돌이켜보면 당시의 배배 꼬인 생각은 청춘으로서 누린 혜택이 없기에 나온 억하심정이었다. 계속 집을 옮겨다니는 동안 제대로 친구를 사귀지 못했고, 왜소한 몸집과 입에 밴 서울 말씨 때문에 학교 폭력을 당하기 일쑤였으며, 가난 때문에 소풍이며 수학여행도 제대로 못 가 사진조차 거의 남기지 못했다. 게임에 빠진 이유도 이런 환경과 무관하지 않았다. 모니터 속의 세계에선 가난 때문에 차별받지 않았다. 타인에게 거절당해도 상처가 남지 않았고, 혐오하는 이와 적대해도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 p.19

학벌을 의식하지 않고 살았다면 거짓말. 수능도 안 봤지만 대학 순위표는 머릿속에 줄곧 각인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명문대란 만병통치약 같아서 어딜 가나 약발이 들었다. 당장 효성만 해도 현장 쇳밥 수십 년 먹어온 기술자가 명문대 학식 몇 년 먹은 관리자 눈치를 살폈다. (…) 이제껏 봐온 세상이 그 꼴이었지만, 학벌의 그림자가 우리 사이에까진 드리우지 않길 바랐다. 대체 그놈의 학벌이 뭐라고 사람들을 줄 세우고 급을 나누게 만드는 걸까? 앞으로도 이렇게 전문대 나왔다고 무시당하면서 살아가야 하나? 가슴에 시퍼런 멍이 진 느낌이었다.
--- p.92

저 너머에서 노동하는 모든 사람. 그들 모두가 그저 살고 싶기에 살아가는 걸까. 죽음에 자꾸 이끌리는 마음을 책임감의 갈고리로 삶까지 끌어당기는 건 아닐까. 내 육신의 죽음만으론 나에게 닥친 불행들까지 죽일 수 없다. 불행은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옮겨가겠지. 그럴 바에 살아남아 불행과 싸워 이기는 게 낫지 않을까.
--- pp.100~101

“빠꾸해, 빠꾸! 빵꾸 안으로 밀어넣어! 쫄지 마! 빵꾸! 빠꾸! 빵꾸! 빠꾸! 그렇지!”
--- p.132

와중에 키가 유달리 컸던 한 형님은 그 긴 구간 용접을 끊지도 않고 단번에 때우곤 했다. 결과물은 잘 나오지만 허리와 팔꿈치가 남아나질 않는 방식이었다. 왜 그리 힘겹게 용접하시느냐 물으니, 형님은 머쓱하게 웃어 보이고선 “이래 때아놓으면 멋지다 아이가!”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그 목소리엔 용접사의 자부심과 멋스러움, 흡사 조각사나 화가 같은 예술인의 긍지가 느껴졌다.
--- p.230

일터에서 푼돈에 매몰당한 청춘이 타인에겐 낭만과 자기 성찰의 시기였다. 비교는 일상에서부터 치고 들어왔다. 특히 야간에 잔업 마치고 퇴근길이 고비. 버스 정류장을 지나면 전공 책 안고 시시덕대는 동갑내기들의 모습이 보였다. 대학생이 아니면 스무 살의 자격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친구들과 만나도 대화가 어긋나는 걸 느낀다. 여가가 거의 없는 삶이라 드라마나 영화 이야기에 끼지 못했다.
--- p.240

우리가 공장 바닥 전전하며 보낸 이십대는 그저 통장에 찍힌 얄팍한 숫자 따위가 대표할 수 없다. 사회에서 ‘못 배운 놈년들’로 통칭당하며 냉소와 조소의 대상이 되었던 우리는, 자존감을 찌그러뜨리려는 온갖 압력에 저항한 결과, 삶의 형태에 고하 따윈 없다는 소중한 지혜를 얻었다.
--- p.246

“내가 잘할 수 있겠으예?”
“하모, 당연하지!”
--- p.284

그래, 이제 과거 같은 번영기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이곳에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나의 친구들, 고마운 어른들과 치열하게 살아가는 후배들이 있다.
--- p.287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불꽃 튀는 촉으로 써내려간 ‘너무한’ 나날의 기록
엄연하고도 어엿하게 존재하는 청년 노동자들의 비망록


작가는 가난이 싫어 얼른 취업하려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만, 이후 하청업체를 전전하며 최저 시급 언저리만 맴도는 악순환의 굴레에 갇혀버린다. 주야 교대 근무에 저당잡힌 피폐한 일상은 쉬이 변하지 않고, 각종 편법으로 점철된 근로 조건과 언제든 타인으로 대체 가능한 업무는 몸과 마음을 모두 갉아먹는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청춘’을 즐기고 있는 듯하지만, 청춘이란 단어조차 자격지심에 가려 자신에게 해당하지 않는 듯 느껴지고, 공장 바깥에서는 ‘못 배운 놈’으로 괄시받고, 공장 안에서는 산재를 당해도 찍소리 할 수 없다. “노동강도 생각하면 코웃음 나게 적었지만 내 삶을 뒤바꿔놓기엔 충분”한 첫 월급을 받으며 삶이 가까스로 정상 궤도에 진입한 것을 기뻐하지만, 그 뒤바뀐 삶의 세목이 “전화 요금 내고, 밀린 집세를 내고, 끊긴 인터넷도 복구”(45쪽)하는 것일 때, 우리는 아연할 수밖에 없다.

또 기계처럼 일했고 공장에서 열두 시간을 보냈다. 힘들진 않았다. 다만 허무했다.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영화 한 편이나 애니메이션 네 편 보면 또 회사. 맘놓고 쉴 수 있는 날은 고작 하루. 그나마도 야간에서 주간 전환 시엔 반나절 남짓. 이 굴레 안에 청춘을 계속 가두어놓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_47쪽

평생 땜질해서는 ‘사람 구실’ 못하리라는 근심어린 동료의 조언, ‘인서울’에 성공한 한 친구의 ‘고작 전문대 나와서 대기업을 갈 수 있느냐’는 비아냥을 들은 끝에 작가는 편입을 도모하지만, 그마저 어머니가 사기를 당해 빚더미를 안으며 좌절되고 만다. 도무지 월급만으로 빚을 갚을 수 없어 주말 막노동을 나가던 어느 날, 인생의 은인-멘토를 만난다. 조경 일당직의 사수 ‘포터 아저씨’는 용접의 세계를 소개해주는 것은 물론, 편입 실패와 학벌 콤플렉스에 빠져 자신의 초라함만 되새길 뿐이던 작가에게 오히려 “우리가 훨씬 대단한 거야. 기죽지 마”(116쪽)라는 말을 건네며 육체노동자의 자부심을 일깨워준다.

‘용접’은 힘든 노동의 상징처럼 세상에 알려져 있다. 나 역시 달리 생각지 않았다. 눈앞에 태양만큼 눈 따가운 빛이 아른대고 사방으로 벌건 불똥이 튀어대는 위험한 일로 치부했다. 처음으로 용접면을 쓴 순간, 내 짧은 인식이 얼마나 큰 편견덩어리였는지 깨달았다. 온통 어두운 시야 속, 번뜩이는 불꽃만 남은 망망대해 위에서 치열하며 섬세한 손놀림이 8자를 그리며 흐느적댄다. 천천히 진군하는 용융 풀은 나긋하게 산책 나온 주홍 반딧불이 같다. 목적지에 도달한 불길이 사그라지고, 지나왔던 길엔 위아래 간격이 똑바른 용접 비드만 남아 철판과 철판 사이를 메우고 있었다. _115쪽

“누가 중소기업의 이런 현실을 알아줄까?
기자? 정치가? 금속노조? 진보 지식인?
아니다. 당사자의 목소리가 없는 공론은 허상일 뿐.”


‘배워두면 어디서든 도움이 된다’는, ‘돈은 안 돼도 손맛은 죽인’다는 소리에 피가 끓어 본격적으로 용접을 배우기 시작하지만, 근사한 ‘장이’의 삶이 펼쳐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현실엔 하청 직원의 서러움과 재해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다. 아주 사소한 지점에서부터 치고 들어오는 정직원-노조원과의 차별, 산재를 입어 영구 장애를 얻은 동료, 외국인 노동자 혐오는 할말을 잃게 만든다. 경력이 쌓여도 어김없이 최저 시급으로 시작하는 용접 판과 채 1할도 갚지 못한 빚 앞에서, 우연히 다가든 사랑조차 ‘주제 파악’이란 체념 속에 좌절될 뿐이다.

이 회사는 잔업 근무자를 위한 통근 버스 따윈 없다. 휴게실도 샤워실도 열어주지 않는다. 땀에 찌든 옷을 입은 채 걸레짝이 된 몸으로 버스에 오른다. (…) 열심히 일했다는 자부심 따윈 느낄 새도 없다. 버스 안 모든 승객이 기름내와 용접 ‘흄fume’ 냄새 풍기는 나를 불쾌하게 여길 것 같아 불안하다. 이 인 좌석 구석에 쪼그려앉아 머리를 기대는 동안, 만원 버스임에도 누구도 옆에 앉지 않는 현실에 예감은 확신으로 변했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 세상은 그저 냉소로 회답한다. 넌 흙수저 주제에 노력도 하지 않았잖아?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긴 한데, 나도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_148쪽

그러나 소설가를 꿈꾸던 ‘초원씨’와 만나고 헤어지고, 단련의 계기가 된 타지생활을 보내며 작가는 내면을 망치질하기 위해 독서를 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정치 팟캐스트와 행동경제학은 시야를 넓히는 기반이 되어준다. 이후 순탄한 회사생활을 유지하며 운동, 독서, 글쓰기가 일상에 편입된 어느 날, 또 한번의 끔찍한 산재를 목격한다. 다만, 예전처럼 쉽게 무너지거나 게임으로 시름을 잊거나 자신을 방치하며 분노하고 냉소하고 마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런 현실을 알리기 위해, 다시금 현장으로 향하는 이들의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해, 작가는 가슴속에 그리고 노트 속에 촘촘히 이 모두를 새겨넣는다. 겹겹이 글을 쓰게 하는 현실 속에서 쓸 수밖에 없는 간절함 속에서.

“그래, 이제 과거 같은 번영기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이곳에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꿈의 천장을 내려앉히는 현실에 굴하지 않고, 자존감을 찌그러뜨리는 압력에 부단히 저항하며 글을 써온 작가는 SNS를 뜨겁게 달군 용접공 비하 발언에 대한 답글과, 양승훈 교수와의 지방 공장 노동에 관한 대담을 통해 차츰 공론의 장에 발을 들여놓는다. “2030 공장 노동자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왜 절망과 냉소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 “지방에서 수십 년 커오며 답안지처럼 생각해왔던 평범한 삶이 (…) 이젠 전혀 평범하지 않으며 심지어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란 걸 깨달았을 때, 오랫동안 알고 있던 세계가 붕괴하고 갈피를 잃은 그 낭패감을 전달”(225쪽)하는 그의 글은 이후 지역과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급속도로 퍼져나간다. “공장 안에서 지겹고 식상해질 때까지 나눴던 말이, 밖에선 부끄러워서 감히 꺼내지도 못했던 이야기”(228쪽)에 드디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저 ‘먹고살기’ 위한 삶에서 죽살이치다, 인간답게 ‘잘 살기’ 위한 삶을 꿈꾸게 되고, 나아가 평등을 갈망하며 타인을 ‘살게 하는’ 사람이 되고자 희망하는 그의 결기와 고투의 흔적이 『쇳밥일지』에 녹아 있다. “내 육신의 죽음만으로 나에게 닥친 불행들까지 죽일 수 없다. 불행은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옮겨가겠지. 그럴 바에 살아남아 불행과 싸워 이기는 게 낫지 않을까”(100~101쪽)라고 말하는 작가 천현우. 그는 비단 자신뿐 아니라 절대 통칭될 수 없는 지방 청년들과 현장 노동자의 고유한 목소리를, 엄연하고도 어엿하게 존재하는 그들의 삶을 증언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쇠와 쇠를 잇고, 나와 타인을 담은 글을 잇고, 삶과 사람을 잇는 진짜 이야기. 비루하고 비속한 삶의 비극 속에서도 결코 자긍심과 자부심을 잃지 않은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언어예술의 한 경지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내일도 사부지기 함 때아보자이!”라고 외치는, “이래 때아놓으면 멋지다 아이가!”라고 말하는 이들의 생생하게 빛나는 목소리를 함께 듣고 또 읽어볼 시간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너무하네 진짜……” 이 년 동안 천현우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야, 너는 뭘 자꾸 부당하다고 하냐?” 내가 가장 많이 답했던 말이다. 천현우의 『쇳밥일지』는 지방 제조업 도시의 ‘너무한’ 사연을 담은 문화 기술지이면서, 부당함과 우여곡절 속에서 ‘쇳밥’을 먹으며 성장한 청년 용접 노동자의 ‘일지’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한숨을 푹푹 쉬었다가 깔깔 웃기를 반복했다. 내게는 달리기 코스인 마산만(灣)의 자유무역지대 오 킬로미터를 버스 타고 중공업 공장에 출근해, 잔업 마치고 하청 노동자라고 샤워도 못하고 용접 흄(fume)과 땀 냄새로 절어버린 작업복을 걸친 채 뛰어서 퇴근하는 저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맥주 한잔과 맛있는 안주를 ‘조지’면서 현장 이야기를 끊임없이 말과 글로 전하는 유쾌한 저자의 모습도 떠올랐다. 누구나 들어야 하지만 들을 수 없었던 땀내 나는 청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천현우의 글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 양승훈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저자)
[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올해 읽은 책 중에서 몰입도가 가장 높았던 책. 하청 노동자로 사는 한 청년공의 노동일지. 날것의 체험을 고스란히 드러낸 청년공의 꿈과 절망이 너무나 절절하고 생생하다.
- 장석주 (시인, 소설가)

회원리뷰 (36건) 리뷰 총점9.5

혜택 및 유의사항?
어려운 용어나 개념 없이 읽기 쉬운 문장으로 내용이 한 눈에 쏙쏙 들어 온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모*루 | 2023.05.0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1990년생이니 아직 30대. TV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어린시절의 불행과 가난, 궁핍을 이기고 실력있는 용접공으로, 한 발 더 나아가 어엿한 작가로 자신의 이야기를 생생하고 진솔하게 들려주는 한 젊은이의 인생역정. 책의 구성과 내용은 마치 '임시 계약직 노인장' 즉 '임계장 이야기'의 청년판을 보는 듯 하다. 변함이 없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형편없는 임금과 처우, 뼈와 살을;
리뷰제목

1990년생이니 아직 30대. TV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어린시절의 불행과 가난, 궁핍을 이기고 실력있는 용접공으로, 한 발 더 나아가 어엿한 작가로 자신의 이야기를 생생하고 진솔하게 들려주는 한 젊은이의 인생역정.

책의 구성과 내용은 마치 '임시 계약직 노인장' 즉 '임계장 이야기'의 청년판을 보는 듯 하다. 변함이 없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형편없는 임금과 처우, 뼈와 살을 갈아 넣는 듯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된 노동뿐.

어려운 용어나 개념 없이 읽기 쉬운 문장으로 내용이 한 눈에 쏙쏙 들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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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우리 모두 손잡고 나아가는 세상이 오려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 2023.04.1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실제 용접을 업으로 살아 온 글쓴이의 살아 있는 경험으로 쓰여진 이야기로 글을 그림 그리듯이 써서 눈 앞에 그 하나하나가 보이는 듯하다. 대기업 하청업체 직원들의 상황을 뉴스나 티비에서 볼 수 있었지만 이렇듯 눈 앞에 보여주지는 못했는데 덕분에 일하는 환경, 급여, 고용 문제 따위 실체를 좀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 AI, IT세상이라 말하지만 어떤 기반 위에 놓;
리뷰제목

실제 용접을 업으로 살아 온 글쓴이의 살아 있는 경험으로 쓰여진 이야기로 글을 그림 그리듯이 써서 눈 앞에 그 하나하나가 보이는 듯하다. 대기업 하청업체 직원들의 상황을 뉴스나 티비에서 볼 수 있었지만 이렇듯 눈 앞에 보여주지는 못했는데 덕분에 일하는 환경, 급여, 고용 문제 따위 실체를 좀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 AI, IT세상이라 말하지만 어떤 기반 위에 놓여 있는 지, 지금 대한민국 부의 축적이 누군가의 희생을 깔고 있는 지 반드시! 기억하고 우리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하리라.
"단지 능력껏 대우 받는 사실 하나 만으로 하루하루가 신났다."는 글쓴이의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글쓴이의 바램처럼 누군가를 떨어뜨리는 삶이 아닌, 손잡고 나아가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사교육과 대학 서열화는 결국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의 소산물인 돈이 만들어낸 결과물. 평등과 이해는 돈이 되지 않는다. 돈이 안되니 가르치지 않는다. 학생들은 자연히 자신의 욕망 외 다른 가치를 모른 채 어른이 된다. 현대 대한민국 사회는 이런 악순환의 굴레 속에 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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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밥일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s*******r | 2023.04.0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천현우는 1990년 마산에서 태어났다. 가족은 서울로 이주했으나 사기를 맞아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좁은 마산 바닥을 돌아다니며 월세살이를 했다. 열아홉 살 무렵엔 어시장 근처의 신포동에서 살았는데, 술 취한 노인들이 소리를 지르고 노래방의 고성이 그대로 흘러나오는 어수선한 동네였다. 고양이들이 비린내 나는 바닥을 활보했다. 의거탑 앞에는 붉으죽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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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우는 1990년 마산에서 태어났다. 가족은 서울로 이주했으나 사기를 맞아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좁은 마산 바닥을 돌아다니며 월세살이를 했다. 열아홉 살 무렵엔 어시장 근처의 신포동에서 살았는데, 술 취한 노인들이 소리를 지르고 노래방의 고성이 그대로 흘러나오는 어수선한 동네였다. 고양이들이 비린내 나는 바닥을 활보했다. 의거탑 앞에는 붉으죽죽한 홍등가가 자리했다.

 

서울에서 살다와 서울말을 쓴다는 것이 마산에서는 따돌림의 이유였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맞기도 많이 했다. 공부는커녕 사는 거 자체가 힘들었다. 아버지는 심각한 바람둥이라 두 번째 결혼마저 온전히 마치지 못했다. 천현우는 계모와 함께 여관에서 살았다. 그렇게 초등학교 2학년까지 마쳤는데 계모 심여사가 돌연 병에 걸려 아버지의 집으로 옮겨야 했다. 생부는 여전히 바람기를 주체하지 못해 집에 들어오는 날이 거의 없었다. 열 살짜리 아이는 어두운 밤을 늘 홀로 지새워야 했다. 어쩌다 집에 들어온 날엔 다른 여자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럴 때면 바닥에서 자야 했다.

 

영양실조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날 평생 처음 보는 생모가 자신이 기르겠다며 아이를 데려갔다. 그리고 학대가 시작됐다. 생모는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아들의 입에 효자손을 쑤셔 넣는 여자였다. 밥을 남기는 날엔 그 자리에서 밥그릇이 얼굴로 날아왔고 피시방을 가겠다고 하면 발로 배를 걷어찼다. 청소를 안 하는 날엔 피부가 검게 타 죽을 때까지 엉덩이와 종아리를 맞았다. 그 집엔 수상한 남녀가 함께 살았는데, 이모와 삼촌으로 부르던 그 둘은 어린 현우의 앞에서 성교하는 취미가 있었다.

 

견디지 못한 아이는 문득 생부가 자기 명의의 기초 생활 지원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죽지 않을 만큼 다친다면 아버지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었다. 아이는 스스로 몸을 던져 발목이 으스러진다. 병원을 찾아온 아버지에게 천현우는 심여사의 이름만 불렀다. 그렇게 모자는 2년 만에 재회한다.

 

짐승과 정신병자들의 손에서 벗어나 사랑으로 기르는 사람과 산다는 건 행복이었다. 그러나 여관방을 전전하던 심여사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었겠는가. 전기와 수도는 끊기기 일쑤였고 가난은 찐득하게 달라붙은 얼룩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이나 가려는데 심여사가 고졸만큼은 안 된다며 굳이 굳이 전문대 진학을 고집했다. 등록금도 없으면서 무슨 대학을. 150만 원을 빌리면 선이자 떼고 120만 원, 거기다 한 달에 십몇 퍼센트씩 이자가 붙는 사채가 심여사의 유일한 답이었다. 이자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 예감한 천현우는 5년간 키운 게임 캐릭터와 아이템을 팔아 150만 원을 마련한다. 그곳에서 전기기술을 배워 산업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 청년은 용접의 세계로 들어선다. <쇳밥일지>의 시작이었다.

 

근 몇 년 간 이보다 더 빠져들어 읽은 책이 있는가 생각해 봤으나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쇳밥일지>는 생생한 에세이를 넘어 소설 같은 서사를 전해준다. 1960년, 70년도 아닌 90년생이, 끔찍한 가정생활과 인권을 짓밟는 일자리를 뚫고 살아왔다니. 수도권에서 태어나 자연스레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고, 수도권 회사에 입사해 주담대 금리를 걱정하는 삶이 사실은 얼마나 특혜를 누려온 것이었는지. 찬물을 끼얹듯 쏟아진 이 이야기들은 나 같은 사람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각의 삶이었다. 요즘 젊은것들은 힘든 일을 싫어해 중소기업에는 안 간다는 얘기가 이 청년에게는 얼마나 찢어지는 상처가 될까.

 

사실 나는 이 책에 내 생각을 얹는 게, 이 책이 '재미있다'라고 하는 게, 당신들도 꼭 한 번 '읽어보라'라고 하는 게, 이 청년에게 실례가 될까 두렵다.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이 서커스 같은 인생을 스펙터클로 소비하는 잔인한 구경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모든 이야기 위로 재밌다 내뱉는 말속엔 얼마나 섬뜩한 잔인이 깃들어있을까? 글을 잇기가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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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30건) 한줄평 총점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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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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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r******0 | 202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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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출신이고 막내 동생 이름이 현우 입니다. 읽는 내내 엄마 아빠생각나서 많이 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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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진* | 20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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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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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r****u |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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