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1년 01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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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6쪽 | 494g | 153*210*30mm |
ISBN13 | 9788936456351 |
ISBN10 | 8936456350 |
발행일 | 2011년 01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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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6쪽 | 494g | 153*210*30mm |
ISBN13 | 9788936456351 |
ISBN10 | 8936456350 |
이 책의 전편인 '구덩이'를 완전히 홀릭해서 읽었다. 무릎을 쳐가며 감탄하기도 했다. 그래서 후편이라 할 '작은 발걸음'이 예기치 않게 집에 온 날, 이 어여쁜 책을 읽기 위해 기억이 가물가물한 '구덩이'를 속독으로 다시 읽었다. 한 권의 책을 재미있게 음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무엇인들 못하랴 하는 심정으로. 사실은 등장인물인 겨드랑이와 엑스레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했기 때문에(이렇게 된 이유 중 많은 부분은 스탠리 웰네츠의 강렬함 때문일 것이다.) 도대체 누가 겨드랑이이며 엑스레이인가를 알아야 했다. 그런 다음 마음을 가다듬고 이 책을 펼쳤다.
너무 마음을 가다듬은 탓일까... 이 책이 '구덩이'만큼 절묘하고 재미있었다고는 못하겠다. 단순히 속편의 비애인 걸지 혹은 책을 읽고 나서 보는 영화의 비애같은 것일지. 아무튼 대단히 홀릭했다고는 말 못하겠는 느낌으로, 그러나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단숨에 읽었다. 적어도 루이스 쌔커라는 이름값은 했다. '구덩이'를 읽지 않은 이들은 '초록 호수 캠프'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약간 소외되는 느낌은 있겠으나 이 책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오히려 이 책 먼저 읽으면 더 재미있게 느낄 수도 있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청소년이 가는 감옥이라 할 '초록 호수 캠프' 출신이라는 부분이, 구덩이 파는 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더 많은 임금을 받는 배경이 될 수 있음이었는데, 뭔가 저런 식이라면 사회가 희망적이겠다 싶어 흐뭇했다.
지난 직장에서의 일을 정리하면서, 챙겨나왔던 책 중 하나가 루이스 쌔커의 '구덩이'였다. 아무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던 책이지만, 뉴베리 상 수상에 빛나는 작품답게 '구덩이'는 놀라운 흡입력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도서관 서가에서, 루이스 쌔커의 이름이 새겨진 '작은 발걸음'을 발견하였을때도 마찬가지로 나는 사로잡힌 듯 이 책을 손에 들고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안에 펼쳐놓은 이야기 속으로 다시금 빨려들어갔다.
이번 이야기는 청소년 교화 시설이었던 악명높은 '초록호수 캠프'에서 돌아온 시어도어, 일명 겨드랑이에 대한 것이다. 의도치 않게 초록호루 캠프에 들어가게 된 겨드랑이는 돌아온 후에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불신과 경계의 시선을 견디며 지낸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약물반응 검사를 하려는 부모님은 항상 그를 불안해하고, 관심있는 여자애는 겨드랑이라는 별명 때문에, 교화 시설에 다녀왔다는 이유 때문에 그를 피한다. 겨드랑이를 믿어주는 것은 맞은편 집의 뇌성마비를 앓는 소녀 지니 뿐이다. 겨드랑이와 지니가 서로를 편견없이 대하는 모습은 위안과 교화를 안겨준다.
겨드랑이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조경일을 시작한다. 초록호수 캠프에서 단련된 땅파기 덕분에 그는 솜씨가 괜찮은 성실한 일꾼으로 점차 인정 받게 된다. 그런 겨드랑이 앞에 옛친구 엑스레이가 찾아와 암표 사업을 제안하고, 엑스레이의 말재간에 넘어간 겨드랑이가 동업을 결심하며 위태로운 모습을 보인다. 순박하고 우직한 겨드랑이의 생활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대로 그가 다시 한 번 실망을 안겨줄지도 모른다고 낙담하다가도, 자신이 정한 목표를 잃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일 때마다 응원하게 된다.
그를 둘러싼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더라도 눈 앞의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것에서 눈을 돌리지 않는다. 꾸준히, 멈추지 않고. 그런 겨드랑이의 태도가 감명깊었다. 굳이 크고 먼 꿈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자신이 정한 길을 흔들리지 않고 걸어가는 사람은 자신 뿐 아니라 주변까지도 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겨드랑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결국은 그를 자랑스럽게 여길 부모님과, 단편적인 것만으로 그를 평가했던 학교 친구들, 우연히 그러나 아주 큰 사건으로 그와 연결되었던 카이라 역시, 그리고 청소년과 성인 독자까지도.
소년의 성장과, 풋풋한 로맨스 그리고 느닷없이 벌어지는 살인사건 등의 등장까지. 노련한 작가가 잘 짜놓은 판 안에서 한껏 즐기며 잔잔히 감동하며 '작은 발걸음'의 의미를 찾게 될 것이다. 적당한 긴장감과 지루할 틈 없는 속도감으로 누구나 만족하며 읽을 수 있을만한 청소년 도서다. 전편을 읽지 않아도 좋지만, 읽는다면 더 많은 설정들을 이해하고, 또 가끔씩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반가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따로 또 같이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의 매력이 이 안에도 가득하다. '구덩이'를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충분히 바탕을 이해하며 읽을 수 있으나, 이 책을 읽는다면 분명 '구덩이' 역시 읽고 싶어질 것이다
겨드랑이는 초록호수캠프에서 돌아왔다. 그가 초록호수캠프에 가게 된 것은 팝콘 때문이었다. 14살이었던 그에게 상급생이 시비를 걸었고 상황이 끝났을 땐 소년원이나 캠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캠프를 선택했다. '구덩이'에서 스탠리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캠프에서 한 거라곤 아침부터 밤까지 삽 들고 구덩이를 파는 일이었다. 재생훈련기관의 선생님은 흑인 초범의 재범율은 73%가 넘다고 한다. 너의 삶은 물살이 거센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거와 같다고. 모두가 너를 위험인물로 볼 것이고 나쁘다 할 것이라고. 너는 이 모든 위기를 넘어가기 위해 조심해야 하며 작은 발걸음으로 걸어야 한다고.
겨드랑이는 다섯가지 작은발걸음을 준비한다. 고등학교 졸업하기, 취직, 저축, 싸움이 날 수 있는 상황 피하기, 겨드랑이라는 이름 버리기. 겨드랑이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모조차 겨드랑이를 믿지 않는다. 형이 마약중독자에 범죄자라서 감옥에 있던 탓에 겨드랑이는 집에 오면 마약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겨드랑이는 차근차근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여름학교에 등록 부족한 학점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삽질 경력을 살려 조경회사에 취직한다. 번 돈은 차근차근 모으고 있으며, 덩치 좋고 전과 있는 그를 유혹하는 주먹의 세계를 멀리한다. 이렇게 된 데엔 앞집에 사는 뇌성마비 백인 소녀 '지니'의 역할이 컸다. 지니는 그를 전과자로 대하지 않았고 겨드랑이도 지니를 장애인으로 보지 않았다. 지니의 믿음과 존중으로 겨드랑이는 살아가게 된 것이다.
겨드랑이에겐 캠프에서 함께 했던 엑스레이가 있다. 엑스레이는 카이라의 콘서트 표를 사서 암표로 되팔아 돈을 벌자고 한다. 너는 투자만 하면 되고 나머지는 자기가 다 알아서 한다고 한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또다른 한 축인 17살 흑인소녀이자 유명한 가수인 카이라가 있다. 그녀는 친구가 없다. 음악만 있을 뿐이다. 엄마는 매니저인 남자와 재혼했다. 18살만 되면 그녀는 새아빠를 해고하겠다고 공언한다. 카이라는 외롭다. 우여곡절 끝에 지니와 겨드랑이를 만나게 된 카이라는 겨드랑이를 사랑하게 된다.
이 책엔 전과자와 장애인과 인종 차별에 관한 이야기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소외된 아이들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와 존중받고 믿음을 얻는 게 중요한 것 못지 않게 존중해 주고 믿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려준다. 전작인 '구덩이'와 상관없이 읽어도 아주 재미있지만 '구덩이'를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