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 깨진 삼각형 건희/ 새사람 유나/ 센터 민설/ 북소리 햇빛초 대숲 ① 유나/ 사고 건희/ 밍밍한 망고 유나/ 목격자 민설/ 신발장 햇빛초 대숲 ② 유나/ 그늘 속으로 건희/ 진흙탕 유나/ 흉터의 의미 민설/ 내가 만든 가시 햇빛초 대숲 ③ 유나/ 떨리는 손 건희/ 남겨 둔 것 민설/ 새잎 햇빛초 대숲 ④ 유나/ 햇빛 |
누구한테 초점을 맞춰야 할까. 유나, 민설이, 건희. 세 아이는 친하지 않다. 유나와 민설이는 같은 때 새로운 학교에 다니게 되고 친구가 됐다. 6학년으로 올라가고 유나와 민설이는 다른 반이 됐다. 그때 유나 반에 건희가 전학오고 유나 짝이 되었다. 유나는 민설이와 건희와 셋이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민설이와 건희는 서로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두 친구 가운데 있으면 조금 힘들겠다. 처음부터 셋이 친구였다면 좋았을 텐데. 유나가 민설이는 민설이대로 건희는 건희대로 사귀었다면 나았을 것 같은데.
친구가 다른 친구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해서 자신이 나서서 그 친구한테 뭔가 말하는 건 안 좋을 것 같은데. 건희는 다른 반인 민설이가 유나를 찾아오는 걸 보고 자신이 유나 대신 민설이한테 뭐라고 한다. 그때 유나가 나섰다면 민설이 마음이 좀 괜찮았을 텐데 유나는 가만히 있었다. 둘 사이가 조금 어색해졌다. 유나와 민설이는 난타반이었다. 유나는 난타반에 가는 게 껄끄러웠지만 간다. 난타반은 동아리 같은 건가 보다. 민설이가 난타를 알고 유나와 함께 하자고 했다. 유나는 처음엔 내키지 않았지만 이제는 난타를 좋아하고 잘하기도 했다. 친구 따라간 사람이 더 잘하는 경운가. 민설이도 난타를 좋아했다. 조금 못했지만.
난타반이 5월 체육행사에서 공연을 하기로 했다. 선생님은 아이들한테 센터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유나는 마음속으론 자신이 센터를 해야 한다 생각했지만, 비디오에 찍힌 자기 모습을 생각하고 쉽게 손 들지 못했다. 유나는 난타에 빠져 북을 치고 움직였다. 다른 아이들은 가만히 서서 북을 쳤는데. 유나가 자신있게 손을 들었다면 민설이는 손을 들지 않았을까. 아니 민설이도 용기를 냈겠지. 민설이는 용기를 내고 센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연습할 때 민설이가 자꾸 틀리자 선생님은 유나와 민설이를 불러서는 센터를 유나한테 하게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이런 모습 봤을 때 조금 안 좋았다. 지금까지 나도 뭐든 잘하는 사람이 앞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걸 알았다. 학교 난타반은 전문가가 아니다. 조금 못하면 어떤가 싶었다. 그 일이 아니었다면 유나는 다치지 않았을 거다. 여기에서 말하는 건 이게 아닌 것 같지만. 아니 꼭 그렇지는 않은가. 제멋대로인 어른을 꼬집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민설이는 선생님이 한 말에 화가 나서 큰북을 밀었는데, 잘못해서 넘어졌다고 했다. 그렇다고 민설이가 유나를 다치게 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 민설이는 유나가 다친 걸 보고 깜짝 놀라서 그때는 거짓말 했을 거다. 유나도 그렇게 믿었는데, 햇빛초등학교 아이들이 쓰는 익명 계정 대나무숲에는 민설이가 큰북을 밀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유나는 크게 다쳤다. 이마를 여러 번 꿰맸다. 유나는 민설이가 큰북을 미는 걸 봤다는 사람을 찾으려 했지만 자신이다 밝히는 사람은 없었다. 그 뒤 유나를 탓하는 글도 올라오고 헛소문을 퍼뜨리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 세계도 만만하지 않구나.
유나는 흉터가 마음 쓰였다. 그 흉터가 생긴 게 자기 탓인 것만 같았다. 이런 생각 들 것 같기도 하다. 민설이는 민설이대로 죄책감에 시달리고 엄마한테 말했더니 사실대로 말하지 마라 했다. 민설이가 나쁜 마음으로 한 건 아니지만 사실을 말하지 마라 하다니. 건희 이야기는 못했다. 건희는 자기 잘못을 제대로 안 보고 일이 잘 안 되면 피했다. 예전에 다닌 학교에서 그랬다. 건희는 자신이 괴롭힌 아이는 잊고 자신한테 안 좋게 한 사람은 기억했다. 건희가 유나를 생각하고 한 일은 유나한테 별로 도움이 안 됐다. 건희도 거짓말을 했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가 보다. 그런 이야기는 왜 하는 건지. 보고도 못 봤다고 하라는 부모도 있었다. 아이가 자라고 어른이 되고 거짓말 하는 건 부모 탓일까. 그건 아니겠지만, 어릴 때부터 자신이 한 일을 사실대로 말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것도 용기가 있어야 하는구나. 익명으로 글쓰는 것도 별로 안 좋은 듯하다. 차라리 일기장에 쓰지. 사람은 이름을 밝히지 않고 글을 쓰면서도 그걸 누군가 봐주기를 바라는가 보다.
희선
신도시에 살고 있고, 신도시에서 근무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A는
지난해 6학년 담임을 하면서 SNS 사용으로 한차례 골머리를 썩힌 일이 있다.
대숲? 그게 뭔데? 아~ 페이스북에 00대학교 대나무숲이라며 몇 번 스치듯 본 기억이 난다.
요즘 아이들에게 떼레야 뗄 수 없는 각종 매체들.
방과후 교실 뒤편에서 틱톡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며 즐거워 하는 아이들,
친구추천에 뜬 아이와 페메를 보내고 친구를 맺으며 온라인에서도 바쁜 아이들,
(담임 선생님 없는) 카톡 단체방에서 하하호호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
햇빛초처럼 00초도 페이스북에 대숲 계정이 생겼다 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겐 비밀에 부친채 이런 저런 이야기를 계정 주인에게 전해 주고
계정 주인은 그 글을 퍼다 나르고 일파만파 커지기 시작했다.
고백글, 유머글, 저격글...
아이들은 그렇게 할 말이 많았나보다.
주어 없는 이야기는 발 없는 이야기는 고작 3일 사이에 6학년 전교생에게 퍼졌고
결국은 어른인 교사인 A에게도 흘러흘러 전해왔다.
A의 반 학생 중 계정 주인이 있다고 한다.
A를 따로 불러 그간 어른들이 몰랐던 그들의 세계 이야기를 들어본다.
화면 하나하나를 캡처하고 증거를 모으고 상처받은 아이들을 불러 모아 그 이야기도 들어본다.
교사들이 할 수 있는 건 일단 대숲 계정을 폭파시키고, 온라인 예절과 말의 위험성에 대해 교육하고, 결국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저격글을 올린 친구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익명이 아닌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것이었다.
한창 친구 관계에 예민하고 감수성이 흘러 넘치는 6학년 여학생들은 그렇게 몇 년 전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한참을 며칠을 함께 이야기하고 풀어 나갔다.
A는 얼마전 '햇빛초 대나무 숲에 새 글이 올라왔습니다'라는 책 제목을 보고 홀린듯 단숨에 책을 읽어나갔다.
그리고 일 년 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교사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벗어던지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유나, 건희, 민설의 삼각형.
아이들에게도 줄곧 얘기해오던 3명의 위험성(...), 첫장의 '깨진 삼각형' 이야기부터 읽어 나가며 세 친구가 돌아가며 이야기는 점점 고조되고 독자는 유나도 되었다가, 건희, 민설이도 되었다가, 한다.
A는 작년에 00초 대숲 계정 주인이던 아이 하나를 생각한다.
중학생이 되어 한 번 학교를 찾아왔던 아이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니 그 아이가 좀 더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중학교에서는 잘 지내고 있는지, 원격 수업으로 매체의 사용은 더욱 빈번해진 요즘의 우리 아이들은 어찌 지내고 있는지. 그 아이가 유나처럼, 혹은 민설이, 건희처럼 용감하고 씩씩하게, 어른의 경계에 있지 않아도 나름대로 부딪히며 깨달으며 현명하게 지내기를. 이 책을 읽으며 바라고 바라본다.
햇빛초 대나무 숲에 새글이 올라왔습니다.
황지영 글 백두리 그림
황지영 작가는 2013년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우리집에 왜 왔니? 도개울이 어때서!, 짝짝이 양말등 동화를 썼다. 이 작품은 고학년 여학생들의 관계, SNS라는 학생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세 아이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친구들에게 언제나 인기가 많은 유나, 전 학교에서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어 진흙탕 싸움을 하다가 신도시 햇빛초로 전학온 건희, 조용하고 유나와 다른 반이 되어 쉬는 시간마다 유나를 찾아오는 소극적인 민설이의 이야기다. 건희는 새학교로 전학와서 새로운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유나를 만나 잘 지내고 있었지만 쉬는 시간마다 찾아오는 민설이에게 기분 나쁜 말을 한다. 그 일로 민설이나 유나는 멀어지고 서로 오해가 생기기 시작한다. 난타반은 민설이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소극적인 민설이는 난타를 하면서 자기 표현을 기회를 갖는다. 유나는 그저 즐기는 모습으로 난타반에 참여한다. 난타반에서 사고가 생겨 유나는 얼굴에 상처를 입는다. 목격자의 진술이 햇빛초 대나무 숲에 올라오면서 유나와 민설이 사이의 각종 오해와 거짓말들이 둘 사이를 더 힘들게 하고, 항상 자신감이 넘쳤던 유나에게도 좌절이 찾아온다.
대나무 숲에 올라온 글들로 유나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니, 운영자였던 건희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대나무 숲을 닫는다. 상처가 아물 듯이 성장을 통해 달라진 아이들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아이들의 이야기로 재미있고, 친구들과의 관계, SNS사용, 학교폭력, 소외되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어, 학교에서 학생들과 이야기 나눌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