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8년 03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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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2쪽 | 332g | 130*198*20mm |
ISBN13 | 9791196090227 |
ISBN10 | 119609022X |
발행일 | 2018년 03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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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2쪽 | 332g | 130*198*20mm |
ISBN13 | 9791196090227 |
ISBN10 | 119609022X |
대상 김초엽 「관내분실」 수상 소감 가작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혜진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오정연 「마지막 로그」 김선호 「라디오 장례식」 이루카 「독립의 오단계」 심사평 |
<읽은기간: 7.2~7.5>
2회 수상 작품집에서 김초엽 작가의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가 나오는데 이는 최근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김초엽 작가의 소설집에서 읽은 기억이 나서 괜히 반가웠다. 한 번 더 읽어보니 다시 한 번 김초엽 작가의 저력을 느꼈다. 특히 인간성과 SF를 결합했다는 점에서 SF소설이 이런 방향으로도 나갈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가진 생각을 확장할 수 있게 해주어서 기억에 남는다.
김초엽 작가의 소설도 기억에 남지만 내가 가장 기억에 남은 소설은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라는 소설이었다. 인공지능이 간병을 맡고 있다는 설정으로 쓰인 이 소설은, 힘든 일을 로봇에게 맡기고 싶어하는 인간의 바람 때문에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미래 중 하나이다. 이 소설에 주인공인 성한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10년째 간병하고 있으며 직접 간병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7년째 간병하고 있다. 그런데 간병을 오래하면서 생기는 외로움에 성한이 우울해하고 힘들어하자 보호자 케어를 겸하고 있는 로봇은 어머니의 생명을 끊으면서 성한을 살리고자 하는데, 이 결정을 하기 전 천주교 신부에게 고민을 상담하는 내용 및 생명을 끊고 나서 성한의 태도를 보면서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한 생명을 끊어야 다른 생명이 사는데 과연 한 생명을 끊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을 신부에게 털어놓는 로봇, 그리고 어머니를 보낸 후 로봇을 폭행하지만 장례식을 치르고 속이 후련하다고 이제 고민이 없다고 친구들과 노는 성한. 둘 중 과연 누가 로봇인가. 우리는 인간성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1회 수상 작품집에 이어 연달아 2회 작품집을 읽었다. 보통 소설을 읽고 나서 비문학을 읽고 소설로 돌아오는데 1회 작품집에서 느낀 여운과 신선한 발상이 2권을 읽지 않고는 안되게끔 나를 이끌었다. 현재 5회까지 수상 작품집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10회, 20회를 넘어 오래도록 발행되어 나의 지적 만족감과 상상력을 충족시켜 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세상을 떠난 이가 보고 싶을 때 사람들은 무덤이나 납골당을 찾아 그들을 기립니다. 미래에는 어떨까요. 죽은 이를 기억하는 일은 변함없겠지만 그 장소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요. <관내분실>에서는 고인의 기억을 기록해 제공하는 도서관이 등장합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소중한 이의 모습을 다시 보면서 대화를 할 수 있지요. 어머니의 기억이 기록된 '마인드'가 분실되면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몇 십 년 뒤쯤에는 이런 기술이 생길 수 있겠구나 느끼게 합니다. 신비한 뇌가 어느 정도 연구되고 그에 따른 기술들도 점점 발전하겠지요. 사람의 기억을 시각화해서 볼 수도 있고 생전의 행동패턴을 분석해 대화를 할 때 나타나는 사소한 몸짓도 되살려 낼 수 있을 겁니다. 그때가 되면 가족을 잃은 슬픔이 조금은 덜하게 될까요.
<관내분실>은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수상작입니다. 이 소설을 쓴 김초엽 작가는 대상과 가작을 동시에 수상했습니다. 얼마 전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떻게 동시에 수상할 수가 있었는지 내심 궁금했는데 심사위원들이 응모자의 이름을 모르는 채로 심사했다는 것을 알게 되니 그럴 수 있겠다 싶더군요. 심사위원들도 나중에 한 사람이 썼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고 하니 김초엽 작가는 이야기꾼임에 틀림없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도 그녀가 쓴 것이라 앞으로 계속 응원하고 싶네요. 멀고 먼 곳에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 우주여행을 떠나는 주인공의 뒷모습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그녀의 마음이 이해되기 때문이겠지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SF가 어려운 용어나 개념 없이도 충분히 재밌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수상작품집에는 여섯 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SF답게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지요. 로봇, 인공지능, 우주여행, 지구 종말 등의 소재를 사용해 우리의 미래를 그려 보이는 각각의 소설에서 거의 비슷한 세계를 볼 수 있습니다. 육체노동을 대신하는 로봇들이 대거 등장하고 사람들은 사람보다는 로봇들을 더 자주 보며 살아가게 되지요. 확실히 편리해지는 부분도 있겠지만 사람간의 소통이 부족해져 타인과 관계 맺는 것을 힘들어하는 이들이 생기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미묘하게 변하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때 생기는 마음의 병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지금부터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삶과 죽음에 대해, 그리움과 절망 등의 감정에 대해, 인간다운 모습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질문하는 작품들이 다음 해에는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