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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제1장 최초의 순간들 제2장 불시에 찾아온 이별 제3장 울지 말아야 하는 이유 제4장 무모하고 격렬한 시간 제5장 농담처럼 다가온 미지의 병 제6장 죽어가는 일에 종사한다는 것 제7장 뭔지 모를 그놈이 지나간 뒤 제8장 기나긴 추적의 서막 제9장 혼자가 아니라는 신호 제10장 또다시 폭주하는 병 제11장 아플 때 곁을 지킨다는 것 제12장 조용한 병실의 융단 폭격 제13장 전 세계에서 모인 의사들 제14장 마지막을 위한 준비 제15장 긴박한 실험은 계속되고 제16장 잠시 구름이 걷힌 하늘 제17장 또 하나의 죽음을 뒤로 하고 제18장 고통이 되돌아오는 속도 에필로그 |
저데이비드 파젠바움
관심작가 알림신청David Fajgenbaum
역박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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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병에 걸린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걸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최악의 증상이 확연해지기 전까진, 신체 장기의 기능 부전으로 꼼짝 못하게 되기 전까진, 입원하고 가족들이 오기 전까진, 어떻게든 인정하지 않고 버티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내가 죽어가고 있음을. 그냥 알 수 있었다.
아니 그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나는 ‘느꼈다’ 내 운이 다했음을. 그 깨달음은 어떤 증거보다도 빨리 왔다. 경험주의가 아니고 직관이었다. 나는 그 상황을 이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건 마치 죽기 전의, 또는 천재지변이 일어나기 전에 애완견이 주인 옆에 와서 몸을 웅크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뭔가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을 그냥 감지한 것이다. --- p.69 갑자기 나는 내가 의사로서 일했던 그 병원의 그 복도를 환자복을 입은 채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며 바로 전까지 같이 일했던 의대생, 레지던트, 간호사들과 마주치는 처지가 됐다. 나는 내가 돌보던 환자가 사용했던 그 병상에 환자로 누워있게 됐다. 내가 서 있던 자리엔 내 담당 의사가 서 있었다. 내 환자가 느꼈을 두려움과 불안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다만 의사 노릇을 해봤으니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이해한다는 측면에선 다른 환자들보다는 좀 더 아는 게 있었다고 할 수 있다. --- p.74 무섭도록 정확하게 구역질과 복통이 찾아왔고 뒤를 이어 몸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이미 알고 있는 일이지만 그래도 확인하기 위해서 몇몇 혈액검사를 받았다. 저 이상하고 사나운 놈이 다시 돌아온 게 확실해졌다. 퇴원한 지 4주 만인 2010년 11월 1일 나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 렉스 병원에선 고용량의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다시 투여했다. 대체로 환자의 기분을 좋아지게 하고 또 가끔씩은 이름 모를 병에 차도를 가져오는 약물이라고 생각해서 그랬겠지만 별 효과는 없을 듯했다. --- p.112 지난번에 내 생명을 구했다고 추정되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는 이번에는 별 효력이 없었다. 그래서 결론 도출에 도움이 안 되는 몇 가지 검사를 해본 후에 내 담당 의사는 최종적으로 림프절 생검을 지시했다. 안도가 됐다. 림프종이라고 확신해서가 아니었다. 림프종이라는 게 그때까지의 여러 진단과 검사들에 근거해서 볼 때 가장 가능성이 큰 결론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추측하고 짐작하는 데 진력이 났다. 물적 증거가 필요했고 확실한 결과를 얻고 싶었다. 의사들의 의견을 믿어보거나 그들이 답을 발견해주기만 기대하는 것이 지긋지긋했다. 수련의로서, 의사의 아들로서 나는 절대로 의사들이 틀리지 않는다거나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림도 없었다. --- p.114 그런 다음 나는 그 괴물에 정면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사흘 연속 더 세포독성 화학요법을 받고 나서 17일 동안 산발적으로 화학요법을 또 받아야 했다. 전에 그랬듯이 내 머리는 뭉텅뭉텅 빠져나갈 것이다. 이번에는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나는 이 병이나 화학요법이 탈모를 일으키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더이상 당하는 역할을 맡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선제 행동을 취했다. 아빠에게 전기면도기를 하나 사다가 그걸로 내 머리를 밀어달라고 부탁했다. 머리통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띠 모양의 짧은 머리 한 줄만 남겼다. 예전부터 모호크 스타일 머리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 --- p.207 |
“죽음과 가까워질수록 소중한 것들이 선명해진다”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낸 젊은 의사의 담담한 기록 벤치프레스 170킬로그램을 거뜬히 해낼 정도로 강인한 체력의 데이비드는 디비전1 소속 풋볼팀의 괴물 같은 쿼터백이었으나,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의대생이 되었다. 임상실습 시험 마지막 날, 사타구니에서 무지막지하게 커진 림프절을 발견하고 정신을 잃기 직전에 간신히 응급실로 향한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긴박한 시간은 흐르는데, 아무도 병의 원인을 찾지 못한다. 온몸이 부어오르는 데다가 호흡마저 힘든 상황에서, 불과 2주 만에 체액에서 41킬로그램이 늘어나고 근육에서 23킬로그램이 빠져나갈 정도로 심각한 장기부전은 계속된다. 데이비드의 몸은 가까스로 회복된다 싶으면 다시 재발을 거듭한다. 수치로 환산할 수 있는 신체의 모든 지표가 죽음을 암시하는 가운데, 데이비드는 한 가지 중대한 결심을 한다. 의사들도 방법을 모른다면, 자신의 몸으로 직접 치료법을 찾기로 한 것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마냥 희망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희망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그마저도 찾을 수 없다면 스스로 희망이라는 것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한다. 간절한 바람을 현실화시키는 힘 하나보다는 둘, 둘보다는 모두의 힘을 모아 데이비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온라인을 뒤져 다발성 골수종 연구자이자 캐슬만병 최고 권위자 프리츠 밴 리 교수를 찾아낸 것이었다. 그들은 곧 아칸소대학 의대에서 만났다. 밴 리 박사는 3차로 발병한 데이비드의 몸에 일명 ‘충격과 공포’ 작전을 감행하기로 결정했다. 일곱 가지 화학요법 약물을 섞어 한번에 대량 투여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7주가 지난 뒤 눈에 띄게 병세가 호전된 데이비드는 의대에 복학했고, 그곳에서는 희귀병 치료를 위한 ‘고아질병센터’의 임시센터장 루벤스타인 교수를 만났다. 그를 통해 보다 체계적인 희귀병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데이비드는 4차 재발이 진행될 즈음에 캐슬만병을 온몸으로 겪어내는 것이 숙명임을 깨닫고 남은 생을 캐슬만병 연구에 바치기로 다짐한다. 그의 다짐은 곧 어마어마한 추진력을 가지고 현실화된다. 자신을 치료해준 밴 리 교수와 함께 캐슬만병 연구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체계적인 진단 기준과 치료사례들을 모으기 위해 나선 것이다. 이런 행보는 자연스럽게 캐슬만병네트워크(CDCN) 설립으로 이어졌다. 데이비드의 표현대로 ‘별들이 정렬하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별들을 정렬시키자’는 뜻이었다. 데이비드는 연구자와 의사, 환자 간에 치료 성과를 공유한다면 좀 더 큰 규모의 아이디어 크라우드 소싱으로 이어져 치료법 개발에 필요한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보다 효율적인 네트워크 운영을 위해 관계자들을 설득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던 캐슬만병 연구 단체들을 통합하는 일에 힘을 보탰다. 저마다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과 하나의 뜻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와튼스쿨에서 MBA 과정을 밟으며 경영 전략에 관한 소양을 쌓기도 했다. 끝나고 나서도 끝이 아니다 운명과의 연장전 끝에 찾은 행복 수많은 투병기 중에서 데이비드의 이야기가 특별한 것은 그가 창문 너머에 매달린 마지막 잎새를 응시하듯 수동적인 태도로 자신의 병을 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954년 매사추세츠 출신의 한 병리학자가 발견해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캐슬만병의 치료법이 지금처럼 발전된 데는 데이비드 파젠바움이라는 환자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데이비드의 공이 크다. 국제적으로 통하는 고유의 질병 기호를 얻었고, 증상 및 진단 기준이 체계적으로 확립되었다. 2019년 현재, 그는 자신을 기다려준 아내 케이틀린과 두 살배기 딸 아멜리아와 함께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데이비드에게는 다른 표현이 더 어울린다. 끝난 이후에도 끝은 아니다. 언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몽롱한 고통의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은 언제든 다시 반복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완치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남은 생은 그의 표현에 의하면 일종의 ‘연장전’이다. 하지만 홀로 싸우는 것이 아니기에 더 이상 외롭지 않다. 환자 수가 적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스스로 희망을 찾기 위해 나섰던 데이비드는 이제 모든 희귀병 환자와 그의 가족들, 나아가서 삶이 힘겨운 모든 이들에게 꺼지지 않는 희망이 되어주고 있다. 이 책은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관점에서 읽을 수 있다. 미지의 병과 그 치료법을 쫓는 의학 스릴러라 볼 수도 있고, 희귀병에 걸린 개인의 내면이 잘 드러나 있는 극적인 에세이라고 볼 수도 있으며, 여자친구 케이틀린과 나눈 사랑의 마음이 감동을 주는 한 편의 연애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됐든 책장을 덮고 난 뒤에 그가 만들어낸 묵직하고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죽음의 입구에 추락하고도 희망을 잃지 않은 끈기가 가슴을 절절하게 만든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된다. - 앤절라 더크워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그릿』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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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흡입력을 가진 파젠바움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단숨에 읽었다. 한동안 감동의 여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툴 가완디의 책과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잇는 작품이다. - 애덤 그랜트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기브 앤 테이크』『오리지널스』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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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자신에게 엄습해온 희귀병의 치료법을 찾아 무섭게 질주하는 강렬한 연대기가 마음을 울린다. 파젠바움의 글은 시종일관 긴박감이 넘치는 가운데 크고 작은 감동을 잘 전달해주며, 질병과 치료에 대한 매우 특별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의사로서 항상 지켜보는 입장이었던 투병 생활을 직접 하게 된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성실하고 솔직한 태도가 빛나는 글이다. - [커커스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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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의사들은 희귀병 환자들을 연구하며 많은 것을 알아냈지만, 그들 스스로가 환자였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 파젠바움 박사는 캐슬만병을 앓고 있는 환자로서, 증상조차 확립되어 있지 않은 희귀병과 싸우는 동시에 치료법을 찾느라 고군분투했던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병의 치료제가 익히 알려진 약일 수 있다는 해답을 구해가는 과정에서 빛나는 추론은 대단하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추리소설, 연애소설, 과학소설이 다 들어있는 이 책은 불굴의 의지를 지닌 의사가 어떻게 희귀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달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 마이클 S. 브라운 (1985년 노벨 의학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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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질병을 가진 환자가 스스로 원인과 치료법을 찾아내는 의사이자 과학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이 놀라운 이야기에 우리는 몰입할 수밖에 없다. 파젠바움 박사가 밟아온 여정은 용기와 헌신, 그리고 총명함의 기록이다. - 아서 H. 루벤스타인 (펜실베이니아대학 페렐만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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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삶이 될 때』는 진정한 사랑, 굳건한 믿음, 어떻게 살 것인가 등 우리 삶에서 궁극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주제를 붙들고 씨름하는 일종의 의학 스릴러라고 할 수 있다. 빠른 전개와 가슴이 아플 정도의 구체적이고 솔직한 묘사로 채워진 이야기는 우리에게 삶에서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 린 빈센트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천국은 진짜다』 『인디애나폴리스』 공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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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삶이 될 때』는 초기 발병을 시작으로 의학적 발견을 통한 회복기에 이르기까지 파젠바움 박사가 불굴의 의지로 헤쳐나간 치료의 여정을 기록한 책으로, 한번 읽기 시작하면 눈을 떼기가 어렵다. 이 책은 스스로의 정신력과 지성, 가족과 친구들의 조력, 현대 과학의 힘, 새로운 치료법을 발견하기까지 환자들이 제공한 치료사례 등에 바치는 진실된 헌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내 마음을 온전히 빼앗았다. - J. 래리 제임슨 (박사, 펜실베이니아대학 페렐만 의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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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회복, 희망이 이어지는 이 놀라운 이야기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파젠바움은 믿기 어려울 정도의 ‘초능력’을 발휘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능력을 다른 이들을 위해서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 니콜 보이스 ([글로벌 진스]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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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삶이 될 때』는 공포를 믿음으로, 희망을 행동으로 바꾼 이야기가 담겨 있는 매우 훌륭한 책이다. 데이비드 파젠바움의 억센 생존의지, 희귀병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리더십은 희귀병 및 난치병의 치료법을 찾고자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귀감이 될 것이다. - 스티븐 그로프트 (약학박사, 전 미국국립보건원 희귀질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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