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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 죽음의 땅 일본원전사고 20킬로미터 이내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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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356g | 148*210*20mm
ISBN13 9788997137053
ISBN10 8997137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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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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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오오타 야스스케
1958년생이며 포토그래퍼 어시스턴트를 거쳐 편집 프로덕션에 카메라맨으로 입사했다. 1991부터 프리랜서 카메라맨으로 활동했다. 1980~1990년대에는 카메라맨으로 아프카니스탄, 캄보디아, 유고슬라비아 등의 분쟁지대를 다니며 촬영했다. 북한, 중국 중남해지구, 대만 원자력발전소 등을 잠입취재했으며, 일본사진가협회(JSP) 회원이다. 2004년에 고양이 도라, 마루와 살기 시작하면서 동물을 피사체로 한 사진을 찍게 되었다. 1년에 한번은 견종도감을 위해 해외를 돌아다니며 도그쇼를 취재한다. 들어본 적도 없는 견종의 사진을 소장하고 있는 것이 자랑이나 쓸모는 별로 없다.
역자 : 하상련
여러 나라에서 살았던 경험을 통해 동물과 음식에 대해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난 2011년 구제역 사태 이후 동물의 영혼을 애도하는 기도를 시작했다. 고통과 죽음을 초월할 수 있기를,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그들의 별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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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키우던 개였을 것이다. 일단 배를 채우라고 사료를 내밀자 입에 대기는 하면서도 자꾸만 내게 기대온다. 배고픔보다 외로움이 컸던가 보다.

남겨진 개들은 대부분 사람을 보면 먼저 다가왔다. 언제나 먼저 다가오는 아이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어느 집의 가족의 일원이었을 것이다.

먹을 것을 주니 닭에게 먼저 먹으라고 양보하는 착한 녀석. 자기도 배가 고플 거면서. 닭에게는 친절했지만 인간을 향해서는 짖기를 멈추지 않았다. 닭과 함께 집을 지키는 것이 자기 임무임을 아는 충견.

얼마나 배가 홀쭉한지 꽤 오랫동안 굶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서둘러 사료를 주니 녀석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주린 배에 딱딱한 사료를 꾸역꾸역 집어넣어서였을까. 녀석은 곧 다 토해버리고 말았다. 토하자마자 다시 먹고 또 다시 토하고..... 토하는 것을 알면서도 배가 고픈 녀석은 같은 행동을 되풀이했다.

그 집에는 개가 먹을 것이 전혀 없었다. 목줄이 풀어져있으니 어디든 가려면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착한 누렁이는 집을 지키고 있었다. 가족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고양이는 성격상 사람들 눈에 잘 띠지 않는다. 사람과 함께 살던 개보다 고양이 수가 더 많은데 잘 보이지를 않는다. 가끔 보이는 고양이들도 사람이 보이면 도망가 버린다. 그래서 고양이는 죽을 때도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가서 조용히 숨을 거둔다.

거의 모든 고양이가 사람을 보면 멀어져가 버린다. 도와주고 싶어도 도울 수가 없었다. 가지마라, 가지마.

캔을 주니 정신없이 꿀떡꿀떡 삼키던 고양이들. 슬프도록 말랐다는 게 이런 거였다.

기운이 없어 열려진 축사 밖으로도 나오지 못하는 소들에게 물을 먹여보기로 했다. 물그릇을 내밀자 조금 먹다가 이내 토해버리고 말았다. 소는 주저앉은 채 내 앞에서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다는 무력감에 나는 연신 욕을 내뱉었다.

소가 비닐을 먹고 있었다. 배가 고파서 뭐라도 먹는 것일텐데 미안하게도 내게는 줄 것이 없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바로 옆에서 만난 두 마리의 개. 계측기로 지면의 방사선량을 재어보니 280마이크로시버트(평소 사람들이 노출되는 방사선량의 약 2000배)였다. 이런 환경에 그들은 버려져 있다.

개는 함께 사는 인간에게 충실한 동물이다. 밥을 주고 함께 산 인간에 대한 의리로 목숨도 건다. 가족과 집을 지키는 것밖에 모르는 녀석들. 그게 바로 곤타가 두 달이 넘게 집과 동물 가족들을 훌륭히 지켜낸 힘이다.

잘 지어진 개집에는 이름이 커다랗게 쓰여 있었다. 구우타.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였구나. 텅 빈 밥그릇과 물그릇. 아이는 집에 누운 채 죽어서 말하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나는. 여기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요.

돼지들이 가까이 다가오기에 가져간 개 사료를 주며 기운 차리고 살아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다음 날 밤에 가보니 모두 살처분 당해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모든 생명에게 손을 내민다. 익숙하게 다가오는 동물에게도 손을 내밀지만 이미 야생화 되어 가까이 오기를 꺼리는 동물에게도 다정히 손을 내민다. 그렇게 손을 내밀고 기다리고 있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동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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