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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김소월, 백석, 윤동주, 이상, 이용악의 시선집을 엮다
바리운 몸 꿈 옛 낯 잊었던 맘 풀따기 꿈꾼 그 옛날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진달래꽃 산 드리는 노래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댈 땅이 있었더면 산유화 접동새 등불과 마주 앉았으려면 못 잊어 동경하는 애인 고적한 날 만리성 가는 길 왕십리 개여울 가을 저녁에 눈 오는 저녁 먼 후일 첫 치마 엄숙 부모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우리 집 엄마야 누나야 금잔디 임과 벗 수아 초혼 합장 설움의 덩이 팔베개 노래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임의 노래 봄비 |
저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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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낯선 사람. 스쳐 지나간 후 문득 생각나 이름을 부르며 불이 나게 달려가 같이 걷고 싶은 낯설고 낯익은 사람. 읽을 때 다르고 읽고 나서 다르고 어제 읽은 시 오늘 생각하면 또 다른, 현대적 해석이 따로 필요 없는 어제가 오늘인 시인. 따로 평이 없어도 아무렇지 않은 시인. 소월은 100여 년 전의 시인이지만 밤이면 내 머리맡에 떠 있는 한 식구 같은 달이다.
--- p.18 소월의 시 속에 숨은 어둠과 밝음, 그리움과 미움, 슬픔과 기쁨, 기다림과 잊음의 무게는 늘 한 근으로 같다. 미움과 사랑의 무게가 같을 때, 실은 그 사람 쪽으로 이미 마음이 가고 있는 것이다. 소월은 늘 그렇게 우리들에게 저울추의 균형을 찾는 혼란을 준다. --- p.25 바람 잔 날 눈 오듯이 가만가만 소월을 따라가보라. 그 시작과 끝이 지워질 때까지. --- p.29 소월의 시는 사람들이 다 쉽다고 한다. 다 안다고 한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소월의 시를 다 모른다. 말하자면 소월의 시가 우리들의 마음을 이렇게 헤집어놓을지를. --- p.31 소월의 시는 정말 가만가만 한 자 한 자 한 구절 한 구절 자세히 읽어야 한다. 그래도 아무 감정의 물결이 일지 않는 사람은 죽어도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다. 몇 번씩 곱씹어 읽어보라. 음식이든 인생이든 늘 곱씹어야 맛이 우러난다. 「진달래꽃」은 그런 곱씹는 시다. --- p.33 사랑을 위해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갈’ 마음이 일면 되리라. --- p.37 나라가 없다니, 나라를 빼앗기다니, 그렇다면 빼앗긴 나라의 시인은 어떻게 시를 쓸까. 나라가 없을 때, 시인은 어떻게 살까. 소월은 그래서 ‘저저 혼자…… 산경을 김’맸던가? --- p.43 사랑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아는 사람은 사랑을 해본 사람이다. --- p.55 소월 시의 해석은 시를 훼손하고 시의 격을 떨어뜨리고 기운 빠지게 하고 소월 시에서 멀어지게도 한다. 소월 시는 해석을 손사래 치고 가만히 밀어낸다. --- p.67 소월의 곡조를 따를 때마다 잔자갈이 깔린 여울 물소리가 들리곤 한다. 소월의 곡조는 큰 소리도 없다. 강조하지도 외치지도 않는다. 잔자갈밭을 흐르는 물이 만들어낸 가락 같다. --- p.87 설움과 사랑은 항상 같이 있다. 친구와 같이 가시덤불 속 빨간 딸기를 다 손바닥에 모으며 하는 사랑 이야기는 섧다. --- p.89 소월은, 늘 이래라저래라 무슨 일을 시킨다. 나는 진심으로 그가 시키는 대로 하고 싶다. 가라고 하면 가고 오라고 하면 오고 걸어라 하면 걷고 싶다. --- p.108 |
“간절한 손끝이 가닿는 당신의 머리맡에 이 시집을 놓아드리고 싶다”
「섬진강」의 김용택 시인이 읽어주는 김소월, 백석, 윤동주, 이상, 이용악의 시! 김용택 시인이 김소월과 백석, 윤동주, 이상, 이용악의 시들을 읽고 감상글을 덧붙인 『머리맡에 두고 읽는 시』 시리즈를 펴낸다. 각 시인별로 한 권씩, 총 다섯 권이 한번에 출간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다섯 시인의 시, 「진달래꽃」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서시」 「오감도」 「오랑캐꽃」뿐만 아니라 김소월의 「엄숙」이나 이용악의 「집」처럼 비교적 덜 알려진 시들까지 포괄한 시선집이다. 김용택 시인은 기존의 유명한 시들을 다섯 시인의 ‘정면’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다섯 시인에게 고정시켜놓은 시대적, 시적, 인간적인 부동의 정면을 잠시 걷어내고 그들에게 자유의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즉 다섯 시인이 평생 동안 펼쳤던 시세계의 정면뿐 아니라 측면과 뒷면까지, 다양한 면모를 두루두루 살펴보고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할 수 있겠다. 시의 편편마다 덧붙인 김용택 시인의 감상글은 김소월과 백석, 윤동주, 이상, 이용악의 시로 가닿는 징검돌이자 디딤돌 역할을 한다. 조심조심 디뎌 밟듯 시로 향하는 그의 글은, 자체로 또 한 편의 시로 읽힌다. 시를 해체하거나 해설하지 않고, 시와 가볍게 노닌다. 그리하여 분석하고 공부하는 시가 아닌, 그저 마음에 와닿는 대로 시를 읽고 느낄 수 있도록 감수성을 확장시킨다. “사랑에는 먼 훗날이 없다. 땅에 닿기 전에 달려라” 「진달래꽃」에서 「엄숙」까지, 김소월의 시를 읽는 시간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으로 시작하는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의 첫 구절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민요의 율격으로 담아낸 김소월의 시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아왔다. 『머리맡에 두고 읽는 시 김소월』에서는 김소월의 시 40편을 가려 뽑은 후 김용택 시인의 감상글을 더했다. 김용택 시인은 김소월을 두고 “100여 년 전의 시인이지만 밤이면 내 머리맡에 떠 있는 한 식구 같은 달”과 같다고 표현한다. 강렬하진 않지만 은은하게 빛을 발하며 곁을 차지하는 달처럼, 김소월 시인이 그려내는 정서는 우리의 무의식에 친숙하게 배어 있다. 소월의 시는 정말 가만가만 한 자 한 자 한 구절 한 구절 자세히 읽어야 한다. 그래도 아무 감정의 물결이 일지 않는 사람은 죽어도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다. 몇 번씩 곱씹어 읽어보라. 음식이든 인생이든 늘 곱씹어야 맛이 우러난다. 「진달래꽃」은 그런 곱씹는 시다. -33쪽 김용택 시인은 특유의 다감한 어조로 김소월의 시를 읽는다. 그러나 김소월의 시를 이별과 그리움, 한恨의 정서로만 읽는 것은 경계한다. 「초혼」을 읽고 나서는 “단순하게 읽으면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이 구절만 남는다”라고 조심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댈 땅이 있었더면」을 읽고는 “나라가 없다는 말이 그저 은유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면 마음이 어떨까 (…) 그렇다면 빼앗긴 나라의 시인은 어떻게 시를 쓸까”라고 물으며 일제강점기를 살아야 했던 시인의 마음으로 우리를 데려가기도 한다. 소월의 시는 사람들이 다 쉽다고 한다. 다 안다고 한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소월의 시를 다 모른다. 말하자면 소월의 시가 우리들의 마음을 이렇게 헤집어놓을지를. -31쪽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만드는, 시를 읽는 나날을 생각하다 시를 읽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 시인의 눈을 통해 시를 다시 읽는 경험은 특히 귀하다고 할 수 있다. 시를 쓰는 시인의 마음으로 시를 읽어봄으로써, 언어로 쌓아올린 정교한 시의 세계를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시 전문 해설서는 아니지만, 외로움과 번민이 깊어가는 밤에, 손이 닿는 머리맡에 두었다가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위로받을 수 있는 시집이다. 김용택 시인의 시선을 좇아가며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다 보면, 우리 현대시사의 큰 시인인 김소월, 백석, 윤동주, 이상, 이용악의 숨결을 좀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