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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

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

: 눈물 나게 외롭고 쓸쓸했던 밤 내 마음을 알아주었던 시 101

리뷰 총점9.5 리뷰 37건 | 판매지수 4,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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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58g | 135*200*20mm
ISBN13 9791196509446
ISBN10 1196509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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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prologue 나는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종류의 위안을 시에서 찾았다

chapter 1 어느 날 시가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정말 그럴 때가 + 이어령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 오규원
아버님의 안경 + 정희성
자화상 + 윤동주
산속에서 + 나희덕
이름 부르는 일 + 박남준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 성미정
조용한 일 + 김사인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 백창우
오늘의 결심 + 김경미
방문객 + 정현종
어느 날 하느님이 물으실 것입니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배꼽을 위한 연가 5 + 김승희

chapter 2 눈물 나게 외롭고 쓸쓸했던 날
세상 일이 하도 섭해서 + 나태주
밥상 앞에서 + 박목월
슬픈 웃음 + 맹문재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 허수경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어머니의 그륵 + 정일근
오늘 그대가 한 일들을 떠올려 보라 + 조지 엘리엇
그렇게 물으시니 + 유용선
병 + 공광규
밖에 더 많다 + 이문재
강아지 + 조병화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반칠환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chapter 3 인생의 절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깨달은 것들
오늘, 쉰이 되었다 + 이면우
한쪽 어깨 + 이상교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내가 이제 깨달은 것은 + 작가 미상
짐과 집 + 김언
산머루 + 고형렬
발작 + 황지우
나이 + 김재진
비에도 지지 않고 + 미야자와 겐지
삶 + 안도현
오래된 기도 + 이문재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아툴 가완디
별똥별과 소원 + 이원규

chapter 4 이누이트 족의 언어에 ‘훌륭한’이라는 단어가 없는 이유
나는 성공하고자 힘을 구했지만 + 어느 병사의 기도
사람의 일 + 천양희
사십대 + 고정희
물 끓이기 + 정양
콩나물에 대한 예의 + 복효근
계산에 대하여 + 나희덕
첫사랑 + 정세훈
어떤 것을 알고자 한다면 + 존 모피트
인생은 아름다워 + 쥘 르나르
인간론 + 알렉산더 포프
선택의 가능성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사랑에게 + 정호승
익어 떨어질 때까지 + 정현종

chapter 5 나는 정말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
회색양말 + 김기택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 최승자
생의 일들에 덜 몰두한다는 것 + 달라이 라마
밤의 이야기 20 + 조병화
자탄 + 퇴계 이황
엄마의 발 + 김승희
인간에게 진실로 위대한 일은 + 프랑시스 잠
그냥 둔다 + 이성선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 이상국
부부 + 함민복
항아리 속 된장처럼 + 이재무
배움을 찬양한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chapter 6 무심코 하는 말들을 위한 기도
가장 이상한 세 단어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해같이 달같이만 + 이주홍
백비 + 이성부
누군가의 그 말 + 천양희
반성 16 + 김영승
신은 모든 것 속에 +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기도 + 라파엘 메리 델 발
비누 + 정진규
더딘 사랑 + 이정록
양철 지붕에 대하여 + 안도현
어부 + 김종삼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 안젤름 그륀
취나물국 + 박남준

chapter 7 시가 내 곁에 있어 참 다행이다
별 + 공재동
죽고 난 뒤의 팬티 + 오규원
그 저녁은 두 번 오지 않는다 + 이면우
죽음의 노래 + 발라 크리슈나 사마
사랑 + 김영현
시간에게 + 김남조
버릇 + 박성우
넉넉한 마음 + 김재진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 이기철
사랑 + 박형진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 칼릴 지브란
수도원에서 + 정채봉
끝까지 가라 + 찰스 부코스키

chapter 8 내 삶을 뻔한 결말로부터 구해 준 결정적 순간들에 대하여
그렇게 소중했던가 + 이성복
그거 안 먹으면 + 정양
도반 + 이성선
새점을 치며 + 정호승
버리긴 아깝고 + 박철
동행 + 배문성
운동회 날 + 오성호
혼자 가질 수 없는 것들 + 문정희
자살에 대한 경고 + 에리히 케스트너
하루를 위한 잠언 + 막스 에르만
첫마음 + 정채봉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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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삶은 어렵고 힘들다. 별일 없어 보이는 사람도 늘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각자 견디며 살아가고, 나 역시 망설이거나, 피하거나, 참거나, 아주 조금 용기를 내면서 그 시간들을 지나왔다. 그 삶의 갈피마다 나에게는 시가 있었다. 시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어설픈 욕망들을 이해해 주었고, 괜찮은 척했지만 괜찮지 않았던 나의 모멸감을 달래 주었다. 그리고 뜻대로 풀리지 않은 일에 화가 날 때 나를 다독여 주었고, 인정받기 위해 기를 쓰는 나에게 너무 애쓰지 말라 위로해 주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런 때에는 연필 한 자루 잘 깎아 글을 씁니다.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손톱에 대하여, 문득 발견한 묵은 흉터에 대하여.
--- 「정말 그럴 때가, 이어령」 중에서

그때, 나는 묻는다.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 그러면 너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 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
---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허수경」 중에서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침을 퉤, 뱉아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 「사십대, 고정희」 중에서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 아침이 오면 개똥 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백창우」 중에서

주변에도 시름시름 아픈 사람들이 많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아파 죽음까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나는 하나도 아프지 않다. 직장도 잘 다니고 아부도 잘 하고 돈벌이도 아직 무난하다. 내가 병든 것이다.
--- 「병, 공광규」 중에서

함부로 상처받지 않겠다. 목차들 재미없어도 크게 서운해하지 않겠다. 너무 재미있어도 고단하다. 잦은 서운함도 고단하다. 한계를 알지만 제 발목보다 가는 담벼락 위를 걷는 갈색의 고양이처럼 비관 없는 애정의 습관도 길러보겠다.
--- 「오늘의 결심, 김경미」 중에서

고독하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이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 「밤의 이야기 20, 조병화」 중에서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다시 걷는다.
---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반칠환」 중에서

매일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이렇게 말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눈이 보인다. 귀가 들린다. 몸이 움직인다. 기분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고맙다! 인생은 아름다워.
--- 「인생은 아름다워, 쥘 르나르」 중에서

삶이 쓸쓸한 여행이라고 생각될 때 터미널에 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다. 짐 들고 이 별에 내린 자여, 그대를 환영하며 이곳에서 쓴맛 단맛 다 보고 다시 떠날 때 오직 이 별에서만 초록빛과 사랑이 있음을 알고 간다면 이번 생에 감사할 일 아닌가.
--- 「발작, 황지우」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시가 내 곁에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시가 늘 곁에 있었기에, 하늘의 별을 바라볼 수 있었고 발밑의 꽃을 잊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어린 시절에는 다락방에 올라가 아버지가 사다 준 윤동주와 김소월의 시집을 뒤적였고, 외롭던 학창 시절에는 랭보, 예이츠, 헤세, 김지하의 시를 편지지에 베껴 친구와 나누곤 했다. 잡지사에 취직한 뒤로는 매달 다섯 편의 시를 잡지에 싣기 위해 천여 편에 이르는 시를 찾아 읽으면서 마음을 돌보았다. 그러는 동안 가난한 살림을 이끄느라 마음껏 살아 보지 못한 엄마는 뇌질환을 앓기 시작했고, 몇 번의 이직 끝에 조그만 잡지사를 차렸지만 3년 만에 문을 닫았으며, 사랑하는 딸아이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힘든 사춘기를 보냈다. 우울과 자책의 나날을 보내던 그 시절, 그제야 아름답게만 읽히던 시들이 품고 있던 깊은 뜻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 힘들다’ 소리가 나올 때마다 어떤 시의 한 문장을 떠올리며 힘을 낸 그는, 마침내 누구에게나 삶은 어렵고 힘들다는 사실을 웃으며 받아들이게 되었다. 별일 없어 보이는 사람도 늘 좋기만 한 것은 아니며, 우리는 모두 각자 견디며 살아간다. 다행히 그 삶의 갈피마다 시가 있었기에 좌절의 늪에 오래 빠져 있지 않을 수 있었던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시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어설픈 욕망들을 이해해 주었고, 괜찮은 척했지만 괜찮지 않았던 나의 모멸감을 달래 주었다. 그리고 뜻대로 풀리지 않은 일에 화가 날 때 나를 다독여 주었고, 인정받기 위해 기를 쓰는 나에게 너무 애쓰지 말라고 위로해 주었다. 거기서 내가 얻은 에너지는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받아들임’이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그럼으로써 앞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나를 조금씩, 천천히 채워 갈 수 있었다.”


내 삶을 뻔한 결말로부터 구해 준 고마운 시들에 대하여

어쨌든 삶은 계속될 것이다. 식사를 하고 치우고 TV를 보고 물건을 사고 잠을 잘 것이며,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과 인간관계에 실망하고 상처받으면서도 내일이면 또다시 출근 지하철을 탈 것이다. 그렇게 쳇바퀴 같은 일상을 반복하면서 용기 있게 다른 삶을 선택하지 못하는 자신을 향해 한숨을 내쉴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에겐 정말 시가 필요한지 모른다. 시인들은 삶의 갈피에 숨은 반짝이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언어의 그물로 건져 올린다.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빛처럼, 시는 삶의 틈 사이로 찾아드는 작은 기쁨과 위안을 포착하여 우리의 눈앞에 펼쳐 놓는다. 그래서 시를 읽는 한, 삶은 결코 뻔한 결말로 끝나지 않는다. 비록 같은 일상을 반복할지언정, 시가 선물하는 순간의 반짝임을 담아 가는 만큼 삶은 나아지고 충만해질 것이므로.
저자가 지금까지 읽어 온 수만여 편의 시 가운데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시 101편을 추려 이 책에 실었다. 시는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괜찮다고 다독여 주었고, 무척 사랑했지만 엇갈릴 수밖에 없었던 그 사람을 마음에서 놓게 해 주었으며, 이제는 늙어 가는 엄마아버지를 좀 더 이해하게 해 주었고, 예기치 않은 일들로 가득한 세상을 힘내서 살아가라고 등 떠밀어 주었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시를 품고 있는 한 우리는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라고.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고 있는 시는 무엇인가요?

그가 그동안 곁에 두고 읽어 온 시들을 묶어 보기로 한 데는 ‘누구나 나처럼 가슴속에 넣어 둔 시 한편 있다면, 그 시를 모두 꺼내 놓고 함께 읽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다. 가슴속 시를 나눈다는 것은 살아오면서 느꼈을 인생의 기쁨과 슬픔, 좌절과 희망을 모두 함께 나눈다는 뜻이다. 삶이 힘들고 고단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서로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이렇게 살아왔노라 대신 나는 이런 시를 읽어 왔다고 고백한다면, 그래서 서로의 아픔을 드러내고 한 번 더 울어 주는 대신에 서로의 어깨를 가만 두드려 줄 수 있다면, 그게 더 힘이 되고 멋지지 않을까. 스물의 시, 서른의 시, 마흔의 시……. 저마다 시 이력서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는 상상도 해 본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책을 통해 자기가 아껴 온 가슴속 시를 전달하며 이렇게 되묻는다.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고 있는 시는 무엇인가요?”

회원리뷰 (37건) 리뷰 총점9.5

혜택 및 유의사항?
주간우수작 시가 주는 매력을 만날 수 있는 시간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m***h | 2019.07.23 | 추천51 | 댓글96 리뷰제목
  책을 읽고 있으니 아들이 물었다. " 엄마가 가슴에 품고 사는 시는 뭐에요? " 기억에 남는 시는 있지만, 일상 속으로 들어와 마음을 들썩이게 하는 시를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어서 찾아보려고 읽는 중이라고 답했다. 저자의 마음을 알아주었던 시, 그래서 가슴에 품고 있는 시 101편은 어떤 시들일까? 그 중에서 내 맘에도 들어오는 시가 있을까? 그런 시 한 편만 만날 수;
리뷰제목

 

 책을 읽고 있으니 아들이 물었다. " 엄마가 가슴에 품고 사는 시는 뭐에요? " 기억에 남는 시는 있지만, 일상 속으로 들어와 마음을 들썩이게 하는 시를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어서 찾아보려고 읽는 중이라고 답했다. 저자의 마음을 알아주었던 시, 그래서 가슴에 품고 있는 시 101편은 어떤 시들일까? 그 중에서 내 맘에도 들어오는 시가 있을까? 그런 시 한 편만 만날 수 있어도 뿌듯할 것 같았다.

 

 저자가 말했듯 누구에게나 힘든 순간이 있다.  그런 시기를 견뎌나가는데 힘이 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건 참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녀에게는 그런 순간마다 가까이 있었던 시가 큰 역할을 했었다고 하는데, 전부를 이해하지는 못해도, 읽는 순간 나에게 전해져 오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시가 아닐까싶다.

 

 시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어설픈 욕망들을 이해해 주었고, 괜찮은 척 했지만 괜찮지 않았던 나의 모멸감을 달래 주었다. 그리고 뜻대로 풀리지 않은 일에 화가 날때 나를 다독여 주었고, 인정받기 위해 기를 쓰는 나에게 너무 애쓰지 말라 위로해 주었다. 거기서 내가 얻은 에너지는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받아들임' 이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그럼으로써 앞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나를 조금씩, 천천히 채워 갈 수 있었다. - p 9

 

 101편의 시를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올랐던 단어가 공감이었다. 위의 글에서도 내 마음을 들킨 것같은 생각이 들정도였는데, 그만큼 내 마음을 건드리는 시들도 많았다.  시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 상태일때 읽느냐에 따라서 울림의 강도는 너무나도 다른듯한데, 지금의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내가 가야할  방향을 가르쳐주는 듯한 시들은 조용히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저자는 101편의 시에 대해서는 어떤 코멘트도 달지 않았다. 독자로 하여금 오롯이 날것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조용한 일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내 옆에 가만히 놓여있는 낙엽 하나가 고마울 정도라면 너무나도 외로운 것 아닐까? 누군가에게 뭔가 얘기하고 싶지만, 이리 저리 재다보니 말할 수는 없고, 한껏 외로움이 밀려올때 내 옆에 있는  한 장의 낙엽이라도 큰 위로가 되는 순간. 그런 순간 나도 있었을 것이다. 한없이 고마운 마음이 드는 순간 눈물 한 방울 구를지도 모르겠다. 낙엽 구르는 것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는 여고시절을 지나, 옆에 떨어진 낙엽 하나에 위로 받고,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이 이해되는 나이가 되었다.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음 속의 풀리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

인내를 가져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구하려 하지 말라

그건 지금 당장 얻을 수는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 보는 것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테니

 

 당장 답을 구하고 싶지만,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도 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모든 것을 살아보라고,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고 말했다. 그럼 해답을 찾을 수 있을거라고. 힘들고 지치면 내팽개쳐버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조바심도 내지말고,포기도 하지말고,  끝까지 살아내보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 아닐까? 내 마음 속의 조급함이 생길때 부적처럼 꺼내보고 싶은 시였다. 

 

반성 16

                         김영승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대학시절 남자친구랑 술 한 잔 하는 중에 수첩을 꺼내서 글을 썼다. " 나 술 안 취했다" 라고 썼다. 너무 오래전 기억이라 글을 쓴 기억은 나지만 다음 날 확인을 했는지 어땠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분명 다시 읽으면서 비뚤어진 글씨를 보면서 웃었을지도 모르는데 ······술에 취해 쓴 글씨는 술에 취해야지만 알아볼 수 있는 걸까 궁금해졌지만, 확인을 해보자니 다음 날이 걱정되어서 쉽게 시도는 못하겠다. 오래 전 추억 한자락을 꺼내어 슬며시 웃게 만드는 시였다.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 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 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 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 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 놓고

구름처럼 하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 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 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 보렴

더 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 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하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하루 하루 내가 해야할 일들이 쌓여있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 그리고,머릿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고민들. 가끔은 그런 것들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생각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고싶을 때가 있다. 내 삶이니 맘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그 틀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이것도 따져보고 저것도 따지다보면 선택지는 줄어있기 마련이었다. 그래서일까? 시를 읽는 동안 마음이 가벼워졌다. 시가 주는 위로가 이런거였구나.

 

 총 8개의 챕터로 나눠서 시를 소개하고 있는데, 매 챕터를 시작할때 저자의 글을 만날 수 있었다. 무심히 지나쳤더 이웃의 아픈 사람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것은 아들이 아프고 나서였다 했다. 어떤 조각들이 특정한 시기와 사건과 만나면서 다시 살아나는 경험을 통해, 한 인간으로 겸손해지고 그럼으로써 성숙해진다고 하는 그 말이 기억에 남았다. 저자의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말이 가진 힘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는데, 누군가의 말에 조용히 귀 기울일 줄 아는 태도 또한 소중한 삶의 지혜라는 말도 기억해두고 싶었다. 글을 읽다 보니 저자는 겸손한 사람이며, 글과 말을 사랑하고, 정말 시를 아끼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의 경험을 나눠 갖고, 좋은 시들을 듬뿍 만날 수 있어서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다.

 

 장마가 끝나고나니 공기가 달라지고 수은주가 드디어 30도 위로 올라갔다. 대야에 얼음 띄우고 발 담궈야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시에 대한 마음을 연 김에, 시인을 대접하고 시를 읽는 마음을 귀하게 여기는 세상을 꿈꾼다는 저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마음으로 선물 받았던 시집을 한 권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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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해**이 | 2019.10.30 | 추천5 | 댓글4 리뷰제목
가을, 아침을 여는 시간 내 삶이 시작되는 그 지점에서 어떤 책으로 하루를 시작할까? 아침과 밤 시간 책 읽기로 풍성해졌다.아침에 책 읽는 시간 50분, 밤에 책 읽는 시간 거의 2시간으로 보면.....아침에는 주로 시나 에세이 등 감정이 묵직하지 않은 책을 골라 읽으려하고밤에는 읽고 싶은, 밀려둔 숙제와 같은 책을 읽으려는 것 같다.늘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리뷰 쓴 뒤에 다음;
리뷰제목

가을, 아침을 여는 시간

내 삶이 시작되는 그 지점에서 어떤 책으로 하루를 시작할까? 

아침과 밤 시간 책 읽기로 풍성해졌다.

아침에 책 읽는 시간 50분, 밤에 책 읽는 시간 거의 2시간으로 보면.....

아침에는 주로 시나 에세이 등 감정이 묵직하지 않은 책을 골라 읽으려하고

밤에는 읽고 싶은, 밀려둔 숙제와 같은 책을 읽으려는 것 같다.

늘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리뷰 쓴 뒤에 다음 책을 읽곤 했는데,

아침과 밤 독서로 인해 이제는 2권의 책이 왔다갔다 한다.

이것도 괜찮네^^

3일간의 아침 독서와 함께 음미한, 출판 에디터가 힘들었던 나날 위로해주었던 시들을 한데 모았는데

제목도 이 가을과 어울리네. <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

수록된 시들이 시라고 생각했던 정형성에서 많이 탈피한 듯 보였는데, 좋았다.

오히려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시들이 소박했다.

삶이란게 느껴져서 진솔하게 다가왔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시인들의 시들도 그랬다.

시인은 언어의 연금술사, 보통의 언어로 다듬어서 마음을 끌어안는다.

 

출판 에디터로 일하는 저자는 잡지에 실을 산문 연재를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시인에게 부탁했다.

시인은 '산 속에서 혼자 사는 나무꾼일  뿐인데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요?' 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숲 속에 사니깐 숲 속 이야기.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위대한 것 또 가장 힘든 것이

어쩌면 살아내는 일임을 알기에 출판 에디터도 시인도 묻고 대답하지 않았을까?

원고료를 청탁하면서 원고료가 작아 미안하다고 하자, 시인은

그 돈이면 전기요금도 내고 몇 가지 양식도 산다고 한다. 그리고 운영이 어려워 잡지를 폐간하기로 결정하자,

에디터는 시인에게 어떻게 알릴까 고민하다 짧은 메일을 보냈다. 시인에게서 온 답장,

달빛과 함께 전기요금을나누어 내라며 보내주셨던 원고료는 저에겐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무엇보다

타인에게 줄 때 얼마나 겸손과 예의가 필요한 것인가를 글을 연재하면서 알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괜찮습니다. 이제 전기요금은 달님에게 다 내라고 하면 되니까요.

장마에는 벌들도 꿀을 축낸답니다. 장마 걷히고 여름 가을 지나서 벌통을 열어 봐야 꿀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안답니다.

 

나도 에디터가 느낀 것처럼 시인의 마음씀씀이가 너무 와닿았다.

물건이건 말이건 마음이건 타인에게 무언가를 줄 때

진심으로 그것이 그 사람을 위한 것일지라도 겸손과 예의가 필요하다는 말,

때로는 선의에 의한 상처가 더 아픈 법이라고......

자신보다 타인을 더 걱정해주는 시인의 마음이 말하지 않아도 곧 詩였다. 서로 미안해하고 고마워하고.

감동과 위로를 주는 시는 시인의 삶에서 녹아 스며들어 표현되어진다.

그 표현된 말들로 인해 작은 위로를 받고 오늘을 살아간다.

시인이란 사람들은 지상에서 고귀한 업을 부여받았다. 사람을 살리는.

이런 가슴 뭉클한 시를 자주 만나는 것도 삶의 소소한 행복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내 마음 어딘가가 불편하고 아프다는 건 삶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묻고 있음이다.

무언가 어긋나 있다는 뜻이다.

마음은 아픈 곳에 먼저 가 닿는다. 지금 내 마음이 아프다면, 아픈 그 곳에 가만 귀 기울여 볼 일이다.

나의 슬픔의 의미를 묻는 것은 내 삶과 타인에 대한 예의이다.

방치된 슬픔은 언젠가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므로,

삶은 원래 슬프고 아픈게 아니라 나 자신 때문에 아픈 것,

참 소중한 깨달음이다.

왜 이렇게 글을 잘 쓰는거야? 내 마음 들킨 것 처럼.....

평소의 마음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한번더 깨닫는다. 매일 기운 센 잡초는 마음밭을 점령한다.

제초제를 뿌려 한꺼번에 싹 없애는 것이 아니라, 몸을 자주 움직여 뽑고 솎아내야한다.

다시 같은 곳에 자리잡지 않도록.....

 

병 -공광규-

고산지대에서 짐을 나르는 야크는

삼천 미터 이하로 내려가면

오히려 시름시름 아프다고 한다

세속에 물들지 않은 동물

주변에도 시름시름 아픈 사람들이 많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아파

죽음까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나는 하나도 아프지 않다

직장도 잘 다니고

아부도 잘 하고

돈벌이도 아직 무난하다

내가 병든 것이다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반칠환-

(-속도에 대한 명상 13)

보도 블록 틈에 핀 씀바귀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 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다시 걷는다

 

사람의 일 -천양희-

고독 때문에 뼈아프게 살더라도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고통 때문에 속 아프게 살더라도 이별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사람의 일이 사람을 다칩니다.

사람과 헤어지면 우린 늘 허기지고 사람과 만나면 우린 또 허기집니다.

언제까지 우린 사람의 일과 싸워야 하는 것일까요.

사람 때문에 하루는 살 만하고 사람 때문에 하루는 막막합니다.

하루를 사는 일이 사람의 일이라서 우린 또 사람을 기다립니다.

사람과 만나는 일 그것 또한 사람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4
파워문화리뷰 시를 노래하는 마음으로 사는 법!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i*****n | 2019.07.12 | 추천5 | 댓글0 리뷰제목
고전시가를 전공하면서 아무래도 소설보다는 시를 읽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수업 시간에 주로 학생들에게 고전시가와 함께 현대시를 함께 설명하는 것이 이해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젊은 시절 한동안 부지런히 시집을 사서 모으는 것이 취미였던 적이 있다. 그래서 소설책은 읽고 나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지만, 그동안 모은 시집은 지금까;
리뷰제목

고전시가를 전공하면서 아무래도 소설보다는 시를 읽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수업 시간에 주로 학생들에게 고전시가와 함께 현대시를 함께 설명하는 것이 이해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젊은 시절 한동안 부지런히 시집을 사서 모으는 것이 취미였던 적이 있다. 그래서 소설책은 읽고 나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지만, 그동안 모은 시집은 지금까지 잘 보관하고 있다. 생각해 보니, 최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인들의 시집 외에 많은 시 작품들을 잘 읽지를 못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은 감성이 무디어진 탓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은 엮은이가 독자들에게 권하는 시들을 모은 시선집으로 일종의 앤솔로지(anthology)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눈물 나게 외롭고 쓸쓸했던 밤 내 마음을 알아주었던 시 101’이라는 부제가 달려있어, 모두 101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엮은이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출판사에 취직을 하면서 좋아하는 시들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다락방에서 조용히 시집들을 읽으면서 시와 가까워졌고, 살아가면서 힘들 때도 시를 읽으면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101편의 시를 선정해서, 각각의 성격에 맞는 분류를 통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일단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엮은이가 시에 대해서 생각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두 8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이 책의 첫 번째는 어느 날 시가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라는 제목 아래 윤동주의 자화상을 비롯하여 13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눈물 나게 외롭고 쓸쓸했던 날이라는 두 번째 항목에서는 나태주의 세상 일이 하도 섭해서를 포함하여 13수의 시가 배치되어 있다. ‘외롭고 쓸쓸했던 날에 시를 읽으면서, 그 외로움을 달래는 엮은이의 모습을 잠시 상상해 본다. 물론 그것은 딱히 누구라고도 할 것없이 나 자신의 모습으로도 치환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목들을 통해서 시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따져 볼 수 있을 듯하다.

 

세 번째는 인생이 절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깨달은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오늘, 쉰이 되었다라는 이면우의 시를 비롯하여 모두 13수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이와 함께 이누이트 족의 언어에 훌륭한이라는 단어가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네 번째 항목에는 13수의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두 항목의 제목들은 아마도 저자가 시에 대해서 느꼈던 개인적인 감성이 짙게 반영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인생의 절반이 몇 살쯤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사람들이 꼭 훌륭한삶을 사는 것이 필요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서 문득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을 것이라 여겨지는데, 다섯 번째 항목인 이 제목 아래에는 12수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김영승의 반성 16> 전문)

 

 

여섯 번째 무심코 하는 말들을 위한 기도항목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말짱한 정신에서는 반성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늘 후회가 되는 행동을 하고서 마지못해 반성을 하고, 그 상황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맨 정신으로는 알아볼 수 없는 글이 술이 취하고나서 보였지만, 그 내용이 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였다니. 아마도 화자는 술이 깨면 다시 그 글을 잊어버리고 살 것이 분명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흔한 반성의 상황일 수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이 작품은 '반성'에 대한 내 자신의 처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이 항목에는 이 작품을 비롯하여 모두 13수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시가 내 곁에 있어 참 다행이다는 일곱 번째 항목에도 오규원의 죽고 난 뒤의 팬티를 비롯하여, 모두 13수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 여덟 번째는 내 삶을 뻔한 결말로부터 구해 준 결정적 순간들에 대하여라는 제목 아래, 이성복의 그렇게 소중했던가를 포함하여 모두 11수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 가운데 처음 본 시들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나로서는 엮은이의 분류와 다르게 읽을 수 있는 시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저 엮은이의 감성을 공감하면서, 작품들을 읽어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문득 내 자신의 감성을 담은 앤솔로지를 엮는다면, 과연 어떤 작품들이 포함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만약 그렇게 엮어낸 시선집은 과연 독자들로부터 충분히 공감될 수 있는 작품들이 포함될 수 있을까? 단지 그렇게 상상해보기만 했다.(차니)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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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43건) 한줄평 총점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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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작가가 아닌 나로서는 미처 표현하기 어려웠던 내 안 깊은 곳의 서러움을 대신 읽어준 눈물의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p********5 | 2019.12.04
구매 평점5점
차분히 보면서 음미해야죠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k****6 | 2019.08.26
구매 평점5점
가을 감성시가 많아 좋네요^^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골드 y******2 | 202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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