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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김소월, 백석, 윤동주, 이상, 이용악의 시선집을 엮다
꽃가루 속에 달 있는 제사 장마 개인 날 등잔 밑 북쪽 해당화 비늘 하나 다리 우에서 집 두메산골 1 오랑캐꽃 죽음 노래 끝나면 강가 두메산골 2 두메산골 4 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 낡은 집 무자리와 꽃 벌판을 가는 것 짓밟히는 거리에서 전라도 가시내 소원 눈보라의 고향 유정에게 어둠에 젖어 흙 하늘만 곱구나 그리움 뒷길로 가자 버드나무 풀버렛 소리 가득 차 있었다 아이야 돌다리 위로 가자 령 불 새해에 구슬 길 슬픈 일 많으면 『낡은 집』 꼬리말 |
金龍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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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악의 시가 동편제면 백석의 시는 서편제다. 용악은 ‘바람 부는 산맥’을 넘어 덜커덩덜커덩 기차에 몸을 싣고 벌판을 간다면 백석은 강을 건너 바람 잔 들길을 걷다가 등잔불 깜박이는 큰 산 아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드는 사람이다.
--- p.20 ‘배고프지’는 동물적인 굶주림이나 허기가 아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배고픔의 시, 어느 바다 끝에서 달려와 엎디어 우는 영혼의 시다. --- p.21 내 시같이 좋아서 내가 쓴 시같이 좋아서 내가 이렇게 시를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다. --- p.23 순정은 때가 없다. 헛살도 오르지 않았다. 바람에 저항할 기운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하니, 바람에 찢기지도 않고 더운 바람에 상하지도 않는다. 순정을 다 바친, 사랑의 눈은 다치지 않는다. --- p.27 이 시인은 내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자기도 그렇게 하지도 못하는 일을 가지고 이렇게나 사람을 길가에 쓰러뜨려버리는 것이다. --- p.48 놀랍다. 이렇게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한 호흡으로 잔잔한 물결처럼 시를 이어가다니, 시의 놀라운 운용이다. --- p.67 이용악만큼 우리 고유의 속 깊은 정을 드러내준 시인도 드물다. 정은 진심이다. 마음이다. 인심이다. 믿음이다. --- p.76 이용악 하면 늘 끝에, 히히 몰래 혼자 웃는 그이가 생각나 어떤 구석진 곳이 아프다. --- p.87 순하고 착한 말을 찾고 선한 말로 조용조용 시의 나라를 세웠다. 그의 미움도, 싸움도 나라의 이름을 불러 물리쳤다. 그의 시에는 부끄러운 티 하나 없다. --- p.100 |
“간절한 손끝이 가닿는 당신의 머리맡에 이 시집을 놓아드리고 싶다”
「섬진강」의 김용택 시인이 읽어주는 김소월, 백석, 윤동주, 이상, 이용악의 시! 김용택 시인이 김소월과 백석, 윤동주, 이상, 이용악의 시들을 읽고 감상글을 덧붙인 『머리맡에 두고 읽는 시』 시리즈를 펴낸다. 각 시인별로 한 권씩, 총 다섯 권이 한번에 출간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 대표 시인의 시, 「진달래꽃」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서시」 「오감도」 「오랑캐꽃」뿐만 아니라 김소월의 「엄숙」이나 이용악의 「집」처럼 비교적 덜 알려진 시들까지 포괄한 시선집이다. 김용택 시인은 기존의 유명한 시들을 다섯 시인의 ‘정면’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다섯 시인에게 고정시켜놓은 시대적, 시적, 인간적인 부동의 정면을 잠시 걷어내고 그들에게 자유의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다섯 시인이 평생 동안 펼쳤던 시세계의 정면뿐 아니라 측면과 뒷면까지, 다양한 면모를 두루두루 살펴보고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할 수 있겠다. 시의 편편마다 덧붙인 김용택 시인의 감상글은 김소월과 백석, 윤동주, 이상, 이용악의 시로 가닿는 징검돌이자 디딤돌 역할을 한다. 조심조심 디뎌 밟듯 시로 향하는 그의 글은, 자체로 또 한 편의 시로 읽힌다. 시를 해체하거나 해설하지 않고, 시와 가볍게 노닌다. 그리하여 분석하고 공부하는 시가 아닌, 마음에 와닿는 대로 읽고 느낄 수 있도록 감수성을 확장시킨다. “가락과 율동과 리듬이 산과 산을 타고 넘어가는 눈보라 같다” 「오랑캐꽃」에서 「길」까지, 이용악의 시를 읽는 시간 함경도에서 태어나 만주 유이민들의 힘겨운 삶을 직시했던 이용악. 그의 시는 호방하면서도 삶의 어려움과 질곡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머리맡에 두고 읽는 시 이용악』에서는 이용악의 시 39편과 두 번째 시집인 『낡은 집』의 꼬리말을 가려 뽑은 후 김용택 시인의 감상글을 더했다. 김용택 시인은 백석을 떠올리면 이용악이 따라오고, 이용악을 떠올리면 백석이 따라온다고 한다. 그리하여 백석과 이용악의 시 선집 맨 앞부분에는 둘을 나란히 두고 차이를 이야기하는 글을 같이 실었다. 백석이 “섬세한 미성”이라면, 이용악은 “육성”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용악의 시가 동편제면 백석의 시는 서편제다. 용악은 ‘바람 부는 산맥’을 넘어 덜커덩덜커덩 기차에 몸을 싣고 벌판을 간다면 백석은 강을 건너 바람 잔 들길을 걷다가 등잔불 깜박이는 큰 산 아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드는 사람이다. -20쪽 김용택 시인이 “육성”이라고 표현한, 이용악 시에 드러나는 호방한 기질은 독자를 단숨에 매료시킨다. 김용택 시인 역시 힘찬 기운과 리듬감이 돋보이는 「전라도 가시내」를 읽은 뒤엔 감탄사를 지르며 “‘남실남실’ ‘천 리 천 리 또 천 리’ ‘우줄우줄’은 함경도 사나이들의 더디고 느리고 큰 발걸음이다”라고 한다. 김용택 시인이 이용악의 시집 『낡은 집』의 ‘낡은’ 복사본을 읽고 또 읽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자못 흥미롭다. 읽고 또 읽다가 허리가 아프면 돌아누우며 계속 읽었다는 고백을 보고 있노라면, 옛 시인과 현재의 시인이 글을 통해 시공간을 가로질러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느낌이다. 낯선 시였다. 누워 읽다가 등이 아프면 엎디어 읽다가 허리가 아프면 모로 누워 읽고, 오른쪽 어깨가 괴이면 왼쪽으로 돌아누워 시를 읽었다. 나는 가난했지만 배부름과 등 따신 행복에 젖곤 했다. 창호지 문으로 새어든 달빛이 방 안 가득하였다. 나에게도 욕심 없는 시가 행복한 ‘낡은 집’이 있었다. -111쪽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만드는, 시를 읽는 나날을 생각하다 시를 읽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 시인의 눈을 통해 시를 다시 읽는 경험은 특히 귀하다고 할 수 있다. 시를 쓰는 시인의 마음으로 시를 읽어봄으로써, 언어로 쌓아올린 정교한 시의 세계를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시 전문 해설서는 아니지만, 외로움과 번민이 깊어가는 밤에, 손이 닿는 머리맡에 두었다가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위로받을 수 있는 시집이다. 김용택 시인의 시선을 좇아가며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다 보면, 우리 현대시사의 큰 시인인 김소월, 백석, 윤동주, 이상, 이용악의 숨결을 좀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