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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

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

꿈꾸는 돌-26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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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298g | 140*210*20mm
ISBN13 9788971993903
ISBN10 897199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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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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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앨리스를 마지막으로 본 날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앨리스가 그 작은 몸에 맞지도 않는 큰 코트를 두르고, 그 안에 여우를 숨겨서 항구에 풀어 준 날이다. 앨리스는 펑펑 울면서,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게 절대로 잡히지 말라고 말했다. 여우는 앨리스가 우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슬펐다. 여우는 앨리스가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 반려동물로 앨리스의 집에 들어왔다. 당시에는 보완된 동물을 아이에게 선물하는 것이 부유층 사이에 유행이었다고 한다. 아직 한 살도 되지 않았던 여우는 그렇게 앨리스와 함께 십여 년을 보냈다. 촉수로 기저귀를 갈아 주고, 풍성한 꼬리로 덮어 재우고, 함께 밥을 먹고, 잔디가 깔린 널찍한 마당에서 같이 뛰어놀았다. 나이가 좀 더 든 뒤에는 같이 공부를 했다. 앨리스가 여섯 살이 되자 부모는 이혼을 했다. 어머니는 화성으로 갔고, 아버지는 승진한 뒤로 집에 안 들어오는 날이 않았다. 황량할 정도로 큰 집에서, 여우는 앨리스와 둘이서 시간을 보냈다. 의무 리콜 명령이 내릴 때까지는.
---「1장. 여우」중에서

알렉스는 손을 뻗쳐 여우의 등을 쓰다듬었다. “누가 잡으러 온다는 거야? 사막에 혼자 살고 있잖아. 아무 잘못도 안 했잖아.” 여우가 훌쩍였다. “앨리스, 나는 있는 게 잘못이야. 잘못 만들어졌어. 잘못 태어났어.” 알렉스는 가슴을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두 팔로 여우를 꽉 껴안았다. 아까 먼지가 눈에 들어갔을 때와는 다른 눈물이 갑자기 솟구쳤다. “그런 게 어딨어! 있는 게 어떻게 잘못일 수가 있어?” 여우의 눈물이 어깨에 느껴졌다. 알렉스는 대답 없이 계속 훌쩍거리는 여우를 더 세게 껴안았다. 그리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다시, 최대한 밝게 말했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
---「5장. 알렉스」중에서

“아까부터 여우는 왜?” 알렉스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지금 잡혀가게 생겼단 말이에요!” 알렉스의 두 손이 슈잉의 팔을 꽉 붙잡았다. 슈잉은 직원 대기실에서 느꼈던 한없는 애처로움을 다시 느꼈다. 여기는 소행성대 깊은 곳의 비밀 연구소다. 사방 수백만 킬로미터에 사람이라고는 슈잉과 알렉스 둘뿐이다. 그 희박한 인구 밀도의 우주에서 알렉스는 슈잉의 목숨을 구해 주었고, 이제 자기를 도와 달라고 말하고 있다. 슈잉은 붙잡히지 않은 손으로 알렉스를 꽉 끌어안았다. 아직도 울음이 그치지 않아 등이 들썩이고 있다. “알았어, 밍샤. 내가 도와줄게. 지구에 가자.” 서서히, 알렉스의 등이 들썩이기를 멈추었다. 그리고 아까보다 좀 더 밝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 밍샤가 아니라 알렉스예요.”
---「6장. 슈잉」중에서

“나야. 왔어.” 여우는 마음으로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벌리고 꼬리를 마구 흔들 뿐이다. 알렉스는 우리의 옆면으로 돌아가, 문에 걸려 있던 빗장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우의 목걸이를 풀자, 여우가 달려들듯 품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얼굴을 보며 짖었다. ‘앨리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알렉스는 여우를 두 팔로 꼭 껴안고 말했다. “내 이름은 알렉스야. 하지만 네가 뭐라고 불러도 알아들을 거야.”
---「19장. 알렉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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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소행성에 사는 어린 주인공, 유일한 이웃인 장미, 조난당한 비행사, 주인공과 친구가 된 여우. 자연스럽게 모두가 내용을 아는 유명한 책의 제목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시대 배경이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 태양계를 개척하기 시작한 우주시대라면? 어린 주인공이 대기업의 실험 대상이고, 비행사는 기업 간의 전쟁에 말려든 우주인이고, 여우는 유전자 조작으로 지능이 향상된 개량 생물이고, 장미는 비밀을 숨기고 있는 AI라면? 김성일의 『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에서 우리가 아는 익숙한 캐릭터들은 새로운 무대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다. 철새에 매달려 우주 공간을 누비던 동화 속 세계는 운동법칙을 지키는 금속 우주선들이 나는 SF의 공간으로 옮겨 간다. 하지만 차가운 물리법칙이 지배하는 진공처럼 보이는 우주 공간은, 샘물을 품은 사막처럼 자기만의 기적을 감추고 있다. 관계 맺음의 갈망과 그 아름다움은 여전히 남아 있기에.
- 듀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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