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한마디
[모든 이에게 선물이 된 할머니의 생전 장례식] 할머니의 ‘생전 장례식’을 치르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초등 고학년 장편동화입니다. 할머니는 죽은 뒤에 장례식을 치르기 보다 살아 있을 때 반가운 사람들을 한 번이라도 더 만나고자 하지요. 생전 장례식을 준비하고 치르는 동안 뿔뿔이 흩어져 있던 가족들은 끈끈한 유대감을 갖게 됩니다. 조금 특별한 장례식이 모든 이들에게 축복과도 같은 선물이 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담은 책입니다. - 어린이MD 김현기
1. 렛츠 고 상하이 ........ 9 2. 생전 장례식 ........ 18 3. 불안한 마음 ........ 33 4. 좋은 죽음 ........ 44 5. 가족회의 ........ 55 6. 다행이야 ........ 64 7. 초대 ........ 77 8. 옷 한 벌 ........ 88 9. 도라지꽃 ........ 101 10. 영상 편지 ........ 112 11.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 122 12. 사 남매 ........ 131 13. 모두 웃는 장례식 ........ 140 14. 선물 ........ 153 |
언제부터인지 죽음을 마주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만큼 나의 죽음을 생각하는 일도 많아졌다. 정확하게는 나의 죽음 이후의 장면을 상상하곤 했다. 윤서 할머니 말씀처럼, ‘죽은 뒤에 몰려와서 울고불고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살아 있을 때 한 번 더 보는 게 낫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요즘이다. 아마 그 중심에는 점점 노쇠해가는 엄마가 있기 때문이겠지. 지난 6월, 조금 늦은 엄마 생신을 챙기면서 가족이 모였다. 코로나 특수 상황에 우리의 모임은 참 오랜만이었다. 각자 살기 바쁘고, 거리 두기가 필수가 된 시대를 살아가는 게 어떤 모습인지 실감하던 때였다. 별것 없는 조촐한 상차림이었다. 포장 음식 몇 가지와 미리 주문한 케이크 하나, 엄마의 자식들과 손주들이 전부인 생신에 엄마는 울고 말았다. 이렇게 얼굴 보고 같이 밥 먹을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면서.
“나 죽은 뒤에 우르르 몰려와서 울고불고한들 무슨 소용이야. 살아 있을 때, 누가 누군지 얼굴이라도 알아볼 수 있을 때 한 번 더 보는 게 낫지. 안 그래?” (31페이지)
우리는 얼마나 오랜 시간 서로를 보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유한한 시간을 살면서도, 그 시간의 유한함을 자주 잊고 산다. 언젠가는 죽겠지, 하지만 그게 지금 당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면서도 생각한다. 혹시 나의 죽음을 정할 수 있다면, 갑작스러운 죽음이 아니라 예고된 죽음이면 좋겠다고. 내 삶을 정리하고 갈 시간을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아마도 보고 싶은 사람 한 번 더 보고 싶은 바람이 아닐까 싶다. 윤서 할머니의 생전 장례식이 가지는 의미는 그래서 와 닿는다. 내가 떠나기 전에 눈에 담고 싶은 장면일 거다. 사랑하는, 보고 싶은 사람들 한 번이라도 더 새기고 가겠다는 간절함.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동화였다.
윤서 할머니가 암에 걸렸다. 치료의 시기가 지나버려 이제는 암을 낫기 위함이 아닌, 조금 덜 힘들게 지내시다가 가시는 것만이 남았다. 자꾸만 악화하는 몸의 상태를 할머니는 더 기다릴 수 없다. 자기 생전에 장례식을 치르고 싶다며 윤서 아빠에게 말한다.
사실 이 가족은 대가족이면서도 소가족이다. 집에는 할머니와 윤서, 윤서 아빠가 산다. 근처에 사는 이혼한 고모가 자주 드나들면서 윤서네 주방을 책임진다. 윤서 엄마는 중국으로 파견 근무하러 갔다. 윤서 생각에, 어쩌면 엄마는 아빠와 이혼할지도 모르겠다. 할머니의 생전 장례식은 윤서에게도 충격이었지만, 할머니의 소원이니 들어드려야 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도 경험이 없는 이 행사를 어떻게 치를 수 있을까 걱정되면서도,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잊지 않으면 될 것 같다. 할머니가 보고 싶은 사람, 할머니를 보고 싶은 사람이 기억하면 되는 거다. 갑작스러운 일에 온 식구가 혼란스럽다. 윤서는 여름방학에 엄마를 만나러 상하이에 가겠다는 것을 취소했다. 고모는 재혼하겠다고 예비고모부를 데리고 왔다. 아빠는 사이가 안 좋은 형제들에게 할머니 소식을 전하면서 자주 싸웠다. 할머니가 바라는, 생일날 치르는 생전 장례식은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죽음을 생각하면 한없이 슬퍼질 수 있다. 우리가 아는 장례식은 익히 그런 양상이었다. 죽은 이의 사진 앞에서 절을 한다. 이미 차려진 식사를 하고 아는 얼굴들과 이야기 몇 마디 나누다가 일어선다. 장례식의 주최자가 아니라면, 누군가의 죽음은 잠깐 스치듯 인사하고 나오는 자리가 된다. 그 정도만으로도 우리는 고인과 유가족에게 예를 다했다고 여긴다. 이 동화를 읽으면서 예의를 표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의문이 들었다. 떠나고 없는 이를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떠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얼굴 보고 손을 잡고, 따스하게 나누는 안부가 더 깊게 새겨지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윤서와 친구들이 준비한 영상은 할머니의 생전 장례식이자 생신날의 최고 선물이 되었다. 할머니 삶의 터전이었던 시장, 오랫동안 교류했던 시장 상인들의 인사를 담았다.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어질 사람들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곧 떠날 할머니의 장례식을 이렇게 치러도 되나 싶은 걱정은 다 사라지고, 할머니가 바랐던 일을 해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우리가 하는 많은 일 중의 하나는 후회일 텐데, 소중한 사람이 떠난 뒤에도 후회만 남게 될까 봐 걱정이 가득하게 만든 이야기였다. 죽음을 앞둔 윤서 할머니가 자기 삶을 이렇게나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모습이 왜 이렇게 감동적인지. 활자를 읽고 있는데, 마치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활자가 자꾸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읽으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엄마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말이다. 엄마 집 TV 옆에는 작은 액자가 하나 놓여있는데, 처음으로 가족 여행을 갔던 때 찍었던 사진이다. 엄마는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환하게 웃고 있다. 나는 농담처럼 ‘저 사진을 엄마 영정사진으로 써야겠다’라고 말하곤 하는데, 엄마는 또 그러라고 대답한다. 이제 우리는 언제가 감당해야 할 엄마의 죽음을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윤서 할머니와 똑같지는 않겠지만, 엄마의 죽음 후가 아닌 지금을 더 많이 생각한다. 더 자주 보도록 노력하자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하자고, 덜 미워하면서 살도록 애써보자고.
누구나 태어나고, 누구나 죽는다. 각자의 삶을 다르겠지만, 죽음의 운명은 똑같다. 인생의 끝에는 언제나 죽음이 있을 테니까. 할머니의 뜻대로 마련된 생전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울고 웃으며 마음을 나눈다.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미워하면서 지냈던 순간도 잊은 채로, 다시 서로를 바라보며 이해하려는 유대감을 싹틔운다. 마치 할머니가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준 선물처럼. 이렇게 아름답고 행복한 장례식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게 아쉬울 정도로, 감동이 한가득 남은 이야기다. 아직 죽음을 생각하는 게 서툰 우리가 배워도 좋을, 죽음을 대하는 자세가 아닐까.
생각하면 슬플 장례식을, 실컷 울고 웃으면서 읽었다. 눈물은 슬프지 않았고, 웃음도 가볍지 않았다.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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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뒤에 몰려와서 울고불고한들 무슨 소용이야?
살아 있을 때 한 번 더 보는 게 낫지."
건강이 안 좋아 가족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때에 윤서의 할머니는 돌아오는 자신의 생일날에 장례식을 하겠다고 정합니다.
생일 겸 장례식 날이 다가오면서 윤서네 가족과 친척들의 사연이 하나씩 드러나며, 묵은 감정들이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할머니는 왜 자식들의 속상한 마음도 묵인하면서, 생일날에 아직 살아계신 자신의 장례식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시는 걸까요?
윤서의 엄마는 홍콩에서 일을 하고 아빠는 작은 책방을 운영하면서 편찮으신 할머니를 모시게 됩니다. 윤서의 큰아버지과 작은아버지는 먼 곳에 살면서 연락도 잘 안하는 사이이고, 가까이 사는 고모는 이혼 후 자주 오가며 할머니를 살뜰히 보살핍니다.
할머니의 장례식은 여름철 소나기처럼 갑자기 내려와 움푹 패인 곳을 만들어 냅니다. 서로 질책하기도 하고, 속상한 마음을 삭히기도 하고, 추억을 되새기며 울먹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해가 뜨고 시들했던 이파리들이 싱싱해지듯, 할머니의 지난 인연들이 돌아오기도 하고, 서먹하지만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게 됩니다.
할머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사람들에게 남겨질 감정들을 할머니와 함께 나누고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장례식이 됩니다.
모두 웃는 장례식은 두가지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하나는 가족의 의미입니다.
윤서네 가족의 모습의 그리 특별한 모습은 아닙니다. 서로 내외하며 연락도 잘 안하는 친척들의 모습은 사실 흔하기까지 합니다. 부모 사이의 갈등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느 가정에나 있기 마련입니다.
자주 찾아뵙지도 않고, 모시지도 않으면서 질책을 하는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의 모습에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결국 할머니가 원하는대로, 윤서 아버지가 요청한대로 장례식에 나타난 그들에게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떠올리게 됩니다.
각자의 삶을 우선시하고 떨어져 살면서도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많은 말을 뒤로하고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것은, 정이라거나 의무감이라는 짧은 단어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할머니의 장례식 이후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겠지만 "그래도 역시 가족이구나" 라는 어떠한 감정을 남길 것입니다.
그리고 장례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장례식은 본인의 죽음을 가족과 지인들이 슬퍼하는 자리로 고인은 누가 왔는지, 어떻게 슬픔을 달래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할머니가 생전 장례식을 하기로 한 것은 어떤 생각에서 한 건지는 나오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의 추측과 조성되는 상황으로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운 사람을 만나고, 지난 추억을 함께 떠올릴 수 있고,
앞으로 있을 일들을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
윤서의 할머니는 고인이 없는 자리에서 벌어질 일들을 살아 생전에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부고가 있을 때에사 소식이 닿았을, 언젠가 찾아뵙고자 마음은 있었지만 연이 끊겼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자신이 알고 지냈던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만나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외하던 가족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할머니의 생신을 축하 하였습니다.
꼭 살아 생전에 장례식을 하지 않더라도, 이런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소원한 사이가 조금이나마 풀어지는 것을 보고 싶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윤서의 할머니는 하늘로 떠나는 날, 자신의 장례식을 기억하며 세상을 뜨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좋은 추억이자 세상을 살았던 흔적을 선물처럼 받은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초등학교 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지만 어른들이 읽으면 더 좋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후보다 생전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서관에 여러 번 대출을 하러 갔지만 늘 대출 중.
오늘은 도서관에 머무는 시간이 넉넉해서 전시 중인 책을 가져와
아동도서관 의자에 앉아 진지하게 읽었다.
아동 도서를 읽고 읽는 내내 눈물 콧물을 흘려본 건 처음 겪는 일이었다.
안경을 벗어서 눈물 닦으며 읽다니.
죽음을 앞둔 할머니의 부탁으로 할머니의 생신 잔치가 생전의 장례식으로 변한다.
같이 살지 않는 엄마, 사느라 바빠 자기 자신만을 우선으로 한 아빠의 형제들
살아있는 사람의 장례식을 두고 저마다 거부감을 내세우지만
결국 아름다운 이별의 시간을 가진다.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아름다운 장례식 장면이 인상적인 만큼
아이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행동과 말들이 어찌나 자연스레 이해가 되던지.
내가 어른이고 직접 그 비슷한 일들을 겪었던 일이어서 그런 것인지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같고, 또 내가 겪을 이야기 같아서
한 문장 한 문장, 마음에 와닿았다.
아이들이 겪게되는 조부모님과의 이별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 글을 읽으며 내 아이가 받아들이게 될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이별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다 싶었다.
작가님의 글이 따뜻해서, 한바탕 울고 났음에도 마음만은 촉촉하다.
오늘 이 책을 읽은 것이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