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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계간) : Vol.14 [2021]
잡지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계간) : Vol.14 [2021]

: 인식의 세계, 인식 너머의 세계

편집부 저 | 바다출판사 | 2021년 04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6 리뷰 14건 | 판매지수 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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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444g | 180*245*20mm
ISBN13 9791166890376
ISBN10 1166890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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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0 News from Nowhere
20 Feature _ 관점을 바꾸면 다르게 보인다! _ 올리버 버크먼
26 Feature _ 믿으면 보인다? _ 마리나 벤저민
34 Interview _ 세상을 인식하는 다양한 방법 _ 루이즈 앤터니
50 Comic _ 데카르트와 스피노자 _ 코리 몰러
56 Feature _ 당신 머릿속에 존재하는 세계 _패트릭 스톡스
62 Feature _ 그림자 응시하기 _ 데이비드 S. 올더버그
72 Feature _ 우리는 사물을 다르게 볼 수 있다 _ 나이젤 워버튼
78 Feature _ 인쇄술이 감각에 미친 영향 _ 앙드레 다오
88 Feature _ 착시 현상, 인간 지각의 한계를 증명하는 징표 _ 톰 챗필드
94 Feature _ 환각, 또 다른 세계 _ 클라리사 시벡 몬테피오리
102 Interview _ 현실이 지각을 초월한다 _ 수재나 시걸
122 6 thinkers _ 지각Perception
124 고전 읽기 _ 대상의 지각 _ 에드문트 후설
134 고전 읽기 _ 지각의 현상학 _ 모리스 메를로-퐁티
142 고전 읽기 _ 벽 안의 문 _ 허버트 조지 웰스
150 Our Library
152 Essay _ 인격이냐 평판이냐 _ 마이샤 체리
160 Interview _ 나만의 인생철학 13문 13답 _ 바론 본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우리는 삶에서 거창한 의미를 발견하려 하지만, 결국 발견하게 될 진실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잣대로 삶을 평가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런 부담감을 내려놓고 나면 마음 편히 다른 잣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예술 작품을 만들고 공동체나 가족을 가꾸는 것처럼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로 삶을 평가하는 건 어떨까? 그런 일이 소수의 사람에게만 즐거움과 행복을 주더라도 상관없다. 상상 속 바위는 우리가 처음 그것을 떠올리기 전부터 존재했으며 우리가 사라진 후에도 변함없이 존재할 것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의 일상 속 걱정거리들은 시시하다.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무모한 야심을 펼치고, 위험을 감수하고, 모든 걸 바쳐 살아가도 괜찮다. 어차피 별일이 아닐 테니 말이다. 우리가 뭔가에 실패한다고 해서 이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 p. 24

그런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필사본 시대의 특징이던 글씨체의 촉감과 독특함은 인쇄술 시대에 필요한 균질성과 획일성에 밀려났다. 매클루언에 따르면, 인쇄술이 시각을 우선시하고 다른 감각들과 분리함으로써 감각 체계에 극단적인 불균형이 발생했다. 인쇄술은 구전 문화에서 카리스마를 갖춘 지도자의 말보다, 힘들게 제작된 필사본보다, 더 많은 힘을 갖게 되었다. 또한 인쇄술로 인해 권력은 비인간화되어, 언어 뒤에 숨은 사람에게서 분리되었다. 그러는 동안 홀로 독서하고 자기 책을 소유하는 일이 개성의 발달을 촉진했다.
--- p. 81

현대 서구 세계는 환각을 광기의 조짐이나 뇌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본다. 많은 사람들이 무시당하거나 비웃음을 사거나 정신 이상으로 몰리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환영을 숨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올리버 색스 교수의 말처럼 “환각을 꿈처럼 특별하고 특권적인 의식 상태로 여기며 정신적 실천, 명상, 약물, 독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추구”하기도 한다.
--- p. 98

지각은 현실이 아니다. 현실이 지각을 초월한다. 아무리 지적 작업에 몰두하고 많은 걸 읽고 경험하고 말한다 한들, 우리는 현실의 총체를 결코 알 수 없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책이 쓰인 것도 이 때문이다. 슬픈 사실은, 우리가 이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책들은 이 세상에 계속 존재할 것이고, 우리는 그중 일부를 읽다가 알지 못했던 현실의 일각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학문이 되었든 정치가 되었든, 우리 관점의 불완전함을 겸손히 인정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기본 태도여야 한다는 것이다.
--- p. 115

우리 몸은 공간 안에 있지도 시간 안에 있지도 않다. 우리 몸은 시공간을 살아간다. 나 자신이 시공간의 일부이며, 내 몸이 시공간에 맞춰지고 시공간을 품는다. 그 장악의 범위에 따라 내 실존의 범위 또한 측정되지만, 그것이 총체가 될 수는 없다. 내가 살아가는 시공간은 다른 관점들을 내포하는 가늠 불가능한 지평에 언제나 둘러싸여 있다. 공간의 종합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종합은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몸의 운동 경험은 특별한 인식의 사례라기보다 세계와 대상에 가닿는 방식, 이른바 ‘실천적 지식praktognosia’을 제공하는데, 이는 독창적이고 어쩌면 근원적이라 여겨져야 마땅하다. 내 몸은 고유한 세계를 가졌고, ‘표상’을 통하거나 ‘상징’ 혹은 ‘객관화 기능’에 종속되지 않고도 그 세계를 이해한다.
--- p.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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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철학잡지 《뉴필로소퍼》 14호
_ “인식의 세계, 인식 너머의 세계”

눈먼 자들의 나라에서 발견한 것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외딴 마을. 그곳에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한 남자가 등반에 나섰다가 조난을 당했는데, 우연히 그 마을을 발견했다. 신기롭다는 생각도 잠시, 남자는 어떤 성인이 했다는 옛말을 떠올렸다. “눈먼 자들의 나라에서는 눈이 하나인 사람이 왕이다.” 남자는 눈먼 사람들의 마을에서 왕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눈이 멀었다는 것에 대한 인식도, 앞을 본다는 것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마을 사람들은 남자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다. 어떤 이는 뇌에 병이 들었다고까지 말했다. 남자는 왕이 될 수 없음을 직감했고, 더더욱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여자는 남자의 온갖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남자가 정상으로 회복되기를, 즉 눈이 멀기를 바랐다. 여자를 진정으로 사랑한 남자는 수술을 받기로 했다. 남자는 정말 수술을 받았을까?
‘과학소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허버트 조지 웰스의 단편소설 [눈먼 자들의 나라]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우리는 ‘본다’는 사실에 익숙하지만, 소설에 따르면 ‘본다’는 개념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본다’는 행위는 무의미하다. 일정한 뜻을 품고 있는 개념만 그런 것은 아니다. 흔히 경험을 최고의 판단 기준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지각 혹은 인식하는 개개인에 따라 그 해석이 천차만별이다. 사건과 사고,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에 따라 인식의 세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날마다 발생하는 인식론적 상황들
《뉴필로소퍼》 14호는 “인식의 세계, 인식 너머의 세계”를 주제로 인간의 ‘지각Perception’과 그것이 갖는 한계에 대해 고찰한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인간의 지각은 주위 사람들과 환경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인간은 저마다의 개성과 마음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에 사건과 사물을, 하여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탁월한 심리 소설을 썼던 프랑스 출신 소설가 아나이스 닌은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마치 우리를 보듯이 본다.”
작가 올리버 버크먼은 무언가를 지각하거나 인식할 때 한계가 있다고 해서 스스로 작아질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관점을 바꾸면 다르게 보인다!]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우리 자신의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가 “우주라는 공간에서 작디작은 존재일 뿐”이라면서 거창한 삶의 의미를 발견해도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뭔가에 실패한다고 해서 이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작아질 필요는 없지만, 지각과 인식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만큼은 명확하게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 미국 암허스트대학교 철학 교수인 루이즈 앤터니는 인터뷰 [세상을 인식하는 다양한 방법]에서 인간의 지각 능력의 한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하는데, 그중 가짜 뉴스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언급한다. 그에 따르면 인터넷은 “민주주의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 덕에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가치판단을 정확하게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이용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잘못된 정보와 음모론을 확산시키는 집단도 제법 많다. 이처럼 “날마다 인식론적 상황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올바른 지각 능력을 갖추려고 노력하기보다, 쉽게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자기 방식대로 행동할 자유가 있지만, 장시간 일해야 하거나 힘들게 육체노동을 해야 하거나 육아와 가사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정말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서로 모순되는 뉴스들을 꼼꼼하게 따져볼 여유가 없다. 나는 후기 자본주의 때문에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고 관심을 둘 만한 정보와 연결되지 못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이는 정말 큰 문제다.”

지각 능력의 한계, 그것마저 긍정해야 하는 인간
세상은 복잡해졌고, 기술은 촌각을 다투며 변화·발전한다. 반면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인간의 지각 능력과 인식의 폭은 명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철학자 데이비드 S. 올더버그는 [그림자 응시하기]에서 다양한 이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출몰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갖는 인식의 한계를 지적한다. 코로나19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일어난 현상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국가·단체·개인 등에 따라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그나마 과학은 이 같은 상황에서 인간 지각 능력의 한계를 높여준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 숱한 가짜 뉴스나 정보가 아니라 믿을 것은 오직 과학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과학마저 정치의 한 영역이 된 오늘날의 세계에서, 오히려 더 많은 혼란과 혼선을 초래하기도 한다.

“문제는 어느 정도 정치적이다. 여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 진짜 전문가는 말할 것도 없고, 팬데믹 상황에 관해 자신 있게 (정확한) 의견을 내놓는 사람도 거의 없다. 노벨화학상을 받은 생물물리학자 마이클 레빗은 이례적으로 확신에 찬 주장을 펼쳤다. 2020년 7월 말, 레빗은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은 4주 이내에 끝날 것이고, 보고된 전체 사망자 수는 17만 명 이내가 될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예측했다. 그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하지만 그는 수만 명의
시청자 앞에 나서서 당황스러운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이 ‘내가 희망했던 것보다 예측이 덜 성공적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는 애초에 왜 자신의 잘못된 예측에 관해 인터뷰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레빗이 노벨상 수상자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마누엘 칸트가 말한 ‘본체적 세계noumenal world’를 아예 경험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우리 뇌는 “외부 세계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최선의 추측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통해, 우리가 보는 외부 세계의 모습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자이자 《뉴필로소퍼》 편집위원인 나이젤 워버튼은 [우리는 사물을 다르게 볼 수 있다]에서 “세계는 우리 감각기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세계의 특성에 맞춰 인식을 조정”하는 것이 인간 진화의 한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세계를 바라보는 사람의 능력, 즉 “보는 사람의 몫”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서, 그것을 통해 인간이 바라본 세계가 형성되었고, 오늘의 역사를 이루었다고 주장한다.
수재나 시걸 하버드대학교 철학과 교수 역시 인터뷰 [현실이 지각을 초래한다]에서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한 인간의 지각을 긍정할 것을 권한다. 그는 특히 “지각의 상호작용”을 긍정하는데, 다양한 지각 능력이 합쳐지면서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정치의식 등이 생겨난다고 강조한다. 마트에서 줄을 서고, 공공장소를 타인과 공유할 줄 아는, 즉 낯선 사람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나마 인식하는 일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각의 상호작용은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이 사회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 해석하는 능력을 어마어마하게 키워줄 수도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비교해 보면 좋을 듯하다. 배심원 회의, 대학교의 토론 수업, 혹은 주민 회의를 떠올려 보자. 우리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동시에 감각적 지각을 통해 온갖 정보를 수집한다. 발화자 목소리에 담긴 빈정거림이나 머뭇거림 또는 열정을 감지하고, 그의 생김새와 몸가짐을 두 눈으로 확인한다. 또 우리는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가 지각한 내용을 해석한다.”

지각의 한계, 인간만이 누리는 축복
인간의 지각 혹은 인식 능력이 인쇄술의 발달로 점차 변화·발전했다고 주장하는 흥미로운 글도 만날 수 있다. 작가이자 《뉴필로소퍼》 부편집장인 앙드레 다오는 [인쇄술이 감각에 미친 영향]에서 ‘말의 시대’에서 ‘문자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인간의 감각 체계가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구전 사회에서는 말로 생각을 표현하기 때문에 “감정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문자가 발명되고, 더욱이 구텐베르크 이후 인쇄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시각을 우선시하고 한편으로는 책을 홀로 읽게 되면서 개성의 발달이 촉진되었다고 강조한다.

“인쇄 문화의 영향력은 원근법보다 범위가 훨씬 넓다. 그것은 눈이라는 신체 기관뿐만 아니라 내면의 눈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확히 말하면 인쇄 문화는 인간의 사고 체계를 시각이 지배하는 형태로 바꾸었다. 서구 사상은 점점 직선적이고 전문화되었다. 또한 대량 재생산이 인쇄술의 상징이듯, 복제 가능성은 과학적 방법론의 기초가 되었다. 요컨대 인쇄 문화는 오늘날 우리가 합리주의라고 부르는 사고방식을 만들어 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소설가 조지 엘리엇은 “대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없다면
편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인간으로서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그것이 편협하지는 않은가 뒤돌아보는 지혜 역시 우리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지각의 한계, 인식의 한계는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험하는 일이다. 그것마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우리 삶은 더 풍요로워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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