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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집을 탐구하다 4
1장. 나 탐구 1 좋은 집에 살고 싶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20 가족과 사는 곳이 고향이 되다 25 2 나도 집을 지을 수 있을까 나는 누구인가 30 어떤 사람들이 집을 지을까 38 3 내 몸에 맞는 나만의 집 집과 함께 자라다 44 집은 주인을 닮는다 49 2장. 기초 탐구 1 건축주가 되고 싶다면: 아파트를 벗어나 나만의 집으로 은퇴자 부부의 힐링 라이프 56 아이에게 ‘뛰어도 돼’라고 할 수 있는 집 62 나 혼자 살거나 집사가 되거나 66 2 어떤 땅을 구해야 할까: 건축주를 닮은 땅 좋은 땅과 나쁜 땅 74 도시와 도시 외 지역의 차이 77 땅 사기 전 체크리스트 81 T 미리 알아두어야 할 건축 기본 법규와 용어 85 3 누구부터 만나야 할까: 설계의 진행 과정 건축가부터 만나야 하는 이유 93 T 건축설계사는 잘못된 호칭 97 나와 맞는 건축가 찾기 98 4 누가 내 집을 지어줄까: 시공에 대한 진실 시공사와 왜 문제가 생길까 104 나와 잘 맞는 시공업체 고르는 방법 107 5 어떤 집을 지어야 할까: 집의 구조와 공사 과정 집의 건축 구조 결정하기 113 건축 공사의 세부 공정 116 6 집을 짓는 데 얼마나 들까: 집 짓는 비용 싸고 좋은 집은 없다 128 예산에 맞는 집 짓기 130 견적서 보는 법 133 3장. 동선 탐구 1 집 짓기의 로망, 가족의 소망 공간 버킷리스트 142 우선순위 정하기 148 2 땅에 어떻게 앉힐까: 배치와 구조 남향이 아니어도 괜찮을까 154 몇 층으로 지을까 156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집 158 3 낮의 공간과 밤의 공간 낮의 공간, 생활의 공간 165 T 가사 노동을 덜어주는 동선 170 밤의 공간, 휴식의 공간 172 4 집 짓기의 안내도, 설계 도면들 동선이 한눈에 보이는 평면도 179 집의 높이와 구조가 보이는 단면도 180 집의 얼굴인 입면도 184 4장. 공간 탐구 1 고정관념을 버린 나만의 집 거실은 줄어들고 침실도 작아지고 190 가족마다 자신만의 동선을 찾아보자 192 맞춤옷같이 편안한 집 194 T 무장애 공간 201 2 함께 쓰는 공간 부엌은 집의 중심 206 거실 대신 서재 211 복도의 재발견 214 3 사적 공간 휴식을 취하는 침실과 깔끔한 드레스룸 218 쾌적한 공간, 화장실과 욕실 222 4 집을 넓게 쓰는 법 효율적인 공간 활용, 수납공간 228 T 치수 이야기 234 아이와 어른이 모두 원하는 다락 236 여러 용도로 쓰는 창고 240 5 안과 바깥의 연결 집의 입구, 현관 244 삶을 확장시키는 마루 248 주택 생활의 로망, 반외부 공간 252 6 외부 공간의 설계 다채로운 얼굴, 정원과 마당 258 여유 공간, 옥상 261 나만의 전망 265 5장. 재료 탐구 1 자연과의 공존, 재료 간의 조화 혹독한 사계절의 나라 274 시공은 꼼꼼하게, 신제품은 신중하게 278 2 집을 완성하는 재료 고르기 문과 창호 282 단열과 환기 287 T 단열재의 종류 291 내장재 297 T 마루재의 종류 305 T 타일의 종류 306 외장재 308 T 주요 외장재의 종류 312 지붕 314 T 주요 지붕재의 종류 316 처마와 어닝 318 가구와 조명 320 대문과 담, 차고 328 * EBS 〈건축탐구?집〉 방송 목록 3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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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할 일을 잊고 나는 아주 천천히 그것들을 바라봤다. 흐름을 잠시 멈추고 남겨진 시간의 흔적들. 시선이 복도 끝에 다다랐을 때 반질반질하게 손질된 낡은 소파에 앉아 있는 허름한 차림새의 주인아저씨가 보였다. 어느 것 하나 반짝이는 것 없던 낡고 오래된 집이었지만 나는 지금도 가끔 햇살이 좋은 날, 사람들이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오후가 되면 문득 그 집을 떠올리곤 한다. 따뜻한 온기가 넘쳤던 집, 가족들의 손때 묻은 추억이 켜켜이 쌓여 있던 집, ‘집’이라는 단어에 가장 어울리던 집. --- pp. 20∼21
살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으니 집도 덩달아 더 훤칠한 느낌이었다. 2자집은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가족끼리 각자의 방에서 나오지 않고 서먹하게 지내는 수많은 아파트 속의 익숙한 풍경이 아니라, 집이란 결국 가족이 하나의 지붕 아래 모이는 장소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는 가족의 삶이 가득 찬 집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행복이란 때와 시간을 정해놓고 찾아오는 계획된 미래가 아니라 만족을 느끼고 기쁨을 느끼는 예기치 못했던 순간순간마다 찾아온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 p. 24 건축은 모든 것의 만남이다. 땅과 건물의 만남, 하늘과 건물의 만남, 직교하는 두 면의 만남, 바닥과 벽의 만남, 벽과 천장의 만남 등 기술적이며 추상적인 만남을 시작으로 집을 지을 사람들과의 만남, 집을 지어줄 사람들과의 만남, 집을 앉혀줄 땅과의 만남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만남을 거친 후 마침내 진짜 집과 주인과의 만남이 성사된다. 이렇게 어렵게 만난 집과의 관계를 처음부터 불안하게 만들 것인지 느긋하게 지켜볼 것인지는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다. --- p. 46 건축가들이 집을 보러 다니니 누군가는 평가를 해주길 바라는데 집은 가치 평가를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비용을 많이 들이거나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했다고 해서 훨씬 가치가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 주인이 직접 지은 집이 가치가 낮은 것도 아니다. 집은 사람도 다르고 땅도 다르고 재료도 다르고 다 달라 비교의 기준이라는 게 없다. 아파트가 재산 증식의 도구가 되면서 집이라는 게 어떤 비교 대상이 되고 가격으로 가치를 매기고 있어 잠시 착각하지만 재산 가치로써의 집은 일부분일 뿐이다. --- p. 49 『건축탐구 집』에 소개된 건축주들은 누구도 집을 이야기할 때 경제적 가치를 위에 두지 않았다. 가격이 오르는 집이 좋은 집이라고 생각했다면 집을 짓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지은 집보다 더 현대적이고 근사한 집에 살았었다는 어느 건축주는 집을 지으며 불안이 사라졌다고 했다. 늘 쫓기듯 살아왔던 과거에서 벗어나 비로소 진짜 삶을 사는 느낌이라고 했다. 『건축탐구 집』에 나온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는 이유는 세상의 기준과 굴레에서 벗어나 나를 찾는 일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 pp. 50∼52 단지 경제적 관점으로 가장 중요한 재산으로써의 가치가 높았던 집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면 많은 것들이 보이고 집이 점점 흥미로워진다. 집에 대한 나와 내 가족의 취향은 무엇인지, 집에서 가장 좋아하고 편안해하는 공간은 어디인지, 현재 집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집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무엇인지, 하나씩 체크하다 보면 나의 집이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할지 희미하게 보인다. 집 짓기에서는 모든 것이 정답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다만 나와 닮은, 내가 살기 편한 집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두면서 행복한 집 짓기를 시작해보자. --- p. 70 땅은 말을 하진 않는다. 그래도 땅에게 꾸준히 말을 걸어보는 것이다. 땅을 어떻게 이해하고 땅과 어떻게 타협하느냐가 집을 짓는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신중하게 무리수를 두지 말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해야 한다. 대단한 풍수지리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모든 감각기관을 열고 상식적으로 보고 상식적으로 느끼면 된다. 앞으로 나와 집과 삶을 받아줄 땅과 친밀해지는 일은 중요하다. 서두르지 않고 땅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차근차근 살펴보고 구입해도 늦지 않다. 시간을 들이면서 지켜보다가 여기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 어느 정도는 나에게 맞는 땅이라 할 수 있다. --- p. 80 집을 짓는 일은 프로세스가 정말 중요하다. 집을 짓다 말고 가구부터 넣을 수는 없는 일이다. 골조를 치고 지붕을 얹고 마감과 인테리어를 마쳐야 가구가 들어간다. 옷을 입고 단추를 채워야 하는데 단추부터 채우려 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순서대로 차근차근해야 비로소 끝이 나는데 집을 짓고 싶은 사람들 중 프로세스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집을 지을지 정하지도 않았는데 싱크대와 조명부터 결정한다. 이럴 때 건축가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순서를 요령 있게 잘 전달해준다. --- p. 99 집 짓기는 나를 아는 것뿐 아니라 몰랐던 가족의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속에서 대화의 실마리가 풀리고 뜻밖의 공통점을 찾아내며 사이가 돈독해지기도 한다. 꼭 당장 집을 짓지 않아도 좋다. 지금 사는 곳에 좀 더 애정을 가지고 그곳을 새롭게 꾸미거나 배치를 바꾸는 시도를 해보자. 불편해서 개선해야 할 부분을 찾아보거나 새로운 동선을 만들기도 하면서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나누어보는 것이다. --- p. 143 집을 짓는 일은 상상력을 발휘하는 일이다. 어떤 건축주는 복도 공간에 창턱을 내서 책을 꽂아두어 그곳을 가족 도서관으로 활용했다. 버리는 공간이 아니라 필요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예산과 면적이 한정된 상태에서 동선을 정할 때 물론 우선순위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 우선순위는 ‘효율’이나 ‘보편’이 아니라 ‘나’에게 비롯되어야 한다는 걸 기억하자. 남들에겐 쓸데없어도 나에겐 가치 있는 공간과 동선을 제일 먼저 생각하고 볼 일이다. 모두의 삶과 취향을 하나로 규정해 앞만 보고 달리던 효율이 최고이던 시대는 이제 벗어날 때도 되었다. 집 안팎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위한 공간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적어보자. 모두 이룰 수 있다면 좋지만 골라내야 한다면 우선순위를 두고 하나씩 만들어가는 게 좋다. --- p. 151 수납공간에 대한 계획은 내 생활을 이루는 주변을 한 번 점검하고 정리하는 일이자 앞으로의 생활을 예상해보는 일이기도 하다. 여태까지는 의미 있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들, 혹은 의미나 가치가 사라지지 않을 것들에 대해 분류하고 그 자리까지 생각하는 것이 집을 짓는 과정에 포함되어야 한다. --- p. 233 마루는 안이 아니지만 바깥도 아닌 공간이다. 비와 눈이 가깝지만 지붕 아래 있어 피할 수 있고, 바람과 햇빛에 몸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다. 그런 공간이 있다는 건 경계를 허물고 삶을 좀 더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 p. 248 남들이 좋다는 뻔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 시골도 마찬가지다. 풍경을 가까이 보겠다고 너무 경계 끝까지 바짝 붙거나 정원에 대한 욕심으로 뒤쪽에 축대가 있는데도 무리하게 맨 뒤까지 밀어서 터를 잡기도 한다. 자연과의 거리도 적당한 게 좋다. 뒤로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풍경이 더 안정적이고 좋을 때도 많다. --- p. 266 어디에 어떻게 창을 다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려해서 창의 위치를 잡아야 한다. 창은 전망용, 채광용, 환기와 채광이 함께 가능한 방의 창 등에 따라 창의 종류가 달라진다. 외부로 연결되는 전망 창으로 디자인이 예쁜 폴딩 도어를 생각하기도 하는데 결정적으로 단열에 취약하고 모기장 설치가 되지 않는다는 걸 염두해야 한다. --- p. 283 만약 내가 제일 좋아하는 외장재를 묻는다면 ‘시간을 먹는 재료’라고 말하겠다. 개인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세월의 멋이 나는 재료들이 좋다. 시간과 기억이 함께 담기는 자연스러운 재료. 멋지게 나이 먹는 재료. 벽돌, 나무, 돌 등. 사람처럼 집도 나이를 먹는 모습이 자연스러울 때 아름답다. 금속 패널 같은 재료는 시간을 먹지 않고 때를 타면 더러워지기 때문에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자신과 가족이 평소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취향을 돌아보고, 그다음에는 재료의 물성에 맞는 집을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 벽돌을 쓸 때는 쌓는 속성에 맞춘 집, 나무를 쓸 때는 그 결에 맞춰 지어야 외장재의 특성을 제대로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 pp. 308∼309 결론적으로 가구의 재료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다. ‘다들 상하부장을 규격에 맞춰놓으니 그렇게 배치하고 창을 작게 내야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주방에 있는 시간이 즐거워야 하니 상부장 없이 창을 크게 내보는 건 어떨지 상상해보자. 초록의 풍경을 매일 보며 요리하고 설거지한다면 그 시간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 p. 3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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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우리 삶이 좀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집은 주인을 닮고, 그 동네를 담고, 우리 시대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아주 작은 땅을 구해서 방을 쌓아올려 지은 집은 젊은 부부에게 몸에 딱 맞춘 옷과 같고, 인생의 방향을 바꾼 사람들이 도시의 생활을 정리하고 찾아낸 땅에 지은 집은 새로운 삶의 터전이자 의지할 동료가 된다. 집이라는 것의 의미는 그렇게 한없이 확장된다. 그럴 때 집이란 단순히 비 막고 바람 막고 햇빛 가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피가 돌고 숨을 쉬는 생명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문 중에서 EBS 방송 프로그램 〈건축탐구-집〉 ‘당신은 어떤 집에 살고 있나요?’라는 주제로 다양한 집들을 찾아가서 집과 사람,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집뿐만 아니라 사람도 만나고 함께 사는 가족의 일상도 잔잔하게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건축가들은 방송에 소개된 집들을 직접 찾아가 살펴보고 집주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집을 짓게 된 이유와 집을 지은 이야기, 이후에 가족의 생활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얼마나 큰 변화가 왔는지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면, 그 집이 점점 멋있어지고 점점 좋아진다. 집은 사람을 닮는다. 집을 짓는다는 건 ‘나’를 새롭게 세우는 일이다. 집집마다 자기들만의 색이 있다. 가족이 있으면 있는 대로 혼자 살면 혼자 사는 대로, 보편이라는 굴레에 매이지 않은 집들. 어떻게 살고 싶다는 구체적 꿈을 이룬 사람들의 집은 달랐고, 모든 집에는 사연이 있었고 무엇보다 그 중심에 사람이 있다. 책 속에 소개된 집들 대부분은 삶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집주인의 생각이 공간에 잘 깃들어 있었다. 사람의 일생이란 거창한 사건보다는 매일의 일상이 쌓여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 일 없이 무료하게 시간이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저마다의 우주가 담겨 있다. 『건축탐구 집』에 소개된 집 하나하나마다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인생과 가족의 역사와 우주가 오롯이 쌓여 있었고, 그런 집들을 조금 더 상세하고 다정하게 구석구석 잘 담으려 했다. 내 집을 짓겠다는 건 삶을 새로 설계하겠다는 것과 같다. 남이 만들어놓은 네모반듯한 규격에서 벗어나 내가 만든 세상에 진입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집 짓기의 시작이다. 집을 짓는다는 건 ‘나’를 새롭게 세우는 일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파악해서 나만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적어보고 내가 가장 편안한 때를 떠올려보고 내가 가장 그리운 것들을 기억해보는 거다. 늘 곁에 두고 싶은 것들을 나열해보면 어떤 집을 지어야 할지 대략 감이 잡힌다. 기억 속 어린 시절에 참 좋았던 툇마루를 꼭 놓아야겠다는 건축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음악이라며 음악이 중심인 집을 짓고 싶다는 건축주, 가족이 함께하는 삶이 가장 중요해 공용 공간 중심의 집을 꿈꾸는 건축주, 초록을 바라보며 정원을 가꾸며 살고 싶다는 건축주, 이웃과 어떻게 어울려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건축주……. 사람들이 갖고 있는 꿈은 무척 다양했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방은 몇 개로 나누고, 어떤 구조로 짓느냐, 얼마에 짓느냐보다 나의 삶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먼저다.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면 일단 물건이든 생각이든 버리는 연습을 해보는 게 좋다. 버리고 정리하다 보면 선택을 통해 남는 것들이 있는데,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절대 바꿀 수 없는 가치들이 집을 지을 때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된다. 집은 사람이 사는 물리적인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온 역사의 한 부분이다. 사람의 삶이 들어가야 비로소 집이 완성된다. 집은 사람을 닮는다. 집을 짓는 일은 오래 머물며 나와 가족의 시간을 쌓아가는 나를 닮은 존재를 만드는 일이다. 사람도 성장하듯이 집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자리를 잡아간다. 전남 구례 ‘운조루’의 종부님께 집은 또 다른 가족이자 집안의 어른이었고, 안식처이자 살아온 삶의 시간과 기억이 담긴 곳이었다. 집을 짓고 살겠다는 욕망에는 자기완성이라는 의미도 포함된다. 내 안의 욕망을 똑바로 들여다보고 그 실체와 마주하고 인정해야 집 짓기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우리 모두 각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 다른 삶을 살아가듯, 우리가 살아갈 집도 삶의 희로애락을 나눌 수 있는 각기 다른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당장 집을 짓지 않더라도, 언젠가 지을 나의 집을 꿈꾸는 일은 나의 내면을 만나고, 좋은 땅을 그리고, 함께할 누군가와 즐겁게 수다를 떨며 다녀오는 여행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런 집을 짓는 여행에 따뜻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집의 기초부터 동선, 공간배치, 재료, 시공에 관한 실용적인 ‘집 짓기’ 탐구 안내서 코로나19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이 늘어나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더 편하고 아름답게 꾸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더 나아가 땅을 구입하고 새로 집을 짓겠다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예전보다 더 쉽게 들을 수 있는 분위기이다. 신축부터 옛집 리모델링까지 나에게 맞는 집을 짓기 위해서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어떤 땅을 골라야 하는지, 동선과 배치는 어떻게 고민하고 구체화시킬지, 설계부터 시공까지 꼭 알아야 할 핵심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알려준다. 실제 집 짓는 순서에 맞춰 구성된 이 책은, 수많은 건축 정보와 지식들 사이에서 건축주들이 길을 헤매지 않도록 도와준다. 『건축탐구 집』에서는 새로 지은 지 얼마 안 된 집부터 오래되어 낡은 집을 고쳐 쓰는 집, 수백 년 된 한옥, 난방비가 적게 드는 패시브 하우스, 경사진 땅을 그대로 살려 지은 집, 특별한 공간을 중심으로 지은 집 등등 여러 가지 구조와 다양한 형태의 집들을 5가지 탐구 요소로 나눠 꼼꼼하게 설명해준다. 실제로 집을 짓게 되면 어떤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어떤 순서대로 진행해야 하는지도 상세하게 알려준다. 땅을 살 때는 어느 사이트에 가서 먼저 살펴봐야 하는지, 어떤 시공업체를 만나야 실패하지 않을지, 가장 우려되는 시공비에 대한 진실 등 실제로 필요한 조언들도 차근차근 짚어준다. 설계도뿐 아니라 문과 창호, 단열재, 내장재와 외장재, 가구와 조명, 지붕 등 다양한 재료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과 함께 예시로 넣은 세부 견적서 등을 통해 책 속에서 집을 짓는 과정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 1장 ‘나 탐구’에서는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먼저 아는 것이라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건축주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체크리스트를 해보자. 완벽주의자인가, 오래 기다릴 수 있는가, 가족들이 집 짓기에 동의하는가, 남들과 다르게 살기를 바라는가, 주변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유행에 민감한가, 나만의 버킷리스트가 있는가 등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남들의 기준에 맞춘 게 아닌, 자신이 원하는 집을 지을 수 있다. ‘사람이 사는 따뜻한 집’이자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 지은 경북 문경의 2자집, 긴 시간 동안 땅과 어울려 살며 고향을 만든 강원도 원주의 황토 집,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 지은 경기도 과천의 ‘프라즈나의 집’, 오랫동안 쓴 가구들에 맞춰 집을 설계한 세종시의 패시브 하우스 등 세상의 기준과 굴레에서 벗어나 나를 찾으며 내 몸에 맞게 지은 집들을 만날 수 있다. 2장 기초 탐구에서는 땅을 구별하고, 땅을 사기 전에 체크해야 할 리스트(등기부등본과 기반 시설과 경사도 확인 등)를 살펴보고, 건축주와 시공자와 땅을 조율하는 건축가의 만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와 맞는 건축가를 찾고, 시공업체를 고르고, 집의 건축 구조를 결정하고, 15가지가 넘는 세부 공정(측량과 기초, 골조·창호·단열 공사, 외장재·가구·마무리 공사 등등)의 과정들도 거쳐야 한다고 설명해준다. 또한 예산에 맞는 집을 지어야 하고, 구체적인 항목이 잘 적힌 견적서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별채를 지어 아내의 카페 공간을 만든 경기도 화천의 집부터 한옥을 모티브로 경남 하동 언덕에 지은 ‘적이재’, 아빠의 비밀의 방과 엄마의 다실이 있는 경기도 고양시의 집,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설계한 고개집까지 아파트를 벗어나 나만의 집을 지은 은퇴자들의 집, 아이들에게 맘껏 뛰어놀아도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집, 가족 구성원의 요구사항을 해결해 삼대가 함께 사는 경기도 영종도의 집까지 다양한 집들을 소개해준다. 3장 동선 탐구에서는 공간에 대한 구성원들의 버킷 리스트, 가족들의 원하는 우선순위 정하기, 땅에 어떻게 앉힐지에 대한 배치와 구조, 몇 층으로 지어야 할지 등을 알려준다. 집은 한자리에 붙박여 있지만 시간 속에 늘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언제 집이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는지 생각하고, 낮인지 밤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쾌적한 부엌살림이 우선순위인지 편안한 꿀잠이 제일 먼저여야 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하루의 피로를 푸는 욕실이 침실보다 중요할 수도 있고, 손님 초대가 빈번해 부엌과 거실의 면적이 무엇보다 커야 할 수도 있다. 평면도와 단면도, 입면도를 통해 미리 어떻게 집이 완성하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중앙에 중정과 복도를 만든 충북 괴산의 집, 모든 공간이 통하게 만든 대전의 곡선 집, 담벼락에 ‘들꽃 지도’를 그려 넣은 집, 경기도 광주의 캔틀레버 하우스, 과수원 가족이 지은 붉은 벽돌집, 서울 창신동의 5층짜리 협소주택 등을 보여준다. 4장 공간 탐구에서는 고정관념을 버린 나만의 집부터 휴식을 취하는 침실과 드레스룸, 쾌적한 공간인 화장실과 욕실, 효율적인 공간 활용의 수납공간, 아이와 어른이 모두 원하는 다락, 여러 용도의 창고, 현관, 삶을 확장시키는 마루, 반외부 공간, 다채로운 얼굴의 정원과 마당, 옥상 등을 나눠서 상세히 소개한다. 경남 김해의 멋진 할아버지 집부터 노모와 아들이 함께 사는 충북 제천의 집, 생활공간을 최소화하고 여백을 많이 둔 창원의 ‘재미있는 집’, 부엌을 중심에 둔 경남 장성의 집과 경북 청도의 하얀 집, 거실 대신 서재를 두면서 주거동과 거실동으로 나뉜 경기도 가평의 ‘존경과 행복의 집’, 복도를 통로뿐 아니라 수납공간으로 설계한 충남 금산의 집까지 생생히 볼 수 있다. 5장 재료 탐구에서는 혹독한 사계절을 가진 우리 땅의 특징을 살펴보고, 주변과의 조화와 공존을 이루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을 짚어본다. 집을 지을 곳의 기후나 환경을 고민하며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어떤 재료가 좋거나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유행에 휘둘리거나 가격의 높고 낮음으로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집의 형태나 구조에 어울리는 재료를 골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과 창호, 단열과 환기, 내장재와 외장재, 지붕, 처마와 어닝, 가구와 조명, 대문과 담, 차고까지 집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필요한 조언과 고려해야 할 사항, 장점과 단점까지 솔직하게 들려준다. 이와 더불어 건축 기본 법규와 용어, 가사노동을 덜어주는 동선, 무장애 공간, 치수 이야기, 단열재·마루재·타일·외장재·지붕재의 종류까지 다양한 팁들도 책 속에서 함께 만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