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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물들지 않고는 가까이할 수 없는 세계
오래된 동그라미 12p/백만 원짜리 금속탐지기 15p/들꽃이 좋더라 17p/내가 아는 의미 19p/삼순이22p/사랑이 영원하다는 말 24p/삐비 껍딱 17p/질투,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29p/시인 동생과 오배이골 31p/그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34p/담배와 할매37p/커피와 담배 40p/손의 일기 43p/농부랑 친한 시인 45p/고창 농부의 매력 47p/물들지 않고는 가까이할 수 없는 세계 50p/아서라, 아서 53p/고라니라니 55p/고양이일까? 57p 2부 농사도 짓고 시도 짓고 삶에 진 기분 63p/농사도 짓고 시도 짓고 65p/전라도 모기 68p/마음은 근육 71p/물어보고 마는 일 73p/다맽겨인력 76p/미련한 버꾸 79p/청개구리와 무당개구리 82p/벌쏘일 폭 잡고 85p/긴 꼬리 짐상 88p/자수성가 농법 91p/안 맞네, 안 맞어 94p/약을 쳐 부러야 97p/나도 촌놈 너도 촌놈 99p/나 자신에 대한 징그러움 102p/이것이 시맞당가? 104p/집 찾아간다는 말 107p/둠벙의 추억 110p/8p6 7 3부 아, 새참 먹고 싶다 모두의 시작은 4월, 나의 시작은 5월 114p/김제 할매네 껄막 대추나무 116p/안 보이던 스패너가 코앞에 있다 120p/나락 비는 날 122p/옹졸한 마음은 콩처럼 구워 먹어 버리고 125p/히히히 127p/얌마, 딱새 어쨌냐? 130p/아빠나 키워132p/동상, 이것이 뭇인 종 안가? 135p/내 더는안 먹을란다 138p/아, 새참 먹고 싶다 140p/돈걱정 시간 걱정 안 할 날 있을까? 143p/니들 동심 다 어디 갔니? 145p/ 4부 장작 패는 사람 낚시 한다는 말 150p/“외롭냐?” 하는 간단한 질문들153p/할매 잘 있는가? 155p/울 어매 이뿐 손 157p/육지나 섬이나 똑같은 신세 160p/밥 먹기 전에 줬어야하는데 163p/백은 언제 다 세지는 것이여? 167p/그리워지는 세계를 향한 농담 170p/겉멋 든 도끼질/장작 패는 사람 176p/겨울을 졸졸졸 흘려보내고 178p/감각의 천연한 믿음 181p/고창김이 아니야 곱창김이야 183p/고만 히야 186p/지붕이 없지만 지붕이 가장 큰 집 189p/옥매미 192p/이 붉은빛은 어디서 왔을까? 194p/복숭아와 생색 196p/ 칭찬에 초연해지기싫어201p/ 에필로그 대담 고창군 건동리 1220번지 텃굴밭에 출몰하는 고라니에 대하여 206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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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동생이 잘했다 하믄 진짜로 잘하는 줄 알고 기가 살아서 농형제들에게 “여봐, 시 썻응게 읽어 줄게.” 하면 “시인 납셨네.” 하고 놀려 댄다.
“니미, 성들이 시에 대해서 뭇을 안가? 서울 사는 시인 동생이 잘 쓴다고 뙤약볕에서 일하지 말고 글을 배와서 쓰면 대박 나것다고 했는디.” 항변하면 “인자는 글 써서 쪽박 차불라고 그냐? 밥이나 묵자 배고픈게. 시가 밥 안 멕여 준다.” 하고 낄낄댄다. 농형제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시인 동생은 항시 진지하다. 많이 배와서 근가 달라도 겁나게 다르다. 문어체가 어떻고 구어체가 어떻고 은유가 어떻고 오빠는 천재 같다고 그런다. 그런 말을 듣는 날은 ‘아이구! 이 무식한 성들아, 나는 천재라여!’ 속말을 한다. 그리고 더 신이 나서 동생이 일러 준 대로 농촌 사는 우리 모습을 솔직하게 쓰다 보면 가끔 내 착각 아닌 진심 어린 칭찬을 듣기도 한다. 그래도 “왜 잘 썼다고 하는지 알겠어?”라는 동생의 질문은 항시 어렵다. “긍게, 근디 모르것어.” 인정한다. 그럼 동생이 뭐라뭐라 설명을 하는데 알아 먹기가 힘들고 그냥 좋다는 것만 알겠다. 못 알아먹어도 좋다. 여기가 좋고 저기가 좋다며 구절구절 짚어 주는 동생의 말에 점점점 신뢰를 느낀다. '참말인가?' --- 「고라니라니-농사도 짓고 시도 짓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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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마저의 '라니'시리즈 첫 번째 책은 이소연 시인과 주영태 농부가 주고 받은 사진과 에세이를 묶은 책이랍니다. 떨어진 알을 주워 둥지 안에 넣어 주듯이 이 책도 잘 태어나라고 정세랑 소설가님께서 추천사를 보내 주셨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에세이는 오랜만이다."라는 문장을 읽고 또 읽습니다. 둥지의 알처럼 따뜻합니다.
2020년 한국 문학의 얼굴 이소연 시인과 쌀농사의 단독자 농부 주영태가 공동 집필한 산문집입니다. 우정과 용기와 유머와 생명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이야기! “눈을 뜨자마자 한 사람의 손바닥이 생각났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이 책은 고창에 사는 나의 농부 친구가 보내 온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자신의 왼손바닥을 찍은 사진이었다. 손바닥 위에는 도정된 흰 쌀이 있었다. 우리가 매일같이 씻어 안치는 쌀이 저토록 눈부시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나는 내가 잃어버린 세계가 그의 손바닥 위에 있는 것만 같았다. 이런 마음은 뭘까? 생각하다가 그냥, 손바닥에 대해서 시를 써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아직 못 썼다. 박사 논문도 써야하고 시도 써야 하는데 자꾸 그 손바닥만 생각났다. 손바닥은 무엇 하나 움켜쥐지도 않은 채 나를 사로잡아 버렸다. 프롤로그 중에서 농부가 보내온 여러 사진 중에서도 농부가 새끼 고라니를 손 위에 올려놓고 찍은 사진은 시인에게 가장 신선하고 놀라운 순간을 선물하는데요. "세상에! 손 위에 고라니라니!" 손 위에 올려진 고라니는 순하고 순한 생명들의 함축이며, 포악하고 사나운 손이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세계의 표상이라 할 수 있죠. 고창 농부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유기농법을 고집하며 게으른 농사꾼이란 오해를 받지만 시인은 그런 농부를 누구보다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매일같이 자기 논에 찾아오는 황새를 좋아하고 자라나는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농부의 마음을 닮고 싶어집니다. 농부가 습관처럼 찍어 온 사진은 그리 놀라울 것이 없지만 거기에 깃든 삶의 이력은 지금껏 느껴 본 적 없는 뭉클함을 선사할 거예요. "농사도 짓고 시도 짓고" 中 시인 동생이 잘했다 하믄 진짜로 잘하는 줄 알고 기가 살아서 농형제들에게 “여봐, 시 썻응게 읽어 줄게.” 하면 “시인 납셨네.” 하고 놀려 댄다. “니미, 성들이 시에 대해서 뭇을 안가? 서울 사는 시인 동생이 잘 쓴다고 뙤약볕에서 일하지 말고 글을 배와서 쓰면 대박 나것다고 했는디.” 항변하면 “인자는 글 써서 쪽박 차불라고 그냐? 밥이나 묵자 배고픈게. 시가 밥 안 멕여 준다.” 하고 낄낄댄다. 농형제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시인 동생은 항시 진지하다. 많이 배와서 근가 달라도 겁나게 다르다. 문어체가 어떻고 구어체가 어떻고 은유가 어떻고 오빠는 천재 같다고 그런다. 그런 말을 듣는 날은 ‘아이구! 이 무식한 성들아, 나는 천재라여!’ 속말을 한다. 그리고 더 신이 나서 동생이 일러 준 대로 농촌 사는 우리 모습을 솔직하게 쓰다 보면 가끔 내 착각 아닌 진심 어린 칭찬을 듣기도 한다. 그래도 “왜 잘 썼다고 하는지 알겠어?”라는 동생의 질문은 항시 어렵다. “긍게, 근디 모르것어.” 인정한다. 그럼 동생이 뭐라뭐라 설명을 하는데 알아 먹기가 힘들고 그냥 좋다는 것만 알겠다. 못 알아먹어도 좋다. 여기가 좋고 저기가 좋다며 구절구절 짚어 주는 동생의 말에 점점점 신뢰를 느낀다. '참말인가?' 솔직하고 엉뚱하고, 곳곳에서 웃음이 터지는 농부의 글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소연 시인이 왜 농부 친구를 그렇게나 좋아하는지 이해가 되고도 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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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지만, 시를 사랑하고 시인들을 사랑한다. 성큼성큼 걷고 환하게 웃고 누구하고도 곧 친해지고 마는 이소연 시인이 “내가 농부 친구랑 책을 썼는데……” 하고 연락해 왔을 때는 즐거운 궁금증만 들었다. 이 책은 얼떨결에 친구가 된 이소연 시인과 주영태 농민운동가가 서로에게 시가 되고 글이 되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기록이다. ‘손의 일기’라는 부제에 어울리는 생생하게 만져지는 것들로, 만져지지 않는 것들까지 잔뜩 품었다. 두 사람을 오간 열매의 사진에서 빛과 향기가 느껴지고, 우정의 리듬에 물오리와 옥매미와 아름다운 단어들이 슬쩍 내려앉는다. 고창의 들판이 읽는 이에게까지 특별한 공간이 되며 고민과 서운함까지도 시인들답게 오가기에, 이렇게 맛있는 에세이는 오랜만이다. 짚풀로 구워낸 서리태 맛이 난다. - 정세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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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배이골’에서 새를 불러낸다는 이가 보고 싶다. 또 그 옆에서 감탄 어린 모습으로 바라보는 ‘시인 친구’도 보고 싶다! ‘솔찬히!’ 책을 접하며 사는 업이지만 이렇게 삶의 맨살을, 아니 생살을 느끼게 하는 글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내 안에 숙어져 있던 짓이겨진 ’쑥향’이 살아난다.
사는 일과 무관한 수많은 ‘문학들’에 속아주기도 지치던 차에 두 사람의, 뭇 생명들을 참여시킨 생명 찬양의 ‘베틀’은 불볕 하늘을 지나는 소란한 소나기와도 같고 고뇌를 씻어주던 새벽 새소리와도 같아서 나는 그들의 만남에 넌지시 청려장으로라도 참여해 보리라 다짐 아닌 다짐을 한다. - 장석남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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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태 농부의 책을 읽다보면 옛 한옥 처마 밑에 여러가지 생활 도구를 (멍석 대나무광주리 메주와 마늘 꾸러미 ) 매달아 놨던 지난 날이 떠오릅니다. 병아리를 날개에 품고 있는 어미닭의 따스하고 푸근한 느낌입니다. - 김영호 (전국농민회 총연맹 전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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