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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가 특별한 인연들을 만나는 점괘야. 운명의 수레바퀴!”
두건을 쓴 긴 머리 누나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나는 영민이가 뒤집은 타로카드 두 장을 손에 들고 있었다. “과거로 돌아가는 건 뭐고, 운명의 수레바퀴는 또 뭐예요?” 영민이는 점괘를 도통 이해할 수가 없어 되물었다. “나쁘지 않아. 좋은 점괘야. 애들은 그 정도만 알면 돼!” 타로 누나는 대충 얼버무리고는 이젠 그만 가보라며 손짓을 했다. ---p.34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싶었더니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간달프를 닮았어.’ 영민이는 저도 몰래 ‘풋’하고 웃다가 ‘아야!’하고 소리쳤다. 연이가 영민이를 꼬집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생각을 한 게로구나.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너는…….” 굵고 나직한 목소리였다. 연이가 영민이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명상을 하다가 너를 만났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절대 시공간을 노 닐다가 너를 보았다.” “저를 어디서 봤는데요? 전 만난 적 없어요.” 영민이는 입술을 뭉그러뜨리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p.88 검둥이가 바닥에 떨어져 몇 바퀴 뒹굴었다.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재빨리 일어난 검둥이가 왜군 대장의 팔뚝을 단박에 물고 늘어졌다. “아악, 내 팔! 내 팔!” 왜군 대장이 비명을 질렀다. 그때, 막동 아저씨가 피 묻은 왜군 대장 칼을 주워들었다. “이 더러운 칼로 얼마나 많은 조선 사람들을 괴롭혔느냐? 이번에는 네 차례다. 네놈 칼로 너를 저승으로 보내주마!” 칼을 맞은 왜군 대장이 드러누워 사지를 떨었다. 그제야 검둥이는 물고 있던 팔을 놓고 옆으로 쓰러졌다. ---p.1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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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영민이의 담임샘(갑사샘)은 여름방학 모둠숙제로 25의용인의 활약을 조사해 오라고 한다. 모둠활동이 있는 날, 영민이는 25의용단 담벼락에서 만난 고양이를 따라 수영고당으로 갔다가 고당 안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아빠는 영민이에게 집안의 가보인 ‘화첩’을 내밀고 영민이는 자신과 닮은 할아버지와 실 팔찌를 낀 할머니 그림을 보게 된다.
부모님을 따라 ‘달밤에 수영성 난장’행사에 억지로 참여한 영민이는 화장실에 갇히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비밀의 문을 열고 나온다. 그곳에서 낯선 아저씨를 만난 영민이는 왜군 복장을 한 사람들에게 봉변을 당한다. 영민이는 중렴어른을 통해 시공간을 넘어 과거로 오게 된 이유를 듣게 된다. 수영성 전투가 있는 날, 영민이는 수영성 고당에서 수찬이를 구하고 담임샘을 닮은 막동아저씨의 목숨도 구해준다. 백병전에서 위기에 몰린 의병들은 검둥이의 도움으로 수영성을 탈환한다. 의병들은 의로운 일을 하다 목숨을 잃은 검둥이를 수영성 입구에 묻는다. 임무를 마친 영민이는 타로 누나가 준 봉투 속에서 현재로 돌아오는 법을 발견하고, 봉투 안에 든 실 팔찌를 연이에게 선물한다. 현재로 돌아온 영민이는 수영사적공원 입구에서 수영성을 지키는 박견, 검둥이와 재회하고, 화첩에서 실 팔찌를 낀 연이 할머니와 자신을 꼭 닮은 수찬 할아버지를 발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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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가 그 얘기 같고, 저 사건이 또 이 사건인 것만 같아서 역사는 참 머리 아프고 재미없었어요.
이 책의 주인공 영민이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역사는 머리 아파 싫다고. 부산 수영구에는 수영사적공원이 있어요. 조선시대 때 수영성이 있었던 자리지요.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수영성을 지켜야할 경상좌수사가 제일 먼저 도망을 갔대요. 그 난리통에 남아있던 농민, 수군, 노비 25명이 힘을 모아 7년 간 목숨 걸고 수영성을 지켰다고 해요. 임진왜란 당시, 많은 백성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의병이 되었어요. ‘곽재우, 김면, 정인홍’ 등 이름난 의병 외에 25의용인처럼 이름 없이 싸우다 쓰러져간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지 못했어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그분들의 애씀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이 땅에서 맘껏 호흡하며 자유로울 수 있는 데도요. 중렴어른의 말씀처럼 거슬러 올라가면 내 가족이, 우리 이웃이 역사의 한 장면 속에서 시간을 잇는 나무못이 되었을지 몰라요. 역사는 남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이야기란 것을, 역사는 외워야할 골치 아픈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지켜낸 삶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공들여 잇고 가꾼 시간들이 역사가 된대요. 세상에 하찮은 역사는 없대요. 이젠 우리가 그 역사의 튼튼한 나무못이 되어야할 차례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