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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ku Onda,おんだ りく,恩田 陸,熊谷 奈苗(くまがい なな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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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 난 그 말 싫어요.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고 주장해도, 사람이 쓴 것 중에 논픽션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저 눈에 보이는 픽션이 있을 뿐이죠. 눈에 보이는 것조차 거짓말을 해요. 귀에 들리는 것도, 손에 만져지는 것도. 존재하는 허구와 존재하지 않는 허구, 그 정도 차이라고 생각해요.
--- p.22 가끔 생각해보곤 합니다. 이해할 수 없다는 건 죄인가. 부모든, 자식이든, 형제든, 이해할 수 없는 건 이해할 수 없어요. 그게 나쁜 일인가? 이해할 수 없으면 이해할 수 없다고 인정하고 체념하는 것도 일종의 이해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용서하지 않거든요. 모르겠다고 괴롭히고, 정체를 알 수 없다, 설득이 안 먹힌다고 공격합니다. 뭐든지 간략화, 매뉴얼화됩니다. 화를 내는 이유가 ‘이해할 수 없다’일 때가 많아요. 사실은 이해할 수 있는 쪽이 훨씬 적지 않나요? 이해했다고 뭐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죠. 그러니까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서 살아갈 생각을 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보는데, 잘못된 생각일까요. --- p.200 그 무렵에는 사건의 진상에 대한 관심보다 내가 그 메모지를 봤다는 걸 남들이 안 믿어준다는 데 대한 불만이 더 컸던 것 같군요. 그 메모지가 형의 결백을 입증해준다는 데까지는 생각이 안 미쳤어요. 하지만 지금 이렇게 돌이켜 생각해보면, 역시 확신이 들어요. 역시 형은 누명을 쓴 거라고. 진범? 틀림없이 여자예요. --- p.257 저는 사건이 종결됐다고 보고했습니다. 유감입니다, 라고만 했습니다. 그 말의 의미를 그 여자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전 그 여자의 손을 잡고 종이학을 쥐여줬습니다. 연못에 내려앉은 학이 수면에 비친 것처럼 한 쌍이 마주 붙은 ‘꿈이 찾아드는 길’이라는 종이학입니다. 또 한 사람의 생존자한테도 드렸습니다. 그렇게 설명했더니, 그 여자는 종이학을 손으로 만져보더군요. 그리고 나지막이 웃었어요. 형사님, 저희 이 학하고 비슷하네요. 그 여자는 갑자기 말했습니다. 왜죠? 저는 그렇게 물었습니다. 글쎄요,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 여자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저희는 얼마 동안 꼼짝도 않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 여자가 대단히 중요한 말을 한 것 같은데,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 p.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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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더위, 춤추듯 죽어간 사람들
모두가 다르게 말하는 그해 여름의 진실! 호쿠리쿠 지방 K시, 존경받는 명가 저택에서 독살 사건이 벌어진다. 3대의 생일이 겹친 잔칫날, 가족들은 물론이고 동네 사람도 여럿 놀러 온 때 정체불명의 사내가 독극물을 탄 음료수를 배달한 것. 열일곱 명이 희생되고 현장에 남은 건 앞을 못 보는 소녀뿐이다. 마을에 혼자 살던 청년이 자백 메모를 남긴 뒤 자살해 사건은 종결되지만, 진범이 따로 있다는 의혹과 마을 사람들의 허망함은 해소되지 않는다. 《유지니아》는 그 사건으로부터 20년 뒤를 배경으로 삼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인공이 당시 관련자들 인터뷰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해 여름 이야기를 책으로 쓴 작가와 편집자, 담당 형사, 독을 마시고 생존한 가정부, 범인을 따랐던 동네 아이, 현장에서 살아남아 이제 중년이 된 눈먼 소녀까지…. 《유지니아》는 마치 만화경처럼 각기 다른 색깔의 목소리를 교차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독자는 사건을 파헤치던 끝에 결국 진실이란 무엇인가를 묻게 된다. 인간이 진실을 찾을 수 있는가에 대한 근원적 물음 오늘날 감각으로 다듬어 새로운 세대에 건네다 온다 리쿠는 미스터리와 판타지, 청춘, 성장, 동화적 세계관 등 전방위적 소설을 선보이는 작가이지만 그중 미스터리 소설의 정점이라면 단연 《유지니아》가 꼽힌다. 2005년 일본 출간 당시 ‘온다 리쿠 소설의 새로운 경지’라는 찬탄을 받은 제5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날마다 절망을 견뎠다”는 수상소감을 증명하듯 《유지니아》는 대중적 판매고를 올리며 한국 독자들에게도 꾸준히 사랑받는 온다 리쿠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는 호칭처럼 이 작품에도 특유의 서정적 분위기를 녹여냈고, 미스터리의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하여 독자를 반드시 결말에 이르게 한다. 《유지니아》의 빼어난 점은 미스터리 소설임에도 최종적 답을 알려주는 탐정격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20년 전 사건에 관한 관련자들의 불완전한 기억만 나열하는데, 이 독특한 형식은 과연 인간이 진실을 말하며 누군가를 단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묵직한 주제의식으로 이어진다. 미스터리 소설이면서도 미스터리 관례를 뛰어넘는, 기묘하고도 흥미진진한 독서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 《유지니아》는 2007년 한국 출간 후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 14년 만에 문장과 디자인을 전부 다듬은 전면개정판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일찍이 무라카미 하루키는 번역 작업을 가옥에 비유해, 시간이 흐르면 당대의 어휘와 표현에 맞춰 원고를 다듬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언어생활과 타 문화권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 깊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간하는 《유지니아》 전면개정판 역시 번역가와 편집부가 문장 하나하나를 함께 되짚고 다듬었으며, 2021 출간을 기념하여 권영주 번역가의 새로운 후기를 수록했다. 표지와 본문 디자인은 다수의 독립출판물을 작업해온 박인주 그림작가의 작품으로 세련되게 단장했다. 《유지니아》 전면개정판은 온다 리쿠의 오랜 독자는 물론 새로운 세대의 독자까지도 ‘온다 월드’의 재미에 단꿈처럼 빠지게 할 것이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들(제5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심사평) 온다 리쿠는 독특한 화법으로 섬뜩한 수수께끼를 엮어낸다. 미스터리의 상투적 패턴과 상반되는 패턴을 그리면서도, 미스터리 특유의 서스펜스가 넘쳐난다. _아리스가와 아리스 하나의 사건을 여러 각도로 더듬어가는 글쓰기. 온다 리쿠는 인간 기억의 모호함, 인간이 무너지고 뒤틀리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데 최적의 전략을 택했다. _기타모리 고 《유지니아》는 쟁쟁한 후보작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이었다. _기타무라 가오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