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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맛 좋아
서경희
문학정원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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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세 친구 _7
하우스 마루타 _69
수박농장 _161

작가의 말 _209

저자 소개 1

2015년 단편소설 「미루나무 등대」로 김유정 신인문 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주시립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했으며, 극단 다파 대표를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는 장편소설 『수박 맛 좋아』 『복도식 아파트』 『하리』 『김 대리가 죽었대』, 연작소설 『옐로우시티』, 소설집 『밤의 독백』, 청소년소설 『경로이탈』 등이 있다.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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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298g | 135*195*13mm
ISBN13
9791197722400

책 속으로

우리 가족은 수입의 70프로 이상을 이자를 갚는 데 지출하는 ‘좀비 가구’였다. 축구를 가르치느라 진 빚도 있었지만, 집값의 60프로를 대출받아서 분양받은 109㎡의 아파트가 화근이었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던 날 아침, 오빠가 메시의 유니폼을 선물이라며 줬다. 스페인으로 가족 여행을 갔다가 어렵게 구한 정품 유니폼이었다. 그 시절은 돈이 없어도 방학 때마다 해외여행을 가고는 했다. 카드 할부를 자주 이용했는데 대부분의 가정이 그랬다. 집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로, 자동차는 할부나 리스로, 등록금은 학자금대출로, 세금은 카드로 납부했다. 정치인들은 그것을 복지라고 불렀다.
--- p.13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나는 수박바를, 세휘는 돼지바를 집었다.
“수박바 맛있어?”
“응.”
“무슨 맛이야?”
세휘는 실실 웃었다.
“수박 맛.”
“이거 먹고 수박 보러 갈까?”
우리는 회원권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프리미엄 과일 가게에 갔다. 냉장실 쇼윈도에 값비싼 과일이 진열되어 있었다. 커다란 은쟁반에 삼각형 모양으로 자른 수박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가격표를 보니 수박바 반만 한 크기의 수박 한 조각이 5만 원이었다.
--- p.19

세휘와 나는 4기 신도시 부실시공 아파트 폭동의 진원지 중 하나였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기로 했다.
“은찬아, 걱정하지 마. 보강하고 리모델링해서 안전 점검 통과한 건물이라잖아.”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안 무너져. 그리고 안 죽어. 우리 말고도 몇 가구 더 있대.”
--- p.66

욕실 배관공사가 잘못됐는지 씻고 나면 오수관으로 빠져야 하는 물의 일부가 방으로 들어왔다. 욕실 문 앞에 수건을 겹겹이 쌓아놓았다. 여름도 아닌데 옷장에 습기가 차서 곰팡이가 잔뜩 피었다. 붙박이 가구는 뒤틀림이 심했다. 이 아파트는 아무래도 사람이 살 목적보다는 인형의 집처럼 소유할 목적으로 지어졌나 보다.

--- p.179

출판사 리뷰


대한민국의 부동산이 대폭락한 이후의 세계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 『수박 맛 좋아』가 출간되었다. 설마 아파트가 무너지겠어? 부실시공된 아파트에 들어가서 사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 ‘하우스 마루타’ 기성세대의 논리에 따라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가난을 면치 못하는 청년들은 죽을 줄 알면서 아파트에 들어간다. 벼랑 끝에 몰려 하우스 마루타가 된 세 친구의 극한 생존기가 펼쳐진다.

때는 가까운 미래. 서울 변두리 서민들이 사는 빌라촌의 옥탑방에 청년배당으로 살아가는 세 친구가 있다. 한여름은 무릎부상으로 축구선수의 꿈이 꺾인 후로 무기력함에 빠진다. 오세휘는 변호사가 되려고 과학고에 입학하지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해서 최종학력은 중졸이다. 이은찬은 아이돌을 꿈꿨지만 실패하고, 지금은 홈쇼핑 모델로 간간이 텔레비전에 얼굴을 비칠 뿐이다.

“하우스 마루타가 되겠다고? 죽고 싶어?” (65쪽)

옥탑방이 경매로 넘어가고 길바닥에 나앉을 처지에 놓인 친구들은 목숨을 담보로 부실시공된 아파트에 들어가게 되는데……

부동산이 폭락한 암울한 이 시기에도 부동산으로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민들은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고급 아파트는 쉬지 않고 지어지고, 돈에 눈이 먼 건설사는 부실시공을 마다하지 않는다. 빚내서 집을 샀다가 전 재산을 날리고, 가족해체까지 경험했던 사람들은 다시금 아파트를 욕망한다.

“아파트는 절대 포기 안 해. 외환위기 때도 그렇고 금융위기 때도 그랬잖아. 아파트하고 땅은 절대 배신 안 해.” (29쪽)

딸은 버릴지언정 아파트는 포기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애잔하다 못해 섬뜩하기까지 하다.

작가는 진지하게 묻는다. 누가 청년들을 죽음의 아파트로 몰았는가. 청년들이 수박 한 조각 마음 편히 먹지 못하는 현실을 누가 만든 것이냐고. 이 땅의 청년들이 날이 갈수록 가난해지는 것이 과연 그들만의 문제냐고.

“가슴이 답답했다. 어떻게 더 열심히 살라는 말인지 모르겠다.” (92쪽)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 더 열심히 하라는 말은 응원이 아니라 채찍질이다.

‘사는 곳’이 아닌 ‘사는 것’이 되어 투기의 정점에 놓인 대한민국의 아파트. 코로나19 이후, 급속도로 전 국토를 뒤덮기 시작한 거대한 부동산 버블이 터지는 재난 상황, 그 후의 대한민국이 궁금하다면 『수박 맛 좋아』를 눈여겨볼 만하다.

신선하고 기발한 상상력, 개성 넘치는 문체로 시종일관 독자를 ‘웃픈’ 감정에 빠지게 만드는 『수박 맛 좋아』는 서경희의 첫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원전마을을 둘러싼 주민들 간의 갈등에 다문화가정의 문제를 겹쳐놓은 단편소설 「미루나무 등대」로 2015년 김유정 신인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순문학은 물론이고 희곡, 웹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다.

추천평

서경희가 소설 속에서 그리는 근미래는 우울한 지표들로 가득하다. 부동산은 폭락했고, 물가는 폭등했으며, 서민들은 신선한 과일 한 쪽 맛보기가 어렵다. 한때는 전도유망했으며, 부푼 꿈을 안고 살았던 청년들은 이제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그저 밥 한 끼와 당장 지낼 곳을 걱정하기 급급한 흙수저 청년들의 눈물 나는 생존 투쟁은 ‘지옥도’ 그 자체이다. 날렵한 문체로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서경희표 디스토피아를 목도하면서 독자들은 진저리를 치는 동시에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그리고 묻게 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는 『수박 맛 좋아』에 나타난 ‘폭망’한 세계보다 과연 얼마나 더 나으냐고, 우리 주변의 여름과 은찬, 세휘가 무사하기를, 그들의 안녕을 빈다. - 김유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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