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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인지 어린 아가의 숨소리보다도 가늘게 속살속살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누가 들어서는 큰일 날 듯한 가늘디가는 소리였습니다. 어데서 나는가 하고 나는 귀를 기울이고 찾다가 내가 공연히 그랬는가 보다고 생각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속살거리는 작은 소리는 또 들렸습니다. 가만히 듣노라니까 그것은 담 밑에 풀밭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 pp. 24~31 “에그 여보, 왜 이때껏 새 옷도 안 입고 있고. 그 분홍치마를 얼른 입어요. 그러구 내일 거기서 새들이 음악 할 자리를 치워 놓았소?” 하고 물었습니다. “치워 놓았어요. 인제 우리는 새 옷만 입으면 그만이라오. 지금 분홍치마를 다리는 중이에요. 그 아래에서는 모두 차려 놓았소?” 하고 복사꽃의 혼은 몹시 기뻐하는 모양이었습니다. --- pp. 40~43 5월 초하루! 거룩한 햇볕이 비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복사나무 가지 위 꽃그늘에서 온갖 새들이 일제히 5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거기 맞춰서 나비들이 춤을 너울너울 추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이 즐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잔디 풀, 버들잎까지 우쭐우쭐하였습니다. --- pp. 40~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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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방정환이 꿈꾼 어린이를 위한 새로운 세상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배움 없이 일터로 내몰렸던 어린이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데 앞장선 소파 방정환은 1923년 5월 1일에 첫 어린이날 기념행사를 열고, 당시 어린이가 즐기고 누려야 하는 문화예술의 전무함을 안타까워하며 잡지 『어린이』를 창간해 다양한 동화를 소개하여 『어린이』는 많은 이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습니다. 그중 1924년에 발간한 『어린이』에 소개된 소파 방정환의 『4월 그믐날 밤』은 어린이날의 참된 의미와 이날을 기뻐하는 어린이의 마음이 담긴 뜻깊은 동화입니다. 동화 속에서 어린이날을 뜻하는 5월 초하루는 소파 방정환이 말하는 어린이날인 동시에 이전에 없던 어린이를 위한 새로운 세상이며 어린이의 인권 신장과 사회적 지위가 회복된 세상입니다. “씩씩하고 참된 소년이 됩시다. 그리고 늘 서로 사랑하며 도와 갑시다.” 『어린이』에 실린 구호처럼 어린이들이 서로 도우며 살길 바랐던 방정환의 마음은 『4월 그믐날 밤』 속 5월 초하루 축제를 준비하는 꽃과 동물들 캐릭터의 모습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꽃들이 음악회가 열릴 장소와 꿀떡이 잘 준비되었는지 서로 챙기는가 하면 독창을 해야 하는 꾀꼬리의 갑작스러운 목 병이 걱정되어 참새를 통해 꿀물을 전하고, 아직 5월이 오는 줄 모르고 잠든 꽃과 벌레를 깨우러 부지런히 돌아다닌 제비에게 수고했다고 격려합니다. 진정한 새날의 기쁨은 5월 초하루의 날이 밝자 못 올 것 같던 꾀꼬리가 개구리의 인력거를 타고 등장할 때 배가 됩니다. 그리고 즐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모든 것이 춤추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의 얼굴에도 기쁨이 차오릅니다. 이처럼 어린이날은 만물이 기뻐하는 새날이고 서로 사랑하고 도우며 자라날 어린이를 위한 세상입니다. 구박과 무시로부터 해방되어 배움과 놀이를 맘껏 향유할 권리가 아이들에게 있음을 기억하며 『4월 그믐날 밤』을 통해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세상을 선포하는 어린이날의 참된 의미를 되짚어 봅니다. 허구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 빚어낸 5월을 맞이하는 설렘의 현장 허구 작가는 수채화로 화려한 꽃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동양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한지에 현대적인 콜라주 작업을 더하며 예스러움과 모던함이 공존했던 1920년대 특유의 분위기를 잘 표현했습니다. 또한 감격스러운 새날의 설렘을 꽃과 나무, 동물들이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 담아 이야기한 『4월 그믐날 밤』의 현장을 생생하게 구현해 냅니다. 허구 작가의 상상력은 이야기의 문을 여는 ‘나’의 재현부터 빛이 납니다. 이야기 속 ‘나’는 『4월 그믐날 밤』의 이야기를 이끄는 인물이지만 이름과 성별, 나이, 모습 등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허구 작가는 여자아이로 재탄생한 ‘나’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독자들의 몰입을 한껏 높여 줍니다. 또한 축제 준비를 관찰하는 ‘나’의 모습을 꽃의 혼만큼 점점 작아지는 효과를 통해 인간 세계와 자연 세계가 만나도록 자연스레 융화시킵니다. 앉은뱅이 꽃과 진달래꽃, 제비와 나비 등 다양한 동식물의 모습을 의인화하여 날이 밝으면 좋은 세상이 온다는 기쁜 소식에 한껏 들뜬 분위기가 실감 나게 느껴집니다. 꽃과 새들이 축제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 챙기며 이야기를 나눌 때 어둠을 밝히는 환한 노란 빛이 화면을 채우고, 사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콜라주 기법으로 표현한 새와 나비, 치마와 머리 장식은 그림에 입체감을 더합니다. 깜깜하고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 것 같은 밤의 정경과 분주하고 활기차게 움직이는 동식물 모습의 대조를 통해 어린이날이 오기 전의 암담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어린이날을 준비하고 기다리던 사람들의 마음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방정환연구소장 장정희 박사의 작품 해설로 더 유익해진 『4월 그믐날 밤』 길벗어린이의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 앨범’은 우수한 문학 작품에 더해진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해설이 돋보이는 시리즈입니다. 오랫동안 방정환을 연구해 온 방정환연구소장 장정희 박사는 어린이도 『4월 그믐날 밤』에 담긴 의미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설명합니다. 이번 작품 해설에서는 1920년대 일제 강점기라는 암담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어린이날의 유래와 『4월 그믐날 밤』에 담긴 어린이날의 의미, 소파 방정환의 어린이를 향한 사랑과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어린이를 해방시키려는 노력의 역사까지 자료 사진들과 함께 세세하게 담았습니다. 『4월 그믐날 밤』은 원작의 입말을 살리고 동화를 재해석한 허구 작가의 세련된 그림과 더불어 장정희 소장의 작품 해설로 볼거리와 읽을거리가 풍부한 그림책입니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더욱 새로워진 『4월 그믐날 밤』은 ‘어린이날’의 기쁨과 참된 의미를 깨닫는 시간을 독자들에게 선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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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어둡고 두렵습니다. 그믐날 밤은 달빛도 없어 더 캄캄하고 을씨년스럽습니다. 그런 밤에 어린이 혼자 있습니다. 『4월 그믐날 밤』은 방정환 선생님이 100년 전 그런 조선의 어린이와 우리 겨레에게 한 줄기 희망의 소리를 들려주고, 힘차고 신나는 새날이 열린다고 알려 주는 동화입니다. 모두가 잠들었어도 깨어 있을 때, 어둡고 힘들어도 별을 볼 수 있을 때, 아주 작은 소리도 스스로 들을 수 있을 때, 서로 달라도 모두 함께 손잡고 놀 수 있을 때, 아름다운 새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100년 후 우리들에게도 일러 줍니다. - 이주영 (어린이문화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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