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權正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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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해님이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하루살이들이 머리 위에서 많이 날고 있었습니다.
밀짚잠자리는 그 하루살이가 먹고 싶어졌습니다. 팔랑 날아 올라가 한 마리 잡아 냠냠 먹었습니다. 또 한 마리 잡아먹고 또 한 마리 잡아먹고 배가 불룩하도록 먹었습니다. 하루살이들이 달아나고 있었습니다. “아이구 무서워라!” “아이구 무서워라!” “도깨비가 나와서 우릴 잡아먹는다!” 밀짚잠자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배 속에서도 하루살이들이 앵앵 울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나를 도깨비라고 했지.” 왠지 가슴이 찡하게 아파 왔습니다. “왜 내가 하루살이를 잡아먹었을까?” 해님이 서산으로 져 버리고 어두워졌습니다. --- p.22~24 밀짚잠자리는 눈물이 나왔습니다. 달님도 덩달아 울고 싶어졌습니다. “밀짚잠자리야, 오늘 하루 동안 뭘 했니?” 달님이 물었습니다. “이리저리 날아다녔어요. 꼬꼬닭도 보고 소도 구경하고 경운기도 봤어요. 아주 무서웠어요.” “그랬었니?” “미루나무 꼭대기에 있는 하나님 나라도 봤어요. 잎사귀가 팽글팽글 춤추고 있었어요.” “예뻤지?” “예, 아주아주 예뻤어요.” --- p.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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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아주 예쁜 것도 있고, 미운 것도 있고, 무서운 것도 있는 거야.”
밀짚잠자리를 통해 보는 우리가 사는 세상! 밀짚잠자리는 태어난 첫날 설레는 세상 구경에 나섭니다.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담장 안의 동물들을 구경하며 행복해하다가도, 탈탈탈 큰 소리가 나는 경운기에 깜짝 놀라 달아나기도 합니다. 또 미루나무 꼭대기에 잎사귀가 아름답게 춤을 추고 있는 하나님 나라를 보며 눈물이 고일 듯 가슴 벅차하기도 합니다. 하루 종일 많은 것들을 경험한 밀짚잠자리는 밤이 되어 달님을 만나 그날 하루 본 것을 말하고, 속상했던 일을 털어놓고,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달님은 밀짚잠자리에게 세상은 아주 예쁜 것도 있고, 미운 것도 있고 무서운 것도 있다고 말해 줍니다. 그래서 살다 보면 기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무섭고 슬픈 때가 있다는 것을요. 갓 태어난 밀짚잠자리로 표현된 순수하고 맑은 눈, 그리고 그 눈에 비친 희로애락의 삶은 극적인 대비를 보여 주며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주제를 한 번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책 속의 밀짚잠자리를 따라 다양한 동물들, 사람들을 마주치고 여러 가지 상항들을 관찰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 자신과 우리 삶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지요. 또한 밀짚잠자리의 고민은 작가 권정생이 고민했고 우리 모두가 앞으로도 끊임없이 생각하게 될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합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면서 생명과 삶에 대해 생각해 보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왜 하루살이를 잡아먹었을까?” 생명의 순환에 대한 오래된 질문, 그리고 권정생이 들려 주는 이야기 그림책을 보다 보면 작고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 사자나 호랑이가 나쁜 악당으로 등장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면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질문을 합니다. 그럼 사자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말이지요. 사자나 호랑이와 같은 육식동물들이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것은 나쁜 걸까요? 사자가 풀만 먹어야 착한 걸까요? 아이의 질문은 쉽게 풀리지 않는 숙제이기도 합니다. 배가 고파 하루살이를 잡아먹은 아기 밀짚잠자리도 아이들과 같은 질문을 합니다. 밀짚잠자리는 그냥 배가 고파서 먹었을 뿐인데, 하루살이들에게 ‘무서운 도깨비’가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하루살이들의 반응에 깜짝 놀란 밀짚잠자리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슬퍼하며 달님에게 물어봅니다. 달님은 밀짚잠자리가 하루살이를 잡아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이해하고, 또 그 상황을 너무 속상해 하는 마음 또한 이해하며 밀짚잠자리를 위로합니다. 먹고 먹히는 자연의 섭리 속에서, 다른 생명을 먹으며 삶을 이어 가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숙명입니다. 육식 동물과 초식 동물은 물론 인간까지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생명을 먹어야만 하며, 그것은 인간이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는 생명과 자연의 순환입니다. 독자들은 작고 여린 밀짚잠자리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결국 ‘생명은 다른 생명을 통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풀 한 포기, 작은 곤충 한 마리까지도 매우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섬세한 묘사와 아름다운 우리말이 돋보이는 글과 사실적이면서도 화려한 그림이 만나 새롭게 탄생한 『밀짚잠자리』! 『밀짚잠자리』는 권정생 문학 특유의 섬세하고 사실적인 묘사와 아름다운 우리말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머리 꼭대기에 붙은 두 개의 눈알이 유리구슬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꼬부질랑 오그라졌던 꼬랑대기를 쭉 펴고’, ‘배가 빵그랗도록 먹는’ 등과 같은 세세한 표현은 마치 눈앞에 책 속 풍경이 그대로 펼쳐지는 듯한 생동감을 주어 독자들에게 책 읽는 기쁨을 선사합니다. 서양화가이자 그림 작가인 최석운은 잔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파아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볼볼볼 날아다니는 밀짚잠자리를 따라가다 보면 한 장면, 한 장면 마치 멋진 미술 작품들처럼 아름다운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최석운 작가는 『밀짚잠자리』 속에서 권정생의 이야기를 묵묵히 따라가면서도 시원한 화면 구성과 화려한 색감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냈습니다. 책 말미에는 아동문학평론가 엄혜숙의 친절한 작품해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권정생 작가가 왜 많은 작품 속에서 주인공을 어린 생명으로 설정했는지, 또 책 속에서 밀짚잠자리의 꿈과 현실은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등, 권정생의 작품에 대한 친절하고 심도 깊은 해석을 통해 독자들이 『밀짚잠자리』 속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만나게 해 줄 것입니다. 권정생 작가의 따뜻하고 정겨운 이야기에 최석운 작가의 아름다운 그림, 깊이 있는 해설이 어우러진 그림책 『밀짚잠자리』는 독자들에게 잔잔하면서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