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1장 깊은 밤의 떠들썩한 방문자
2장 사라진 장영실 3장 냄새 소녀의 무섭고 슬픈 이야기 4장 우리 여인이 흡혈귀라고? 5장 관아에 나타난 뜻밖의 사람 6장 흡혈귀, 또 흡혈귀! 7장 흡혈귀는 사라지지 않는다 작가의 말 |
薛欣
설흔의 다른 상품
고상미의 다른 상품
“그대의 공로를 생각해 책임은 묻지 않겠소. 하지만 좋았던 시절은 이제 끝이오, 끝. 일 초도 보기 싫으니 당장 사라지시오!”
장영실은 울면서 매달렸어요. 하지만 임금님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어요. 잠시 뒤 장영실은 임금님께 큰절을 올렸어요. 조금 전까지 울먹이던 모습과는 달리 씩씩하게 걸어서 나가 버렸어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궁궐을 나간 장영실은 그 뒤로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도 없었어요. 이것이 바로 장영실이 임금님에게 쫓겨난, 혹은 스스로 걸어서 나간 사건이에요. --- p.26 오늘처럼 보름달이 두둥실 뜬 밤 누군가 여인의 집을 찾아왔어요. 어머니가 밖으로 나갔어요. 찾아온 사람은 바로 숙희였지요. 숙희는 얌전하지만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남는 고기가 있으면 좀 얻어 가고 싶습니다.” 조금 전에 한 말을 기억해 보세요. 원래 양반은 차라리 굶어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고 했지요. 한 가지 더 보태자면 양반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아무리 요동을 쳐도 절대로 음식을 구걸하지 않아요. 그런데 양반집 소녀가 보통 집도 아닌, 모두 꺼리는 일을 하는 여인의 집에 찾아와 음식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거예요. 깜짝 놀란 어머니는 아무런 말도 못 했어요. 그러자 숙희가 똑 부러지게 말했어요. --- p.38 여인은 입술을 깨물었어요. 여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어요. “숙희, 아…… 죄송합니다. 천한 백정인 저와는 지체가 다른 숙희 아씨가 보았다면 사실이겠지요. 제가 아는 숙희 아씨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사또가 흐흐흐 웃으며 물었어요. “그럼 네가 흡혈귀라는 사실을 드디어 인정하는 것이냐?” 여인이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커다랗고 똑바른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네, 제가 바로 흡혈귀입니다.” --- p.60 장영실이 휘파람을 휙 불었어요. 몸집이 크고 단단한 호위 관원 네 명이 안으로 들어왔어요. 그 사람들은 빈손이 아니었어요. 묵직한 가죽 주머니를 하나씩 메고 왔지요. 관원들이 가죽 주머니를 묶었던 끈을 풀었어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보았던 이들이 ‘으아’ 소리를 내며 얼굴을 찌푸렸어요. 가죽 주머니 안에서 나온 것은 썩은 고기였지요. --- p.66 |
역사와 고전을 화소로 삼는
설흔 작가의 새로운 역사 판타지 동화 『조선왕조실록』에 흡혈귀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고!? 파격적이고 대담한 상상력으로 백성의 고혈을 짜낸 탐관오리를 풍자하다 설흔 작가의 새로운 역사 판타지 동화 『조선 흡혈귀전』이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작가는 역사와 고전을 화소로 삼아 과거와 현재를 투영하는 독창적인 이야기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번 책에서도 『조선왕조실록』의 백성의 고혈을 짜내는 탐관오리에 대한 기록에 근거하여 백성들을 노리는 흡혈귀에 대한 파격적이고 대담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 책의 주인공 여인은 한밤중에 갑자기 관아로 끌려간다. 궁궐에서 일어난 흡혈귀 사건에서 흡혈귀를 감별하는 능력으로 세종 임금을 구한 여인은 뜬금없이 흡혈귀로 몰리는데 그 과정이 굉장히 억지스럽고 우스꽝스럽다. 누가 봐도 여인이 흡혈귀라는 증거가 모두 조작되었으나 일개 백성의 힘으로는 사또의 법 집행을 막을 수가 없다. 평범한 백성에게는 자기 고을을 다스리는 사또의 판단이 곧 진리이고 법이다. 조선 시대 왕들도 이런 지방 관리들의 폐단을 알고 있었기에, 관리들의 잘못을 탐문하고 백성들의 어려움을 살필 수 있는 암행어사라는 임시 벼슬을 마련한다. 이 책에서도 세종 임금은 특별 수사관 제도를 만들어 궁궐에서 일어났던 흡혈귀 사건과 연관된 관리들이 없는지 은밀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여인을 흡혈귀로 몰아가는 사또의 음모를 파헤치게 된다. 작가는 그 과정에서 백성의 고혈을 짜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탐관오리에 대한 풍자뿐 아니라 조선 시대 천대받았던 약자들의 눈부신 활약을 보여 준다. 또한 세종 임금이 탈 가마가 부서지면서 역사 기록에서 사라진 장영실을 특별 수사관으로 부활시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장영실의 행적을 따라가 보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백정과 양반집 처자가 친구를 하다니… 나라가 어찌 되려고!” 신분 제도의 나라 조선에서 보여 주는 열두 살 여자아이들의 이상한 연대 이 책의 주인공 여인(汝人)은 까무잡잡한 피부와 파란 눈을 가진 아이다. 대식국의 아버지와 조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데다 백정이라는 신분 탓에 어디를 가나 그리 환영받는 존재는 아니다. 다행히 여인을 바로 옆에서 따뜻하게 품어 준 사람은 같은 백정 일을 하는 이웃집 아줌마이다. 여인은 궁궐에서 일어난 흡혈귀 사건 이후 옆집 아줌마와 가족이 되어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 여인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찾아오는데, 바로 숙희라는 여자아이다. 숙희는 여인에게 대뜸 고기를 달라며 당당하게 요구한다. 사실 숙희는 마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이상한 양반이다. 이유인즉슨 숙희가 지독하게 가난한 몰락한 양반집 딸이기 때문이며, 숙희 아버지가 양반이 해서는 안 되는 먹고살기 위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조선의 양반은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고고해야 하며 절대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그 아버지의 그 딸이었던 숙희는 한 술 더 떠 백정 여인에게 바느질을 해 주는 대신 고기를 달라며 물물교환을 요구하더니 이 일을 계기로 여인과 친구가 된다. 여인과 숙희는 ‘신분 제도의 나라’ 조선에서 정말로 드문, 아니 있어서는 안 될 관계이다. 둘의 관계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마을 사또는 여인을 불러 숙희를 만나지 말라는 경고를 한다. 하지만 숙희도 여인도 사또의 경고를 듣지 않는다. 어쩌면 여인과 숙희의 신분을 뛰어넘는 친구 관계는 이야기 속에서나 가능한 판타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기존의 통념을 뒤엎는 과감한 시도를 통해 이야기가 주는 무한한 가능성과 도전을 선사한다. 자신을 흡혈귀라고 증언한 사람이 바로 숙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여인과 자신의 거짓 증언으로 교수대에 설 여인을 지켜봐야 하는 숙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여인과 숙희의 흥미진진한 서사 때문에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책을 놓지 못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