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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인터뷰] 시는 무(無)목적적인가?
제1부 아침 일곱 시에 쓴 시도 있어요/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하릴없는/ 그 남자/ 그녀-여운계를 기억하는/ 윤동주/ 아름다운 거절/ 소주 한 병의 시간/ 피자집 횡단보도 앞에서/ 가끔 그럴 때가 있어요/ 캔맥을 뜯으며/ 귤 한 봉지/ 이렇게 한 번 살아보자/ 퇴직 몇 해 전/ 퇴직 이후/ 말 시키지 말 것/ 상심한 저녁 제2부 애비의 눈물-아프리카/ 춘천행/ 진눈깨비-이디오피아/ 자전거 소년/ 휘파람-〈콰이강의 다리〉 행진곡/ 수어(手語)/ 사람의 말을 믿어요?/ 비밀은 없다/ 컷!/ 어느 한순간/ 어느 진보주의자를 위하여/ 어느 혼례미사 식장에서/ 햇살은 다시 당신에게/ 그나저나/ 눈에 밟히는 것/ 이만하면 됐다/ 폭우/ 그곳/ 두 여자아이 제3부 집중력/ 어떤 축구 경기/ 오늘도 시를 쓴다마는/ 남들이 와인 마실 때/ 이쪽저쪽/ 철학자/ 빗소리/ 청마 사리?/ 한밤중에 문득/ 당신 생각/ 등촌역/ 사족/ 어느 기성 시인에게/ 저 남자 이 남자/ 신신파스/ 그녀는-망원동 한강공원/ 딱히 할 일 없을 때/ 내가 아는 그는 제4부 늦은 아침/ 장대비/ 공손한 두 손/ 낮잠/ 면벽 131-어느 문학잡지에서 발굴한 김수영의 옛글을 읽고/ 시 읽는 저녁/ 리어카가 보이는 창밖/ 잘못 걸려온 전화/ 컵라면 혹은 산책/ 김춘수를 생각하다/ 청마를 생각하다/ 이윤기를 생각하다/ 이승훈을 생각하다/ 신봉승을 생각하다/ 낙향한 친구에게/ 도봉산 물소리 듣기/ 사과 한 개/ 면벽 132/ 가리방 소회(所懷)/ 손 편지-팔당 물안개 공원에서/ 먼 길을 돌아서-노회찬을 생각하다/ 더 큰 목소리로-김근태를 생각하다/ 사랑의 뿌리 |
姜世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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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팔로 애기를 안은 젊은 애기 엄마가
마을버스 손잡이 꽉 잡은 오른손 힘줄도 핏줄도 뼈마디도 아주 또렷한 손 저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 저 손으로 자식을 키우는 것 저 손으로 저 힘으로 영화도 보고 커피도 내리고 아침밥도 한다 김밥도 말고 떡볶이도 만들고 샌드위치도 만든다 저 손으로 간호사도 했고 군인도 했고 조리사도 했다 저 힘으로 알바도 했고 회사도 다녔고 첫째도 둘째도 다 키웠다 저 손으로 촛불도 들었고 댓글도 달았다 저 손으로 대통령도 뽑았고 국회의원도 뽑았다 저 힘으로 꿈을 꾼다 ---「사랑의 뿌리」중에서 그녀*의 단골 배역보다 그녀의 요란한 웃음보다 그녀의 폐차 광고보다 그녀의 서러운 눈물 뒤에는 아! 그녀가 있었다 아침마다 그녀는 침대 머리맡에 놓아둔 그녀의 사진과 마주앉아 대화를 한다 “야단맞는 건 내 역할이었다. 주인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러워서 화장실에서 통곡하면 누가 와서 꼭 안아준다. 보면, 여운계였다.”* 당신의 눈물 뒤에는 누가 있었을까 당신은 또 누구의 눈물 뒤에 있었을까 당신은 누구의 사진을 꺼내놓고 그 사진과 마주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당신은 누구를 기억하는가 당신을 꼭 안아준 사람은 누구였을까 *전원주 (kbs1 아침마당, 2020. 7. 7) ---「그녀-여운계를 기억하는」중에서 수행자가 제 발우를 씻는 것처럼 동네 빵가게 사장님이 빵을 굽는 것처럼 해가 지는 것처럼 어제 갔던 산책길 또 걷는 것처럼 에프엠에서 흘러간 노래가 나오는 것처럼 제 텃밭 곁에 앉아 있는 노인처럼 수박 내놓았던 자리에 또 수박 놓아둔 동네 마트처럼 자기 삶을 뒤집지 못하는 것처럼 대추나무가 어제보다 조금 더 축 처진 것처럼 해가 어제보다 조금 더 길어 것처럼 녹음이 좀 더 짙어진 것처럼 어제와 좀 다른 배역하고 싶은 것처럼 한여름 옥탑방에 사는 것처럼 주인이 끌어도 끌려가지 않으려고 애쓰는 저 반려견처럼 파계승처럼 사회 부적응자처럼 하루 종일 걷히지 않는 안개처럼 폐지 몇 장 유모차에 담아 밀고 가던 노인처럼 낮달처럼 시 한 줄 없이 그냥 텅 비워두면 또 어때! ---「오늘도 시를 쓴다마는」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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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리얼리즘 문학관의 또 다른 측면이 인간 혹은 인간적인 것이라면 이 시집은 그 리얼리즘의 한 축을 감당하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시집을 펼쳐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실로 많은 이들이 시의 무대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의 어느 청년이라든가 리어카 옆에 누워 있는 그 남자라든가, 또 울고 있는 그녀를 뒤에서 안아주던 그녀라든가, 시인 윤동주라든가 퇴임을 앞둔 대만 부총통이라든가, 소주 한 병 앞에 두고 앉은 친구라든가, 아프리카 어느 애비라든가 수어하던 젊은 남녀라든가,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라든가 장대비 속 노인이라든가, 도봉산 물소리 듣던 장삼이사라든가, 마을버스 손잡이 꽉 움켜쥔 젊은 애기엄마라든가…. 결국 그들은 그곳에 있었고, 시인도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어딘가 있어야 하는 또 때로는 어딘가 있는 그대로, 그 인생의 한 단면을 시인은 기억하고 형상화하였을 것이다. 지금은 민중이라든가 인간 중심의 리얼리즘이라는 것이 시에서든 담론에서든 차츰차츰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이러한 시절에 이 시집은 그야말로 눈에 띄지도 않을 만큼, 예컨대 어떤 희귀본에 속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치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북아메리카 아라파호족)…. 이 11월에 강세환 시인의 신작 시집을 세상에 내놓는다. 시인의 말 그동안 시와 살을 맞대고 살았다 했지만 어쩌면 주말 부부처럼 살았을 것이다. 그러다 요 몇 해 전부터 안방구석 노트북 앞에서 하루 종일 붙어산다. 시를 쓴다는 것보다 시와 함께 사는 것 같다.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보면 나는 시 곁에 있고, 시는 또 내 곁에 있는 것 같다. 나이 든 부부 같다. 비로소 해방이고 자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나태하거나 권태하지 않기 위해 이런 게 또 허무다 허구다 하고 산다. 낙관주의자였지만 낙관에 기댈 때보다 비관에 기댈 때가 더 많다. 이런 게 또 인생이다 문학이다 하고 산다. 산다는 것은 쓴다는 것. 이것 아니면 또 저것 아니겠는가? (강세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