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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 Orwell,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er Bl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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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주머니에 든 동전들을 짤랑거렸다. 서른이 다 된 나이에 이룬 거라곤 하나도 없었다. 쫄딱 망해버린 처량한 시집 한 권뿐. 그리고 그 후 꼬박 2년 동안 도무지 진전이 없는 무시무시한 작품의 미궁에 갇혀 버둥거리고 있었다. ‘글을 쓸’ 힘을 잃은 건 돈이 없어서였다, 그저 돈이 없어서. 고든은 신조라도 되는 양 그 논리에 매달렸다.
돈, 돈, 모든 것이 돈이다! 용기를 북돋아 줄 돈 한 푼 없이 싸구려 연애소설이라도 쓸 수 있을까? 창작, 에너지, 기지, 스타일, 매력. 어느 것 하나 공짜로 얻을 수 없다. --- p.21 고든은 삼류 학교를 다녔음에도 거의 모든 학생이 그보다 더 부유했다. 그들은 곧 고든의 가난을 알아채고는 그 이유로 그를 못살게 괴롭혔다. 아이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짓은 더 부유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보내는 것이리라. 가난을 의식하는 아이는 어른이 상상하기 어려운 속물적 고통을 겪는다. --- p.73 회사에 뼈를 묻을 생각이 없었기에 무의미한 직장 생활을 견딜 수 있었다. 때가 되면 어떤 식으로든 회사에서 해방되리라 믿었다. 어쨌든 그는 글을 쓸 줄 알았다. 언젠가는 작가로서 그냥저냥 먹고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작가가 되면 돈의 악취로부터 해방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주변 사람들, 특히 노인들을 보면 소름이 끼쳤다. 돈을 신으로 떠받드는 꼴이라니! 안정적인 생활에 안주하고, 출세하고, 교외 주택과 엽란에 영혼을 파는 인간들! --- p.83 매케크니 씨의 서점에서 처음 일하기 시작했을 땐 얼마나 행복했던가! 잠시나마―아주 잠깐―돈의 세계에서 정말 벗어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물론 책 장사도 다른 모든 장사처럼 사기였다. 하지만 여느 사기와는 달랐다! 부당이득, 출세, 비열한 속임수 따윈 없었다. 성공에 목을 매는 인간이라면 책 장사의 정체된 분위기를 10분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 p.97 고든은 웬만하면 래블스턴의 아파트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곳의 분위기가 왠지 불편했다. 자신이 초라하고 지저분하고 겉도는 인간처럼 느껴졌다. 알게 모르게 상류층의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아파트였다. 고든이 래블스턴과 거의 동등한 위치인 듯 마음이 편해지는 곳은 길거리 퍼브뿐이었다. 래블스턴은 방 네 칸짜리 좁아빠진 아파트가 고든에게 이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황량한 리전트파크는 래블스턴에게는 빈민가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en bon socialiste(선량한 사회주의자)로서 리전트파크를 주거지로 선택했다. 상류층을 동경하는 속물이 편지에 ‘ W1’을 써넣기 위해 메이페어의 마구간을 개조한 아파트에 사는 것처럼. 이런 식으로 래블스턴은 자신의 계급에서 벗어나 명예 프롤레타리아가 되고자 평생 시도해왔다. 그런 시도들이 모두 그러하듯 실패로 돌아갈 것이 뻔했다. 부자는 결코 가난뱅이로 위장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 살인과 마찬가지로 돈도 탄로 나기 마련이니까. --- pp.136~137 래블스턴은 코를 문질렀다. “아, 뭐, 믿음을 가져야죠. 희망도.” “돈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군요.” 고든이 침울하게 말했다. “돈요?” “그런 낙관적인 생각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죠. 일주일에 5파운드를 번다면 나도 사회주의자가 되겠습니다.” 래블스턴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망할 놈의 돈! 어디서나 방해가 되지! 고든은 돈 얘기를 괜히 꺼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보다 더 잘사는 사람과 있을 때 절대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돈이다. 설령 돈 얘기를 한다 해도, 주머니 속에 든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돈이 아니라 추상명사로서의 돈이어야 한다. --- p.146 그는 오래전 결혼하지 않기로 맹세했다. 결혼은 돈의 신이 놓은 덫에 불과하다. 미끼를 물면 덫에 걸리고 만다. 그런 다음엔 어떤 ‘좋은’ 직업에 내내 발이 묶여 있다가 켄잘 그린 공동묘지로 끌려가는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인생인가! 엽란이 드리우는 그늘 속에서 합법적인 성교를 하고, 유모차를 밀고, 은밀하게 불륜을 저지르고. 그리고 그 사실을 아내에게 들켜 위스키 디캔터로 머리를 얻어맞고. 그렇지만 고든은 결혼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결혼이 나쁘다면, 그 대안은 더 나쁘다. --- p.1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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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라는 신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고든 콤스톡
가난을 밑바닥까지 체험했던 오웰이 신랄하게 그려내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 『엽란을 날려라』(1936)는 주인공 고든 콤스톡이 ‘돈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겪는 일들을 그린 소설이다. 고든은 나름대로 번듯한 광고 회사에서 촉망받는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도 ‘모든 상업 활동이 사기’라며 그곳에서의 일을 경멸한다. 결국 그는 시를 쓰기 위해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작은 매우 적은 보수만 주는 책방에 취직한다. 하지만 아무리 멀리하려 해도 이 세상은 돈 없이 살 수 없다. 궁핍해질수록 고든은 더욱더 돈에 집착하며, 모든 것을 돈에 의해 판단한다. 돈이 없으면 친구와 마음 편히 맥주 한잔도 못 하고,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떳떳할 수 없다. 매사에 돈에 집착하는 고든을 보는 독자들은 그의 뒤틀린 모습에 진절머리를 내는 동시에 한편으로 나, 혹은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놀라게 된다. 이 작품에는 서점에서 일했던 오웰 자신의 경험이 진하게 녹아 있다. 부조리와 가난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감지했던 오웰이 그 어떤 현대 소설보다 더욱 현대적으로 현대의 신이 된 ‘돈’을 비판하며 우리 사회의 폐부를 찌르는 작품이다. 강력한 소설이다. 오웰은 늘 용기 있는 예언자였고, 이 작품에서도 날카롭게 통찰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은 한 사람의 지성, 의지, 염치, 욕망, 희망까지 모두 뒤틀고 구부린다고. 그렇게 우리 영혼의 밑바닥을 마구 휘젓는다고. 주인공 고든 콤스톡이 품는 열패감, 여성 혐오적 발언, ‘샴페인 좌파’에 대한 경멸과 선망에 2020년대 한국 풍경이 그대로 겹쳐져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몸에 소름이 돋았다. 오웰은 어떤 면에서는 2020년대 작가들이 감히, 혹은 차마 넘지 못하는 선을 용감하게 건너 독자의 마음을 휘어잡는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대목에서조차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시 한 번, 정말 강력한 소설이다. ‘제게 고결함을 주지 마소서, 오 주여, 제게 돈을 주소서.’ -장강명(소설가) 고든 콤스톡은 오웰의 자화상이지만 암울하고 우스꽝스럽게 뒤틀린 자화상이다. 고든과 오웰은 모두 재능 없는 시인이었고, 수준 이하의 연인이었다. 그들은 서점에서 일했지만 그곳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그곳에 있는 자기 자신조차 좋아하지 않았다. -금정연(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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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의 소설은 현대적이다 못해 어떤 면에서는 현대의 작가들보다 더 현대의 폐부를 찌른다. - 장강명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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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란 이름은 시대와 세계를 파악하는 탁월한 인식의 도구이자 언제나 유효한 지식 그 자체다. - 정용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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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 식의 흥미로움은 무엇보다 그가 인간의 본질을 세밀하게 묘파해나가는 데 있다. 소설만큼이나 많이 썼던 르포르타주와 에세이에서도 드러나듯이 오웰의 사유는 빈 방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우선 세상으로 나아가고, 스쳐 가는 사람들의 행동과 양식을 관찰해 그들 삶의 조건을 밝혀낸다. 그러는 동안 인물이 자기 앞에 놓인 세계에 적응하느라 분투하는 장면이 태어나고, 그 ‘적응’이 타고난 기질과 맞물려 어떤 내면의 변화를 일으키는지가 드러난다. - 김성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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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가들은 오해받는다. 하지만 어떤 작가들은 더욱 오해받는다. 조지 오웰은 오해받는 작가의 대표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오웰은 『동물농장』을 쓴 반공 작가나 『1984』를 쓴 예언자로 통한다. 그러나 그는 평생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버리지 않았으며, 광부들의 열악한 삶의 현장과 스페인 내전의 현실을 기록한 르포 작가였다. - 금정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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