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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 Orwell,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er Bl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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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도 아버지는 절대 동요하는 법이 없었다. 상인들에게 물건값을 지불해야 하며, 적절한 액수의 돈 없이는 집이 굴러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그는 도러시에게 엘런의 임금을 포함한 가계비로 한 달에 18파운드씩 주면서 입맛은 또 ‘고급’인지라 식사의 질이 조금만 떨어져도 바로 알아챘다. 사정이 이러하니 항상 빚에 쪼들릴 수밖에 없었다.
--- p.45 나는 누구일까? 머릿속으로 이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본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과 말들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말이 아닌 인간이라는 사실을 이해했다. 그러자 질문은 또 다시 다른 형태로 바뀌었다. ‘나는 남자일까, 여자일까?’ 이번에도 역시 감정이나 기억은 답의 실마리를 주지 못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어쩌면 우연히도, 손가락 끝이 몸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존재한다는 걸, 이 몸이 그녀의 것이며 바로 그녀 자신이라는 걸 아까보다 더 확실히 실감했다. --- p.137 강한 햇빛 속에서 마흔 명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나무를 땐 연기와 홉 냄새를 맡으며 힘들게 일했던 그 기나긴 시간에는 묘하면서도 잊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오후가 지날수록 너무 피곤해져서 서 있기도 힘들었고, 작은 녹색 진디가 머리카락과 귓속으로 들어와 괴롭혔으며, 독한 즙에 물든 손은 피를 흘릴 때가 아니면 흑인의 손처럼 시꺼멨다. 그래도 행복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복이었다. 그 일은 사람을 휘어잡고 집어삼켰다. 미련하고 기계적이고 고단한 일인 데다 날이 갈수록 손이 더 아팠지만, 일이 싫어지지는 않았다. 날씨가 화창하고 홉이 잘 열려 있으면, 평생 홉을 따며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p.174 아버지의 침묵이 의미하는 건 단 한 가지뿐이었다. 아버지는 셈프릴 부인의 이야기를 믿은 것이다. 그녀, 도러시가 망신스러운 가출을 한 다음 거짓 변명을 늘어놨다고 믿은 것이다. 그래서 너무 화나고 괘씸해서 답장을 쓰지 않았다. 아버지가 바라는 건 그저 그녀를 지워버리고, 모든 연락을 끊어버리는 것뿐. 묻히고 잊혀야 할 망신거리에 불과한 그녀를 눈앞에서도 머릿속에서도 없애버려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감히 그럴 수 없었다. 아버지의 생각을 알고 나니 자신이 얼마나 무모한 일을 꾀하고 있었는지 퍼뜩 실감이 났다.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 당연하잖아! --- p.205 헛된 구직 활동이 계속되는 사이, 돈은 하루에 1실링씩 줄어들었다. 항상 굶주린 상태로 겨우 연명만 할 정도의 금액이었다. 아버지가 도와주리라는 기대는 거의 접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배가 고플수록, 일자리를 구할 가능성이 희박해질수록 처음의 공포는 차츰 사그라들어 절망적인 냉담함으로 변했다. 괴로웠지만 크게 두렵지는 않았다. 그녀가 빠져들고 있는 밑바닥 세계는 그곳에 가까워질수록 덜 끔찍해 보였다. --- p.222 이 일을 겪으면서 도러시는 하루를 연명하는 데 필요한 1실링을 아주 쉽게 구걸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그녀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허기지거나 아침에 윌킨스 카페에 들어가기 위해 1페니가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절대 구걸하지 않았다. 못 할 것 같았다. 노비와 함께 홉 농장으로 가는 동안에는 두려움이나 망설임 없이 구걸을 했었다. 하지만 그땐 달랐다. 도러시는 그때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이제는 정말 배가 고플 때만 용기를 짜내어, 친절해 보이는 여자에게 동전 몇 푼을 부탁했다. --- pp.273~274 3주 전까지만 해도 비참하게 고생하던 그녀가 이토록 쉽게 일자리를 구하다니, 갑자기 다른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 놀라웠다. 돈의 신비로운 위력이 새삼 뼈저리게 느껴졌다. 워버턴 씨가 즐겨 하던 말이 떠올랐다.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 1장에 등장하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전부 ‘돈’으로 바꾸면 열 배는 더 의미 있는 내용이 된다는 말이었다. --- p.291 “이것만 알아둬요.” 부인은 이렇게 운을 뗐다. “학교에서 중요한 건 한 가지뿐이고, 그건 바로 수업료예요. 아이들의 정신을 성장시키느니 뭐니 하는 건 중요치 않아요. 내가 원하는 건 아이들의 정신을 성장시키는 게 아니라 수업료예요. 그게 상식이죠. 돈을 못 번다면 뭐 하러 그 고생을 하면서 학교를 운영하고 귀찮은 애새끼들이 집 안을 발칵 뒤집어놓도록 내버려 두겠어요. 수업료가 먼저고 나머지는 그다음이에요. --- p.3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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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기억을 잃고 깨어난 신부의 딸,
상상조차 못 했던 상황들에 부딪치며 겪는 내면의 변화 앞서 언급했듯 이번 전집에는 오웰의 소설 가운데 국내 최초로 번역된 『신부의 딸』(1935년)이 포함되었다. 이 작품은 아직 오웰이 소설을 통해 본격적으로 ‘정치적 글쓰기’를 하기 전에 쓴 소설이다. 그러나 다른 초기작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두 번째 소설인 이 작품 역시 사회 부조리에 대한 오웰의 문제의식이 짙게 드러난다. 찰스 헤어 신부의 외동딸 도러시. 자신만의 원칙을 고수하다 교인들을 다 떠나보내고 빚이 쌓여가는데도 대책 없이 까탈스럽게 구는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고 온갖 궂은일을 맡아 교회 살림을 꾸려간다. 하지만 독실한 믿음을 가지고 금욕적 삶을 살던 도러시가 어느 날 기억을 잃은 상태로 길 위에서 깨어나면서 모든 것은 바뀌어버린다. 몸을 의탁할 곳이 없어진 도러시는 홉을 따는 일용직 노동을 하고 광장에서 부랑자들과 함께 노숙과 구걸을 하는 등 겨우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사이에 기억이 돌아와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지만, 완고한 아버지는 자신의 명예를 더럽힌 딸을 모른 척한다. 그나마 먼 친척의 도움으로 도러시는 추락 직전 가까스로 사립학교의 교단에 선다. 교회 살림을 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면서 도러시의 내면은 서서히 변화한다. 이 작품에서 오웰은 그가 초기 작품들에서 천착했던 빈곤 문제를 비롯해 열악한 영국 교육계의 상황, 종교적 양심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다룬다. 오웰의 소설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 또 제3부에서 희곡 형식을 띠는 실험적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작품이다. “명성의 덤불을 치우고 작품 자체로 들어가 보면 오웰이야말로 소설을 흥미롭게 쓰는 데 각별히 공을 들였던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라는 소설가 김성중의 평처럼 이 작품은 대작가의 작품이라는 선입견 없이 보아도 인간의 본질과 사회의 세태를 예리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시종 잃지 않는 유머감각이 곳곳에서 살아 숨 쉬어 읽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다. 도러시는 많은 모험을 하지만, 결코 자신에게 압력을 가하는 거대한 세계에 굴하거나 흡수되지 않으며 오히려 자기 자신을 찾는 길에 이른다. 오웰이 던지는 이러한 주제는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며,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지금도 우리에게 의미를 지닌다. 조지 오웰의 소설 중 유일하게 여성이 주인공인 『신부의 딸』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발견한 것은 오웰이 소설을 흥미롭게 쓰는 작가라는 것이다.-김성중(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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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의 소설은 현대적이다 못해 어떤 면에서는 현대의 작가들보다 더 현대의 폐부를 찌른다. - 장강명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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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란 이름은 시대와 세계를 파악하는 탁월한 인식의 도구이자 언제나 유효한 지식 그 자체다. - 정용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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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 식의 흥미로움은 무엇보다 그가 인간의 본질을 세밀하게 묘파해나가는 데 있다. 소설만큼이나 많이 썼던 르포르타주와 에세이에서도 드러나듯이 오웰의 사유는 빈 방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우선 세상으로 나아가고, 스쳐 가는 사람들의 행동과 양식을 관찰해 그들 삶의 조건을 밝혀낸다. 그러는 동안 인물이 자기 앞에 놓인 세계에 적응하느라 분투하는 장면이 태어나고, 그 ‘적응’이 타고난 기질과 맞물려 어떤 내면의 변화를 일으키는지가 드러난다. - 김성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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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가들은 오해받는다. 하지만 어떤 작가들은 더욱 오해받는다. 조지 오웰은 오해받는 작가의 대표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오웰은 『동물농장』을 쓴 반공 작가나 『1984』를 쓴 예언자로 통한다. 그러나 그는 평생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버리지 않았으며, 광부들의 열악한 삶의 현장과 스페인 내전의 현실을 기록한 르포 작가였다. - 금정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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