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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헤드
익숙해 보이지만 결코 알지 못했던 미국, 그 반대편의 이야기 양장
원제
pulphead
가격
28,000
10 2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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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이 반석 위에서
2. 연기 속에 잠긴 두 발
3. 미스터 라이틀: 에세이
4. 대피소에서(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지나간 뒤)
5. 정말 리얼한 것의 차원으로
6. 마이클
7. 액슬 로즈의 마지막 컴백
8. 아메리칸 그로테스크
9. 라-휘-네-스-키: 괴짜 자연주의자의 경력
10. 이름 붙여지지 않은 동굴들
11. 알려지지 않은 시인들
12. 마지막 웨일러
13. 양들의 폭력
14. 페이턴스 플레이스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2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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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매거진> 전속 필진이자 <파리 리뷰>의 남부 담당 편집자로 활동 중이다. <GQ> <하퍼스 매거진> <옥스퍼드 아메리칸> 등 다양한 잡지에 글을 기고했는데, 《펄프헤드》가 <타임> <뉴욕 타임스> <보스턴 글로브>, 그리고 아마존 등의 ‘2011년 최고의 책’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뉴요커>의 제임스 우드는 그를 레이먼드 카버에 비교하는 동시에 “에머슨과 소로의 분위기”도 가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다른 지면에서는 그를 두고 새로운 톰 울프,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헌터 S. 톰슨, 혹은 이 세 사람을 합친 작가로 일컫기도 했다. 저서로 《혈통마Bloo
<뉴욕 타임스 매거진> 전속 필진이자 <파리 리뷰>의 남부 담당 편집자로 활동 중이다. <하퍼스 매거진> <옥스퍼드 아메리칸> 등 다양한 잡지에 글을 기고했는데, 《펄프헤드》가 <타임> <뉴욕 타임스> <보스턴 글로브>, 그리고 아마존 등의 ‘2011년 최고의 책’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뉴요커>의 제임스 우드는 그를 레이먼드 카버에 비교하는 동시에 “에머슨과 소로의 분위기”도 가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다른 지면에서는 그를 두고 새로운 톰 울프,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헌터 S. 톰슨, 혹은 이 세 사람을 합친 작가로 일컫기도 했다. 저서로 《혈통마Blood Horses》 《펄프헤드Pulphead》가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에서 아내와 딸들과 거주하고 있다.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뉴욕공과대 대학원 Communication Arts 석사학위를 받았다. 다수의 텔레비전용 다큐멘터리를 제작, 연출, 촬영했으며, 단편 영화 「낚시 가다」를 연출하여 2002년 오버하우젠단편영화제 경쟁 부문에 선정되었다. 「태수는 왜?」, 「이인실」, 「방문」 등의 희곡을 썼으며, 「에어콘 없는 방」으로 6회 벽산희곡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서교동에서 죽다』, 『레이먼드 카버』 등이 있으며,번역한 책으로는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1, 2》 《레이먼드 카버: 어느 작가의 생》 《불안》 《별빛이 떠난 거리》 《나는 다시는 세상을 보지 못할 것이다》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뉴욕공과대 대학원 Communication Arts 석사학위를 받았다. 다수의 텔레비전용 다큐멘터리를 제작, 연출, 촬영했으며, 단편 영화 「낚시 가다」를 연출하여 2002년 오버하우젠단편영화제 경쟁 부문에 선정되었다. 「태수는 왜?」, 「이인실」, 「방문」 등의 희곡을 썼으며, 「에어콘 없는 방」으로 6회 벽산희곡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서교동에서 죽다』, 『레이먼드 카버』 등이 있으며,번역한 책으로는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1, 2》 《레이먼드 카버: 어느 작가의 생》 《불안》 《별빛이 떠난 거리》 《나는 다시는 세상을 보지 못할 것이다》 《스웨트》 《예술하는 습관》 《우리 모두》 등이 있고, 쓴 책으로는 《레이먼드 카버》 장편소설 《서교동에서 죽다》와 희곡 <태수는 왜?> <이인실> <방문> <에어콘 없는 방> 단편소설 <필로우 북_리덕수 약전> 등이 있다.

고영범의 다른 상품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2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564쪽 | 648g | 130*213*35mm
ISBN13
9791159923852

책 속으로

나의 요구 사항은 딱 한 가지였다. 캠핑은 하지 않겠다는 것. 접었다 폈다 하는 거라도 상관없으니, 내부에 매트리스가 갖춰진 차를 준비해달라고 요구했다. “좋아요.” 그레그가 말했다. “자, 제가 전화를 좀 돌려봤는데, 필라델피아에서 반경 160킬로미터 안에는 남은 밴이 없어요. 그래서 RV를 하나 구했어요. 9미터짜리예요.”
--- pp.16~17

나는 지난 오 년간 이 나라에서 열린 수많은 대형 공개행사에 참여해 스포츠 기사든 뭐든 써왔는데, 그 모든 행사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한 가지 공통점은 미국의 특히 수놈들이 늘 품고 다니는 이상한 적대감이다. 말도 안 되는 일반화라고 해도 좋다. 하지만 거대한 경기장의 넓은 통로나 홀 같은 데서 늦은 오후 한나절을 보내다보면, 단순한 남성성 이상의 훨씬 어두운 어떤 것을 느끼게 된다. (…) 그런 느낌이 여기에는 없었다. 그냥, 없었다. 일부러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 거기엔 십만 명이 모여 있었는데.
--- pp.33~34

아버지가 내게 이 사고에 대해 알려준 건 오후였는데, 아버지는 전화로 형이 “다쳤다”고만 간단하게 말했다. 나는 형이 살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아버지는 끔찍한 침묵을 지키다가 “모르겠다”고 말했다. (…) 형은 앰뷸런스에 실려오는 동안 다섯 차례나 심장박동이 멈추었고, 캡틴 존스가 〈레스큐 911〉과의 인터뷰에서 “죽음을 부르는 리듬”이라고 묘사한 “심장무수축” 상태에 들어가 있었다고 했다. (…) 최악의 뉴스는 형의 뇌에 관한 것이었다. 형은 뇌가 1퍼센트만 기능하고 있는 식물인간 상태였다.
--- pp.77~78

아주 조용히 형이 울기 시작했고, 형의 어깨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들먹거렸다. (…) “형, 왜 우는 거야?” 내가 물었다.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내가 본 걸 생각하고 있었어.”
(…) 자기가 병원에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자기한테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도 모르던 형이 자기가 죽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갑자기 맑은 정신이 돌아온 걸까?
“그게 뭐였는데? 뭘 봤는데?”
--- pp.86~87

내가 그를 알게 된 1990년대 중반에는 소위 남부 르네상스 문학이 이미 학계에서 빛바랜 지역 연구 주제 정도로 상당 부분 사그라든 상태였다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라이틀은 이 쇠락하고 위축된 조건 아래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망가진 것, 다시 되살려내야 할 것을 상징하는 존재로 그럭저럭 남아 있었다.
--- p.97

카트리나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기록된 것 가운데 가장 거대한 규모의 폭풍해일을 만들어냈다. 공식 기록은 여전히 취합 중이지만, 파도 높이가 9미터를 넘어섰다. 미시시피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건 이 거대한 해일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밀어닥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를 듣고 어디론가 몸을 피해야 하는 건가 생각하는 순간, 어느새 물살에 휩쓸려가다가 나무의 우듬지를 붙들려고 버둥거리는 상황에 처했다.
--- p.131

사라졌다. 모든 사람들이 그 말을 입에 올리고 있었다. 그쪽 집은 어땠어요? 그쪽 집도 덮쳤어요? “오, 사라졌어요. 다 사라졌어요.” 벽들은 “터져버렸다”. 미래는 강제로 뜯겨나갔고 거대한 공백으로 대체되었다. 사람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지, 어디로 갈지, 대피소에서는 얼마나 더 머물 수 있는지 물었다. 사람들은 그 질문들이 아니라 다른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 pp.133~134

이제 리얼리티쇼를 볼 때─예를 들어 〈리얼 월드〉를 챙겨가면서 본다면─우리가 보는 건 대충 짜놓은 시나리오 속으로 거칠게 내던져진 뒤 카메라 앞에 대책 없이 노출된 사람들이 아니라, 리얼리티쇼에 출연하는 연기를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사람들이다. 이것이 요즘 방영되는 모든 리얼리티쇼의 플롯이다. 그들이 지어낸 주제가 뭐가 됐든 말이다.
--- pp.155~156

사람들은 이런 쇼들을 싫어하지만, 이 혐오에서는 자기부정의 냄새가 난다. 이 쇼들에는 모든 게 다 들어 있다. 미국인들에게 오랜 세월 전해내려온 그 모든 괴기스러운 것들이. 휘트먼과 포 사이에서 태어난 시험관 아기. 확신을 가지고 쏘아보는 공격적인 시선들. 철저한 자기정당화를 분수처럼 쏟아내고 저주의 기도를 웅얼거리는 말 많은 입들. 자기 돈을 너무나 사랑하는 이들을 처벌해달라고 신을 부르는, 모르는 것 없이 늘 남을 가르치려 드는 말 많은 입들.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그러나 이제는 누구나 다 쓰게 된 이상한 문장들을 사용해가면서. “목표”에 대해 끊임없이 떠들어대면서.
--- p.158

그는 그지없이 아름답게 그 상황을 묘사한다. “마이클은 어둠 속에서 녹음해요.” 그가 말한다. “그리고 춤을 춥니다. 이렇게 상상해보세요. 당신은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어요. 그 안은 캄캄해요. 아주 작은 핀 조명만 마이클 위로 떨어지고 있죠.” 스웨디언은 손을 쳐들어 머리 바로 위에서 아주 좁은 조명이 내리비추는 모습을 재현한다. “그리고 여기에 마이크가 있어요. 마이클이 자기 분량을 노래해요. 그러고는 사라지는 거예요.”
핀 조명 바깥의 어둠 속에서 그는 춤을 추고, 몸을 움직인다. 퀸시와 스웨디언이 아는 건 그게 전부다.
--- pp.189~190

우리는 그를 동정하지 말아야 한다. 명성이 자신을 어떻게 왜곡시킬지 미리 알았으면서도 자신의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였다는 것, 바로 그 사실 때문에 그는 우리의 존경을 받아 마땅한 대상이 된다.
--- p.198

그는 아무것도 없는 데서 나타났다. (…)
내 말은, 그가 정말 아무것도 없는 데서 나타났다는 뜻이다. 관련된 지도와 포인터만 있으면, 나는 아주 예리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도 설득시킬 자신이 있다. 남북전쟁이 끝난 뒤 이 나라의 각 지역이 피에 젖은 커다란 직소퍼즐을 끼워 맞추듯이 현재의 형태로 정리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퍼즐 조각을 하나 떨어뜨려 커다란 빈 공간이 하나 생겼고, 사람들은 그 빈 공간을 “중부 인디애나”라고 불렀다는 사실을. 거기가 아무것도 없는 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거기에는 거기라고 할 만한 뭐가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 중부 인디애나? “거기가 어딘데?”라는 질문이 저절로 나오는 곳이다. 아무것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곳. (…)
윌리엄 브루스 로즈 주니어, 윌리엄 브루스 베일리, 빌 베일리, 윌리엄 로즈, 액슬 로즈, W. 액슬 로즈. 그가 이곳 출신이다. 이 사실을 기억해두자.
--- pp.200~202

우리는 9?12 행진의 일부 구간을 함께 지켜봤고, 행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그와 그의 동료들이 사실상 그 행진을 만들어냈다고 비난하고 있었다. (…) 그렇지 않으면 이 시민들이 “사회가 보장하는 의료제도”에 대한 두려움을 그토록 절박하게 외치고 다닐 이유가 어디에 있어?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휠체어를 타고 있거나 고령자인 건 말할 것도 없고 다들 만성적인 건강 문제와 비만의 징후를 명백하게 보이면서 “행진”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증상들을 돌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의 대부분은 메디케어나 예비역 의료 혜택에서 지급될 거야. 이 티파티 참가자들은 사회가 보장하는 의료제도에 자신들의 생명을 빚지고 있는 사람들이야. 이런 의료제도를 두려워할 이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너와 네 아버지밖에 없어.
--- pp.254~255

공교롭게도, 우리의 위대한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은 언젠가 실제로 의료 개혁과 공공?민간 기금을 둘러싼 논쟁에 휘말렸던 적이 있다. 전기에 관한 그의 첫 논문이 발표된 1751년 즈음이었다. 친구이자 외과의사인 토머스 본드가 그를 찾아와, 자신이 영국과 파리의 오텔디외 병원에서 목격한 진일보한 진료 방식을 모델로 삼아 “병들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병원을 필라델피아에 지을 수 있게 펜실베이니아 의회에 로비를 하자고 한 것이다.
--- p.262

난파로 인해 그는 자신이 수집한 자료들과 가족, 그리고 존경을 얻을 기회를 잃었지만, 대신 자유를 얻었다. 필수적이지 않은 것들─요령, 청결함, 존경받을 만한 겉모습─은 벗겨져나갔다. 그는 난파 이후에야 진정한 라피네스크가 되었다. 그렇다고 집중력이 엄청나게 좋아진 건 아니었다. 슬프게도 그의 “치명적인 산만함”은 오히려 악화되었다. 실제로 그가 켄터키에서 보낸 팔 년이란 시간 전체를 그의 정신적 퇴행이 시작된 기간과 일치시켜보려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동시에 그의 천재성도 성장했다. 그의 천재성은 그의 실수들과 망신거리들이 늘어가면서 같이 성장했다. 그게 바로 라피네스크를 생각할 때 당황스러운 점이고, 그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pp.300~301

외로운 운명은 있게 마련이지만, 라피네스크의 운명은 차원이 달랐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길을 잃은 천재의 운명이었고, 가짜 새벽을 알리는 전령이었다. 그의 아름다운 두뇌는 19세기에도 맞지 않았다. 그는 18세기 사람이었다. 사실상 그가 새로운 복음을 가져왔다는 것, 자기 시대를 너무 많이 앞선 사상가로 기억된다는 것 등이 그의 매력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 p.314

우리는 두 세계의 경계가 불분명한 영역에 들어섰다. 해가 비치는 세계는 이제 우리 등 뒤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구멍 뒤에만 존재했다. (…) 나는 그때까지 네다섯 개의 이름 붙여지지 않은 동굴에 들어가봤는데, 동굴 벽을 전과 다르게,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보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아주 능숙해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남들이 무얼 발견한 건지 볼 수는 있었다.
--- pp.380~381

나는 환각에 빠진 듯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는데─나는 그 좁아터진 공간에서 얀이 던지는 수수께끼 같은 말들을 받아 적느라 악전고투하고 있었다─이건 내가 만들어내는 환각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만들어준 다른 사람의 꿈, 아니면 내가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 전혀 다른 사람이 뚫고 나아가도록 만든 꿈을 경험하고 있었다.
--- p.382

이 사람들이 하는 일은 수십 년 묵은 원한을 잊지 않기 위해 인생의 대부분을 바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들은 엄청나게 복잡한 사람들인데, 아마 그들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 때문에 시간과 무관심으로부터 이 음악을 보호하는 일을 해온 것이다. 수집가들은 무엇보다 발굴자들이었다.
--- p.404

이 노래가 흘러나올 때마다 항상 나는 그 노래가 녹음된 해인 1897년에 태어난 나의 증조할머니 엘리자베스 베이넘을 떠올린다. 나는 그해를 생생하게 느낀다. 그해와 나 사이에는 아무런 거리가 없다. 내가 할머니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억이라고는, 휠체어에 앉아 숄을 두르고 자기 방 앞 복도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눈이 멀고 다리가 보이지 않는 할머니가 전부다. 이 노래가 할머니가 태어난 세계의 한 부분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나는 내가 그 시기, 19세기의 끄트머리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는 매 순간이 끝 모르게 빨려 들어가는, 지나간 시간들의 심연에 너무나 밀착된 채 살고 있다.
--- p.409

2010년 7월 초, 나는 밥 말리의 첫 밴드였던 웨일러스의 마지막 멤버 버니 웨일러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자메이카로 날아갔다. 버니 웨일러가 누군지 모른다면─이 글을 읽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분명 모를 것이다. 그리고 아는 이들이라면 이런 중요한 인물을 새삼스럽게 찾아야 한다는 게 어처구니없게 들릴 것이다. 어떤 경우가 됐든, 이건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 p.424

(…) 킹스턴에서는, 십 년 동안, 밥 말리 앤드 더 웨일러스, 투츠 앤드 더 메이털스, 지미 클리프, 데즈먼드 데커, 파이어니어스와 패러건스, 멜로디언스와 에티오피언스, 헵톤스와 슬리커스, 게이래즈, 그리고 거기에 더해, 아마도 당신이 이름은 몰라도 그 음악을 한번 듣고 나면 절대 잊지 못할 사람들이 꽤 나왔다. (…) 그들 대다수는 같은 공공 주택 단지 출신이고, 그곳을 벗어나는 게 그들이 노래하는 목적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당신이 듣고 있는 이 갈망, 이 눈부신 배고픔이 있었다.

(…) 이 위대한 자메이카 음악이 시간이 지나고 해가 지나면서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의미와 그 섬세한 느낌이 가미되어 더욱 깊어지는 건, 그것이 영혼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 음악이 가진 힘의 저변을 받치고 있는 이례성이다. 자메이카 음악은 크리스천록처럼 계산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저 안으로부터 나오는 영적인 팝이다.
--- p.426

작년에 나는 한 잡지에서 인류의 미래에 관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내가 이따금 팝록 문화의 붕괴된 정신세계를 들여다보는 글을 써왔기 때문에 이런 주제에 걸맞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성심성의껏 일했다. 인류의 미래는 우리가 진지하게 접근해야 하는 주제다. 우리는 거대한 우주 감시용 안테나와 탐사위성 등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붓고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푸른 구체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우주가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는 물질의 무한한 연속이라는 합리적인 가정과 모순되는 결정적인 증거를 전혀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한번 계속해보자, 하는 게 나의 자세다.
--- pp.469~470

괜찮다는 생물학과들에서 최근 회자되는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가 자연계를 침탈하고, 절멸시키고, 불태우고, 오염시키고, 점령하고, 너무 덥거나 건조하게 만들고,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이 행성의 점점 많은 부분을 자연의 동식물이 더이상 서식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만드는 등, 야생동물의 개체수 감소에 인간이 필연적으로 점점 더 큰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우리들뿐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말이다. 생명체의 각 개체 차원에서 전 지구적으로 생물학적 파국이 다가오고 있다는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한 이 상황에서, 우리는 동물들로부터 어떤 종류의 변화, 적응, 반응을 기대해야 할까? (…) 우리는 다양한 종, 다양한 서식 형태의 동물들이 이전에는 본 적이 없는 아주 잔인한 행동을 하는 걸 목격하고 있다. (…) 내가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이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것, 합리적이고 배운 사람들이 쉽게 부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증명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 주제의 다양한 양상들을 기록하면서 의견을 내기 시작한 이들이 비록 소규모의 연구자 그룹과 분석가들, 그리고 블로거들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십 년 내지 이십 년 동안 이 주제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 pp.473~474

우리가 우리의 재정적인 능력에 비해 너무 앞서갔다는 사실이 분명했던 바로 그 무렵─돌이켜보면, 뉴저지 말투를 쓰면서 핸드폰 네 대를 동시에 사용하는 수상쩍은 사내가 샬럿 창고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나 같은 사람에게도 수십만 달러의 돈을 융자해주는 건 시장 붕괴의 심각한 전조였고, 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경고 메시지였다. 직업 안정성의 피라미드에서 보자면 ‘잡지에 글을 쓰는 작가’는 공무원하고는 아주 거리가 먼 존재다─우리의 부동산 중개업자인 앤디가 했던 말을 떠올린 게 바로 그때였다. 우리 집을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쓰고 싶어 한다는 것 같은데, 아무튼 누군가가 전화할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 p.524

우리는 우리 집에 대해 기억이 아닌 기억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온전히 TV를 통해서 우리 집을 경험했다. 우리가 경험하지 않은 일이, 우리가 그곳에 사는 동안 일어났다. 기억상실증 환자에게 그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삶을 기록한 사진을 보여줄 때 이런 느낌일까. 어떻게 이걸 기억하지 못할까, 이런 일이 있었던 걸 어떻게 내가 모를 수 있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 pp.539~540

출판사 리뷰

서로 다른 이야기, 그 다름으로 새롭게 직조해낸 미국 문화

『펄프헤드』에는 설리번의 배경과 그가 사랑하고 전문성을 키워온 ‘문화’―글쓰기, 음악, 팝문화, 그 외의 것―에 대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열네 편의 이야기 가운데 〈이 반석 위에서〉(1장), 〈마이클〉(6장), 〈액슬 로즈의 마지막 컴백(7장), 〈알려지지 않은 시인들〉(11장), 〈마지막 웨일러〉(12장) 등 음악과 관련한 이야기가 다수이지만, 〈정말 리얼한 것의 차원으로〉(5장), 〈페이턴스 플레이스〉(14장)처럼 대중문화 소비 현상의 일면을 날카롭게 고찰하는 에세이와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19세기의 르네상스형 식물학자 라피네스크나 선사시대의 미시시피 문화에 대한 색다른 이야기도 찾아볼 수 있다. 어느 이야기에서 시작하든 상관없다. 짧게는 20여 페이지, 길게는 70여 페이지에 이르는 각각의 이야기는 미국과 미국 문화에 대한 새로운 발견으로 이끈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를 새로운 관점에서 다루면서 그의 단단한 글쓰기와 전문성은 빛을 발하고, 우리는 천천히 글을 음미해가며 새로운 시각, 새로운 지평에 도달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의 문화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단편적이고 표피적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그만큼 설리번은 무엇 하나 허투루 다루지 않고 깊이 파고든다.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은 『펄프헤드』를 통해 다양한 우리 문화?친숙한, 잘 모르는, 완전히 잊혀진?를 찾아나서는 매혹적인 여행으로 우리를 이끈다. 설리번은 미국적 의식이라고 할 만한 것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들여다보겠다는 애당초 선명하기 어려운 문제의식을 가지고 크리스천록 페스티벌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해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지나간 자리를 돌아보고, 그 흔적이 사라진 블루스 뮤지션과 19세기의 식물학자를 찾아 남동부를 가로지르고, 액슬 로즈와 마이클 잭슨이 나고 성장한 인디애나주의 곳곳을 찾아나선다. 설리번이 역사 속에서 우리가 서 있는 순간들의 근원적인 낯섦과 씨름하는 동안, 이 모든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서사, 이 나라에 대해 여태 우리가 들어본 적이 없는, 최소한 이런 방식으로 들어본 적은 없는 이야기가 시작된다._아마존 리뷰 중에서

그러나 설리번의 글을 빛나게 만드는 것, 우리를 매료시키는 것은 그의 글쓰기 능력과 전문성이 아니다. 그의 재기 넘치는 글에서 예기치 않게 맞닥뜨리는 온기이다.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이야기 중간에 불쑥 튀어나오는 따뜻함과 긍정성은 그의 글이 따뜻하되 과열되지 않고, 정보와 지식을 담되 현학적으로 흐르지 않게 균형을 잡아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온기는 그의 책에 묘한 향수鄕愁와 회고의 기운을 더하며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그의 이런 특징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것이, 바로 564쪽에 달하는 이 방대한 책의 처음을 여는 〈이 반석 위에서〉이다. 자,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하자. 진부한 표현 그 자체인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것처럼 쉴 틈 없이’ 색깔과 방향을 달리하는 설리번의 이야기 세계로 뛰어들 준비를.

그가 썩 탐탁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크리스천록 페스티벌 취재를 맡아 결코 몰고 싶지 않았던 9미터짜리 RV를 몰고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으로 좌충우돌 길을 떠나는 장면만으로는 뻔한 글일 수밖에 없었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게 사도 요한과 예언자 예레미아를 한데 품은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이 떠난 크리스천록 페스티벌이라니 충분히 짐작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설리번도 예상했듯 이 취재 여행은 아주 일반적인 과정을 거쳐 평범하게 끝나야 했다.

잘난 체하는 건 좋지 않지만, 애초의 내 계획은 완벽했다. 나는 미주리주의 오자크 호수에서 열리는 크로스오버 페스티벌을 취재하는 일을 맡았다. (…) 군중들이 모여 있는 곳 언저리에 서서 현장 분위기를 좀 끄적댄 뒤 관객들 중 몇몇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어떤 게 더 어렵니-홈스쿨, 아니면 일반 학교?”), 취재 패스를 흔들어 보이며 백스테이지로 가서 연주자들과 대화를 나누면 되는 일이었다. 가수는 사랑으로 충만한 영혼으로 노래를 부를 때 모든 음악은 ‘그분’을 영광되게 한다는 식의 뻔한 이야기를 내게 들려줄 것이고,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그가 하는 이야기에서 열 단어에 하나 정도씩만 받아적을 것이었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내가 몰고 온 렌터카에서 몰래 술을 좀 마신 뒤 모닥불가에 둘러앉은 기도 그룹 사이에 끼어앉아 그들의 분위기를 느끼면 될 것이었다. 그러고는 비행기 타고 귀가, 통계 사항들을 좀 섞어 넣은 뒤 입금 확인._11~12쪽

하지만 그의 계획은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고생 끝에 도착한 페스티벌 행사장 야영지에서 우연히 만난 이들과의 따뜻한 교감, 행사장에 울려퍼지는 록음악과 그 음악으로 인해 갑작스레 소환된, 복음주의에 빠져 있던 청소년 시절 등이 마치 우박처럼 설리번의 마음을 두드리고, 결국 그는 이렇게 고백하고야 만다.

나는 내 트레일러로 돌아왔고, 형편없이 무너져버렸다. 나는 울기 시작했다 몇 가지 이유로 멈췄다. 나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나약하게 노출되어 있는 것 같았고, 외로웠다. 이 여행을 장난처럼 생각하다니, 나는 얼마나 멍청이였던가._65쪽

그리고 생소한 작가의 농담처럼 시작된 이야기를 따라 달려온 우리 역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미주리주의 한 계곡에서 펼쳐진 상상을 초월하는 시간 속에서 설리번이 느꼈던 그 압도적인 감정을, 정화의 감정을 똑같이 느끼게 된다.

갑자기 더 어두워지더니 아주 캄캄해졌다. 무대 양쪽의 조명이 모두 꺼졌다. 핀으로 뚫은 구멍으로 새어나오는 것 같은 작은 불빛들이 나타나 통로를 따라 움직였다. (…) 가장자리에 서 있는 사람들부터 불을 밝히고, 점점 가운데로 번져 들어오는 것이다. 촛불은 기하급수적으로 번지는데, 그 효과는 상상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마지막에 가면 절반의 사람들이 나머지 절반이 들고 있는 초에 불을 붙이면서 마치 누군가가 스위치를 올린 것처럼 보인다. 지금도 딱 그랬다. 구름이 걷히면서 밝은 별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사방의 나무들에는 온통 반딧불이 천지였고, 내 앞과 저 멀리 아래에는 타오르는 촛불들의 작은 불꽃 수만 개가 카펫처럼 펼쳐져 있었다. 나는 점멸하는 불빛들로 가득한 어둠의 영토 안에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_70~71쪽

레이먼드 카버, 톰 울프,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헌터 S. 톰슨, 혹은 톰 웨이츠

〈뉴요커〉에서는 설리번을 레이먼드 카버에 비교하면서 그가 “에머슨과 소로우의 분위기”도 띤다고 평가했다. 다른 매체에서는 새로운 톰 울프,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헌터 S. 톰슨, 혹은 이 세 사람을 합친 작가로 일컫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수식어가 그의 이름 앞에 달리든, 설리번 고유의 글쓰기를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설리번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던 시절부터 줄곧, 스포츠기자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설리번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쓰는 글들은 정말 이상했어요. 그 글들은 아마 창작에 가까운 논픽션으로 분류하는 게 정확할 거예요.”
나는 그가 작가가 되는 데 아버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물었다.
“아버지는 가장 영리하고 훌륭한 방법을 취했어요. 전혀 개입하지 않고 거리를 두면서도 늘 격려하는 태도를 유지한 거죠.” 그가 말했다. “아버지는 내가 다른 일들에는 별로 맞지 않고, 결국에는 글을 쓰게 되리라는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 같아요.” (중략)
내가 물었다. “당신은 이런 이상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건가요, 아니면 그 사람들이 찾아오는 건가요?” 그가 말했다. “그로테스크는 사람의 본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좁지만 내밀한 각도를 제공해줘요. 그것을 통해 스스로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어떤 것들이 있어요.”

“자신의 기본적인 인간성마저도 들여다보기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 쓰는 게 즐거울 때가 있어요. 이런 어려움을 헤쳐가는 게 작가가 해야 할 일이라는 아주 분명한 사실을 깨닫게 해주거든요.”_아마존 인터뷰 중에서

추천사

강박적일 정도로 정직하고 대단히 지적인 설 리번의 『펄프헤드』는 헌터 S. 톰슨과 톰 울프 같은 뉴 저널리즘계 거장들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_〈타임〉

『펄프헤드』는 설리번이 그의 세대 최고의 에세이 작가 중 한 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_〈북포럼〉

추천평

『펄프헤드』는 짜증날 정도로 좋다. 데이빗 포스터 월리스의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이래로 가장 훌륭한 에세이집이다.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은 엄청난 기지와 에너지로 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있어, 내가 이 책을 내려놓는 순간 때마침 내 책상에서 굴러떨어진 덕트테이프조차도 흥미진진한 비밀을 가득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탁월하고 생동감 있는 이야기들이다. - 웰스 타워 (『모든 게 파괴되고, 모든 게 불탔다』 저자)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이 미국의 문장에 폭탄을 떨어뜨렸고, 거기에서 튄 파편들이 섬세하게 빛을 발하는 동시에 충격을 주는 목소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일단 분명히 해두자. 여기에 수록된 에세이들은 탄탄한 논리와 유머 감각을 장착한 채 때론 날카롭게 몰아치고 때론 깊은 깨달음을 드러내는 언어들로 가득하다. - 마이클 파터니티 (『드라이빙 미스터 알베르트』 저자)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은 나무의 거친 겉껍질을 벗겨내고, 자신의 손에 기름이 묻어나올 때까지 그 속살을 문지르고 또 문지른다. 설리번만의 독특한 세계관, 따뜻한 시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마음이 감사할 따름이다. 『펄프헤드』는 에드워드 호글랜드, 게이 털리즈, 그리고 마크 트웨인의 대표작들과 나란히 놓여 마땅한 작품이다. - 마크 리처드 (『기도하는 집 넘버 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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