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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 5
해설 | 그리움을 깁다 / 황정산 ― 106 제1부 지느러미 조각 ― 13 ‘詩’ 그대는 안녕하신가? ― 14 DNA ― 15 달빛이 그린 누드 ― 16 가을 남자 ― 17 얼굴 ― 18 고종목 식, 조각보 식 ― 19 아름다운 가시로 그대를 ― 20 낙과 & 낙관 ― 21 시 강의 ― 22 한 번쯤 바꿔 봐 ― 23 시인은? ― 24 제2부 잡동사니 ― 27 그 나라가 그 나라 ― 28 낙엽이 전하는 말 ― 29 변명 아닌 변명 ― 30 바늘꽃 ― 31 바늘이 길을 연다 ― 32 오징어 게임 ― 33 한 조각 이루었다 ― 34 찰칵, 그 느낌을 ― 35 내가 흐르네 ― 36 죄의 손 ― 37 … 인 양 ― 38 고삐 없는 시 ― 39 섬 꽃 ― 40 제3부 리셋한다 ― 43 소리 ― 44 쌈지 속의 바늘 친구 ― 45 바로 저것 ― 46 너도 그도 저도 나도 ― 47 영원한 불꽃 ― 48 고추가 싱글벙글 ― 49 코스모스 ― 50 길은 끝나지 않는다 ― 51 땅끝 마을로 가는 길 ― 52 약속 ― 53 사람 냄새가 그리운 날 ― 54 산나물 타령 ― 56 마침표를 찍다 ― 57 Clothes Without Pockets ― 58 주머니 없는 옷 ― 59 제4부 아라리 바람개비 ― 63 제5부 산문 해체와 통합 ― 73 옷은 제2의 피부 ― 76 제6부 편지글 편지(便紙) ― 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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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에 지느러미를 단다
지느러미는 조각의 고독한 그리움이다 날개를 달고 마음껏 헤엄쳐 먼 하늘을 가르고 나아가 지느러미의 시원에 닿고 싶은 꿈을 낚는 것 조각은 그 꿈을 조각보에 꼭꼭 싸 감추고 싶지만 숨소리까지 숨길 수 없어 파도와 싸운다 그 두려움을 노래해도 고독을 지울 수가 없다 섬 조각은 기다림에 지치고 젖어 철썩 - 처어얼썩 ― 지느러미가 빈 섬을 노래한다 ---「지느러미 조각」중에서 새로 만든 조각보를 펼쳐 놓고 본다 미운 조각 하나 없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몇 놈 오리 새끼 보인다 시 한 편을 쓰고 한숨이 절로 터졌다 가슴에 변명 이름표 달고 이마에 변명 딱지 붙이고 뒤통수에 변명 꼬리 달고 옆구리에 낀 채 입가에 번지는 뻔뻔스러운 미소 억누른다 발소리 숨소리 죽이고 다가간다 삶과 시 바느질 조각놀이로 즐겼는데 이것 장난 아니네 내가 나에게 변명 아닌 변명의 도전장을 내밀다니 ---「변명 아닌 변명」중에서 처음 만든 조각보를 펼쳐 놓고 시 한 편을 쓰고 한숨이 터졌다 고개를 끄덕끄덕하다가 아기처럼 도리질을 한다 후회하는가? 아니 아니 그렇다면 변명하는 것인가? 아니아니 비비비 非非非 변명 아닌 변명이라고 자위한다 가로, 세로, 곡선 찢기고 끊긴 선과 선의 만남에 색동 마음을 입혔다 후회도 변명도 아닌 비비비 斐斐斐 조각 세상을 리셋한다 *非 : 아닐 비 *斐 : 오락가락 비 ---「리셋한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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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내가 저문다 시 이삭을 주웠다 결국 내가 나를 쓰고 쓰여진 변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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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깁다
고종목 시인은 평생 조각보를 만들어 온 사람이다. 조각난 천들을 이어 붙여 아름다운 조각보를 만드는 작업은 그의 생업이고 예술이고 철학이기도 하다. 조각보를 통해 그는 세상을 만나고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 고종목 시인에게 시 쓰기도 이 조각보 만들기와 다르지 않다. 언어라는 실을 통해 그는 한 땀 한 땀 잘리고 찢어지고 흩어져 있는 우리의 삶을 꿰맨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가고 분열된 언어를 소통의 언어로 바꾼다. 그의 시가 기교와 꾸밈이 없는 소박한 언어로 쓰여 있지만, 우리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중략) 고종목 시인의 시에서 가장 두드러진 정조는 그리움이다. 그의 시의 언어는 눈에 보이는 사물을 그리고 있지만 사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인은 그것을 통해 내면에서 우러나오고 있는 절절한 그리움을 표현한다. 그리워하는 감정은 그리워하는 대상이 부재하기에 생겨난다. 그의 시에는 그가 그리워하는 즉, 부재하는 것들로 꽉 차 있다. 부재로 충만한 이 아이러니함이 그의 시에 드러난 그리움의 정체이기도 하다. (중략) 우리는 부재 때문에 그리움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리움을 감상적으로 강조하여 부재를 메꿀 수 없는 것으로 상정하면 우리는 절망에 빠진다. 반대로 그 그리움을 초월적 가치로 대신해 위안을 삼으면 현실 도피적 정신 승리가 된다. 고종목 시인은 이와 다른 방식으로 그리움을 채워나간다. 그것을 그리움을 희망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우리는 고정 관념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 때문에 특정인을 미워하고 세상에 분열과 증오를 만들어 낸다. 고종목 시인은 이러한 고정 관념을 벗어나 과감하게 바꾸어 나가기를 종용한다. 바꾸어 생각할 때 거기에 희망이 보인다는 것이다. (중략) 고종목 시인의 시들은 그가 만든 조각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의 시어들은 조각난 단어들을 기워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낸다. 그것을 통해 고독한 존재의 그리움을 채워주고 세상에 쓸모없이 버려진 존재들을 위로해 준다. 나도 누군가와 연결되어 아름다운 세상의 한 조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게 해 준다. 그의 소박한 시어들이 가진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시인은 그런 자신의 시적 성취를 한 조각을 이루었다고 정리하고 있다. 세모 네모 동그라미 다각 속에서 그의 영혼이 걸어 나왔다 조각 하나에 온 산이 가을빛이다 한 조각 이루었다 ―「한 조각 이루었다」 부분 조각을 이어 붙인 다각형 속에서 그 자신이 한 조각을 이루었다는 이 겸손과 상생의 정신이 그의 시의 중요한 바탕이다. 이 정신으로 그는 그리움을 엮어 이 아름다운 시집을 기워냈다. - 황정산 (시인,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