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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 즐거운 다짐 ― 5
해설 | 그냥 쓴 시 「산수유는 하늘을 물들이고」 / 김윤아 ― 165 1. 죽순의 노래 거세미 이빨 ― 15 방풍나물 ― 16 목수 아버지 ― 18 세모거나 네모거나 ― 20 꿈틀거리는 길 ― 22 나비약국 ― 23 핸들만을 위하여 ― 24 튤립 ― 25 혼자 국수를 삶으며 ― 26 죽순의 노래 ― 28 논두렁 길 ― 30 친구네 집 ― 32 떠다니는 집 ― 33 엄마 꽃 ― 34 가을 ― 35 살구씨 ― 36 송지호 둘레길 ― 37 나무의 발길 ― 38 싸라기 눈물 ― 40 벌레의 말 ― 42 2. 인공 고관절 발진 ― 45 냉이꽃 ― 46 무섭지 않은 집 ― 48 살구 ― 50 연습 ― 52 오음산 ― 53 서점 여행자의 노트 ― 54 할 말이 없다 ― 56 백 세 동안 ― 58 공현진 김 씨네 ― 60 가고 싶을 때 가시라 ― 62 들숨 날숨 ― 64 인공 고관절 ― 66 코로나19 ― 68 스물 ― 70 반쯤의 세상 너머 ― 71 돌부리 ― 72 문어면 된다 ― 73 옥수수 ― 74 오징어 ― 76 3. 싱겁다와 심심하다 사이 걷기 ― 79 설악 단풍 ― 80 설악 바위 ― 81 이충희 누님 ― 82 해님 도둑 ― 84 미역 ― 86 꼬임과 매듭 ― 88 코뚜레 선물 ― 89 눈길 ― 90 빗자루 ― 91 친자 확인 ― 92 시월 하늘 ― 94 호적 정리 ― 96 성게 ― 98 철사 바늘 ― 99 글인가 눈물인가? ― 100 싱겁다와 심심하다 사이 ― 102 쑥떡의 맛 ― 104 고구마순 심기 ― 105 부지깽이나물 ― 106 귀 없는 고양이 ― 108 그게 뭐라고 ― 110 안마기 ― 112 4. 산수유는 하늘을 물들이고 손 선풍기 ― 115 택배 보내고 싶은 날 ― 116 전시실이 시원하다 ― 118 병원 가는 길 ― 119 고라니 언니 ― 120 싱거움과 친하기 ― 122 참나무 그림자 ― 123 산수유는 하늘을 물들이고 ― 124 무침회 ― 125 행복수 ― 126 그물 건조장 ― 128 아로니아 나무 ― 129 방석 소나무 ― 130 아까시나무 ― 131 가시 오가피나무 ― 132 호두나무 ― 133 밤 ― 134 감 ― 135 배 ― 136 대추 ― 138 모과 ― 140 5. 대숲에서 보내는 편지 쑥대머리 생각 ― 143 반지하 방 ― 144 생선구이집 ― 146 해국 ― 147 흘리 학교 ― 148 눈 기다리기 ― 149 뿌리가 하는 일 ― 150 동심 시인 ― 151 도치 ― 152 종아리 ― 153 장막 가락 ― 154 흰 눈과 소나무 ― 156 대숲에서 보내는 편지 ― 157 가자미회 ― 158 손으로 본다 ― 159 영 너머간다 ― 160 산수유의 말 ― 162 삼세기 ― 1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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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을 물들인 붉은 열매
그것이 이른 봄 노란 꽃 가득 피우는 산수유였다 친구는 몸에 좋다 하고 나는 보기 좋다 하여 밭 한자리 심어 논지 오래전 친구는 하늘로 훌훌 떠났고 산수유는 저 혼자 피어 붉은 구슬 굴려댄다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친구여 몸에 좋은 열매는 하늘을 새콤한 맛으로 뭍들이고 있구나 너는 무슨 색깔로 스며들었는가? 사방으로 뻗친 가지마다 붉은 손짓 너 보란 듯 흔들고 있다. ---「산수유는 하늘을 물들이고」중에서 하얗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을 뛰게 했던가? 흰 모래밭에 뿌리를 박고 파도 소리와 바람 속에서 살아내던 바람막이 나물 그 너른 가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이리저리 억센 이파리로 층을 만들더니 한여름 정수리에 눈부신 흰 꽃 올렸다 마음만 먹으면 만나던 바다 처녀의 꽃 나물 무침으로 잎이 뜯기고 약용으로 뿌리 파헤쳐지기까지 거름 한 줌 없이도 풋풋한 마음 나누던 일 모두 사라졌는가 했는데 반짝거리는 모래밭 위 푸릇푸릇한 활자로 사연 적어내고 있다 해안 철책 너머로 수줍게 얼굴 내민 너를 바라보는 이 있으니 정수리에 다시 흰 꽃 올리면 그 사람 가슴 뛰며 찾아올 것만 같다. ---「방풍나물」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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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이라는 말로 감춰보는 그리움, 가려보는 애틋함, 덮어보는 농도와 덜어내는 무게, 에두르고 맴도는 모든 고백의 시….
「산수유는 하늘을 물들이고」는 그냥 쓴 시다. 세상의 모든 ‘그냥’을 알아챈 이의 표정이고 노래이며 혼잣말이자 편지, 그리고 춤이다. 티 나지 않게 내미는 손이 작은 발이 딛을 땅이 되고 길이 되는 것을 보고, 시련은 벌과 나비의 입맞춤으로, 상처는 잎망울이 터지는 찬란함으로 축하하며, 쓸쓸하고 처량하고 변변찮은 모든 순간에 ‘가장’ 불쌍하지 않게 곁에 있어준다. 시는 급한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다만 위로가 되어준다. - 김윤아 작가의 해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