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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호수
양장
박경리
다산책방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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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해후
2. 창과 창
3. 방문객
4. 동거인
5. 무정한 마음
6. 나르시소스
7. 폐허에서
8. 환도
9. 소나기
10. 반수신의 오후
11. 붉은 와중
12. 오리무중
13. 암흑의 저변
14. 새끼손가락
15. 구름 너머로

어휘 풀이
작품 해설

저자 소개 1

Park, Kyung-Ree,朴景利,박금이

1926년 10월 28일(음력)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1945년 진주고등여학교를 졸업하였다. 1950년 황해도 연안여자중학교 교사로 재직하였다. 1955년에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計算)」과 1956년 단편 「흑흑백백(黑黑白白)」을 [현대문학]에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나왔다. 1957년부터 본격적으로 문학활동을 시작하여 단편 「전도(剪刀)」 「불신시대(不信時代)」 「벽지(僻地)」 등을 발표하고, 『표류도』(1959), 『김약국의 딸들』(1962)을 비롯하여 『파시』(1964), 『시장과 전장』(1965) 등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성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
1926년 10월 28일(음력)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1945년 진주고등여학교를 졸업하였다. 1950년 황해도 연안여자중학교 교사로 재직하였다. 1955년에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計算)」과 1956년 단편 「흑흑백백(黑黑白白)」을 [현대문학]에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나왔다. 1957년부터 본격적으로 문학활동을 시작하여 단편 「전도(剪刀)」 「불신시대(不信時代)」 「벽지(僻地)」 등을 발표하고, 『표류도』(1959), 『김약국의 딸들』(1962)을 비롯하여 『파시』(1964), 『시장과 전장』(1965) 등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성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1969년 9월부터 대하소설 『토지』를 연재하기 시작하여 4만 여장 분량의 작품으로 26년 만인 1994년에 완성하였다. 박경리 개인에게나 한국문학에 있어서나 기념비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한 원고지 분량에 걸맞게 6백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시간적으로는 1897년부터 1945년까지라는 한국사회의 반세기에 걸친 기나긴 격동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즉 동학혁명에서 외세의 침략, 신분질서의 와해, 개화와 수구, 국권 침탈, 민족운동과 독립운동, 광복에 이르기까지의 격동의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종적인 축으로 하여 진주와 간도(만주), 경성, 일본 등으로 삶의 영역이 확대되고 윤씨 부인과 최치수, 최서희로 이어지는 최참판댁과 연결되어 삶을 엮어가는 평사리의 주민들, 김길상이나 김환을 중심으로 한 민족운동에 투신하는 인물들, 최참판댁의 전이과정 속에서 부침하는 신지식인들 등 수백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삶이 형상화되어 있다. 5부로 완성된 대하소설 『토지(土地)』는, 한국 근·현대사의 전 과정에 걸쳐 여러 계층의 인간의 상이한 운명과 역사의 상관성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으로 영어·일본어·프랑스어로 번역되어 호평을 받았다. 1957년 현대문학 신인상, 1965년 한국여류문학상, 1972년 월탄문학상, 1991년 인촌상 등을 수상하였고, 1999년에는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에서 주최한 20세기를 빛낸 예술인(문학)에 선정되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명예문학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으며, 연세대학교에서 용재 석좌교수 등을 지냈다. 1996년부터 토지문화관 이사장을 역임하였다. 현대문학 신인상, 한국여류문학상, 월탄문학상, 인촌상, 호암 예술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칠레 정부로부터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문학 기념 메달’을 수여 받았다.

박경리의 문학은 전반적으로 인간의 존엄과 소외문제, 낭만적 사랑에서 생명사상으로의 흐름이 그 기저를 이루고 있다. 그 생명사상이 종합적으로 드러난 작품이 바로 '토지'이다. 박경리에 의하면 '존엄성은 바로 자기 스스로가 자신의 가장 숭고한 것을 지키는 것'(『파시』 제1권, 131면, 1993)인데 그의 작품에서 이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생명본능 이상으로 중요한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없게 하는 기존의 관습과 제도 및 권력과 집단에 대한 비판, 욕망의 노예가 되어 존엄성을 상실한 인간들에 대한 멸시와 혐오는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존엄성을 상실할 때에 바로 한이 등장하는 것이며 이 한을 풀어가는 과정이 곧 박경리 문학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김은철 상지대 국문과 교수)

지금까지 이 작품에 대한 여러 논의들, 즉 역사소설인가 아닌가가 문제시 되었다거나 농민소설로서의 면모가 부각되었다거나 총괄체 소설, 가족사 소설, 민족사 소설, 총체소설 등의 다양한 장르로 규정되어 온 것은 곧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서사구조, 다양한 층위의 세계가 중층적인 구조로 형상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문학뿐 아니라 환경과 생태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 1999년 원주 오봉산 기슭에 토지문화관을 세우고, 문학과 환경문제를 다루는 계간지 [숨소리]를 창간(2003)하고,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한 글로 엮은 환경 에세이집 『생명의 아픔』(2004)도 출간하는 등 사회와 인간을 향한 애정과 관심을 놓치 않았다. 2008년 5월5일 향년 82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 한국현대문학의 영원한 고향으로 남았다. 타계 이후 정부에서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였다.

장편소설 『나비야 청산가자』를 [현대문학]에 연재하였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미완에 그치고 말았다. 수필집 『Q씨에게』, 『원주통신』, 『만리장성의 나라』,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생명의 아픔』 등과 시집으로는 『못 떠나는 배』, 『도시의 고양이들』, 『우리들의 시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등이 있다. 그밖의 주요작품에 『나비와 엉겅퀴』, 『영원의 반려』, 『단층(單層)』, 『노을진 들녘』, 『신교수의 부인』 등이 있고, 시집에 『애가』가 있다. 6·25전쟁 때 남편이 납북되었으며 시인 김지하가 사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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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13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756쪽 | 894g | 133*215*40mm
ISBN13
9791130647739

책 속으로

‘영설을 생각하기 싫어서, 그것이 괴로워서 나는 이 진저리 나는 권태의 감정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혜련은 책상 위에 얹은 양손에 힘을 주어 주먹을 쥐어봤다. 그리고 책상을 한번 내리쳐봤다. 무한히 무한히 뻗어가는 것, 무한히 무한히 오므라드는 것, 우주가 마치 하나의 고무풍선처럼 압축되어 오는 것 같고, 혜련은 그 압축된 기체 속에 커다랗고 무거운 자기의 대가리를 느낀다.
‘누가 자기의 젊은 날을 돌려달라고 애걸을 했다던가. 만일 나에게 그 젊은 날을 돌려준다면?’
핏발이 선 혜련의 눈에 순간 형용할 수 없는 냉소가 칼날처럼 선다. 장지문에 비친 커다란 머리 그림자, 넓게 넓게 퍼져가는 공간이다.
---「1. 해후」중에서

“망각의 나라의 춤은 참 좋더군요. 사람이 그렇게 망각의 나라에서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망각하는 것이 그렇게 행복하게 생각되시면 언니도 망각하고 사세요. 행복하다고 느끼는 일이라면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위하여 노력하셔야죠.”
“억지로 하는 것은 결코 망각이 되진 않겠죠.”
“아이 언니두, 전 망각하고 싶은 슬픔도 괴로움도, 그리고 애틋한 추억도 없지만 만일 훗날에라도 나를 위하여 잊어버리는 것이 행복이라면 잊어버리겠어요. 뭐가 그리 어려워요?”
혜련은 그 말대답은 하지 않고 가볍게 웃어넘긴다. 준은 약 간 미간이 흐려지는 듯했으나 그것은 순간적인 것이었다.
---「3. 방문객」중에서

“나르시소스는 자기도취자거든. 남을 사랑할 줄 모르는 불구자란 말이야. 그래서 님프, 에코의 저주를 받았지.”
명희의 눈은 강렬했다. 그 눈에는 자기의 사랑을 병림이 거절할 때 그도 또한 저주를 받으리라는 뜻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6. 나르시소스」중에서

“저는 당초부터 정숙한 여자도 아니었어요. 문명구하구 결혼한 그 순간부터 전 부정한 아내였으니까.”
“마음속에서만 말이지? 아무도 혜련의 부정을 모르니까 말이야.”
혜련은 눈앞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슴이 몹시 뛴다. 다만 영설의 장광설이 멀리서 아슴푸레하니 울려왔으나 혜련은 그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혜련은 영설의 말을 막고 싶었다. 무슨 말이든 그가 계속 말하고 있는 한, 혜련은 자기의 뚜렷한 지각을 찾을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혜련은 손을 마구 내저었다.
---「9. 소나기」중에서

“살아가는 게 참 어렵군요.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준은 옷을 툭툭 털고 침대에 걸터앉으며,
“어렵게 생각하니까 어려운 거지, 쉽게 생각하면 쉬운 세상이야. 병림의 인간성이 곱구 판단이 정확하지만, 그게 다 뭐야? 매력이 없어. 네모반듯하고 꿇리는 곳이 없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매력이 없다는 거야. 인간에겐 추하고 더러운 면도 있어야 음영이 생기구 인간다워지는 거야.”
---「11. 붉은 와중(渦中)」중에서

“우린 이런 너저분한 전쟁의 자국이나 그것을 미화하려 드는 예술, 그런 것밖에 선 사람들이야. 아무리 이런 비참한 것을 배경으로 하여도 우리들이 행복하면 그만이야.”
영설은 또다시 껄껄 웃었다. 그는 진정 그의 말대로 현실 밖에 선 사람처럼 주변에 대하여 무관심했다. 천하가 태평인 양 하늘을 우러러보는 것이었다.
“지독한 에고이스트예요.”
한눈도 팔지 않고 쏟아지는 영설의 애정에 무한한 희열을 느끼면서도 어쩐지 마음 한구석에 죄스러운 것이 있어 다소 힐책하는 투로 혜련은 말하였다.

---「13. 암흑의 저변」중에서

출판사 리뷰

“제 삶이 평탄했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삶이 문학보다 먼저지요.”

고전의 품격과 새 시대의 감각을 동시에 담아낸
박경리 타계 15주기 추모 특별판


1957년 단편 「계산」으로 데뷔해, 26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로 한국 문학사에 거대한 이정표를 남긴 거장 박경리. 타계 15주기를 맞아 다산북스에서 박경리의 작품들을 새롭게 엮어 출간한다. 한국 문학의 유산으로 꼽히는 『토지』를 비롯한 박경리의 소설과 에세이, 시집이 차례로 묶여 나올 예정인 장대한 기획으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누락과 왜곡 없이 온전하게 담아낸 의미 있는 작업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한국 사회와 문학의 중추를 관통하는 박경리의 방대한 작품들을 한데 모아 구성했고, 새롭게 발굴한 미발표 유작도 꼼꼼한 편집 과정을 거쳐 출간될 예정이다.

오래전에 고전의 반열에 오른 박경리의 작품들은 새롭게 읽힐 기회를 갖질 못했다. 이번에 펴내는 특별판에서는 원문의 표현을 살리고 이전의 오류를 잡아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대감각을 입혀 기존의 판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책을 선보인다. 이전에 박경리의 작품을 읽은 독자에게는 기존의 틀을 부수는 신선함을, 작품을 처음 접할 독자에게는 고전의 품위와 탁월함을 맛볼 수 있도록 고심해 구성했다. 이전의 고리타분함을 말끔하게 벗어내면서도 작품 각각의 고유의 맛을 살린 표지 디자인으로, 독서는 물론 소장용으로도 손색이 없게 했다. 한국 문학사에 영원히 남을 이름, 박경리 문학의 정수를 다산북스의 기획으로 다시 경험하길 바란다.

“살아 있는 한 인간은
사랑하지 않고 애착을 버리고 있을 수는 없다.”

한국 최고의 작가, 박경리가 전하는
아픔 속에서 피어나는 오롯한 사랑


다산북스에서 새롭게 출간된 『내 마음은 호수』는 박경리의 또 다른 걸작이다. 이 작품은 1960년 4월부터 《조선일보》에서 연재되었고 그 후 많은 사랑을 받으며 출판되었다. 박경리는 1950년 말 이후부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했지만, 유독 이 작품이 연재되던 시기에는 더 많은 작품을 쏟아냈다. 《대구일보》에서 『은하』를, 《여원》에서 『성녀와 마녀』를 연재한 것이다. 세 개의 지면에 장편소설 세 편을 동시에 연재한 것인데, 이러한 글쓰기 과정을 보면 당시 저자가 생활고를 겪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박경리는 동시다발적 창작과정을 통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났으며, 가족들의 얼굴에 떠도는 불안의 그림자를 지울 수 있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내 마음은 호수』의 시대적 배경은 1953년 6.25전쟁 기간에서부터 전쟁 직후까지다. 일상이 파괴되고 생존의 조건이 극한 곳까지 내몰리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오직 ‘사랑’에 집중한다. 물론 송병림이라는 인물을 통해 미약하게나마 저자의 정치적인 관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이야기 역시 혁명이 아닌 사랑으로 이어진다. 그것도 낭만적인 사랑이라기보다는 얽히고설킨 복잡한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이다.

이 작품은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서 근친상간, 간통, 출생의 비밀, 불치병 등 매우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코드들을 통해 제목과 상반된 사랑의 이미지를 그려나간다. 고요하고, 평화로우며, 아늑하고, 안정적이기만 한 호수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시시각각 일변하며 위태롭기만 한 사랑의 이미지를. 그리고 소설의 끝에 다다를 때쯤 독자로 하여금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도 사랑이지만, 그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모든 것을 품을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사랑이다. 이러한 사랑은 비단 이 작품뿐 아니라 박경리의 작품들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생명은 아픔이요 생명은 사랑이다”라고 했던 박경리의 말처럼, 『내 마음은 호수』를 통해 또 한번 박경리 문학의 세계관을 깊숙이 엿보기를 바란다.

“사랑이라는 것은 인간의 마음의 척도이지,
결코 풍습이나 제도가 그 척도는 될 수 없다.”

불안과 두려움을 넘어 진실함으로 나아가는,
모든 것을 품어주는 호수 같은 사랑


『내 마음은 호수』는 여류 소설가 유혜련, 그의 딸 문진수를 중심으로 세대에 걸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유혜련은 남편 문명구가 납북되고 시누이 문명희네 집에서 진수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영설이 나타나면서 권태로울 만큼 잔잔하던 일상에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혜련은 혹여 진수가 영설을 만날까 봐 불안해하면서 단속하려 들지만, 그럴수록 진수는 이상하리만치 영설에게 끌린다. 사실 영설은 오래전 명구와 함께 혜련의 집에서 머물던 하숙생이자 혜련의 연인이었다. 당시에 영설은 음악 공부하러 유학 가는 조건으로 부모가 정해준 여자와 약혼해야만 했고, 이를 이용해서 유학 갔다가 다시 혜련에게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러나 둘은 헤어지고 만다. 이 틈을 타서 명구가 영설이 혜련에게 보낸 편지들을 가로채고 혜련과의 결혼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영설은 여러 번 자살 시도를 할 정도로 괴로움에 몸부림치다가 20년이 지나 혜련과 다시 만나게 된다. 한편 진수 역시 고모부 한석중의 외사촌 동생인 송병림을 사랑하게 된다. 처음에 진수는 송병림을 그저 멋있는 사람, 병림은 진수를 어린애처럼 여겼지만 어느새 둘은 서로에게 끌린다. 그러나 둘 사이를 방해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원체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명희다. 명희는 남편이 있음에도 병림을 향한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이로 인해 진수는 둘 사이를 오해하고 병림과의 관계가 소원해지지만, 병림이 빨갱이로 몰려 잡혀가면서 다시금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깨닫는다.

혜련의 사랑은 빠져나올 수 없는 늪과 같고, 영설의 사랑은 예측하기 힘든 태풍과 닮았다. 무모하기만 한 명희의 사랑 역시 호수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사랑을 ‘호수’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지병으로 죽음을 앞둔 혜련이 “사랑이라는 것은 인간의 마음의 척도이지, 결코 풍습이나 제도가 그 척도는 될 수 없다”고 딸에게 충고하는 대목은 이 소설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사랑 앞에 그 어떤 이유나 조건이 달릴 수 없고, 상대를 향한 마음만이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 소설 전반에 드러나는 비윤리적인 소재를 통해서 오히려 사랑의 근간이 되는 진실한 마음을 역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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