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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진한 숲의 냄새 위로 작은 불빛 세 개가 떠올랐다. 훅 내뿜는 숨에 흰 연기가 공중으로 흩어졌다. 밤 10시가 넘었지만, 저 멀리 숲 안쪽으로 보이는 청소년수련원에는 아직 불빛이 환했다. 이따금 환호성이 들리는 걸 봐서는 캠프파이어나 장기자랑 같은 걸 하는지도 모른다. 그쪽을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리자 원택이 바닥에 침을 퉤 뱉었다. 평소에도 그러지만 오늘은 더 기분이 나빠 보였다.
--- p.7 “이, 이게 뭐죠?” 간신히 정신을 차린 선혁이 물었다. “고원택 씨가 발견됐을 때 입에 물려 있었던 겁니다.” 그 순간만큼은 평정을 지킬 수가 없었다. 선혁은 시선을 빼앗긴 듯 두 눈이 종이에 붙박여 있었다. 누군가 휘갈겨 쓴 글씨는 마법처럼 선혁의 심장을 갈라놓았다. 9년 전 너희 삼인방이 한 짓을 이제야 갚을 때가 왔어. --- p.38 하지만 그때의 일은 세 사람만의 비밀이었다. 누가 약속을 하지 않아도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비밀이어야만 했다. 그 사건을 아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혹시 목격자라도 있었던 걸까? 그건 아닐 것이다. 분명 그곳에는 삼인방과 그 남자아이 단 네 명뿐이었다. 혹여 자신들이 놓친 목격자가 있었다 해도, 그랬다면 그때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 당시 그 아이의 실종 사건은 지역 뉴스에도 날 정도로 시끄러웠다. 그런데도 나타나지 않은 목격자가 9년 만에 나타나 복수를 할 이유가 없다. --- p.69~70 아무래도 9년 전 사건이라는 것이 무언지 알지 못하면 용의자를 파악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당시 담임으로부터 문제아였다는 것은 들었지만 딱히 살인까지 당할 만한 사건에 관련됐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선생님이라고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학생들이라면 다르다. 더 내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몰랐다. 수소문해서 아직 제선시에 남아 있는 동창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 p.86~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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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알 수 없고, 증명할 수도 없는 범죄
그날 밤 세 소년은 대체 누굴 죽였을까 어느 여름밤, 단짝 친구 원택, 필진, 선혁은 자기 동네로 야영 온 타학교 학생을 겁주다가 그만 죽게 한다. 숨진 또래 아이에게 빼앗은 3만 원이 어떻게 된지도 모른 채 세 소년은 그 일을 비밀로 묻는다. 9년 후 원택의 부고를 받은 선혁은 고향으로 향한다. 졸업 후 평범하게 살아온 둘과 달리 사기 사건 가해자로 얼마 전 교도소에서 출소한 원택. 장례식장에서 만난 형사는 원택의 입속에서 ‘9년 전 너희 삼인방이 한 짓을 이제야 갚을 때가 왔어’라고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고 한다. 한밤중 산속에서 일어난 그 일을 셋만 알기에 필진과 선혁은 서로를 의심한다. 그리고 며칠 후 또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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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절친의 갑작스러운 죽음
9년 전 일로 그가 살해당했고, 이젠 내 차례다 선혁은 고등학생 때 삼인방이라 불리며 가깝게 지냈던 원택의 부고 문자를 받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어린 시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긴 했지만 졸업 후 전문대학을 다니고 취직도 하며 착실하게 살아온 선혁과, 가정을 꾸린 필진과 달리 원택은 사기 사건의 가해자로 이제 막 출소한 참이다. 자신의 금연을 바라는 사랑스러운 여자 친구와의 미래를 꿈꾸는 선혁에게 원택은 더는 가까이하기가 꺼려지는 친구지만, 그들 삼인방이 공유하고 있는 비밀로 인해 서로를 끊어낼 수는 없다. 그러나 삼인방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일로 인해 원택이 살해당했음을 알게 되고, 선혁과 필진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을 느끼는 한편 조심스레 서로를 의심한다. 그렇게 9년 전 한밤중 산속에서 일어난 그 일이 긴 시간을 뛰어넘어 느닷없이 선혁의 목을 옥죄기 시작한다. 담배를 피우고 수업을 빠지는 일이 비행의 다인 세 소년이 우발적으로 또래 소년을 죽이는 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삼인방의 비밀을 알고 있는 자는 누구이고 왜 9년이나 지난 지금 시체조차 발견되지 않은 소년의 복수를 하기 시작한 것인지에 방점을 찍으며 쉼 없이 질주한다. 순탄하지 않은 과거를 살다가 이제 겨우 평범하고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된 그들은 자신의 원죄에서 도망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단죄자를 찾는다. 가까스로 의문에 대한 답은 찾아내지만, 속죄하지 않은 자는 결코 정답에 도달할 수 없음을 비로소 깨닫고 만다. 본작의 제목은 ‘누가 죽였을까’가 아닌 ‘누굴 죽였을까’이다. 이는 작중 인물들이 ‘누가’, ‘왜’라는 의문에 집중할 때 독자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이야기를 지켜보길 바라는 작가의 의중이 담긴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