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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源一, 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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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마루를 가득 채우며 노을은 붉게 번지고 있었고, 수백 마리의 갈가마귀떼가 어지럽게 원을 그리며 노을 속 깊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대장간의 불에 달군 시우쇠처럼 붉게 피어난 노을을 보자 엄마를 만나 가슴 뛰던 기쁨도 어느덧 사그라지고, 나는 그만 노을에 몸을 던져 한줌 재로 사위어버리고 싶을 만큼 못 견디게 울적했다. 죽고 싶었다. 죽음이 두렵기는커녕 죽는 순간이 지극히 평안할 것만 같았다.
나는 타박타박 걸으며 혼잣말로 외쳐보았다. 아, 노을이 곱다. 아부지는 밉다. 아부지가 노을색이라면 엄마가 하늘색일까. 그러면 두 가지 색을 보태모 보라색이 되겠지. 그런데 엄마나 아부지는 왜 합쳐지기를 싫어하노. 노을은 죽고 싶도록 저렇게 아름다운데 말이다. (<노을> 제4장) 아름다운 보라색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싫고 무서운 것은 보라색이 하늘색을 연상시키기보다 죽음의 핏빛, 공포의 어둠을 생각키우기 때문이다. 작품 <노을>은 과연 이 핏빛과 어둠빛으로 뒤덮인 광란과 살육의 세계를 과거로 갖고 있다. 백정인 아버지는 먹기 싫은 소의 생피를 마시게 했고 그것을 만류하는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매를 맞아 피빛 멍이 들었으며 그 아버지는 폭동의 선봉장인, 삼촌과 외삼촌은 거기에 말려들어간 '빨갱이'였고, 시뻘겋게 열이 오른 아버지는 도수장에서 '반동'들을 피범벅으로 만들었다. --- pp.355-3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