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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금이 있던 자리
신경숙
문학과지성사 200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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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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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Shin Kyung-Sook,申京淑

인간 내면을 향한 깊은 시선, 상징과 은유가 다채롭게 박혀 빛을 발하는 문체, 정교하고 감동적인 서사를 통해 평단과 독자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한국의 대표 작가다. 1963년 1월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6학년 때야 겨우 전기가 들어올 정도의 시골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열다섯 살에 서울로 올라와 구로공단 근처에서 전기회사에 다니며 서른 일곱 가구가 다닥다닥 붙어 사는 '닭장집'에서 큰오빠, 작은오빠, 외사촌누이와 함께 한 방에서 살았다. 공장에 다니며 영등포여고 산업체 특별학급에 다니다 최홍이 선생님을 만나 문학 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컨베이어벨트
인간 내면을 향한 깊은 시선, 상징과 은유가 다채롭게 박혀 빛을 발하는 문체, 정교하고 감동적인 서사를 통해 평단과 독자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한국의 대표 작가다. 1963년 1월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6학년 때야 겨우 전기가 들어올 정도의 시골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열다섯 살에 서울로 올라와 구로공단 근처에서 전기회사에 다니며 서른 일곱 가구가 다닥다닥 붙어 사는 '닭장집'에서 큰오빠, 작은오빠, 외사촌누이와 함께 한 방에서 살았다. 공장에 다니며 영등포여고 산업체 특별학급에 다니다 최홍이 선생님을 만나 문학 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컨베이어벨트 아래 소설을 펼쳐 놓고 보면서, 좋아하는 작품들을 첫 장부터 끝장까지 모조리 베껴 쓰는 것이 그 수업 방식이었다. 그 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1985년 『문예중앙』에 중편소설 「겨울우화」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하였다.

스물두 살에 등단하였을 때는 그리 주목받는 작가는 아니었다. 1988년 『문예중앙』신인상에 당선된 뒤 창작집 『겨울우화』를 내었고, 방송국 음악프로그램 구성작가로 일하기도 하다가 1993년 소설 『풍금이 있던 자리』를 출간해 주목을 받았다. 『강물이 될 때까지』,『풍금이 있던 자리』,『오래 전 집을 떠날 때』,『딸기밭』, 장편소설 『깊은 슬픔』,『외딴방』,『기차는 7시에 떠나네』 『바이올렛』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말해질 수 없는 것들을 말하고자, 혹은 다가설 수 없는 것들에 다가서고자 하는 소망"을 더듬더듬 겨우 말해 나가는 특유의 문체로 슬프고도 아름답게 형상화하여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잡았다. 신경숙의 첫 장편소설 『깊은 슬픔』은 한 여자와, 그녀가 짧은 생애 동안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그 여자 '은서', 그리고 '완'과 '세'라는 두 남자를 소설의 표면에 떠올려놓고 있다. 그들 세 사람을 맺어주고 환희에 빠뜨리며 절망케 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의 올이 얽히고 풀림에 따라, 고향 '이슬어지'에서 함께 자라난 세 사람의 운명은 서로 겹치고 어긋난다. 그러나 『깊은 슬픔』이 정밀하게, 더없는 슬픔과 안타까움이 실린 시선으로, 그리하여 진하고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그려 보이는 것은, 그들의 사랑과 운명이 화해롭게 겹치는 국면이라기보다, 자꾸만 어긋나면서 서로의 기대와 희망을 배반하는 광경이다. 아니, 차라리 그들의 관계에선 겹침이 곧 어긋남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불행했던 과거를 너무 쉽게 잊는다. 신경숙의 『외딴방』은 어제가 있어서 오늘이 있고 내일이 존재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망각한 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려웠던 그 시절을 되짚어 보게함으로써 현재를 돌아보는 자성(自肖)의 기회를 만들어준다. 또한 이 작품은 작가의 자폐적 기질, 아름다움에 대한 끝없는 동경, 삶의 속절없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고요히 수납하는 태도 등이 어디서 발원했는지를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내성의 문학'이라 부를 수 있는 신경숙 문학의 정점이자 제목 그대로 외딴방에서 외롭게 죽어간 한 가여운 넋에 대한 진혼가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신경숙은 자신의 체험을 질료로 한 글쓰기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과 그럼에도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의지 사이의 위태로운 줄타기를 보여준다.『풍금이 있던 자리』는 유부남과 불륜의 관계에 있는 여자가 그 남자와 새로운 삶을 꾸리려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되짚어준다. 특히 화자의 기억 속에 있는 아버지의 새 여자와 어머니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삶에 찌들어 꾸밈이란 없이 소박하게 가정을 꾸려 나갔던 이 땅을 일구어낸 「어머니」와, 남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 땅의 「여성」과의 사이, 그 사이를 보여준다. 그 사이 속에는 무시 할 수 없는 사회 통념이 들어가 있다. 「어머니」를 긍정해야하면서 동시에 부정해야 하는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이중적 잣대는 있지도 않는 풍금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 내고 제 3의 새 여자, 또 다른 화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 한다.

2007년 겨울부터 2008년 여름까지 「창작과비평」에 연재되어 뜨거운 호응을 얻은 『엄마를 부탁해』는 섬세하고 깊은 성찰, 따뜻한 시선의 작가의 절정의 기량으로 풀어낸 엄마 이야기이자 엄마를 통해서 생각하는 가족 이야기이다. 늘 곁에서 보살펴주고 무한정한 사랑을 주기만 하던, 그래서 당연히 그렇게 존재하는 것으로 여긴 엄마가 어느날 실종됨으로써 시작하는 이 소설은, 가족들 각자가 간직한, 그러나 서로가 잘 모르거나 무심코 무시했던 엄마의 인생과 가족들의 내면을 절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2011년 'Please Look After Mom'라는 제목의 영문판이 제작되어 출간 전부터 호평을 받고 있으며, 미국 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22여 개국에 판권이 판매되었다.

일곱번째 장편소설인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사랑의 기쁨과 상실의 아픔을 통과하며 세상을 향해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청춘세대를 향한 신경숙 문학의 간절하고 절실한 소통의 발신음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쳀 시대와 시간을 뚫고 나가 어떻게 서로를 성장시키며 불멸의 풍경이 되는지를 여러 개의 종소리가 동시에 울려퍼지듯 보여준다. 팔 년 만에 출간되는 여섯번째 소설집 『모르는 여인들』은 세계로부터 단절된 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풍경들을 소통시키기 위한 일곱 편의 순례기로, 익명의 인간관계 사이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작가는 특유의 예민한 시선과 마음을 집중시키는 문체로, 소외된 존재들이 마지막으로 조우하는 삶의 신비와 절망의 극점에서 발견되는 구원의 빛들을 포착해내어 이 시대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바닥 모를 생의 불가해성을 탐색한다. 2013년에 출간한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명랑하고 상큼한 유머로, 반짝이는 스물여섯 편의 짧은 소설들을 담은 소설집으로, 산다는 것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에 대한 이야기, 일상의 순간들에 스며들어 그리움이 되고 사랑이 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달에게 우리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짧은 형식의 글이자, 달이 듣고 함빡 웃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엮었다.

이외의 작품으로 소설집 『강물이 될 때까지』, 『감자 먹는 사람들』, 『오래 전 집을 떠날 때』, 『딸기밭』, 『종소리』, 장편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바이올렛』, 짧은 소설집 『J이야기』,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 『자거라, 내 슬픔아』, 『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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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7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18쪽 | 493g | 153*226*30mm
ISBN13
9788932014289

책 속으로

지금도...... 이 말을...... 당신께...... 꼭, 해야 하는가......? 몇 번이고 제 자신에게 되묻게 됩니다. 내 뱉고 말면 어쩌면 당신은 저를 증오할지도 모르겠어요. 사랑이 증오로 바뀌는 건 순식간의 일이지요. 당신이나 저나 그 두 감정이 서로 동시에 마음을 언덕삼아 맞대고 있지 않았나요? 다만 그 동안 우리는 아주 위태롭게 사랑 쪽을 지켜왔던 건 아닌가요? 어쩌면 제 이 말이 증오쪽으로 당신 마음을 돌려놓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 저를, 용서하세요. 이 말을 하지 않으면, 제 말이 모두 당신에게 오리무중일 것만 같으니. 점촌 아주머니를 혼자 살게 한 점촌 아저씨의 그 여자, 그 중년 여인으로 하여금 울면서 에어로빅을 하게 만든 그 여자...... 언젠가, 우리 집...... 그래요, 우리집이죠...... 거기로 들어와 한때를 살다 간 아버지의 그 여자...... 용서하십시오...... 제가...... 바로, 그 여자들 아닌가요?

--- p.23

어제 당신과 제가 꼭 그랬습니다. 제 마음을 당신은 느닷없이 왜 그렇게 고고해졌느냐며 할퀴었고, 저는 당신 이외의 모든 감정을 모두 뭉개려만 드는 이기주의라고 당신을 물어뜯었습니다. 당신은 출국 날짜를 일러주고 가셨습니다. 그 날짜에 맞쳐 제가 돌아올 걸 믿는다고도 하시면서도 당신은 석연치 않은 얼굴로 새벽 기차를 타고 다시 도시로 가셨어요. 집에 돌아왔을 때 아버진 마루에 앉아 계셨습니다.

당신의 팔을 붙들고 황급히 도망치 듯 집을 나섰던 저를 보고 짐작하신 게 있으신지 저를 바라보는 표정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져계셨어요.무슨 말씀이든 다 들으려고 아버지 곁에 엉덩일 붙히고 앉았으나,얼마 후에야 아버진 그냥 방으로 들어가시며 힘없이 중얼거리시더군요. 그놈, 그 수송아지가 눈뜬 봉사여야,

--- p.20

당신과의 약속 시간은 이제 이 밤만 지나면 다가옵니다. 당신은 정말 떠나실 건가요? 그렇다면 저는 지금 무엇을 참고 있는 것일까요? 당신이 떠나버리면 제가 참고 있는 것은 모두 부질없는 일이 되어버립니다. 오늘 하루는 종일 중얼중얼거렸어요. 당신에게 달려가려는 쪽으로 마음이 바뀌려 할 적마다. 저를 스쳐간당신과의 기억들이 모두 나쁜 것이었다고, 속삭이고 속삭였어요. 그래도 불쑥 열이 났고, 당신에게 가야지, 잠깐씩 가방을 챙기기도 했어요.

행여 당신이 저를 데리러 오지 않나. 여러 번 대문을 내다보기도 했어요. 어렵게 견뎌내고 찾아온 이 밤. 이미 당신에게로 가는 기차는 끊겼는데, 내일 새벽 첫차는 몇시던가. 저는 지금 그것 헤아려보고 있으니, 이 밤이 우섭습니다. 산버찌를 먹으면 눈물날 일이 생긴다고 제가 산에서 버찌를 따오면 어머니는 마당에 쏟아버리시곤 하셨죠.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는 눈물날 일이 이것인가요? 어머니 몰래 먹은 산버찌가 지금 저를 울리는 것이가요?

아버지는 그 여자를 정말 사랑했습니다. 아버지는 그 여자가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들어오면 손크림을 발라주셨지요. 왜 그것만이 유난히 생각나는 지 모르겠어요. 저는 아버지의 손과 그 여자의 손이 전혀 스스럼없이 서로 엉키는 것이 꼭 꿈결인 것만 같았어요. 손크림을 통에서 찍어내 그 여자의 손에 골고루 펴 발라주실 때 아버지의 그 환한 모습을, 그 이후에도 그 이전에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손. 그래요. 그 시정의 아버지와 그 여자는 손을, 둘이서 있을 땐 늘 손을 잡고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것이 손크림을 발라주는 한 컷으로 합쳐져서 생각나는 모양있니다. 손잡는 일이 뭐 대수겠습니까만, 저는 지금도 아버지 손을 꼭 잡아보지 못한걸요. 당신의 손. 저도 당신의 손을 참 좋아했습니다.

--- p.37-38

그 여자가 남겨놓은 이미지는 제게 꿈을 주었습니다. 제가 더 자라 학교에 다니게 되었을 때,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나면 담임 선생님은 개인 신상 카드를 나눠주며 기록을 해오라 했습니다. 그 개인 신상 카드 어느 면에 장래 희망을 적어넣는 칸이 있었지요. 장래 희망, 저는 그 칸 앞에서 오빠 볼펜을 손에 쥐고 우두커니 앉아 있곤 했어요.

......그 여자처럼 되고 싶다...... 이것이 제 희망이었습니다. 그 여자가 우리집에 와서 심어놓고 간 일들을 구체적으로 간추려서 뭐라고 써야 하나? 이것이 고민스러워 우두커니 앉아 있곤 했던 것입니다. 끝끝내 그걸 간추릴 단어를 저는 그때 알고 있지 못했어요.그래서 다른 아이들처럼 어느 때는 은행원, 어느 때는 학교 선생님, 어느 때는 발레리나라고 써넣을 수밖에 없었습니다만, 그렇게 표현되는 그때그때의 희망들은 모두 그 여자를 지칭하고 있었습니다.

--- pp. 23-24

그 다락은 경사진 좁은 계단을 몇 개 통과해야 올라갈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저녁밥도 안 먹고 잠이 들어버렸어요. 다락에서 잠이 든 줄도 모르고 잠청을 하다가 밑으로 굴러 떨어져내렸지요. 제가 쿵, 떨어졌을 때 달려온 이는 그 여자, 그 여자였습니다. 그 여자는 제 엉덩이를 세게 때렸어요. 집을 나가버린 줄 알았잖니 이것아! 그 여자는 거의 울 듯했어요. 저 때문에 말이예요. 제가 집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다른 식구들은 다 깊은 잠에 빠져 있었는데, 아버지까지도 주무시고계셨는데, 그 여자는 그때껏 마루에 앉아 있었던 겁니다. 그때, 저는 그 여자는 악마다, 라고 했던 큰오빠의 말이 다 틀린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p.

강물은......강물은, 늘.....늘, 흐르지만, 그 흐름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어찌된 셈인지 제게는 그 강과 함께 흐르길 마음먹는 일이 제 심연의 물을 퍼주고야 생긴 일임을, 아니예요, 이런 소릴 하는 게 아니지요, 다만, 어떻게 하더라도 제게 어찌할 수 없는 아픔이 남는다는 걸 알아주시.....아니예요,아닙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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