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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멀고 아름다운 동네
2. 불씨 3. 마지막 땅 4. 원미동 시인 5. 한 마리의 나그네 쥐 6.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7. 방울새 8. 찻집 여자 9. 일용할 양식 10. 지하 생활자 11. 한계령 - 작가 후기 - 초판 해설 : 원미동 - 작고도 큰 세계 - 신판 해설 : 밥의 진실과 노래의 진실 |
梁貴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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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멀지 않아 사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르기까지 살아오는 동안 그에게는 두 개의 세상이 존재해 온 셈이었다. 각막을 통해 들어오는 세상과 렌즈 속의 세상, 두가지는 거의 언제나 그의 내부에서 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하기야 언제부턴가 그는 렌즈속의 세상을 포기한 채로 지내온 게 사실이었다. 하나의 목소리에 눌러버린 것이다. 세번째 딸을 낳았고 이제는 자식들을 위한 삶만 남은 게 아니냐는 깨달음은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다가왔다. 태평한 시대는 지난 것이다.
--- p.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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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도 꽤 깊었으리라. 광복절 공휴일도 이제 마감이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남은 일은 집으로 돌아가서 나무토막처럼 쓰러져 꿈없는 잠을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하늘엔 별이 총총하고 아마도 내일은 비가 오지 않을 것이다. 어둠 속을 서성이던 으악새 할아버지도 하늘을 올려다 보았는지 손뼉을 탁 치면서 으악, 짧게 울었다.
--- p.1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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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떤 놈이야!' 똥 쌀 데가 없으면 처먹지 말아야지'
칼끝같은 목소리에 놀란 그는 자신도 모르게 불끈 일어섰다. 분명 그에게 던진 말이라고 생각되었지만 목소리만으로는 누구인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원미동 거리에서 노상 들려오는 귀에 익은 목소리는 아니었다. '맞심더. 냄새가 나서 못 살겠다 아입니꺼. 치워봤자라예. 또 쌀 끼 분명한데 우찌 당할 낍니꺼' 대답하는 목소리는 지물포 주씨가 틀림없었다. 그러고 보니 고무 호스에서 뿜어져나오는 세찬 물소리가 바로 지척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그는 들창문 가까이 귀를 대고서 바깥의 소리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온 신경을 쏟았다. 땅에 뿌려지는 물줄기는 지표를 두드리고 지하로 스며들어 금세 그의 가슴까지 축축하게 적시는 것 같았다. '똥파리가 얼마나 극성이라구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여자의 음성도 끼어 있었다. 높은 소프라노가 당장 시내 엄마인 것을 알게 했다. '하기사 요렇게 말짱하게 치워놓으면 지도 사람인 이상 또 싸겠습니꺼. 아주 안방맨크롬 맨들맨들하게 물청소를 해놓아야 됩니더.' 그러더니 물줄기 떨어지는 소리가 한결 높아졌다. '아침에 차 뺄라고 보면 꼭 그 모양이지 뭡니까. 오늘 아침엔 뭔가 물컹 밟히길래 보니까. 아이구 참 재수없게끔.....' 귀에 익지 않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허허 웃었다. 아침의 실수 때문에 벼르다가 고무 흐스 들고 나온 초콜릿 빛 자가용의 주인인 모양이었다. 얼굴이 뜨뜻해짐을 느끼면서 그는 털썩 주저앉았다. ---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