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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열 박스
2. 霧中 3. 表描 4. 초대 5. 저문 날의 揷話 1 6. 저문 날의 揷話 2 7. 저문 날의 揷話 3 8. 저문 날의 揷話 4 9. 저문 날의 揷話 5 10. 복원되지 못한 것을 위하여 11. 家 12. 우황청심환 13. 엄마의 말뚝 3 14.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해설 저문 날의 삽화, 혹은 소시민적 삶의 풍속도/박혜경 신판 해설 젊음과 늚음의 아름다운 의식/김치수 책 뒤에 |
朴婉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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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컥, 쿨컥, 쿨컥……, 희주의 맹렬한 펌프질에 따라 막대기 끝의 시커먼 고무 벙거지도 괴롭게 쿨컥대며 압축과 흡입을 되풀이했다. 희주의 코끝에 반드르르 진땀에 배고, 이마에 헝클어진 머리칼도 수초처럼 늘어붙었다. 막대기를 누르던 손바닥의 심한 통증과 함께 온몸의 기운이 대롱의 물이 빠지듯이 발끝으로 쭉 빠져버리는 듯한 느낌과 함께 희주는 고무 벙거지가 달린 막대기를 스르르 놓쳤다. 머리가 아찔하면서 까닭모를 슬픔이 가슴을 후볐다. 그녀는 상채기를 다칠세라 감싸듯이 가슴을 오그리고, 세운 무릎에 얼굴을 파묻는 자세로 주저앉았다. 찌르는 듯한 슬픔은 여전했다.
전화벨이 울렸다. 놓은 지 며칠 안 되는 전화라 남편한테서밖에 걸려올 데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잘못을 저지르다 들킨 것처럼 허둥대며 겁에 질린 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나. 준비는 잘 돼가고 있겠지? 접때처럼 또 시간 어기지 말아. 이삼십 분 일찍 도착할 요량하고 떠나도록 해. 초대한 쪽에서 늦게 온다는 건 큰 실례야. 또 호스트의 너무 수수한 옷차림도 손님 대접을 소홀히 한다는 오해를 받기 쉽다는 걸 잊지 말고……" ---p.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