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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부 오월의 숲 엄마의 향기 눈감으면 보이는 것들 바람의 손 입춘 꽃 따뜻한 마음 오월의 숲 덤 가족 꽃밭 까치밥 강낭콩 흐린 날의 명상 가로수 2부 거미 인간 봄바람 왕소나무 젊은 날의 푸른 추억 거미 인간 배롱나무 태풍 은행 열매 늙은 호박 공중전화 놀이터에서 꽃씨 주머니 삶의 무게 아파트 들어 올리는 나무 부드러운 힘 할머니와 참새 3부 꿈이여, 다시 한번 허리 굽은 달 어머니와 팥죽 타겟target 콩나물 연가 발자국 고향 그림자 개화開花 생일 밥 꿈이여 다시 한번 제라늄 입양 나이 피조개 독한 자연 비둘기와 호두과자 4부 청매실 해바라기 코스모스 단풍 등나무 사랑 불갑사 가는 길 소리의 추억 도토리 청매실 모과 풍영정 내장산 불구경 추억 5부 가을 꽃 행복이란 밥도둑 홍주 착한 여자 대지의 곳간이 병들지 않게 가을 꽃 새도 우애友愛를 안다 물의 변신變身 피그말리온 효과 검정 고무신 | 작품론 | 눈감으면 보이는 것들의 노래 - “사랑과 행복의 등꽃 향기 부려놓기” | 김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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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향 그윽한
장독대에서 장 항아리 윤기 나게 닦고 계시던 박꽃처럼 아리게 곱던 울 엄마, 그 땀에 젖은 등덜미, 음식 냄새 밴 행주치마의 퀴퀴한 체취 아! 엄마의 향기가 그립습니다. --- 「엄마의 향기」 마당에 모깃불 피워 놓고 푸른 달빛 아래 멍석에 모여앉아 봉숭아 꽃물 손톱에 들이면서 구르몽의 시가 좋다던 울 언니, 사촌 언니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수제비처럼 쫄깃하게 한 가락 뽑고 언니들 깔깔거리는 소리, 소리 아득히 들려오는 이 밤 그 풍경이 그리워 눈을 감아 봅니다. *구르몽의 시, 「낙엽」 부분 --- 「눈감으면 보이는 것들」 화분의 꽃들이 얼굴이 벌겋게 열이 올라 창문을 열어 놓았다 절정에 서기 위해 몸살을 앓는 꽃 봄비에 젖은 산들바람이 온다는 기별도 없이 찾아와서 꽃나무 이마에 손을 얹어 보고 등을 쓸어주는 바람의 예쁜 손! --- 「바람의 손」 봄의 체온이 아직 느껴지지 않은데, 봄이 왔다고 소문만 무성하다 양지쪽 찾아와 손 호호 불며 수런거리는 저 어린 매화꽃 에취! 에취! 재채기하고 있다 저러다 감기 걸리겠다. 그러게 엄마 말을 들어야지 철딱서니 없는 것들! --- 「입춘」 살결이 터지도록 매운바람 불어와 몸살을 앓아야 잎 돋고 꽃 핀다 아픔을 견디며 피는 꽃 열흘도 못 살고 지지만 질 때도 꽃은 아프다 기절하듯 지는 동백도 있고 백날을 살고 가는 꽃도 있지만 지상의 모든 꽃은 푸석하게 몸이 마르고 시름시름 앓다가 꽃이 진다. --- 「그냥 피는 게 아니다」 내 시집을 받아 본 독자께서 선물을 보내 주셨다 내 인생의 꽃이 지려는지 시름시름 앓고 있는데 가슴이 따뜻한 어느 독자께서 보내주신 선물 상큼한 딸기 라떼, 고소한 초코릿파이 이젠 꽃도 피울 수 없는 버석거리는 낙엽 같은 몸에 상큼한 향기로 봄을 심었습니다. --- 「따뜻한 마음」 오월이 오면 뻐꾹새 울음소리에 숲이 푸르다, 숲을 깨우려고 어등산에서 뻐꾸기는 그토록 우렁차게 울었던가 온 마을이 쩌렁쩌렁 울리던 ‘뻐꾹’ 소리 언제부턴가 들리지 않네 숲도 새들도 귀 쫑긋 새우고 기다리는데, 언젠가 다시 돌아와 뻐꾹! 뻐꾹! 노래 불러준다면 숲이 더욱 푸르러 녹음으로 우거질 텐데, 아, 가고 오지 않는 것은 모두가 그리운 것, 사랑아, 너도 가고 뻐꾹새도 떠나버린 숲길, 적막하다. --- 「오월의 숲」 우리 동네 도롯가에는 주말이면 철새처럼 상인들이 몰려와 장이 연다 과일 주인은 밀감을 내밀며 맛있다고 꼬드기고 먹어보면 사게 되더라 할매들이 텃밭에서 자식처럼 키운 상추, 고추, 쪽파, 열무, 깻잎 등등 새벽이슬 머금은 저 눈 맑은 어린 푸성귀들 돗자리에 앉아서 나를 보며 웃는다 그래 내 거하자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덤은 기본! --- 「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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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자 시인은 이미 이전의 작품집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평가받는 이야기 위주의 작품들로 문학적 차별성을 다수 선보여 왔다. 이번 작품집에서도 그의 늘품이 있는 창작적 성과는 간단한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적어도 자신만의 목소리로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자신만의 집을 지어서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엮어가는 솜씨 있는 시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의미에서 김문자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좋은 작품적 성과에 이르렀음은 물론이다.
작품창작에서 김문자 시인은 자신만의 탁월한 시 정신을 표현해서 독자와 상대하고 있다. 시적 언어의 실현에 성공한 시인은 사물과의 관계에서 자유자재한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 같은 결과로 김문자 시인의 작품마다 표현의 독자성을 읽을 수 있었음은 한편으로는 즐겁기까지 하였다. 시어의 문맥에 스민 표정과 기질과 정신을 한꺼번에 읽어내는 일이 문학을 접하는 일이다. 거기에다 덧붙여서 그 자리에서 얻어낸 언어적 울림과 감동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면 훈육의 영역에까지 다다른 성공한 문학이라 할 수 있다. 그 같은 사실은 문학작품을 읽는 일이 그에 비례하여 우리 실생활에 얼마나 유익한 것인지를 말해준다고 할 것이다. - 김종 (시인, 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