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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과학과 고양이 | 최형섭
숨 - Exhalation (키워드) 인간을 사로잡은 고양이의 진화 | 이정모 사람은 물론 아니지만 작은 개도 아닌 고양이 | 이진수 고양이 액체설에 대한 물리학적 고찰 | 김범준 고양이의 가축화 | 송영한 인간 사회 속의 길고양이 바로 알기 | 신남식 바뀐 건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이야 | 이은희 갓 - Ansible (뉴스) 이 계절의 새 책 | 세포에서 삶으로 세상으로 | 정인경 과학뉴스 전망대 | 인류세 기각 이후의 인류세 | 오철우 과학이슈 돋보기 | 젊은 연구자 처우 개선하는 미국, 한국은? | 윤신영 글로벌 기후리포트 | 해마다 반복되는 벚꽃 잔혹사, “벚꽃은 죄가 없다” | 신방실 터 - Foundation (컬처) 현대미술, 과학을 분광하다 | 시간을 붙잡기 위해 우리가 하고 있는 일 | 김나희 음악, 그리고 | #2 음악의 할아버지, 피타고라스 | 장재호 과학, 무대에 오르다 | 우리들은 키 작은 잡풀 속에 있다 | 김연재 에세이 | 생선이라니, 고양아 | 전혜정 길 - Farcast (이슈) 이상한 우주 진공의 체셔 고양이들 - 양자장으로 이해하는 우주 진공 | 이승재 탐구와 비평 | 심해 탐사와 채굴, 미지를 발견하고 개발하기 | 원용진 인류세 - Anthropocene AI로 친환경 제품 설계하기 | 강남우 INDEX |
우리 집에 ‘버터’가 온 것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10월의 어느 날이었다. 아파트 단지에 서식하던 고양이 중에 유독 사람을 잘 따르던 삼색이가 있었는데 (…) 버터는 그 새끼 고양이 중 한 마리였다.
최형섭, 「과학과 고양이」 --- p.5 고양이는 어쩌다가 우리와 함께 살게 되었을까? 약 9천 년 전부터 고양이가 가축이 되었다는 증거가 있다. 시작은 기후 변화였다. 2만 년 전에서 1만 년 전 사이에 지구 평균 기온이 갑자기 4~5도 오르면서 지구 평균 기온은 15도가 되었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인데 때마침 인류가 농사를 발명하였다. 이정모, 「인간을 사로잡은 고양이의 진화」 --- p.23 아픈 티를 내지 않는 고양이가 입을 벌리고 숨을 쉰다면 응급상황에 준한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사람이나 개도 그렇듯 개구호흡을 하는 건 숨이 차기 때문인데 주로 폐나 심장 문제다. 내 경험으로는 심장보다 폐, 특히 천식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흔했다. 따라서 고양이가 기침을 하거나 개구호흡을 한다면 우선적으로 천식인지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진수, 「사람은 물론 아니지만 작은 개도 아닌 고양이」 --- p.29 뉴턴의 고전역학이 완성된 이래로 고양이의 놀라운 움직임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떨어지더라도 네 발로 안전하게 착지하는 움직임을 고전역학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었다. 김범준, 「고양이 액체설에 대한 물리학적 고찰」 --- p.47 고양이 하면 떠오르는 ‘야옹’ 소리도 원래 어린 고양이들이 어미 고양이와 소통하기 위해 쓰는 소리이다. 집고양이들은 사람의 주목을 끌거나 무엇인가를 요구할 때 이런 소리를 내는데, 사람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성체 고양이는 이런 소리를 거의 내지 않는다. 송영한, 「고양이의 가축화」 --- p.60 많은 길고양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캣맘들로부터 일상적인 돌봄을 받는다. 그런데 캣맘들의 돌봄은 자발적 봉사이기 때문에 캣맘 개인의 성향에 좌우되는 편이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이라는 지침서를 발간했지만 이를 준수하도록 강제할 근거는 없기 때문에 통일된 방식으로 길고양이를 돌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신남식, 「인간 사회 속의 길고양이 바로 알기」 --- p.72 절대적 육식 동물인 고양이는 곡물을 훔쳐 먹는 쥐만 잡을 뿐, 곡식은 아무리 그득 쌓여있어도 눈길조차 주지 않으니 더없이 훌륭한 쥐잡이였다. 그래서 농사를 많이 짓는 지역일수록 고양이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다. 이은희, 「바뀐 건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이야」 --- p.80 고양이는 생선을 좋아한다. 어처구니없지 않은가? 리비아 살쾡이란 이름의 고양이 조상은 본래 사막에서 서식하던 동물인데, 사막에서 구할 수 있는 걸 내버려두고 왜 하필 생선을 좋아할까? 자기는 잡지도 못할 것을, 게다가 먹어본 적도 없었을 것을 왜 맛있다고 느끼는 걸까? 전혜정, 「생선이라니, 고양아」 --- p.171 |
“나만 없어 고양이”는 이제 가볍게 꺼낼 수 있는 유행어가 아니다. 사회적이자 시대적인 아이콘인 고양이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갖추는 것이 교양인 시대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모실 생각이 없더라도 고양이를 모시지 않고 있음을 부러 안타까워해야 트렌드를 잘 파악하는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문화적인 대세라는 이야기는 많지만 정작 그 까닭과 맥락을 짚고 헤아리려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왜 고양이일까? 왜 지금일까? 필요한 질문이지만 반드시 답할 필요가 없긴 하다. 고양이니까, 고양이니까…. 그러나 알면 사랑하듯, 자세히 보고 오래 보는 관심으로 사랑이 시작되듯, 고양이를 들여다보는 것은 트렌드를 넘어 나와 사회를 이해하는 일이다. 과학잡지 에피 28호 “고양이”는 하나의 문화적 상징이 된 고양이를 인간과 사회 그리고 과학적 관점으로 다양하게 살핀다. 고양이의 진화와 가축화 과정을 통해 인간과 고양이가 함께하기까지의 여정을 들여다보고, 고양이의 질환과 길고양이를 통해 인간과 고양이가 맺고 있는 관계를 파악한다. 여기에 ‘고양이 액체설’과 ‘체셔 고양이’에 대한 물리학적인 고찰과 논증을 거치면, 고양이에게 복종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까닭을 어렴풋이 가늠하게 된다. 인류세, 연구 예산, 인공지능, 지구 온난화 등… 인류가 현재 고민하고 씨름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고양이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감성을 넘어 소리를 이해하기 위해 음악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발걸음 닿은 적 없는 미지의 공간으로 가기 위해 캄캄하고 고요한 바닷속으로 향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고 고양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날카로운 발톱, 어둠 속에서도 잘 볼 수 있는 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전체를 파악하고 배설물의 냄새까지 숨기는 것은 야생에서 생존하기 위한 고양이의 본능적인 습성이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인간과 살아가는 공간을 야생으로 생각할까 아니면 야생으로부터 벗어난 안전한 곳으로 생각할까? 어느 쪽이든 어울린다. 현대사회는 야생이라 해도 잘 어울리고 안전한 곳이라고 해도 나름 어울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디로 향할지 선택하는 것이 인간의 과제로 남는다. 불성실한 집사를 두고 야생으로 돌아가면 그만인 고양이는 아쉬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