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모기 물린 자리에서 느껴지는 가려움은 묘하게 짜증스럽다. 긁을수록 부풀어 오르고 부풀수록 더 긁고 싶다. 작은 부위의 고통이 온몸의 평화를 깨뜨린다. 하지만 짜증만으로 끝나는 곳에 산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말라리아,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황열병, 치쿤쿠니아열,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감염증…. 모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생물이다.
--- p.20 이정모, 「모기 없는 세상에 살 수 있을까? - 모기의 자연사 혹은 모기의 인류사」 이러한 점에서 모기를 단순히 ‘인류의 적’으로 간주하고 박멸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인 백신 개발과 치료제 확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말라리아,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같은 모기 매개 질병에 대한 과학적 대응이 끊임없이 요구되는 이유다. 더 나아가 생태계 내에서 모기의 역할 또한 간과할 수 없다. --- p.47 김윤경, 「인간 포식자 모기, 인류 역사를 뒤흔들다」 재출현한 말라리아가 비무장지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지리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남북한은 공동으로 대응해야 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인접 국가들의 국경 지역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 방역을 위해 해당 국가들이 협력하여 방역 활동을 시행할 것을 권고하였다. 공동 방역 활동은 정치적 민감도가 낮고 인도주의적 성격이 강해 국가 간 긴장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 p.71 김종헌, 「말라리아와 인류의 싸움: 고대 질병에 대한 과학과 공중보건의 도전」 최근 ‘이기적 유전자’(Selfish DNA) 기법을 이용한 전략이 새로 조명을 받고 있다. (중략) 이 기법의 전략은 모기에게 해를 입히는 유전자를 이기적 유전자처럼 스스로 복제하도록 해서 모기 퇴치에 응용하는 것이다. --- p.82 류형돈, 「유전자 조작으로 퇴치하는 모기」 싱크홀을 정책적으로 담당하는 각 기관에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더 풍부하고 깊은 정보가 많이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부탁이 있다면, 데이터는 공개됐을 때 더 큰 효용과 가치를 지닌다는 점이다. 안전과 관련한 정보이므로, 충분히 공개하고 시민들이 판단하고 대처하게 한다면 앞으로의 안전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p.121 윤신영, 「싱크홀 지도를 만들고 알게 된 것들」 장마는 지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기상현상인 동아시아 몬순의 일부다. 몬순은 대륙과 해양의 에너지 차이로 발생하는 계절풍이다. 여름에는 덥고 습한 남동풍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며 기온이 치솟고 폭우가 퍼붓는다.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과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맞부딪쳐 정체전선이 형성되면 길게 비를 내리는 장마가 찾아온다. 그런데 이토록 오래 규칙적이던 장마의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 --- p.143-144 신방실, 「낡은 장마, ‘한국형 우기’로 대체될까?」 그는 이 작품에 〈철길 연습곡〉(Etude aux chemins de fer)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중략) 셰페르가 이 작품에 ‘연습곡’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녹음기라는 새로운 기술과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실험적 작곡법을 탐구하고 있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이 작품이 완성된 해는 1948년이다. 라디오 방송국이라는 공간에서 탄생한 이 작품은, 이후 서양 음악사에서 커다란 전환점을 이룬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 p.176 장재호, 「음악, 그리고 #6 라디오 방송국에서 탄생한 음악」 최근 AI 붐에 따라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차세대 원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빌 게이츠를 필두로 많은 빅테크 기업가들이 차세대 원자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그들은 간헐적 에너지인 재생에너지로는 폭증하는 AI 전력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중략)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원자력 업계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과학 저널 《네이처》에 실린 원전 전문가 인터뷰 기사는 AI 붐에 따른 원전 산업의 호황이 장기간 지속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 p.232 박지형, 「끌 수 없는 불, 버릴 수 없는 물」 |
|
알면, 사랑한다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단연 모기도 그렇다. 모기는 인류의 역사와 꾸준히 성실히 벗하며 끊임 없이 인간에게 해를 입혀 왔다. 지금도 말라리아, 뎅기열, 웨스트나일열 등 각종 치명적인 질병을 전염시키며 해마다 72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이쯤 되면 모기는 더위와 함께 계절이 여름임을 알리는 상징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이런 모기에 인류가 내내 속수무책이었던 것은 아니다. 모기를 없애기 위한 여러 모색을 했다. 그러다 박멸에 가깝게 모기를 없앨 약을 개발하는 데 성공은 했는데, 모기뿐 아니라 인간을 포함해 다른 생명들까지 위협하게 되었다. 딜레마다. 에피 32호에서 모기를 다룬 원고들은 모두 이 딜레마 위에 서있다. 인간을 괴롭게 하고 힘들게 하는 모기도 분명 힘든 사정이 있겠다만 그 사정까지 고려하고 싶진 않지만, 완전 비정하기에는 인간도 함께 힘들어지는 그런 딜레마. 게다가 모기가 생태계에서 나름 기여하는 역할까지 고려하면 모기를 ‘박멸’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귓가를 맴돌며 괴롭히는 모기와의 전투가 달라질 수는 없다. 늘 치르던 전투는 맹렬히 치르되, 전투마다 인간과 모기가 속한 지구 전체가 때론 문득 떠오르게 될 것이다. 있어도 문제이고 없애자니 더 문제인 모기, 이 생명체와 인간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에피 32호에 수록된 여러 징후들은 이 질문을 다시 되새긴다. 늘어가는 싱크홀은 무언가를 새로 개발하고 기존에 만든 것들을 유지보수하는 것 사이의 관계를, 변화하고 있는 장마의 양상은 우리가 ‘원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의 기준을, 원자력 발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발전을 위한 불가피함을 해석하도 다루는 범위를 묻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