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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garet At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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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이를 위해 정절을 지키지 않았던가? 온갖-강요에 가까운-유혹에도 아랑곳없이 그이를 마냥 기다리고 또 기다리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야기의 공식 판본이 널리 알려지자 결국 내 꼴이 뭐가 되었나? 교훈적 전설. 여자들을 매질할 때 써먹는 회초리. 어째서 너희는 페넬로페처럼 사려 깊고 믿음직스럽고 참을성 많은 여자가 못 되느냐? 그게 정해진 대사였다. 가객도 그랬고 이야기꾼도 그랬다. 제발 나처럼 살지 마요! 나는 여러분의 귀에 대고 이렇게 외치고 싶다.
--- pp.15~16 우리는 시녀들/ 당신이 죽여버린 여자들/ 당신이 저버린 여자들// 맨발을 움찔거리며/ 허공에서 춤추었네/ 너무너무 억울했네 --- p.19 우리는 어릴 때부터 왕궁에서 일했다. 동틀녘부터 해질녘까지 쉴새없이 일했다. 울어도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잠을 자다가도 발길질에 눈을 비비며 일어나야 했다. 우리는 어미 없는 자식이라는 말을 들었다. 아비 없는 자식이라는 말도 들었다. 게으르다는 말을 들었다. 더럽다는 말도 들었다. 우리는 더러웠다. 더러움이 우리의 관심사였고, 더러움이 우리의 직무였고, 더러움이 우리의 특기였고, 더러움이 우리의 허물이었다. --- pp.28~29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물은 저항하지 않아. 물은 그냥 흐르지. 물속에 손을 담가도 그저 그 손을 쓰다듬으며 지나갈 뿐이야. 물은 딱딱한 벽이 아니라서 아무도 가로막지 못해. 그렇지만 물은 언제나 제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야 말지. 물을 끝까지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그리고 물은 참을성이 많아.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닳아 없어지게 하지. 그걸 잊지 마라, 내 딸아. 너도 절반은 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장애물을 뚫고 갈 수 없다면 에둘러 가는 거야. 물이 그리하듯이. --- p.62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헬레네가 그렇게 허영심에 부풀지만 않았더라면 그녀의 이기심과 비뚤어진 욕망 때문에 우리 모두가 온갖 고통과 슬픔을 겪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 만약 그랬다면 그녀도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 p.94 신들은 내가 고통받길 원하지 않는다더니 말짱 헛소리였다. 신들은 모두 희롱하길 좋아한다. 나는 신들이 재미삼아 돌을 던지거나 꼬리에 불을 붙여 괴롭히는, 주인 없는 개와 같은 신세였다. 신들이 맛보고 싶어하는 것은 짐승의 기름이나 뼈가 아니라 우리의 고통이다. --- p.142 하루종일 웃음과 다정한 말뿐,/ 고통의 눈물 따윈 찾을 수 없네./ 우리의 다스림은 자비로우니/ 언제나 태평성대 조화로워라.// 그러나 곧 아침이 우릴 깨우고./ 오늘도 닳도록 일만 하면서/ 역겨운 저 놈팡이 망나니들 앞에서/ 치맛자락 걷어올려 보여야 하네. --- pp.144~145 대성통곡을 한들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되살아나지는 않을 터였다. 나는 혀를 깨물었다. 지난 세월 동안 그토록 자주 깨물었는데도 혀가 남아나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 p.179 분노의 여신들이여, 오 복수의 여신들이여, 당신들이 마지막 희망입니다! 우리를 대신하여 벌을 내리고 원수를 갚아주십사 간청합니다! 살아생전에 누구의 옹호도 받지 못한 우리를 옹호해주세요! --- p.202 당신은 우리를 줄줄이 엮었고, 당신은 우리를 목매달았고, 당신은 우리를 줄에 걸린 빨래처럼 주렁주렁 널어놓았죠. 이 무슨 만행인가요! 이 무슨 배은망덕인가요! 젊고 포동포동하고 더러운 계집애들을 머릿속에서 말끔히 지워버린 뒤에 당신은 스스로 얼마나 고결하고 얼마나 정의롭고 또 얼마나 깨끗해졌다고 생각하셨나요! --- p.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