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소득공제 청년패스
먹물을 받아내는 화선지처럼
이화우
가히 2024.10.25.
가격
12,000
10 10,800
YES포인트?
600원 (5%)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카드/간편결제 혜택을 확인하세요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국내배송만 가능
  •  문화비소득공제 가능

가히 시선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목차

제1부

이름 13/낙산공원 14/찌 15/단체사진 16/로드킬 17/사막, 그 뜻 18/청사포 19/검룡소 20/황지 21/묵 22/환절기 23/청미래덩굴 24/고래론論 25/조선인민군 우편함 4630호 26

제2부

새비재의 밤 29/천신薦新 30/화서花序 31/만곡彎曲 32/금령총 33/산음에 들다 34/연 35/수국을 보며 36/그 여름 자귀나무 37/장마를 견디다 38/적로笛露 혹은 적로赤露 39/성벽은 현을 두고 40/섬소년 41/골격 42

제3부

반추 45/볼음도 46/볼음도 달빛 47/전파 장애 48/파두 49/쿠니사격장 50/유무상생有無相生 51/재미없는 시조 52/귀로 54/남해 금산 56/봄 그림자 57/손돌목에 대하여 58/약속 59/첫눈 60

제4부

처서 지나고 63/상추씨를 받다 64/북 65/징 66/칸나 67/벼루 68/거돈사지에서 비박을 69/궁체 쓰는 가을날 70/난도 71/겨울 산역 72/소묘 한 점 73/열매 74/외출, 그 후 75/가을밤, 고향 집에 비 내리고 76

제5부

감은사지 79/비비새 울고 80/고목이 된 산수유를 부여잡고 81/부의주를 빚으며 82/피맛골에서 83/빗살무늬토기 84/갈돌 85/온달산성 86/북성포구 87/패覇를 걸다 88/미래는 미래를 89/이후라는 것은 90/한 끼를 소리로 먹었다 91/장항리 별사 92

해설
정수자(시인) 93

저자 소개 1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2006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하닥』 『동해남부선』이 있다. 이호우시조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25*204*20mm
ISBN13
9791158966669

책 속으로

유성우流星雨가 간밤에
지구 위에 쏟아지듯
당신 것이 아니라서 가끔 되돌아와
그때는, 슬픔이 아닌
슬픔을
놓고 품네
---「이름」중에서

노래에도 나오는 청사포를 가보았네
기억은 오래 익은 향을 내는 걸음처럼
그렇게 무작정 던진 애먼 사랑 청사포
왜, 여기서 가장 큰 슬픔을 묻었는지
이국의 등대 따라 붉은 눈물 지나간 듯
앞서간 물비늘 넘어 찰싹이는 물결들
암초 숨긴 저 깊은 푸른 물빛 사이로
격정보다 먼저 오는 이야기를 흩는다
영문도 모르는 사이 왔다 갔을 모래 소리
---「청사포」중에서

뇌 속에 처박히는 별을 보고 싶었다
먹물을 받아내는 화선지처럼 우리는
두려워, 별자리에 툭 미끄러질 미래가
---「새비재의 밤」중에서

봄날이 만지지 못한 숱한 새의 눈물처럼
머금은 울음이 가로젓던 옹이들처럼
무뎌진 입술에 남은 아픈 귀의 굳은 상처
질주하던 직선이 갖지 못한 곡선처럼
피부를 가져버린 소리의 비애처럼
오히려 가벼움에도 까닭 없이 남은 유서
치리라, 치워지지 않는 거리의 거리에서
황산벌 먼지 이는 영월 땅의 검은 하늘
한쪽을 거둬 가버린 독재자의 피처럼
---「북」중에서

어렵사리 아끼던 말까지 했나 보다
‘ 0 ’이라 써놓은 표식을 떼어내고
둥글게 각을 다 쳐낸 벼루 한 점 사 온 날
어느 사형수가 수형 중에 다듬었을
깊은 연지硯池에 한가득 물을 채워
물로서 저쪽 세상을 가늠해 보는데
항간에 있을 법한 길을 대신 막고서
뒤를 보면 제 빛이 까만 거울이다
이름을 갈고 난 만행 사경 한 폭 걸린다
---「벼루」중에서

밀주처럼, 누룩취가 스며드는 가을비처럼
폐쇄된 광을 열고, 맑아서 신神인 것처럼
춤추듯 청향 위에서 떨어지는 기억이다
축문을 읽어가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우물거린 탁음 속에 가둬버린 슬픔이
판자벽 옹이에 기어드는 해거름 길 같았다
한 뼘의 손마디가 확대되는 것처럼
소설小雪을 앞에 두고 간지를 꼽아보는
시큼한 냉국 사이로 소름 돋는 눈발이 인다

---「부의주를 빚으며」중에서

출판사 리뷰

해설 엿보기

이화우 시인에게 고전적 미감이란 일종의 운명일지 모른다고 했지만, 실은 그가 좋아서 기울어간 남다른 취향일 수 있다. 굳이 이름의 소임을 받들고 닦는 데 쏠렸다기보다 자신의 마음길이 고전에 더 홀리는 미감으로 나타난 것일지도 모른다. 그가 조선 선비의 교양이자 필수였던 서예에 힘쓰는 것도 먼저 좋아야 택하는 것이고, 최근에 전통술 담그기에 빠진 것 또한 그쪽에 기우는 정서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많은 시편이 그의 정서와 감각과 취향이 고전 쪽에서 더 발휘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고전의 단순 복기는 배제 대상이라 시인은 현대 정형시에 맞는 고전적 격조의 발화에 진력하는 듯하다. 먼저 다음 작품은 현대의 정형시로 거듭나는 시조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그 비백
뒤꼍에서

문득 간 꽃잎들이

던져버린 향기로 썩지 않고 쟁쟁하다

구멍집 어둠 속에도

메아리가
누대 산다
― 「봄 그림자」 전문

이 작품에서 시인은 “비백” 같은 고전적 용어와 함께 오늘의 현실을 넌지시 드러낸다. 비백飛白도 비백의 제시라기보다 그 “뒤꼍에서//문득 간 꽃잎들”을 환기하기 위한 도입이다. 중장이 “던져버린 향기로 썩지 않고 쟁쟁하다”인데, 그 앞의 “꽃잎들이”가 주어니 이를 평서문으로 펼치면 “문득 간 꽃잎들이//던져버린 향기로 썩지 않고 쟁쟁하다”는 것이다. “비백”의 “뒤꼍”으로 읽어야 할지는 조사가 생략된 까닭에 분명치 않다. 하지만 후각의 “향기”를 청각의 “쟁쟁하다”로 바꿔낸 표현은 공감각에서 나아가 꽃잎들이 “썩지 않”는 주체적인 모습으로 치환되는 효과도 빚는다. 그리고 “구멍집 어둠 속에도//메아리가/누대 산다”는 종장은 사람이 떠나도 여전히 “구멍집”에 살고 있는 “메아리”를 집의 주체로 만든다. 그 집이 사람만의 거처에 그치지 않는 것은 “향기”와 “메아리”가 “봄 그림자”로 함께 “누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절묘하게 잡아낸 단수에서 시인은 여백이 넓은 배행을 택하는데, 이는 함축을 깊이 들이는 미적 장치로 보인다. 이 작품을 3행 배열해서 읽어보면 행간에서 빚어지는 “봄 그림자”들의 여운이 확연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시인의 고전적 미감이 발휘되는 시편은 시어에서 특히 많이 볼 수 있다. 어떤 작품은 사전에서 단어를 다시 찾아야 할 정도로 시인의 고전 소양과 시적 활용이 깊은 편이다. 다음 작품은 한문(학)이나 서예 등에 조예가 깊은 이화우 시인의 고전 취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지런히 세로획이 옥판지에 들어서고

비질하는 청묵 속에 발묵으로 오는 단풍

앞서서 돌돌 마르며 바삭이는 자음들

가느다란 협서挾書 끝에 매달려 피는 주사朱砂

아득히 멀어지다 귀에 모인 안부인가

깊숙이 처마에 드는 가을볕의 잰걸음
― 「궁체 쓰는 가을날」 전문

우선 「궁체 쓰는 가을날」이라는 제목에서 시인의 고전 소양이 물씬 풍긴다. 여기에 “세로획”과 “옥판지”를 비롯해 “청묵”, “발묵” 그리고 “협서挾書”며 “주사朱砂”까지 마음으로 새기다 보면, 가을의 그윽한 시적 와유臥遊라 할 만하다.

실은 더 찬찬히 봐야 고전적 용어로 아우르는 가을의 궁체를 만날 수 있다. 궁체는 궁중에서 쓰던 궁녀들의 한글 서체로 조선 후기부터 더 많이 쓰인 단아한 글씨체다. 현대에 와서는 갈물 이철경이 궁체의 경지를 이루며 한글 서예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린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궁체가 컴퓨터 글씨체에도 있으니 고전 속의 글씨체라고 할 수만은 없다. 다만 붓을 잡아본 사람이면 “세로획” 잘 긋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이 대목에 한참 머물게 된다. 이화우 시인은 서예를 잘 알아서 “옥판지에 들어”선 “가지런한 세로획”을 불러냈을 것이다. 옥판지는 ‘폭이 좁고 두꺼우면서도 빛이 희고 결이 고운 고급 선지’니, 초장부터 펼치는 고전적 취향은 청묵靑墨과 발묵潑墨에 이르기까지 만만치가 않다. 발묵이 ‘먹물이 번지어 퍼지게 하는 산수화법’의 하나임은 알아도, “청묵”은 전문적인 용어인 까닭이다. 먹에서도 ‘늙은 소나무나 그 뿌리, 관솔 등을 태울 때 생기는 그을음을 아교로 굳혀 만든’ 송연묵이 약간 청색을 띠어 청묵靑墨으로도 부른다고 적시해야 단풍의 형상화가 더 오롯해지기 때문이다. 이 정도쯤 찾으면 “비질하는 청묵 속에 발묵으로 오는 단풍”으로 압축한 단풍 비유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 정수자(시인)

시인의 말

많은 것을 아직 찾지 못했다.
가령,
꽃이 지고 난 나무나 풀들의 말을 간과한,
시간의 형체라든가……

내 눈물의 의미를
조금은 안다.

만지고 보아야만 믿을 수 있는
세상을 산다.

2024년 10월
이화우

추천평

이화우 시인의 시조는 정갈하다. 정갈한 시냇물 같다. 시냇물에는 고풍스러운 윤슬을 담고 있는데 먼 나라 어느 왕조에서 흘려보낸 듯하다. 그의 언어는 단단하다. 그 시냇물에 담겨 있는 찰진 돌멩이들 같다. 물결 따라 구를 때 달그락대는 소리가 맑은. 그 소리를 위해서는 어떻게 굴러야 할지를 잘 아는 영리한 돌멩이들. 조금씩 깊어지는 시냇물을 따라 점점 몸도 커지는 그런 돌들. 행여나 누군가의 발목이 젖을까 기꺼이 손바닥을 들어 올려 징검돌도 되는. 그러다가 점점 깊어져 그 물살에 겁먹은 누군가의 가슴에 묵직이 안겨드는. 급한 물살 앞에서는 머리나 어깨에 올라앉아 절대로 휩쓸리지 않게 잡아주는 그런 돌덩이. 그러다 “비박 한번 하자고 너스레 떠는 돌탑”(「거돈사지에서 비박을」)이 되기도 하고 “형벌을 나눠 가진 돌”(「산음에 들다」)이 되기도 하는. 견고한 상상력의 근원이 되는. 기품 있는. - 강현덕 (시인)

리뷰/한줄평0

리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10,800
1 1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