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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벌레
헛간을 태우다 춤추는 난쟁이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세 가지의 독일 환상 저자의 말 |
Haruki Murakami,むらかみ はるき,村上春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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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 기억이 잘못됐을 것이다. 개똥불은 실제로는 그리 선명한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저 그렇게 믿고 있었을뿐인지도 모른다. 혹은 그때 나를 둘러싸고 있던 어둠이 너무나 깊었던 탓인지도 모른다. 제대로 기억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개똥벌레를 언제 보았는지도 기억할 수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밤의 어두운 물소리뿐이었다. 벽돌로 만든 낡은 수문도 있었다. 핸들을 빙빙 돌려서 열고 닫는 수문이었다. 강가의 물풀들이 수면을 다 덮어 버릴 듯한 조그마한 개울이었다. 주위는 캄캄하고, 웅덩이 위를 몇 백 마리의 개똥벌레들이 날아다녔다. 그 노란 빛 덩어리가 마치 불타오르는 불똥처럼 수면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은 대체 언제의 기억이지? 그리고 대체 어디에서 보았던 거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이제 와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앞뒤 없이 마구 뒤섞여버렸다. 나는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몇 번인가 심호흡을 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자 몸이 금방이라도 여름밤의 어둠 속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 p.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