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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의 경험, 그리고 엄마로서의 경험
“엄마, 생강과자 하나 먹어도 되요?” “그럼.” “엄마, 생강과자 두 개 먹어도 되요?” “응, 응.” “그런데 엄마, 생각 과자 세 개 먹어도 되나요?” “그래. 아니, 지금 뭐라고 하는 거니, 얘야. 생강과자 더 먹으면 안 돼!” 여섯 아들을 뒀던 엘사 베스코브는 그 속에서 일 년에 한 권씩 그림책을 그려냈다. 이렇게 분주한 일상은 그림책으로 생활비를 충당해야 했던 베스코브에게 부담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던 듯하다. 오히려 그녀에게 일상은 모든 작품들의 재료였다. 그녀 자신이 어린 시절에 들었던 옛 이야기, 엄마와 이모 둘, 아저씨 한 분과 지냈던 경험, 그리고 작품의 모델과 모니터로서 그 역할을 해 내는(다만 그들은 마음껏 놀 뿐이었지만) 여섯 아들 키우기는 그녀의 그림책에 현실성을 부여하고, 일상 생활이 주는 잔잔한 감동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그녀의 경험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탄생한 작품 중 하나인 《초록아줌마, 갈색아줌마, 보라아줌마》를 접하는 독자들은 먼저 글의 양에 놀랄 것이다. 그리고 푸른 눈에 넓게 퍼지는 드레스를 입은 등장 인물과 배경은 북유럽적인 분위기를 짙게 풍기는 데다 예스러워서 우리 아이들의 정서에는 부적당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 번 읽고 나면 이렇게 중얼거리는 독자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 이 책 재밌네!” 글의 양이 많고 북유럽의 문화색이 짙은 이 그림책이 그토록 우리의 감성을 건드리는 건 왜일까? - 문화적 이질감과 시대차를 넘어선 보편적인 정감과 감동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언행은 이 땅에 사는 우리들 마음 속에 흐르는 이웃에 대한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마당에 들어온 아이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초록아줌마는 아이들의 참외 서리에 질린 우리네 농부들의 평범한 모습이고, 맛있게 구운 생강과자를 아이들에게 챙겨 주는 갈색아줌마는 인심 좋고 손 큰 우리네 아줌마의 모습이다. 또 새초롬히 앉아 수를 놓는 보라아줌마는 잠시도 쉴 틈 없이 아이들에게 입힐 옷을 만드는 우리의 엄마를 떠올리게 해 준다. 이 세 아줌마네 이웃에 살면서 배를 따 먹으려는 아이들을 쫓아 보내는 파랑아저씨는 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는 보통 시골 아저씨의 마음씨를 갖고 있다. 이들이 잃어버린 개를 가슴아파하며 찾고, 지나는 맨발의 아이들에게 선뜻 정을 베푸는 모습을 ‘다른 나라 얘기’라고 무관심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 공감을 자아내는 아이들의 모습 돈을 잃어 버리고 어쩔 줄 몰라 그냥 ‘으앙’ 하고 울어 버리는 페테르와 로타, 두 아이의 모습은 세계 모든 아이들의 모습이다. 또한 이 작품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에서도 이러한 아이들의 면면이 드러난다. 애완견 프리키는 세 아줌마가 산책가다 말고 파랑아저씨랑 얘기하는 게 지루해서 산책길을 다 안다고 쫄랑쫄랑 뛰어간다. 프리키의 모습에는 어른들의 즐거운 수다를 지루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심지어는 세 아줌마와 파랑아저씨가 한 가지 색 옷만을 즐겨 입는 모습에서도 하나를 좋아하면 고집스러울 정도로 좋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엿보인다. -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한때 선생님이기도 했던 작가는 “20세기는 아이의 세기다”라고 한 스웨덴의 여성사상가 엘렌 케이의 영향을 다분히 받았다. 그래서 아이는 더욱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계도하려는 의도가 작품 속에서 엿보인다. 고아인 페테르와 로타는 프리키를 구해 내 아줌마들을 돕고, 시간이 되자 온갖 구박을 받던 거처로 가려고 벌떡 일어남으로써 착한 아이의 모습을 보여 준다. 아줌마들은 어떤가? 돈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돈을 선뜻 꺼내 주고 이 아이들을 혈육처럼 아껴 준다. 자신에게 있는 힘을 아이를 보호하는 데 쓰는 어른. 열심히 일하고, 이웃에게 자기 것을 나눠 줄 줄 아는 어른들의 모습이야말로 정말 바람직하다. - 잔잔한 감흥을 주는 그림 차분해 보이면서도 독자에게 다양하고도 잔잔한 감흥을 주는 그림 속 인물들은 마치 살아 있는 듯하다. 마당에 들어온 아이를 흘겨보는 눈과 두 손을 눈에 대고 우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림 속에 들어간 살아 있는 사람들 같다. 그래서 그림책의 내용이 더욱 생생하게 독자에게 다가간다. 그러면서도 사용한 색채나 선이 따뜻한 분위기를 풍겨 바람직한 세계를 지향한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재미는 글이 있는 페이지에 그려진 그림자 그림이다. ‘표정은 어땠을까? 어떤 마음일까?’ 하고 오히려 컬러 그림보다 더 풍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한다. |